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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와 남궁수아의 대련은 남궁수아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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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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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남궁수아가 박찬 땅에 미약한 전류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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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으로 향하는 길목에 선 그녀다. 이제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미약하나마 심상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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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진 번개처럼 다가오는 남궁수아. 황보혜지는 숨을 들이켰다. 마치 번개가 자신을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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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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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급히 허리를 젖혔다. 쐐액-! 대검이 코끝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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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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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모든 생각들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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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머니의 말씀조차 잊는다. 그저 앞으로. 태산처럼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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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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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크게 내딛는다. 그 힘으로 꺾인 허리를 탄력적으로 되돌렸다. 동시에 남궁수아의 품으로 파고들며 주먹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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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욱-! 가녀린 몸. 허나 그 안에 깃든 힘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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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들이쉰 숨을 눌러참으며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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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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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주먹이 대검의 옆면을 때렸다. 우웅-, 대검이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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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힘의 조절에 도가 튼 남궁수아다. 가볍게 원을 그린 대검이 충격을 흘려내고,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크게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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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츠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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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벼락. 황보혜지는 급히 양팔을 들어 방어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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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대검의 궤적을 따라 핏방울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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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으로 팔을 보호해 상처가 깊진 않았으나,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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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싸움에서 패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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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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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호흡을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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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이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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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칭찬해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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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든 생각을 재빨리 털어냈다. 대련 도중에 할 생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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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떠오른 생각은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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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소협께서 나를 응원한다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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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힘을 낼 수 있게 돕는 일. 대련에서 힘을 내라는 것. 결국 이기라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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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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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그저 대련에 최선을 다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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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선을 다하고 지면? 그 패배에 어떤 의미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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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대다. 최선은 다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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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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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다. 저 상냥함도 남궁의 가풍일까? 남궁 소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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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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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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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너무 생각을 많이 해도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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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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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번쯤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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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도 실천은 잘 못 하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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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쿡 웃는 남궁수아의 모습이 아름답다. 황보혜지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짜악-! 스스로 뺨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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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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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제대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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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이러고 지면 망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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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희게 웃으며 대검을 땅에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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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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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크게 숨을 내쉬며 가능한 한 모든 내공을 단숨에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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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벽력신권. 황보세가의 비전 무공. 그 강맹한 힘이 황보혜지의 주먹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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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자신의 주먹에 어린 갈빛 권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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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바위. 모든 풍파를 이겨내는 태산을 떠올리며,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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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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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걸음, 하지만 나아가는 신형은 새처럼 날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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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반응한 남궁수아가 앞발을 축으로 회전했다. 대검이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하늘로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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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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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대검이 어깨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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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츳-, 허공에 남은 전류가 튄다. 황보혜지는 눈을 빛내며 발을 땅에 처박을 듯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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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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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이 흔들리며 남궁수아의 자세가 살짝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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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뿌리 내린 거목과 같이, 발을 축 삼은 황보혜지의 전신이 비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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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또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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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까지 비틀린 몸이 단숨에 풀려난다. 발은 뿌리. 허리가 힘을 전달하고, 주먹은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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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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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주먹이 허공을 후려쳤다. 그 소리가 벽력이 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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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궁수아는 대검에 매달린 나비처럼 훌쩍 허공에 떠오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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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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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눈앞에서 본 황보혜지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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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올려친 대검은 저걸 위한 포석이었구나. 대검의 힘에 이끌리듯 허공에 떠오른 남궁수아. 우르릉-! 그녀의 몸이 일순 뇌전에 감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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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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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모든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녀의 각막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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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다음 수, 울리는 천둥, 연무장에 새겨진 대련의 흔적들과, 환호하는 관중들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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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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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에 어린 감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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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아마도. 아니, 반드시.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건 그녀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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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마땅함. 분명히. 누가 봐도 자신이 남궁수아에게 밀리고 있다. 만족스러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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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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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함. 시기. 질투. 또, 무(武)에 대한 열의. 어머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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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래. 그녀의 열망을 이루어주고픈 열망과, 기대에 짓눌려 처진 어깨와, 수를 나누는 대련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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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속마음이 역류하고,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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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대검. 그럼에도 여전히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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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눈이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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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 그가 소리 높여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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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진 시간과, 관중들의 환호와, 터져나오는 뇌성(雷聲)에 가려 들리지 않지만, 황보혜지는 그것이 자신을 향한 응원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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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몰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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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전부 내려놓았다. 머리를 비우고, 흐르기 시작한 시간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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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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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이 다가온다. 황보혜지는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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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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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와 피의 맛. 남궁수아의 눈이 부릅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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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대검을 이로 물어 막아낸 황보혜지가 눈을 사납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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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철철 흐른다. 이가 흔들린다. 허나 베여 찢어진 입가는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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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미친 듯이 웃으며 몇 번이고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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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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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을 울리는 뇌성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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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대검과 황보혜지의 주먹이 각기 다른 천둥을 터뜨리며 거칠게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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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은 그 화끈한 대련에 환호했다. 황보혜지의 피가 튈 때마다 시끄러운 함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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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손에 땀을 쥐며 그녀의 대련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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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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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는 것과 악에 받친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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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그녀가 만족한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꺾이고 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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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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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의 합이 오가고, 황보혜지는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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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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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든 이기든. 아니, 거의 확실히 지겠지만. 이 한 번의 주먹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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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들어오는 대검이 노리는 곳은 어깨.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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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악-! 기다란 대검이 어깨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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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없었다. 관통당한 쪽의 손을 억지로 움직여 대검을 붙잡고, 쿵-! 진각을 내디디며, 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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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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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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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어깨를 찌른 대검. 남궁수아는 대검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황보혜지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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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이 방해되어 몸을 돌릴 수조차 없다. 황보혜지는 급한 대로 주먹을 내질렀지만, 닿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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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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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허공을 후려쳤다. 남궁수아가 황보혜지의 복부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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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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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츠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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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터져나오고, 황보혜지의 눈앞이 푸르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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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남궁수아의 품에 안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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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남궁세가의 남궁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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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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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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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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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 끝나자마자 황보혜지는 급히 달려온 의원들에게 이런저런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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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위에 약초며 금창약 따위를 덕지덕지 바르고, 그 위를 붕대가 감쌌다. 새하얀 붕대에 피가 스며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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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다리를 절뚝이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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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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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훌륭했다. 누가 보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단지 그러고도 남궁수아에게는 닿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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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후련해진 가슴 사이로 자신감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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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이와 찢어진 입가가 무척 아파왔지만, 그녀는 피맛 나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어머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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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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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어머니 앞에서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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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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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면서도 그녀는 내심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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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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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몸은 괜찮니? 다친 곳은 어떠니? 많이 아프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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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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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든, 걱정이든, 짧은 한마디라도 듣는다면 이까짓 고통쯤은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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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이 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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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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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련은 뭐니? 그렇게 추하게 굴었는데 심지어 이기지도 못하고. 길거리 시정잡배처럼 싸우고도 뭐 하나 얻은 게 없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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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입이 꾹 다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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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으니 가서 쉬렴. 부상이 낫는 대로 수련을 봐줄 사람을 구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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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 아우를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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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부탁에 서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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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도 황보혜지와 그 모친의 대화를 들었다. 남궁명이 무슨 부탁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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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세가 별장에 혼원일월공 하나 날려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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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야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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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 함께 황보세가의 별장에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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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형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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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남녀를 아주 평등하게 대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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