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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Blame History

황보혜지와 남궁수아의 대련은 남궁수아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흡…!”

파직-! 남궁수아가 박찬 땅에 미약한 전류가 남았다.

초절정으로 향하는 길목에 선 그녀다. 이제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미약하나마 심상이 깃든다.

쏘아진 번개처럼 다가오는 남궁수아. 황보혜지는 숨을 들이켰다. 마치 번개가 자신을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

“읏…!”

황보혜지가 급히 허리를 젖혔다. 쐐액-! 대검이 코끝을 스친다.

‘이러면 안 돼….

의식적으로 모든 생각들을 뒤로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머니의 말씀조차 잊는다. 그저 앞으로. 태산처럼 무겁게.

쿠웅-!

발을 크게 내딛는다. 그 힘으로 꺾인 허리를 탄력적으로 되돌렸다. 동시에 남궁수아의 품으로 파고들며 주먹을 당겼다.

꾸욱-! 가녀린 몸. 허나 그 안에 깃든 힘은 그렇지 않다.

황보혜지는 들이쉰 숨을 눌러참으며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앙────────!!

그녀의 주먹이 대검의 옆면을 때렸다. 우웅-, 대검이 진동한다.

허나 힘의 조절에 도가 튼 남궁수아다. 가볍게 원을 그린 대검이 충격을 흘려내고,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크게 휘둘러졌다.

파츠츳-!

푸른 벼락. 황보혜지는 급히 양팔을 들어 방어를 취했다.

촤악-! 대검의 궤적을 따라 핏방울이 흩날린다.

내공으로 팔을 보호해 상처가 깊진 않았으나,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이미 수싸움에서 패배한 셈이다.

“후우….”

황보혜지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호흡을 정돈했다.

‘이번에야말로 이긴다면….

어머니가 칭찬해주실까?

퍼뜩 든 생각을 재빨리 털어냈다. 대련 도중에 할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떠오른 생각은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남궁 소협께서 나를 응원한다 하셨지…?

응원. 힘을 낼 수 있게 돕는 일. 대련에서 힘을 내라는 것. 결국 이기라는 말이 아닐까?

‘아니야.

승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그저 대련에 최선을 다하라고….

그러면? 최선을 다하고 지면? 그 패배에 어떤 의미가 있지?

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대다. 최선은 다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황보혜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다. 저 상냥함도 남궁의 가풍일까? 남궁 소협처럼….

“괜찮아요?”

“…네?”

“뜬금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너무 생각을 많이 해도 안 좋아요.”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번쯤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물론 저도 실천은 잘 못 하고 있지만요.

쿡쿡 웃는 남궁수아의 모습이 아름답다. 황보혜지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짜악-! 스스로 뺨을 후려쳤다.

“어머….”

“고마워요. 제대로 할게요.”

“후후, 이러고 지면 망신인데.”

남궁수아가 희게 웃으며 대검을 땅에 끈다.

“후…!”

황보혜지는 크게 숨을 내쉬며 가능한 한 모든 내공을 단숨에 폭발시켰다.

태산벽력신권. 황보세가의 비전 무공. 그 강맹한 힘이 황보혜지의 주먹에 어린다.

황보혜지는 자신의 주먹에 어린 갈빛 권기를 보았다.

굳건한 바위. 모든 풍파를 이겨내는 태산을 떠올리며, 앞으로.

쿠웅-!

무거운 발걸음, 하지만 나아가는 신형은 새처럼 날쌔다.

즉시 반응한 남궁수아가 앞발을 축으로 회전했다. 대검이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하늘로 솟는다.

“후읍─!”

황보혜지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대검이 어깨를 스친다.

츠츳-, 허공에 남은 전류가 튄다. 황보혜지는 눈을 빛내며 발을 땅에 처박을 듯 내리찍었다.

쿠우웅──!!

연무장이 흔들리며 남궁수아의 자세가 살짝 흐트러졌다.

단단히 뿌리 내린 거목과 같이, 발을 축 삼은 황보혜지의 전신이 비틀린다.

‘무겁게. 또 단단하게.

한계까지 비틀린 몸이 단숨에 풀려난다. 발은 뿌리. 허리가 힘을 전달하고, 주먹은 터뜨린다.

꽈아아앙──────────!!!

황보혜지의 주먹이 허공을 후려쳤다. 그 소리가 벽력이 치는 듯했다.

하지만 남궁수아는 대검에 매달린 나비처럼 훌쩍 허공에 떠오른 뒤였다.

“아…!”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본 황보혜지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크게 올려친 대검은 저걸 위한 포석이었구나. 대검의 힘에 이끌리듯 허공에 떠오른 남궁수아. 우르릉-! 그녀의 몸이 일순 뇌전에 감싸였다.

황보혜지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모든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녀의 각막에 새겨진다.

남궁수아의 다음 수, 울리는 천둥, 연무장에 새겨진 대련의 흔적들과, 환호하는 관중들의 열기.

그녀는 자신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 어린 감정은 무엇일까.

애정? 아마도. 아니, 반드시.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건 그녀도 알았다.

못마땅함. 분명히. 누가 봐도 자신이 남궁수아에게 밀리고 있다. 만족스러울 리 없다.

그리고?

초조함. 시기. 질투. 또, 무(武)에 대한 열의. 어머니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지?

어머니. 그래. 그녀의 열망을 이루어주고픈 열망과, 기대에 짓눌려 처진 어깨와, 수를 나누는 대련의 즐거움.

두서없는 속마음이 역류하고, 시간은 흐른다.

다가오는 대검. 그럼에도 여전히 느리다.

황보혜지의 눈이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남궁명. 그가 소리 높여 외친다.

느려진 시간과, 관중들의 환호와, 터져나오는 뇌성(雷聲)에 가려 들리지 않지만, 황보혜지는 그것이 자신을 향한 응원임을 알았다.

‘이제 몰라. 나도.

황보혜지는 전부 내려놓았다. 머리를 비우고, 흐르기 시작한 시간을 받아들였다.

우르릉-!

대검이 다가온다. 황보혜지는 피하지 않았다.

까각-!

쇠와 피의 맛. 남궁수아의 눈이 부릅 뜨였다.

그녀의 대검을 이로 물어 막아낸 황보혜지가 눈을 사납게 떴다.

피가 철철 흐른다. 이가 흔들린다. 허나 베여 찢어진 입가는 호선을 그렸다.

황보혜지는 미친 듯이 웃으며 몇 번이고 주먹을 내질렀다.

쾅-! 콰아앙-!

연무장을 울리는 뇌성이 겹쳐진다.

남궁수아의 대검과 황보혜지의 주먹이 각기 다른 천둥을 터뜨리며 거칠게 오갔다.

관중들은 그 화끈한 대련에 환호했다. 황보혜지의 피가 튈 때마다 시끄러운 함성이 울렸다.

남궁명은 손에 땀을 쥐며 그녀의 대련을 바라보았다.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하는 것과 악에 받친 것은 다르다.

끝에 그녀가 만족한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꺾이고 말 거다.

꽈아앙-!

수십 번의 합이 오가고, 황보혜지는 직감했다.

‘이걸로 마지막.

지든 이기든. 아니, 거의 확실히 지겠지만. 이 한 번의 주먹이 마지막이다.

찔러들어오는 대검이 노리는 곳은 어깨. 내어준다.

콰악-! 기다란 대검이 어깨를 관통했다.

고통은 없었다. 관통당한 쪽의 손을 억지로 움직여 대검을 붙잡고, 쿵-! 진각을 내디디며, 일권.

“…아.”

남궁수아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왼쪽 어깨를 찌른 대검. 남궁수아는 대검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황보혜지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대검이 방해되어 몸을 돌릴 수조차 없다. 황보혜지는 급한 대로 주먹을 내질렀지만, 닿을 리가 없었다.

꽈아아앙──────────!!!

주먹이 허공을 후려쳤다. 남궁수아가 황보혜지의 복부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수고했어요.”

파츠츳-!

벼락이 터져나오고, 황보혜지의 눈앞이 푸르게 물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남궁수아의 품에 안겨있었다.

  • 승자…! 남궁세가의 남궁수아…!

졌구나.

황보혜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수 배웠습니다.”

대련이 끝나자마자 황보혜지는 급히 달려온 의원들에게 이런저런 조치를 받았다.

상처 위에 약초며 금창약 따위를 덕지덕지 바르고, 그 위를 붕대가 감쌌다. 새하얀 붕대에 피가 스며 붉게 물들었다.

황보혜지는 다리를 절뚝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훌륭했다. 누가 보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단지 그러고도 남궁수아에게는 닿지 못했을 뿐.

조금 후련해진 가슴 사이로 자신감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흔들리는 이와 찢어진 입가가 무척 아파왔지만, 그녀는 피맛 나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

황보혜지는 어머니 앞에서 머쓱하게 웃었다.

“죄송해요.”

사과하면서도 그녀는 내심 기대했다.

잘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아니면, 몸은 괜찮니? 다친 곳은 어떠니? 많이 아프지는 않고?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시니까.

칭찬이든, 걱정이든, 짧은 한마디라도 듣는다면 이까짓 고통쯤은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실망이 크구나.”

“…네?”

“그 대련은 뭐니? 그렇게 추하게 굴었는데 심지어 이기지도 못하고. 길거리 시정잡배처럼 싸우고도 뭐 하나 얻은 게 없잖니.”

황보혜지의 입이 꾹 다물렸다.

“됐으니 가서 쉬렴. 부상이 낫는 대로 수련을 봐줄 사람을 구하마.”

“형님, 이 아우를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남궁명의 부탁에 서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도 황보혜지와 그 모친의 대화를 들었다. 남궁명이 무슨 부탁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황보세가 별장에 혼원일월공 하나 날려주면 돼?”

그 정도야 어렵지 않다.

“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 함께 황보세가의 별장에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형만 믿어.”

서준은 남녀를 아주 평등하게 대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