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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점창에 기재가 나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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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일격은 나조차 섬뜩함을 느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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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만에 나오는 사일검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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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대는 장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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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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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도 모르고 환호를 내지르는 관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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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 한가운데 우두커니 선 황보혜지는 굳어진 표정을 애써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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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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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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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끈 눈을 감았다 뜬 황보혜지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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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바라보는, 유독 뜨거운 시선 하나. 그 앞에 선 채 애써 미소 짓자 매서운 목소리가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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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 득의양양한 꼴을 보고 싶니? 얼마나 여유를 줬으면 대련 중에 깨달음을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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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래도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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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야. 이 어미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니. 항상 최선을 다해 상대를 짓밟아야 네가 올라설 수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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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용봉의 칭호도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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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게 중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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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모친, 황보서린의 날카로운 눈이 황보혜지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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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어보렴. 멋모르는 관중들이야 네가 이겼다며 시끄럽지만, 무공에 대해 아는 이들은 네게 관심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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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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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 점창. 너는 네가 이기고도 이런 소리를 듣고 싶니?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 그런데 왜 이 어미가 말하는 대로 하지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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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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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고개를 숙였다. 간단한 조치를 받았는데도, 부상당한 어깨가 유독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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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황보서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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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소리 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다음에는 잘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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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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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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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 하나로 그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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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위룡의 마지막 일검은 눈부셨다. 그 썩어빠진 동태 눈깔로 펼친 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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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로 세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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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로 드높은 곳에 다다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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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 역시 듣는 귀가 있어 알았다. 이 이상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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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알면 뭐 하는가. 알아도 행하기 어려워 인생이다. 아는 대로 행할 수 있다면 그 자가 곧 신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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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소저, 축하드립니다. 부상은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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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소협…. 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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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남궁명을 웃으며 반겼다. 하지만 남궁명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눈썹을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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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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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무슨 일은요. 남궁 소협이야말로 아쉽지 않으세요? 8강이 코앞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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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습니다.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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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그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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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야. 우리 아우 거기서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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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보니 서준이 씩 웃으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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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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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아우. 연애 사업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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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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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화들짝 놀라자 서준이 낄낄 웃는다. 그러더니 황보혜지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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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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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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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할 때는 확 질러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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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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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감당은 걱정 말고. 장인어른 말고 나도 있으니까. 뭣하면 패진광 그 영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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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서준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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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그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뺨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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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쯤 되면 독심술도 할 줄 알게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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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시야가 아예 달라진다고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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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남궁명은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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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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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붙잡힌 황보혜지의 낯이 발갛게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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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 자당을 한 번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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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머니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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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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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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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개부터 끄덕이는 황보혜지를 보며 남궁명이 옅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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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은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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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맘때의 무인들은 곧잘 심마에 들고는 한다. 아직 스스로의 길을 확실히 하지 못한 어린 무인들이기에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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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해서는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않으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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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느니, 지르는 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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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을 보며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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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남궁이라는 이름도 있지 않은가. 가문의 힘이라는 것은 이럴 때 쓰기 위해 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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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모친, 황보서린은 절정경의 무인이다. 그녀의 남편이 데릴사위로 들어와 황보씨의 대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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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본디 무(武)에 뜻을 두었으나, 재능의 부재로 현재는 가문의 대소사를 관리했다. 또한 책사로서 두각을 드러내어 세가 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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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알았다. 무에 대한 꿈을 저버리지 못해 딸에게 과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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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대뜸 황보혜지와 함께 황보서린을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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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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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서린은 남궁명과 그에게 손을 붙잡힌 채 따라온 딸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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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황보서린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남궁명의 인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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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소가주시군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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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다는 것은 압니다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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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손을 당겨 황보혜지를 황보서린의 옆에 세웠다. 둘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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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인 건 압니다만, 이제 따님을 놓아주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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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무례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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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서린이 황당한 표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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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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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황보 소저의 마음에 심마가 깃들 겁니다. 무릇 무인이라면 스스로의 뜻을 세워야 하는 바. 선배님의 뜻과 황보 소저의 뜻이 안에서 충돌한다면 자칫 주화입마가 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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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남궁 공자, 하실 말씀은 그게 전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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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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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황보혜지를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그녀의 눈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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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상황을 지켜봤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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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이 고개를 들었지만, 남궁명은 고개를 저어 떨쳐냈다. 이제 와 할 고민은 아니다. 이미 늦었다. 시작한 이상 끝을 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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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만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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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할 때는 확 질러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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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서 분명 자신의 고민을 꿰뚫어 보고 해주신 조언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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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진지한 낯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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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 제 말은 모친과 반목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무릇 가족끼리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허나, 그 안에 소저의 의지가 없어서는 아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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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남궁 소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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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저께서 진정 모친의 말씀이 옳다 생각하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만…. 제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는군요.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소저의 뜻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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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서린과 남궁명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황보혜지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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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만 돌아가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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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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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 무언가를 바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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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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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인사나마 공손히 마친 뒤 황보세가의 별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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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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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황보준이 그 앞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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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것 때문에 내가 별장에 돌아갈 수가 없다. 분위기가 워낙 살벌하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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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별장. 반쯤 강제로 쫓겨난 듯한 황보준이 피난을 온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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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왜 여기로 와? 친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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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내가 그럼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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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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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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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이 지랄. 쳐맞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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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혀를 차면서도 남궁명의 담대함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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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우리 아우가 그렇게 추진력이 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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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황보세가에 쳐들어가서 그런 말을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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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에게 확 들이대라고 하긴 했는데, 그걸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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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동생. 할 때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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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마음에 든다. 어찌 됐건 지를 때는 속 편하게 확 지르는 편이 낫다. 뒷감당이야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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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럼 어쩌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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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수씨가 조카손주면 걔 어머니도 조카쯤 되는 거 아닌가? 뭘 그렇게 쫄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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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배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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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꿀밤이라도 때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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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무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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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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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덜 됐군. 너는 꼭 네 아내도 후려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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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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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실언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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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치켜들었던 주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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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명이가 알아서 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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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신보다는 현명한 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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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정 안 되면 뭐…, 고양이 손이나마 보태주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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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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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우 연애 사업 정도야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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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부터는 하루에 두 번의 대련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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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느긋해도 되나 싶긴 한데, 생각이 있으니 그렇게 진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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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결승에 점점 가까워지는 만큼 후기지수들의 컨디션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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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대련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에 앉아 대기하던 서준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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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황보세가랑 남궁세가랑 사이 안 좋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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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남궁세가 무인들 반응을 보니 별로 친해보이지는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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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건가? 적대진영 사이에서 꽃피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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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있잖은가.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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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로맨스 영화 한 편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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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벌써 와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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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노인 하나가 서준을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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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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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의 은유도일세. 무림에서는 관양지검(貫陽之劍)이라 불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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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도는 서준과 짧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곧장 본론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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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해준 조언은 정말 고맙네. 정저지와는 좌정관천이라. 위룡의 상황과 점창의 무공을 모두 절묘하게 관통하는 말이더군. 점창의 무공에 대해 잘 모를 텐데. 역시 천재가 보는 시야는 다른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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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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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느껴지는 대로 애기한 건데 어찌 아다리가 잘 맞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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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미소 짓자 은유도 역시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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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금가의 후계자가 대련을 치르는 것으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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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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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무당의 무혜였지 아마? 어려운 상대일 텐데, 괜찮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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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 괜찮을 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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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춘봉이가 괜찮냐 안 괜찮냐가 문제긴 한데…. 아마 괜찮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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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초(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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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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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끝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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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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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는 혼원일월강기로 미리 예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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