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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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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삐걱대며 고개를 돌리더니, 서늘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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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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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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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이, 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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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파들파들 떨던 춘봉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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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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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대노한 춘봉은 일단 빼액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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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뒤져! 그냥 고자나 돼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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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우다다 달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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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야! 김춘뿡…! 너 웨 납쁜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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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그녀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이미 춘봉은 사라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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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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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나. 나 뭐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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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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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들과 서준을 번갈아 바라보던 남궁수아가 살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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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런데 이분들은 손님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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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하인으로 넣어달라고 청탁이라도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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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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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서준에게 다가온 남궁수아가 그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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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닿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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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눈을 굴리자, 살짝 눈을 떠 그 푸른 눈동자를 드러낸 남궁수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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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상냥한 웃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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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눈으로 그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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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기녀 분들 같은데. 말도 없이 나갔다 오더니 하인으로 쓰겠다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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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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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없이 외박하고 온 남편이 느닷없이 여인들을 데려와 하인으로 쓰겠다 말했을 때 부인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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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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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서준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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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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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푸는 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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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명만으로 납득한 남궁수아는 살풋 웃으며 기녀들을 관리자에게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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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평소의 그 상냥한 웃음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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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쫄았던 서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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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야 김춘뿡. 너도 들었으면 빨리 돌아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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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허리에 손을 얹자 멀찍이 숨어서 대화를 엿듣던 춘봉이 쭈뼛쭈뼛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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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했다는 걸 깨달은 듯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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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계획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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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음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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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거짓말탐지기의 뛰어난 성능이 역으로 안 좋게 작용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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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들과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백서준이라는 더욱 무시무시한 뒷사정이 숨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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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춘봉은 표면적인 진실 하나만을 굳게 믿은 채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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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혼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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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싱글벙글 웃자 춘봉이 쭈뼛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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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오해할 만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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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고자나 되라니! 이 오빠는 그런 나쁜말을 가르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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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진심은 아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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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우리 김춘뿡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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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리고 자꾸 별명 좀 늘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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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무리 춘부이 부탁이라도 들어줄 수가 없는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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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입술을 댓발 내민 채 서준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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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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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선물 하나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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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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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누나 대련 내일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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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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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고개를 가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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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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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한테 물어봤지.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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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렇게 융통성 있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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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 하나 해결해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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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의 내공을 검사할 수 있게끔 물꼬를 틀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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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일들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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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과의 비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일이 번거롭지 않게 된 것. 또 혜운에게 깨달음을 주어 그의 성장에 일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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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방장으로서는 대련 일정 하나 알려주는 것 정도야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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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자신이 일으킨 사고 탓에 생긴 일들이었으나….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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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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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늘 용봉지회 재끼고 놀러다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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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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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쨥쨥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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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못 먹어본 마라빙탕호로가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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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꼭 먹어야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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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른 거 먹어. 나만 먹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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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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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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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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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과 남궁수아. 둘과 함께 하남 거리를 탐방하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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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대협 아니십니까? 그 진기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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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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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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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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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주철약과의 비무가 당장 며칠 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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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이라면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 아무래도 초절정 무인에게 말을 거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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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마라빙탕호로 하나를 입에 문 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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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맛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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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맛있을 거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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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는데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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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각각 빙탕호로 하나 씩을(춘봉은 양손에 두 개씩 들었다) 든 채 적당한 객잔에 들어서 요리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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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잘 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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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말에 남궁수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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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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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야. 이제 슬슬 감이 잡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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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에게 내줬던 과제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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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의 지향점을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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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그냥 스스로의 심상을 찾으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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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절정 정도 된 이상 심상의 형태 자체는 잡혀있겠지만, 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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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갈래의 길에서 헤매지 않도록 도와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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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는 저번에 춘봉신공 쓰는 거 보니까 길은 찾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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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초절정까지도 금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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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부이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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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을 목표로 하는 두 여인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고 있자니 음식들이 금방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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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자리를 잡은 곳은 객잔의 최상층인 3층이었는데,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 데다 대부분이 무인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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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게 할 사람도 많이 없고, 귀찮게 하더라도 눈 한 번 부라리면 눈치껏 빠져줄 사람들이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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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편하게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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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춘봉이 입가에 묻은 기름도 한 번 닦아주고, 뼈 바르기 귀찮다고 들고 뜯어먹는 걸 뺏어와서 뼈도 발라주고, 배부르다고 툴툴대길래 고기 몇 점 더 먹이다보니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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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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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린 서준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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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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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이 묘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서는 황보혜지가 눈을 크게 뜨고 서준과 일행들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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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준에게 마주 손을 흔든 뒤, 조심스럽게 황보혜지에게 전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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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거망동하지 마라. 저 괴물놈 눈에 띄어서 좋을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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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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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객잔을 나서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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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이 황보혜지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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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는 당황한 와중에도 눈치껏 서준과 일행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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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남궁 소저와 금 소저도요. 저는 황보세가의 혜지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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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아는 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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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반갑다 친구야. 명이한테 얘기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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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남궁 소협께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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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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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제수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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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황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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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새끼야. 어? 사람 보고 괴물놈이 뭐냐?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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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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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음은 못 들을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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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다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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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음은 결국 공기 대신 내공을 진동시켜 그것을 다이렉트로 상대의 귀에 꽂아넣는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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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엿듣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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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화경쯤 되면 평범한 전음 정도는 엿듣는 게 어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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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을 하려면 특수한 방법을 쓰든, 아니면 어디 멀리 가서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뜻이다. 혹은 당당하게 뒷담하고 목이 썰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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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얘기를 엿듣는 건 당당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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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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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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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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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주먹을 치켜들자 황보준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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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됐다. 그래서 너네는 무슨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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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손녀와 외출하는 게 특이한 일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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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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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황보준과 황보혜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황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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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님의 손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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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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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누나의 손녀가 저 정도 나이려면 도대체 황보준은 몇 살이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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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서준은 이내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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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이 많다고 존대해줄 생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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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 좋은 시간 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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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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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빤히 바라보자 황보준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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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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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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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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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픽 웃으며 손을 흔들자 황보준과 황보혜지가 적당히 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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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세가에 안 좋은 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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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기 전 얼핏 봤을 때 제수씨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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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수씨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신경 써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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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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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자잘한 비무대회도 아니고 용봉지회쯤 돼서 그런가, 아직 32강조차 끝나질 않았다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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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부이 언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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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자리에 앉아 툴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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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순서는 2번째. 이제 막 첫 번째 대련이 시작했으니 이게 끝나야 춘봉의 대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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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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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각(15분) 정도가 지나 첫번째 대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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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자는 하북팽가의 팽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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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가의 영역이 사흑련의 영역과 맞닿아있는 만큼 용봉지회에 참가하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팽가의 후기지수 역시 용봉지회에 참가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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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후방에 빼놓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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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회의할 때도 팽 뭐시기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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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자신이 알 바는 아니었기에 대충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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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춘봉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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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 금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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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응원에 춘봉이 어딘가 마뜩잖은 표정으로 연무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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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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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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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란 이름 역시 애착이 있지만, 오빠만은 자신을 춘봉이라 불러주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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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상대 무인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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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했다 패배하는 것만큼 꼴사나운 게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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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다듬은 춘봉이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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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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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련은 채 반의 반 각조차 되지 않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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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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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것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끝나버린 대련에 서준은 허무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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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대가 십육명문의 후기지수가 아니라지만 이렇게까지 금방 끝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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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희!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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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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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이야 압도적인 대련에 좋아했지만, 영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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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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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툴툴대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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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려고 일어나기까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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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입맛을 다신 서준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춘봉의 대련이 끝났으니 수아 누나의 차례가 될 때까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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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늘 회의에서 말이 꽤 나올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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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서준, 또 사흑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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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북두로 일컬어지는 소림의 영역이 허무하게 뚫린 것이니만큼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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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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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종인 그놈 얘기도 이번에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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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파의 장로이자, 사흑련과 손을 잡았으리라 추측되는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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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서준 자신이 목을 따긴 했지만, 지금까지 희한할 만큼 언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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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이번에 주철약과 엮이면서 얘기가 한 번 나올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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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확 사흑련에 뒤집어 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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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남궁수아 역시 그 자리에서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던 만큼, 만약 흔적을 찾았다면 당연히 남궁세가에도 무언가 말이 전해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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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은 화산파가 서준 자신이나 춘봉, 남궁수아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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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름 열심히 흔적을 지워둔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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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굳이 진상을 밝히기보다는 사흑련에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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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흑련이 대장군뿐만 아니라 화산파의 장로 역시 암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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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개새끼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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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사흑련의 악행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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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자…! 점창파의 은위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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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세 번째 대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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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2강의 마지막 대련이자 남궁수아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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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다시 한 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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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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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응원에 남궁수아가 쿡쿡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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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세가의 남궁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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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제 키보다도 기다란 검을 품에 안고 연무장 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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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성파의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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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대는 남궁명의 친우인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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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맞은편에 선 청송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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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뵙소, 남궁 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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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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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이 포권하자 남궁수아 역시 마주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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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준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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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이 차이가 얼만데. 건방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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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고민하던 홍안개가 의아한 표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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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둘이 거의 동갑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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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예요. 쟤랑 명이랑 친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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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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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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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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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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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자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장군을 그렇게까지 압도하고- 소리 소문도 없이 하남을 빠져나갈 수 있는 인물은 빙궁주밖에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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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 찔린 서준이 손사레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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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얘기는 나중에 회의에서 하고. 지금은 대련에 집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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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그러지. 다른 경기도 아니고 남궁의 차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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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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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심판의 신호와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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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에 집중하자는 게 아예 핑계까지는 아니었던 만큼, 서준은 연무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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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잡은 것 같다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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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나의 심상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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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손발이 다 근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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