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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6 KiB
Raw Blame History

춘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삐걱대며 고개를 돌리더니, 서늘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너, 이 개새끼….”

“예?”

“어떻게, 이런…. 이, 씹….”

몸을 파들파들 떨던 춘봉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맺혔다.

서준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극대노한 춘봉은 일단 빼액 소리쳤다.

“…개새끼! 뒤져! 그냥 고자나 돼버려라!”

그리고는 우다다 달려 사라졌다.

“뭣…. 야! 김춘뿡…! 너 웨 납쁜말 해…!?”

서준이 그녀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이미 춘봉은 사라진 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아니, 누나. 나 뭐 했어?”

“으음….”

기녀들과 서준을 번갈아 바라보던 남궁수아가 살풋 웃었다.

“글쎄? 그런데 이분들은 손님이셔?”

“그렇지? 하인으로 넣어달라고 청탁이라도 해보려고.”

“후후,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웃으며 서준에게 다가온 남궁수아가 그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숨결이 닿는 거리.

서준이 눈을 굴리자, 살짝 눈을 떠 그 푸른 눈동자를 드러낸 남궁수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평소의 상냥한 웃음이 아니다.

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눈으로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기녀 분들 같은데. 말도 없이 나갔다 오더니 하인으로 쓰겠다 그러고.”

여기서 문제.

말도 없이 외박하고 온 남편이 느닷없이 여인들을 데려와 하인으로 쓰겠다 말했을 때 부인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아.”

깨달은 서준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오해예용.”

오해를 푸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간단한 설명만으로 납득한 남궁수아는 살풋 웃으며 기녀들을 관리자에게 안내했다.

이번에는 평소의 그 상냥한 웃음이 맞았다.

잠깐 쫄았던 서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야 김춘뿡. 너도 들었으면 빨리 돌아오도록.”

서준이 허리에 손을 얹자 멀찍이 숨어서 대화를 엿듣던 춘봉이 쭈뼛쭈뼛 걸어왔다.

오해했다는 걸 깨달은 듯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후후, 계획대로.

서준이 음흉하게 웃었다.

춘봉 거짓말탐지기의 뛰어난 성능이 역으로 안 좋게 작용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기녀들과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백서준이라는 더욱 무시무시한 뒷사정이 숨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춘봉은 표면적인 진실 하나만을 굳게 믿은 채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러니 혼나지 않아도 된다!

서준이 싱글벙글 웃자 춘봉이 쭈뼛댔다.

“아니, 솔직히 오해할 만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고자나 되라니! 이 오빠는 그런 나쁜말을 가르친 적이 없어요!”

“나도 진심은 아니었거든!”

“그래그래, 우리 김춘뿡 착하지.”

“너 그리고 자꾸 별명 좀 늘리지 말라고!”

“그건 아무리 춘부이 부탁이라도 들어줄 수가 없는 부탁이야.”

춘봉이 입술을 댓발 내민 채 서준을 노려보았다.

서준이 씩 웃었다.

“대신 선물 하나 줄게.”

“…뭔 선물.”

“너랑 누나 대련 내일이래.”

“응?”

춘봉이 고개를 가웃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방장스님한테 물어봤지. 물어보니까 알려주던데?”

“진짜? 그렇게 융통성 있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던데.”

“내가 일 하나 해결해줬거든.”

무인들의 내공을 검사할 수 있게끔 물꼬를 틀어준 것.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일들도 있지 않은가.

주철약과의 비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일이 번거롭지 않게 된 것. 또 혜운에게 깨달음을 주어 그의 성장에 일조한 것.

그러니 방장으로서는 대련 일정 하나 알려주는 것 정도야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자신이 일으킨 사고 탓에 생긴 일들이었으나….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서준이 씩 웃었다.

“그러니까 오늘 용봉지회 재끼고 놀러다녀도 돼.”

“오….”

춘봉이 쨥쨥 입맛을 다셨다.

“저번에 못 먹어본 마라빙탕호로가 하나 있는데.”

“…그걸 꼭 먹어야 되겠니?”

“너는 다른 거 먹어. 나만 먹을 거니까.”

“흠.”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봐서.”

춘봉과 남궁수아. 둘과 함께 하남 거리를 탐방하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아…! 이 대협 아니십니까? 그 진기재천….”

“사진. 곤란.”

“예?”

의외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야 주철약과의 비무가 당장 며칠 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 아무래도 초절정 무인에게 말을 거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서준은 마라빙탕호로 하나를 입에 문 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맛있는 거지?”

“내가 맛있을 거라 했지.”

“말이 안 되는데 진짜로.”

일행은 각각 빙탕호로 하나 씩을(춘봉은 양손에 두 개씩 들었다) 든 채 적당한 객잔에 들어서 요리를 시켰다.

“준비는 잘 돼가?”

서준의 말에 남궁수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아마도?”

“오, 뭐야. 이제 슬슬 감이 잡히나 보네?”

남궁수아에게 내줬던 과제가 하나 있다.

심상의 지향점을 찾을 것.

간단히 말해 그냥 스스로의 심상을 찾으라는 소리다.

이미 절정 정도 된 이상 심상의 형태 자체는 잡혀있겠지만, 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표를 찾아야 한다.

여러 갈래의 길에서 헤매지 않도록 도와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이다.

“우리 춘봉이는 저번에 춘봉신공 쓰는 거 보니까 길은 찾은 것 같고.”

“음음. 초절정까지도 금방이지.”

“우리 춘부이 대단해!”

초절정을 목표로 하는 두 여인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고 있자니 음식들이 금방 나왔다.

일행이 자리를 잡은 곳은 객잔의 최상층인 3층이었는데,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 데다 대부분이 무인으로 보였다.

귀찮게 할 사람도 많이 없고, 귀찮게 하더라도 눈 한 번 부라리면 눈치껏 빠져줄 사람들이라는 소리다.

덕분에 편하게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춘봉이 입가에 묻은 기름도 한 번 닦아주고, 뼈 바르기 귀찮다고 들고 뜯어먹는 걸 뺏어와서 뼈도 발라주고, 배부르다고 툴툴대길래 고기 몇 점 더 먹이다보니 시선이 느껴졌다.

“뭐야.”

고개를 돌린 서준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밥 먹으러 왔냐?”

황보준이 묘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서는 황보혜지가 눈을 크게 뜨고 서준과 일행들을 살핀다.

황보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준에게 마주 손을 흔든 뒤, 조심스럽게 황보혜지에게 전음을 보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저 괴물놈 눈에 띄어서 좋을 거 없다.]

[예, 예…?]

[일단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객잔을 나서자꾸나.]

황보준이 황보혜지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황보혜지는 당황한 와중에도 눈치껏 서준과 일행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남궁 소저와 금 소저도요. 저는 황보세가의 혜지라 해요.”

서준이 아는 체를 했다.

“그래, 반갑다 친구야. 명이한테 얘기 들었어.”

“나, 남궁 소협께 말인가요…?”

황보혜지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미래의 제수씨인가?

서준은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황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너는 새끼야. 어? 사람 보고 괴물놈이 뭐냐? 뒤질라고.”

“…무슨 소리지?”

“내가 전음은 못 들을 것 같지?”

아쉽게도 다 들린다.

전음은 결국 공기 대신 내공을 진동시켜 그것을 다이렉트로 상대의 귀에 꽂아넣는 수법.

서준이 엿듣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화경쯤 되면 평범한 전음 정도는 엿듣는 게 어렵지도 않다.

뒷담을 하려면 특수한 방법을 쓰든, 아니면 어디 멀리 가서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뜻이다. 혹은 당당하게 뒷담하고 목이 썰리든가.

“남의…, 얘기를 엿듣는 건 당당한 일이 아니다.”

“뭐라고?”

“…미안하다.”

“확 그냥.”

서준이 주먹을 치켜들자 황보준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에휴, 됐다. 그래서 너네는 무슨 일이냐?”

“조카손녀와 외출하는 게 특이한 일은 아니지.”

“조카손녀?”

서준이 황보준과 황보혜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황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누님의 손녀다.”

“뭣.”

자기 누나의 손녀가 저 정도 나이려면 도대체 황보준은 몇 살이어야 하는 거지?

고민하던 서준은 이내 그만두었다.

어차피 나이 많다고 존대해줄 생각도 없었다.

“뭐…, 그래. 좋은 시간 보내도록.”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다.”

서준이 빤히 바라보자 황보준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 고맙다.”

“그래야지.”

건방진 새끼.

서준이 픽 웃으며 손을 흔들자 황보준과 황보혜지가 적당히 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뭐 세가에 안 좋은 일 있나?

인사하기 전 얼핏 봤을 때 제수씨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던데.

물론 제수씨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신경 써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32강의 마지막 날.

어디 자잘한 비무대회도 아니고 용봉지회쯤 돼서 그런가, 아직 32강조차 끝나질 않았다는 게 놀랍다.

“우리 춘부이 언제 나와.”

서준은 자리에 앉아 툴툴댔다.

춘봉의 순서는 2번째. 이제 막 첫 번째 대련이 시작했으니 이게 끝나야 춘봉의 대련이다.

  • 승자는…!

약 일각(15분) 정도가 지나 첫번째 대련이 끝났다.

진출자는 하북팽가의 팽도진이었다.

팽가의 영역이 사흑련의 영역과 맞닿아있는 만큼 용봉지회에 참가하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팽가의 후기지수 역시 용봉지회에 참가한 모양이다.

‘일부러 후방에 빼놓은 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회의할 때도 팽 뭐시기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딱히 자신이 알 바는 아니었기에 대충 넘겼다.

그리고 드디어 춘봉의 차례.

“춘…, 금희 화이팅!”

서준의 응원에 춘봉이 어딘가 마뜩잖은 표정으로 연무장에 올랐다.

‘금희는 무슨.

춘봉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금희란 이름 역시 애착이 있지만, 오빠만은 자신을 춘봉이라 불러주길 원했다.

춘봉은 상대 무인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방심했다 패배하는 것만큼 꼴사나운 게 또 없다.

마음을 가다듬은 춘봉이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 시작…!

그리고 대련은 채 반의 반 각조차 되지 않아 끝났다.

“뭣.”

기다린 것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끝나버린 대련에 서준은 허무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십육명문의 후기지수가 아니라지만 이렇게까지 금방 끝날 줄이야.

  • …금희! 금희!

  • 멋있다…!

관중들이야 압도적인 대련에 좋아했지만, 영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거참.”

서준은 툴툴대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응원하려고 일어나기까지 했는데.

쩝 입맛을 다신 서준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춘봉의 대련이 끝났으니 수아 누나의 차례가 될 때까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 오늘 회의에서 말이 꽤 나올 것 같긴 한데….

백서준, 또 사흑련.

태산북두로 일컬어지는 소림의 영역이 허무하게 뚫린 것이니만큼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쩌면 종인 그놈 얘기도 이번에 나오려나?

화산파의 장로이자, 사흑련과 손을 잡았으리라 추측되는 그놈.

예전에 서준 자신이 목을 따긴 했지만, 지금까지 희한할 만큼 언급이 없었다.

아마 이번에 주철약과 엮이면서 얘기가 한 번 나올 것 같은데….

‘이것도 확 사흑련에 뒤집어 씌워?

당시 남궁수아 역시 그 자리에서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던 만큼, 만약 흔적을 찾았다면 당연히 남궁세가에도 무언가 말이 전해졌을 터.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은 화산파가 서준 자신이나 춘봉, 남궁수아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아마 나름 열심히 흔적을 지워둔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제 굳이 진상을 밝히기보다는 사흑련에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사흑련이 대장군뿐만 아니라 화산파의 장로 역시 암살했다.

이거 진짜 개새끼들이잖아?

서준은 사흑련의 악행에 혀를 내둘렀다.

  • 승자…! 점창파의 은위룡…!

마침 세 번째 대련이 끝났다.

드디어 32강의 마지막 대련이자 남궁수아의 차례다.

서준이 다시 한 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나 화이팅!”

서준의 응원에 남궁수아가 쿡쿡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남궁세가의 남궁수아!

남궁수아가 제 키보다도 기다란 검을 품에 안고 연무장 위에 올라섰다.

  • 청성파의 청송!

그 상대는 남궁명의 친우인 청송.

남궁수아의 맞은편에 선 청송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또 뵙소, 남궁 소저.”

“반가워요.”

청송이 포권하자 남궁수아 역시 마주 포권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준은 혀를 찼다.

“아니, 나이 차이가 얼만데. 건방지구만.”

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고민하던 홍안개가 의아한 표정을 했다.

“저 둘이 거의 동갑이었을 텐데?”

“뭔 소리예요. 쟤랑 명이랑 친군데?”

“친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어…. 그런 건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서준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 자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장군을 그렇게까지 압도하고- 소리 소문도 없이 하남을 빠져나갈 수 있는 인물은 빙궁주밖에 없거든?”

지레 찔린 서준이 손사레를 쳤다.

“…아니, 그 얘기는 나중에 회의에서 하고. 지금은 대련에 집중하죠?”

“뭐어, 그러지. 다른 경기도 아니고 남궁의 차례이니.”

  • 시작…!

마침 심판의 신호와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대련에 집중하자는 게 아예 핑계까지는 아니었던 만큼, 서준은 연무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감은 잡은 것 같다 했었지?

과연 누나의 심상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손발이 다 근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