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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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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밝아오는 하늘에 창밖을 내다본 무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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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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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밤하늘이 붉게 물들어있다. 저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의 유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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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은 아니다. 무언가 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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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한 황보준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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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나아가는 그의 기감에 여러 무인이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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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의 하남인 만큼 초절정 수준의 무인들이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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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진원지로 향하며 마주친 무인들만 벌써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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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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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 박힌 놈이라면 이 시기의 하남에서 일을 저지를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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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빠르게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황실의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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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담벼락 위에 오른 황보준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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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시뻘건 불꽃. 그것이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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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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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에 어긋난 일이나, 빙공의 고수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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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공으로 일으킨 불꽃이라면 조금 얘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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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뜻하는 바는 둘 사이에 말도 안 되는 격차가 있었다는 것. 혹은 무공이 완전히 파해당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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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황보준은 무언가 익숙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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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얼어붙은 불꽃에서 느껴지는 기운. 맑으면서도 오묘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사기(邪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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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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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곧 확신이 되었다. 북해빙궁의 빙백신공을 눈앞에서 본 적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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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빙궁의 무인은 괴물의 손에 찢겨죽긴 했으나, 빙백신공은 분명 신공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무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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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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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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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의 개봉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개방과, 산동의 제남에 위치한 황보세가는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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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과 홍안개는 서로 안면이 없었지만, 문파의 이름에서 오는 익숙함에 묘한 친밀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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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는 얼어붙은 불꽃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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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봐도 북해빙궁 놈들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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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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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누가 봐도 빙백신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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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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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황실의 별장 주변에 모여든 무인들. 저곳에 있는 빙궁의 무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짧은 시간만에 도망칠 수는 없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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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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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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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탄성에 고개를 돌린 홍안개의 눈에 한 승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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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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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의 방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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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는 당황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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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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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불꽃을 얼려낼 정도의 실력자. 볼 것도 없이 빙궁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무인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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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를 이곳에서 잡아낸다면, 지지부진한 전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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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는 주변의 무인들을 한 번 살핀 뒤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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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우리 중 몇이 저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필 테니, 방장께서는 흉수가 도망칠 수 없도록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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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로 섣불리 진입할 수는 없었다. 저 안에 무슨 수작을 부려두었을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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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가 조용한 것으로 보아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니, 지금은 포위를 유지한 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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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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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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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는 씩 웃으며 주변 무인들 중 안면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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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후배,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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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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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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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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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인 인원이 홍안개까지 넷. 출발하려던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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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기재천 자네 언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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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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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쩌억 하품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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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그를 보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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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 들어갈 건데, 괜찮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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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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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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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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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분 전, 서준은 무인들이 몰려드는 것을 깨닫자마자 월하무영을 펼쳐 건물의 일 층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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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무인들과 별개로 현재 별장 내부에 있는 무인들 역시 난리가 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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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기척이 혼잡스러웠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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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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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서준의 기감에 압도적인 기척이 하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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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일체화된 기세. 그에 더해 불가의 웅혼한 내공. 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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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하면 정말로 좆되리라는 것을 예감한 서준은 신중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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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몰려든 무인들이 담벼락 위에 서 별장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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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숨어있는 정도라면 상관없으나, 저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면 아무리 서준이라도 걸릴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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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더라도 백서준의 모습으로 도망치다 슬쩍 역용술을 풀면 그만이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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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은밀하게 담벼락 아래로 접근한 뒤, 당당하게 월하무영을 풀고 담벼락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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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시간이 지나 무인 하나가 그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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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진기재천이로군. 언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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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장로다. 회의에서 본 얼굴이기에 서준이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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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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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원…. 아, 노부는 무당의 허도라 하네. 무림에서는 과분하게도 태청검군(太淸劍君)이라 불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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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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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알고 말고. 일전의 비무는 잘 보았네. 대단한 실력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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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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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낄낄 웃자 허도 역시 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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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뭐 하나 물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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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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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해식 말이네. 천일양제극화신공을 무력화시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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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요? 그거 왜요? 알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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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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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인들에게 자신이 쓰는 방식의 파해법은 크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황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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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초절정 고수에게 파해법을 알려준다면 황실에 나름 적당한 정도의 엿을 먹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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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에 물었으나, 허도는 즉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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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괜찮네. 자칫 잘못하면 문파 사이에 커다란 마찰이 빚어질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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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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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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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천일양제극화신공을 어떻게 파해한 겐가? 아무리 그래도 황실의 독문무공을 손에 넣었을 리는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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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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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이제 천일양제극화신공을 거의 비슷하게 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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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걸 곧이곧대로 말해주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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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또한 신검금가의 은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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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가의 무공 중 하나인가? 허참. 하기는, 검신 선배라면 그런 무공을 창안하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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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가 껄껄 웃으며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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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축하하네. 금가의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여전히 그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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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사합니다. 우리 춘…, 아니. 희도 좀 어떻게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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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오히려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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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허도진인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주변 무인들도 은근슬쩍 말을 붙여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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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이래도 되나 싶긴 한데, 다들 이 일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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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문파라면 모를까 친하지도 않은 황실의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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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이 발생하자마자 뛰어왔으니 대단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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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홍안개 선배도 오셨네? 저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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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사람이 더 몰리기 전에 슬쩍 자리를 벗어나 홍안개와 황보준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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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자마자 권유당해 별장 내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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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에 선 홍안개가 빠르게 별장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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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무인들의 기감에 무엇도 걸리지 않고 있네. 빙궁의 무인은 현재 별장 내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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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투가 이어지는 중이었다면 정파의 무인들 역시 이렇게 태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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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을 비유하자면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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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내에 숨어있는 빙궁의 무인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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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내에 숨어있는 빙궁의 무인, 이서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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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면 바로 최상층으로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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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자체가 최상층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이니 그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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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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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별장의 무인들에게 물어보니 최상층에는 천양대장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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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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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가 울려퍼지자 무인들이 즉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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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듯이 최상층에 도달한 다섯 명의 무인들은 내부의 참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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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불꽃 사이 일그러진 낯으로 굳어진 천양대장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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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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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혀를 찼다. 다른 무인들 역시 몹시 불편한 표정이 되어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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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정파 무림이 우습게 보인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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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대장군에게 그리 호감이 없었다고는 하나, 사흑련의 종자가 하남까지 기어들어와 정파의 고수를 암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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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의 무인으로서 모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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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는 우선 그들을 진정시키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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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층을 전부 훑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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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이 이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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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건물을 부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면 굳이 찾을 것도 없을 듯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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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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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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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 다르게 머리 좀 쓰는구만! 그래. 그러면 사람들을 내보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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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의 주도 아래 무인들은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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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은 아니었다. 황실 사람들이 반발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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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을 통째로 부수겠다니! 굳이 그럴 필요가 어디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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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은 건물에서 숨바꼭질이라도 할 생각이오? 부수는 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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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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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강제로 내보냈다면 시간이 조금 걸렸겠으나, 다행히 삼황자 주양일이 협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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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것을 따질 시간에 적의 목을 칠 생각이나 해라. 됐으니 건물을 비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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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의 말에 황실의 인원들이 즉시 복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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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과 함께 방에 있던 네 명의 기녀들은 창백한 낯이 되어 중요 부위만을 가린 채 방에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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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은 죽었는데, 기녀들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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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후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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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굉장히 아니꼬워 하는 황실의 인원들이 그녀들을 치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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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 데려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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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녀들을 잘 기억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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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러 왔다가 그 돈이 그대로 노잣돈이 되면 얼마나 뭣 같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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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비에 있는 기루에 떨궈주든, 남궁세가에서 하녀로 쓰든 하면 황실에서도 건드리진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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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정도 챙겨주는 건 숨 쉬는 것과 난이도가 비슷한 만큼 굳이 챙겨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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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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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사람이 홍안개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대장군의 시신도 바깥에 잘 모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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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기감으로 확인해본 결과 건물 안에 남은 사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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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빙궁의 무인이 역용술 따위를 이용해 사람들 틈에 섞여서 빠져나갔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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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은 얼굴과 체형을 바꾸는 무공이지 기운을 바꾸는 무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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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감췄다 하더라도 밖에는 소림의 방장이 있다. 건물을 부숴도 빙궁의 무인을 찾지 못한다면, 그때 한 명 한 명 제대로 기운을 검사해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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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백신공을 운용하려면 내공 자체에 사기를 깃들여야 하기에 숨는 것은 불가능하다.(상식적으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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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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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부수는 건 서준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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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손 위로 음과 양의 기운을 뒤섞어 혼원일월공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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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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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폭발과 함께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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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구덩이 하나만 남은 건물 터. 사람들이 당황한 낯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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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당황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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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디로 사라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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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준 이놈. 신출귀몰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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