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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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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느닷없이 밝아오는 하늘에 창밖을 내다본 무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저건….”

황보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밤하늘이 붉게 물들어있다. 저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의 유동이 느껴졌다.

평범한 일은 아니다. 무언가 일이 터졌다.

직감한 황보준이 몸을 날렸다.

빠르게 나아가는 그의 기감에 여러 무인이 걸려들었다.

이맘때의 하남인 만큼 초절정 수준의 무인들이 상당히 많다.

노을의 진원지로 향하며 마주친 무인들만 벌써 넷.

‘무슨 일이지.

제정신 박힌 놈이라면 이 시기의 하남에서 일을 저지를 리가 없는데.

황보준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빠르게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황실의 별장.

드높은 담벼락 위에 오른 황보준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시뻘건 불꽃. 그것이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어 있다.

‘불꽃을 얼렸다?

이치에 어긋난 일이나, 빙공의 고수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공으로 일으킨 불꽃이라면 조금 얘기가 다르다.

저것이 뜻하는 바는 둘 사이에 말도 안 되는 격차가 있었다는 것. 혹은 무공이 완전히 파해당했다는 것.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황보준은 무언가 익숙함을 느꼈다.

저 얼어붙은 불꽃에서 느껴지는 기운. 맑으면서도 오묘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사기(邪氣).

“북해빙궁…?”

의문은 곧 확신이 되었다. 북해빙궁의 빙백신공을 눈앞에서 본 적이 있기에.

그 빙궁의 무인은 괴물의 손에 찢겨죽긴 했으나, 빙백신공은 분명 신공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무공이었다.

“자네도 왔구먼.”

“홍안개 선배님.”

하남의 개봉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개방과, 산동의 제남에 위치한 황보세가는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황보준과 홍안개는 서로 안면이 없었지만, 문파의 이름에서 오는 익숙함에 묘한 친밀감을 느꼈다.

홍안개는 얼어붙은 불꽃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암만 봐도 북해빙궁 놈들 같은데….”

“선배님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야 누가 봐도 빙백신공 아닌가.”

홍안개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황실의 별장 주변에 모여든 무인들. 저곳에 있는 빙궁의 무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짧은 시간만에 도망칠 수는 없었을 터다.

그때였다.

“어엇…!”

누군가의 탄성에 고개를 돌린 홍안개의 눈에 한 승려의 모습이 보였다.

“방장?”

소림의 방장이 왔다.

홍안개는 당황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잘 됐구만.”

타오르는 불꽃을 얼려낼 정도의 실력자. 볼 것도 없이 빙궁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무인일 터다.

그런 이를 이곳에서 잡아낸다면, 지지부진한 전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패가 될 것이다.

홍안개는 주변의 무인들을 한 번 살핀 뒤 외쳤다.

“방장! 우리 중 몇이 저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필 테니, 방장께서는 흉수가 도망칠 수 없도록 해주시오!”

건물 내부로 섣불리 진입할 수는 없었다. 저 안에 무슨 수작을 부려두었을지 알고?

내부가 조용한 것으로 보아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니, 지금은 포위를 유지한 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 하지.”

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안개는 씩 웃으며 주변 무인들 중 안면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황보 후배,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자네도.”

“예.”

그렇게 모인 인원이 홍안개까지 넷. 출발하려던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띄었다.

“오, 진기재천 자네 언제 왔나?”

“방금이요.”

서준이 쩌억 하품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홍안개가 그를 보며 씩 웃었다.

“저 안에 들어갈 건데, 괜찮겠나?”

“예, 뭐. 갑시다.”

서준이 픽 웃었다.

‘쉽구만.

불과 몇 분 전, 서준은 무인들이 몰려드는 것을 깨닫자마자 월하무영을 펼쳐 건물의 일 층으로 내려왔다.

외부의 무인들과 별개로 현재 별장 내부에 있는 무인들 역시 난리가 난 상태.

그들의 기척이 혼잡스러웠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엇.

그때, 서준의 기감에 압도적인 기척이 하나 느껴졌다.

공간과 일체화된 기세. 그에 더해 불가의 웅혼한 내공. 방장이다.

삐끗하면 정말로 좆되리라는 것을 예감한 서준은 신중하게 움직였다.

우르르 몰려든 무인들이 담벼락 위에 서 별장을 살핀다.

가만히 숨어있는 정도라면 상관없으나, 저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면 아무리 서준이라도 걸릴 위험이 있었다.

걸리더라도 백서준의 모습으로 도망치다 슬쩍 역용술을 풀면 그만이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나?

서준은 은밀하게 담벼락 아래로 접근한 뒤, 당당하게 월하무영을 풀고 담벼락에 기댔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무인 하나가 그를 발견했다.

“음? 진기재천이로군. 언제 왔나?”

무당의 장로다. 회의에서 본 얼굴이기에 서준이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조금 전에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원…. 아, 노부는 무당의 허도라 하네. 무림에서는 과분하게도 태청검군(太淸劍君)이라 불리고 있지.”

“저는 아시죠?”

“그럼. 알고 말고. 일전의 비무는 잘 보았네. 대단한 실력이더군.”

“에이, 뭘요.”

서준이 낄낄 웃자 허도 역시 작게 미소 지었다.

“혹시 뭐 하나 물어도 되나?”

“네.”

“그 파해식 말이네. 천일양제극화신공을 무력화시켰던….”

“그거요? 그거 왜요? 알려드릴까요?”

황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무인들에게 자신이 쓰는 방식의 파해법은 크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황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는 됐다.

무당의 초절정 고수에게 파해법을 알려준다면 황실에 나름 적당한 정도의 엿을 먹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물었으나, 허도는 즉시 거절했다.

“아, 그건 괜찮네. 자칫 잘못하면 문파 사이에 커다란 마찰이 빚어질 걸세.”

아쉬운 일이다.

“그러면요?”

“도대체 천일양제극화신공을 어떻게 파해한 겐가? 아무리 그래도 황실의 독문무공을 손에 넣었을 리는 없을 텐데.”

놀랍게도 손에 넣었다.

서준은 이제 천일양제극화신공을 거의 비슷하게 쓸 줄 알았다.

물론 그걸 곧이곧대로 말해주진 않았다.

“그 또한 신검금가의 은혜겠지요….”

“아, 금가의 무공 중 하나인가? 허참. 하기는, 검신 선배라면 그런 무공을 창안하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겠지.”

허도가 껄껄 웃으며 포권했다.

“아무튼 축하하네. 금가의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여전히 그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군.”

“아, 감사합니다. 우리 춘…, 아니. 희도 좀 어떻게 잘 부탁드려요.”

“물론이지. 오히려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그렇게 허도진인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주변 무인들도 은근슬쩍 말을 붙여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이래도 되나 싶긴 한데, 다들 이 일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문파라면 모를까 친하지도 않은 황실의 문제 아닌가.

심지어 일이 발생하자마자 뛰어왔으니 대단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오, 홍안개 선배도 오셨네? 저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서준은 사람이 더 몰리기 전에 슬쩍 자리를 벗어나 홍안개와 황보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자마자 권유당해 별장 내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선두에 선 홍안개가 빠르게 별장으로 진입했다.

“이 많은 무인들의 기감에 무엇도 걸리지 않고 있네. 빙궁의 무인은 현재 별장 내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만약 전투가 이어지는 중이었다면 정파의 무인들 역시 이렇게 태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비유하자면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별장 내에 숨어있는 빙궁의 무인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별장 내에 숨어있는 빙궁의 무인, 이서준이 말했다.

“어…, 그러면 바로 최상층으로 갈 거예요?”

“습격 자체가 최상층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이니 그래야겠지.”

홍안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방금 별장의 무인들에게 물어보니 최상층에는 천양대장군이….”

  • 자, 장군…!!

비명소리가 울려퍼지자 무인들이 즉시 반응했다.

날 듯이 최상층에 도달한 다섯 명의 무인들은 내부의 참상을 보았다.

얼어붙은 불꽃 사이 일그러진 낯으로 굳어진 천양대장군의 모습.

“설마 했는데.”

홍안개가 혀를 찼다. 다른 무인들 역시 몹시 불편한 표정이 되어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아무래도 정파 무림이 우습게 보인 모양이군…!”

평소에 대장군에게 그리 호감이 없었다고는 하나, 사흑련의 종자가 하남까지 기어들어와 정파의 고수를 암살한 것이다.

정파의 무인으로서 모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홍안개는 우선 그들을 진정시키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일단 여기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층을 전부 훑도록 하지.”

황보준이 이견을 제시했다.

“그냥 이 건물을 부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면 굳이 찾을 것도 없을 듯싶은데.”

“자네….”

홍안개가 손뼉을 쳤다.

“보기와 다르게 머리 좀 쓰는구만! 그래. 그러면 사람들을 내보내도록 하지.”

홍안개의 주도 아래 무인들은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내보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황실 사람들이 반발한 탓이다.

“이 건물을 통째로 부수겠다니! 굳이 그럴 필요가 어디 있소!”

“이 넓은 건물에서 숨바꼭질이라도 할 생각이오? 부수는 게 낫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들을 강제로 내보냈다면 시간이 조금 걸렸겠으나, 다행히 삼황자 주양일이 협조해주었다.

“세세한 것을 따질 시간에 적의 목을 칠 생각이나 해라. 됐으니 건물을 비우도록!”

황자의 말에 황실의 인원들이 즉시 복종했다.

대장군과 함께 방에 있던 네 명의 기녀들은 창백한 낯이 되어 중요 부위만을 가린 채 방에서 뛰쳐나갔다.

대장군은 죽었는데, 기녀들은 살아남았다?

아마 이후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사실을 굉장히 아니꼬워 하는 황실의 인원들이 그녀들을 치울 테니까.

‘갈 때 데려가야겠네.

서준은 그녀들을 잘 기억해두었다.

돈 벌러 왔다가 그 돈이 그대로 노잣돈이 되면 얼마나 뭣 같겠는가.

합비에 있는 기루에 떨궈주든, 남궁세가에서 하녀로 쓰든 하면 황실에서도 건드리진 못할 거다.

이제 그 정도 챙겨주는 건 숨 쉬는 것과 난이도가 비슷한 만큼 굳이 챙겨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없습니다.”

황실 사람이 홍안개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대장군의 시신도 바깥에 잘 모셔두었다.

서준 역시 기감으로 확인해본 결과 건물 안에 남은 사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빙궁의 무인이 역용술 따위를 이용해 사람들 틈에 섞여서 빠져나갔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역용술은 얼굴과 체형을 바꾸는 무공이지 기운을 바꾸는 무공이 아니다.

기운을 감췄다 하더라도 밖에는 소림의 방장이 있다. 건물을 부숴도 빙궁의 무인을 찾지 못한다면, 그때 한 명 한 명 제대로 기운을 검사해보면 그만이다.

빙백신공을 운용하려면 내공 자체에 사기를 깃들여야 하기에 숨는 것은 불가능하다.(상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럼 부술게요?”

건물을 부수는 건 서준이 맡았다.

그는 손 위로 음과 양의 기운을 뒤섞어 혼원일월공을 발휘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커다란 구덩이 하나만 남은 건물 터. 사람들이 당황한 낯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준 역시 당황해 소리쳤다.

“어, 어디로 사라진 거지?”

백서준 이놈. 신출귀몰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