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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파해하는 방식은 일전에 했던 백팔나한진의 파해와 그리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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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백팔나한진은 108명이나 되는 인원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방식이기에 비교적 흐트러뜨리기 쉬우나, 무공의 경우 훨씬 난이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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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공의 작용 자체가 무인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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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부에 간섭을 한다? 그게 가능하면 그냥 기혈을 뒤틀어버리면 된다. 그러면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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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지간히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그런 짓은 불가능하기에, 무공의 경우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을 풀어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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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해 서준은 무공의 초식을 셋으로 나누어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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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形), 의(意), 기(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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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말 그대로 초식의 겉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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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쥐는 방식, 발을 내딛는 방식, 어떻게 검을 휘두를 것이고, 그 다음 동작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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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육신이 취하는 모든 동작을 곧 형(形)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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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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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역시 같다. 기로 인한 모든 작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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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과 혈 사이를 오가는 내공과, 검 위로 뿜어지는 검기, 육신을 강하게 만드는 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기를 이용한 온갖 잡기 역시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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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기로 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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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의(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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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는 곧 형과 기 사이를 잇는, 하나의 무공을 관통하는 거대한 뜻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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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기로써 무공의 전체적인 틀을 만들었다면, 그 사이에 의를 깃들였을 때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무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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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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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전투에서조차 무수한 수가 오가고, 셀 수도 없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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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의 형과 기를 익힌다 하여 어떻게 그 모든 경우에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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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답변이 곧 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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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을 관통하는 거대한 뜻이 있다면, 모든 경우의 수에서 그 의를 뒤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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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의 격이 높아질수록 구결에 뜬구름 잡는 소리가 섞여들어가는 것 역시 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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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몸에 습득한 의는 곧 마음에 깃들어 심상이 되며, 그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무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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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형, 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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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서준이 무공의 파해에 중점적으로 이용하는 요소는 의와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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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이 사용하는 천일양제극화신공의 경우, 형은 대충 검술이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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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준은 검술에 별로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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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빠르게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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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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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으로 태양을 만드니 거대한 힘을 깃들이니 하는 것들이 전부 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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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둘 사이를 잇는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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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양제극화신공의 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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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보았고, 또 의를 통해 기의 작용을 유추, 다시 기의 작용을 통해 의를 유추하는 방식으로 천일양제극화신공의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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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형을 제외한 전부를 보았으니, 그로써 형 역시도 유추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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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쉽다. 보이는 대로 비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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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의 경우 무공 자체를 단순무식하게 쓰는 경향이 있어 더욱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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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무조건 세 초식 안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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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준은 그리 확신하며 황실의 별장을 제 집처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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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방비가 되어있긴 했으나 기껏해야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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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월하무영을 어찌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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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주철약의 기척을 찾아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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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의 기척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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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정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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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은 건지 궁금해지는 높은 건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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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발밑에 눈꽃을 피워 세 번 도약한 뒤, 지붕에 발을 걸고 거꾸로 매달려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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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방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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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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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세히 보니 전혀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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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목구멍에 들이부은 것 같으나, 그의 분노에 동조한 내공이 체내를 내달리며 주독을 모조리 해독한 듯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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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 그러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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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던 여인들이 애써 웃으며 주철약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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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라! 계집년이 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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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철약의 일갈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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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더 떠든다면 주철약의 손에 머리가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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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찬 주철약은 술병 째로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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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술 한 번, 성질 한 번, 다시 술 한 번. 성질 부리는 게 안주 대신이라도 되는 듯 발광을 하던 주철약은 마지막 술병을 비우고서 여인 하나를 침상에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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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주지육림. 아니, 쥬지육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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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무림 포르노는 예상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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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모습을 감탄하며 지켜보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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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한 줄 감상평을 남기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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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초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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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을 절정 그 너머로 인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인들이 초절정에 다다라 눈을 까뒤집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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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주철약은 기절한 여인들을 내버려두고 침상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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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헐벗은 채 난간에 기대더니 창밖을 보며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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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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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대로 둬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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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아직 주화입마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것 같은데,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자멸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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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 그 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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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주철약에게서 살기가 울컥 넘쳐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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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라 했었나…. 보통 연이 아닐 터. 그년을 납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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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오를 듯 말 듯하는 술기운에 치솟는 화를 억누르며 한탄하듯 중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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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알았다. 진기재천과 다시 붙는다 하여 자신에게 승산이 없다는 것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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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해식의 비밀을 파헤치지 못하는 이상 정면에서 꺾는 것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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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꺾을 수 있다 한들, 이미 비무에서 패배한 이상 역풍이 너무 거세게 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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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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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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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금가의 여식. 기껏해야 절정인데다 뒷배라고는 진기재천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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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년을 손에 넣는다면 진기재천도 함부로 못 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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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 계획을 세우던 그때,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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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를 거치며 한서불침(寒暑不侵)에 가까워진 몸뚱어리다. 봄 바람 정도로 추위를 느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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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섬뜩한 감각에 딱딱하게 굳은 목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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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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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살기가 뼈를 깎아낸다. 심장이 얼어붙어 둔해지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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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와 눈을 마주친 주철약이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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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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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을 쳐도 사내는 반응이 없다. 그저 북풍한설보다도 시린 눈매로 주철약을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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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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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눈앞의 사내에게서 황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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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지상의 좌에 앉아 발밑의 민중들을 내려다보는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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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틀렸다. 그런 상냥한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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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는 눈 아래 만인을 벌레로 여기며 독존하는 포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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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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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벌 걸치지 않은 몸. 닥쳐오는 추위에 주철약은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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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그런 그를 무심하게 바라보다, 툭- 발밑의 검을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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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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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잡아챈 주철약이 눈을 떨었다. 사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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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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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사내를 살피면서도 조심스레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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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표면에 스스로의 모습이 비쳤다. 알몸의 사내. 추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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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번쩍 깨어나며 주철약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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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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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사내. 분명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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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 자체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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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만한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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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렇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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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하남이다. 딱 세 수. 그 정도만 버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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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저 자라도 자신을 세 수 안에 꺾지는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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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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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애써 밀어낸 공포를 검에 담아 그대로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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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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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일어난 불꽃이 세상을 살라내며 피어난다. 건물 자체를 집어삼킬 생각으로 펼쳐낸 일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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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맞서 사내는 가볍게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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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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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얼어붙는다. 타오르던 모습 그대로 굳어 차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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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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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하던 주철약이 깨달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벌일 수 있는 인물. 저 특유의 빙공을 보면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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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주…! 궁주가 왜 하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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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주철약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사내의 뒤편, 침상 위에 기절해있는 네 명의 여인. 그들을 바라보다 불쾌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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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섞은 여인조차 소중히 할 줄 모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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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기녀일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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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막지 않았다면 자신의 검에 타죽었겠지만, 기껏해야 기녀들을 신경 써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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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사내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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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어울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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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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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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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급히 몸을 틀며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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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내가 정말로 북해빙궁주라면, 저 손에 닿는 순간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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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저 손만 피해낼 수 있다면…. 그만한 공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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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의 방장이 지원을 오면 이 자리에서 북해빙궁주를 잡아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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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의 과오를 면할 수 있다. 황실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또, 자신의 명예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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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양대장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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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전력을 다했다. 선천진기까지 끌어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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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을 듯 일어난 거대한 화마가 밤하늘을 때아닌 노을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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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그 강맹한 일격에 맞서 다시 한 번 손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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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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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게 휘두른 손짓에 주철약의 검이 튕겨나간다. 건물 전체를 휘감을 듯하던 불꽃 역시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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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이를 악물었다. 견뎌낼 수 있다. 되뇌이며 튕겨나간 검을 전력을 다해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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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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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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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불쑥 나타난 사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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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채지도 못한 사이 그의 손이 가슴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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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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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힘을 쥐어짜내 굳어가는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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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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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움직임은 점점 더뎌질 뿐. 끝내 전신의 대부분이 얼어붙어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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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은 간신히 고개만을 움직여 공포에 질린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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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무심한 눈으로 주철약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다 그 입꼬리가 기괴할 만치 주욱 찢어져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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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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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스스로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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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거둔 손 너머에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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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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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의 두 눈이 부릅 뜨였다. 전신의 핏줄이 불거지고, 실핏줄 터진 눈이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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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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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약이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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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재처어언…!! 이 빌어먹을 새끼가…! 감히…! 감히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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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진짜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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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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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히죽 웃는 것과 동시에, 주철약의 절규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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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얼어붙어 숨이 끊어진 얼음 동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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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눈앞의 누군가를 증오하는 모습이 생동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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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려고 해도 새끼가. 알아서 죽을 자리를 찾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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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얼어붙은 불꽃들 사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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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들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전투 도중 지탄으로 수혈을 점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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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녀들을 바라보던 서준은 창가에 섰다. 밤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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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기대 바깥을 내다보니 야심한 밤치고 거리가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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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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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던 서준이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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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빠져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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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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