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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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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무공을 파해하는 방식은 일전에 했던 백팔나한진의 파해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백팔나한진은 108명이나 되는 인원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방식이기에 비교적 흐트러뜨리기 쉬우나, 무공의 경우 훨씬 난이도가 높다.

일단 무공의 작용 자체가 무인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까닭이다.

그 내부에 간섭을 한다? 그게 가능하면 그냥 기혈을 뒤틀어버리면 된다. 그러면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 테니.

하지만 어지간히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그런 짓은 불가능하기에, 무공의 경우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을 풀어헤쳐야 한다.

그를 위해 서준은 무공의 초식을 셋으로 나누어 구분했다.

형(形), 의(意), 기(氣).

형은 말 그대로 초식의 겉모습이다.

검을 쥐는 방식, 발을 내딛는 방식, 어떻게 검을 휘두를 것이고, 그 다음 동작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서준은 육신이 취하는 모든 동작을 곧 형(形)이라 명명했다.

다음은 기(氣).

이것 역시 같다. 기로 인한 모든 작용을 의미한다.

혈과 혈 사이를 오가는 내공과, 검 위로 뿜어지는 검기, 육신을 강하게 만드는 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기를 이용한 온갖 잡기 역시 이에 속한다.

말 그대로 기로 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意).

의는 곧 형과 기 사이를 잇는, 하나의 무공을 관통하는 거대한 뜻이라 할 수 있겠다.

형과 기로써 무공의 전체적인 틀을 만들었다면, 그 사이에 의를 깃들였을 때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무공이 된다.

당연한 일이다.

한 번의 전투에서조차 무수한 수가 오가고, 셀 수도 없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무공의 형과 기를 익힌다 하여 어떻게 그 모든 경우에 대처할 것인가.

그에 대한 답변이 곧 의다.

무공을 관통하는 거대한 뜻이 있다면, 모든 경우의 수에서 그 의를 뒤따르면 된다.

무공의 격이 높아질수록 구결에 뜬구름 잡는 소리가 섞여들어가는 것 역시 그 탓이다.

그렇게 몸에 습득한 의는 곧 마음에 깃들어 심상이 되며, 그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무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형, 의, 기.

그중에서 서준이 무공의 파해에 중점적으로 이용하는 요소는 의와 기다.

주철약이 사용하는 천일양제극화신공의 경우, 형은 대충 검술이라 보면 된다.

그리고 서준은 검술에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빠르게 포기했다.

다음은 기.

내공으로 태양을 만드니 거대한 힘을 깃들이니 하는 것들이 전부 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둘 사이를 잇는 의.

천일양제극화신공의 심상이다.

여러 번 보았고, 또 의를 통해 기의 작용을 유추, 다시 기의 작용을 통해 의를 유추하는 방식으로 천일양제극화신공의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형을 제외한 전부를 보았으니, 그로써 형 역시도 유추해낼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쉽다. 보이는 대로 비틀면 된다.

주철약의 경우 무공 자체를 단순무식하게 쓰는 경향이 있어 더욱 쉬웠다.

‘이제 진짜 무조건 세 초식 안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백서준은 그리 확신하며 황실의 별장을 제 집처럼 걸었다.

나름 방비가 되어있긴 했으나 기껏해야 별장.

서준의 월하무영을 어찌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서준은 주철약의 기척을 찾아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주철약의 기척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7층 정도 되나.

어떻게 지은 건지 궁금해지는 높은 건물 하나.

서준은 발밑에 눈꽃을 피워 세 번 도약한 뒤, 지붕에 발을 걸고 거꾸로 매달려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

“그 건방진 새끼…!”

주철약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전혀 취하지 않았다.

술을 목구멍에 들이부은 것 같으나, 그의 분노에 동조한 내공이 체내를 내달리며 주독을 모조리 해독한 듯보였다.

“장군님, 그러지 마시고….”

곁에 있던 여인들이 애써 웃으며 주철약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닥쳐라! 계집년이 뭘 안다고!”

하지만 주철약의 일갈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몇 마디 더 떠든다면 주철약의 손에 머리가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다.

혀를 찬 주철약은 술병 째로 술을 들이켰다.

그렇게 술 한 번, 성질 한 번, 다시 술 한 번. 성질 부리는 게 안주 대신이라도 되는 듯 발광을 하던 주철약은 마지막 술병을 비우고서 여인 하나를 침상에 집어던졌다.

그야말로 주지육림. 아니, 쥬지육림일까?

‘오…. 무림 포르노는 예상 못 했는데.

여인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모습을 감탄하며 지켜보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그에 대해 한 줄 감상평을 남기자면….

‘과연 초절정!

여인들을 절정 그 너머로 인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인들이 초절정에 다다라 눈을 까뒤집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주철약은 기절한 여인들을 내버려두고 침상을 벗어났다.

그는 헐벗은 채 난간에 기대더니 창밖을 보며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저대로 둬도 되려나?

보아하니 아직 주화입마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것 같은데,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자멸할 것 같았다.

“…래. 그 계집….”

일순, 주철약에게서 살기가 울컥 넘쳐흘렀다.

“스승이라 했었나…. 보통 연이 아닐 터. 그년을 납치한다면….”

주철약은 오를 듯 말 듯하는 술기운에 치솟는 화를 억누르며 한탄하듯 중얼댔다.

그도 알았다. 진기재천과 다시 붙는다 하여 자신에게 승산이 없다는 것 정도는.

그 파해식의 비밀을 파헤치지 못하는 이상 정면에서 꺾는 것은 힘들다.

아니. 애초에 꺾을 수 있다 한들, 이미 비무에서 패배한 이상 역풍이 너무 거세게 불 터다.

대놓고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 금가의 여식. 기껏해야 절정인데다 뒷배라고는 진기재천밖에 없지 않은가.

그년을 손에 넣는다면 진기재천도 함부로 못 굴지 않을까?

홀린 듯 계획을 세우던 그때,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환골탈태를 거치며 한서불침(寒暑不侵)에 가까워진 몸뚱어리다. 봄 바람 정도로 추위를 느낄 리가 없다.

주철약은 섬뜩한 감각에 딱딱하게 굳은 목을 돌렸다.

“누, 구냐….”

시린 살기가 뼈를 깎아낸다. 심장이 얼어붙어 둔해지는 감각.

사내와 눈을 마주친 주철약이 마른침을 삼켰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호통을 쳐도 사내는 반응이 없다. 그저 북풍한설보다도 시린 눈매로 주철약을 바라볼 뿐이다.

압도된다.

주철약은 눈앞의 사내에게서 황제를 보았다.

만인지상의 좌에 앉아 발밑의 민중들을 내려다보는 지배자.

아니, 틀렸다. 그런 상냥한 존재가 아니다.

이 자는 눈 아래 만인을 벌레로 여기며 독존하는 포식자다.

“크윽…!”

옷 한 벌 걸치지 않은 몸. 닥쳐오는 추위에 주철약은 몸을 떨었다.

사내는 그런 그를 무심하게 바라보다, 툭- 발밑의 검을 걷어찼다.

“무슨….”

검을 잡아챈 주철약이 눈을 떨었다. 사내가 말했다.

“뽑아라.”

주철약은 사내를 살피면서도 조심스레 검을 뽑았다.

검의 표면에 스스로의 모습이 비쳤다. 알몸의 사내. 추한 모습이다.

머리가 번쩍 깨어나며 주철약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후회할 것이다!”

눈앞의 사내. 분명 압도적이다.

이룬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 자체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저 오만한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가.

허나, 그렇다 해도.

이곳은 하남이다. 딱 세 수. 그 정도만 버티면 된다.

아무리 저 자라도 자신을 세 수 안에 꺾지는 못하리라.

“노오옴…!”

주철약은 애써 밀어낸 공포를 검에 담아 그대로 휘둘렀다.

화르륵-!

크게 일어난 불꽃이 세상을 살라내며 피어난다. 건물 자체를 집어삼킬 생각으로 펼쳐낸 일검이다.

그에 맞서 사내는 가볍게 손을 뻗었다.

쩌적-!

불꽃이 얼어붙는다. 타오르던 모습 그대로 굳어 차게 타오른다.

“이건 말도 안…!”

경악하던 주철약이 깨달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벌일 수 있는 인물. 저 특유의 빙공을 보면 뻔한 일이다.

“북해빙궁주…! 궁주가 왜 하남에…!”

사내는 주철약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사내의 뒤편, 침상 위에 기절해있는 네 명의 여인. 그들을 바라보다 불쾌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몸을 섞은 여인조차 소중히 할 줄 모르는군.”

“…한낱 기녀일 뿐이오.”

사내가 막지 않았다면 자신의 검에 타죽었겠지만, 기껏해야 기녀들을 신경 써줄 이유는 없다.

주철약은 사내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었다.

사내는 어울려주지 않았다.

곧장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손을 뻗었다.

“빌어먹을!”

주철약은 급히 몸을 틀며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저 사내가 정말로 북해빙궁주라면, 저 손에 닿는 순간 끝난다.

허나 저 손만 피해낼 수 있다면…. 그만한 공이 또 없다.

소림의 방장이 지원을 오면 이 자리에서 북해빙궁주를 잡아낼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의 과오를 면할 수 있다. 황실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또, 자신의 명예 역시도.

“나는…! 천양대장군이다…!”

주철약은 전력을 다했다. 선천진기까지 끌어다 썼다.

하늘에 닿을 듯 일어난 거대한 화마가 밤하늘을 때아닌 노을로 물들였다.

사내는 그 강맹한 일격에 맞서 다시 한 번 손을 휘둘렀다.

쩌엉-!

간결하게 휘두른 손짓에 주철약의 검이 튕겨나간다. 건물 전체를 휘감을 듯하던 불꽃 역시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주철약은 이를 악물었다. 견뎌낼 수 있다. 되뇌이며 튕겨나간 검을 전력을 다해 내리찍었다.

허나.

“아….”

눈앞에 불쑥 나타난 사내의 모습.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 그의 손이 가슴에 닿았다.

“아, 안 돼…!”

주철약은 힘을 쥐어짜내 굳어가는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쩌저적-!

하지만 그 움직임은 점점 더뎌질 뿐. 끝내 전신의 대부분이 얼어붙어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주철약은 간신히 고개만을 움직여 공포에 질린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무심한 눈으로 주철약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다 그 입꼬리가 기괴할 만치 주욱 찢어져 올라간다.

“흐….”

사내가 스스로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이내 거둔 손 너머에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있었다.

“너, 너는…!”

주철약의 두 눈이 부릅 뜨였다. 전신의 핏줄이 불거지고, 실핏줄 터진 눈이 붉게 물들었다.

주화입마.

주철약이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진기재처어언…!! 이 빌어먹을 새끼가…! 감히…! 감히이이……!!!”

“이번에는 진짜 잘 가라.”

쩌적-!

서준이 히죽 웃는 것과 동시에, 주철약의 절규가 멈췄다.

완전히 얼어붙어 숨이 끊어진 얼음 동상 하나.

마지막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눈앞의 누군가를 증오하는 모습이 생동감 있다.

“살려주려고 해도 새끼가. 알아서 죽을 자리를 찾아가네.”

서준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얼어붙은 불꽃들 사이를 걸었다.

기녀들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전투 도중 지탄으로 수혈을 점한 까닭이다.

잠시 그녀들을 바라보던 서준은 창가에 섰다. 밤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린다.

창틀에 기대 바깥을 내다보니 야심한 밤치고 거리가 소란스럽다.

몰려드는 무인들.

내려다보던 서준이 낄낄 웃었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빠져나갈까.”

방법이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