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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장로이자 신검금가의 전승자.
느닷없는 비무 소식에 몰려든 사람들은 사내의 소개를 듣고 웅성댔다.
저 젊어보이는 사내가 남궁세가의 장로라는 것도 믿기 어려운데, 신검금가의 전승자는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허나 검은 무복 위로 은은히 빛나는 황룡을 보고 있으면 그의 말을 의심할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신분보다도 저 신기(神技)가 더욱 놀라웠다.
얇은 의복 위로 저런 세세한 문양을 유형화시켜 고정한다니.
“황실의 천양대장군 주철약이다.”
심지어 사내의 반대편에 선 중년인은 무려 황실의 대장군이란다.
사람들이 웅성댄다.
소림의 방장이 허공을 걸어 드높이 섰다.
“소림의 방장, 덕성이오.”
방장? 그 소림사의 방장?
방장은 어지간해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용봉지회를 주관하는 것조차 소림의 장로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방장이?
슬슬 관중들의 머리가 이 상황을 이해하기를 버거워했다.
“본래 치렀어야 할 대련은 하루를 미루게 되었소. 다만 후배들에게 조언하건대, 모든 심력을 다하여 비무를 지켜보도록 하시오. 그 어디에 가도 이런 수준의 비무는 다시 보기 힘들 테니.”
방장의 말에 모든 후기지수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춘봉과 남궁수아, 남궁명 역시 별다른 말 없이 곧 치러질 비무에 집중했다.
“그러면 알아서 시작하시오.”
방장은 말을 마치고 허공에서 연무장을 내려다보았다.
성의 없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이게 당연한 일이다.
저 정도 수준의 무인들에게 있어 시작 신호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연히 서준과 주철약 모두 불만 따위 없었다.
스릉-, 둘 모두 검을 뽑아든 채 서로를 주시한다.
먼저 발을 뗀 것은 주철약이었다.
쿵-!
진중한 걸음이 땅에 새겨진다. 동시에 그가 말없이 치켜든 검을 내리찍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의미 없이 사라지고, 주철약의 검에서 뿜어져나온 태양과도 같은 검강이 연무장을 찍어눌렀다.
콰아아아앙────────!!!
폭발하듯 뿜어져나오는 열기가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흐아악…!”
“주, 죽는…!”
기겁한 민중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방장은 말없이 오른손으로 허공을 지그시 눌렀다.
우웅-
불가의 기운이 내려앉으며 연무장 바깥으로 뻗어져 나오는 불길을 사그라뜨린다.
안도하는 민중들.
방장은 그들에게 관심을 두는 대신,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비무를 지켜보았다.
콰앙-!
주철약의 공세가 이어진다.
그의 검은 패도적인 기운을 담고 끝없이 상대를 압도했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 건방지게 입을 놀려…!”
그의 검이 그리는 궤적마다 불꽃이 피어나고, 그에 맞서 서준은 바쁘게 검을 휘둘렀다.
카강-!
주철약의 검을 쳐낸 서준이 허공에 뛰어올라 검을 내찔렀다.
주철약은 그를 비웃었다. 고작해야 이 정도.
쩌엉-! 손목을 돌려 검을 넓게 휘두르니 서준의 검이 튕겨나간다.
주철약이 즉시 몸을 앞으로 밀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화악-!
타오르는 불꽃. 수평으로 새겨지는 궤적. 서준이 다시 한 번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카앙-!
쳐낸 검의 궤도가 살짝 틀어진다. 허나 약간 모자라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카앙-!
그 과정은 찰나의 순간 이루어졌다.
카강, 하고 하나로 겹치는 소리.
검을 두 번 튕겨내니, 그제야 주철약의 검이 크게 궤적을 벗어났다.
허나 주철약은 웃었다.
흐름 자체를 가져온 것은 그였기에.
또, 대련이 시작한 이후 그 흐름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기에.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역시 아직 대장군을 상대하기에는 일렀던 모양이오.”
“저런 싹이 꺾이는 것은 너무 아쉬운데.”
만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는 것.
자존심 높은 초절정의 무인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드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바.
혹여 오늘의 경험이 심마가 되어 저 젊은 사내가 꺾여버리는 것은 아닐까, 몇몇 이들이 걱정했다.
패진광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지?’
주철약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저 핏덩이가 저렇게 몰릴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반격을 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평소대로라면 자기 심장이 꿰뚫리더라도 칼부터 뻗고 볼 놈이.
하긴. 원래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든 놈이다.
이럴 때는 해결법이 있었다.
금가의 여식. 핏덩이 놈이 춘봉이라 부르는 아이의 반응을 살피면 된다.
안력을 돋워 관중 사이로 보이는 춘봉의 표정을 살피자, 과연.
‘뭔가 꿍꿍이가 있긴 한가 보구만.’
걱정 반, 어이없음 반.
춘봉이 이상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예상처럼 춘봉은 서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저 표정은….’
상대를 철저히 농락할 때나 짓는 표정이다.
남들이 볼 때는 그냥 진지한 표정으로 보이겠지만, 춘봉은 알았다.
저 새끼 저거 분명 사고 하나 거하게 칠 예정이다.
“쥐새끼처럼 도망치지 마라!”
주철약이 쿵! 발을 내리찍으며 어깨를 내민다. 갑주에 둘러싸인 어깨는 그 자체로 흉기.
서준이 뒤로 물러나자 주철약이 허리를 뒤틀었다.
단단히 디딘 발이 축이 되고, 허리를 거쳐 팔, 끝내 검으로 힘이 전달된다.
천일양제극화신공이 극성으로 운용되며 주철약의 전신이 태양처럼 타올랐다.
구우우웅──────────
터무니없는 힘을 품은 일격이 서준을 덮친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일부 무인들이 탄식했다.
“저런…!”
제대로 맞는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터.
이변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화악-!
서준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주철약의 검이 엉뚱한 곳으로 치솟는다.
뿐만 아니라 천일양제극화신공으로 발현된 태양이 맥없이 픽 꺼졌다.
“……!”
주철약이 눈을 부릅 뜬 순간, 서준이 웃었다.
“황실 무공도 뭐 별거 없네.”
서준의 검 위로 황금빛 검강이 타오른다.
“헛소리!”
주철약이 재빨리 검을 거두며 몸을 회전시켰다. 동시에 땅에 고정한 발을 축으로 다시 한 번 검을 내찌른다.
곧게 찔러지는 검끝에 태양이 떠올랐다.
피하거나 흘려낼 수 없는 일격.
주철약은 검을 내찌르며 이후의 수싸움을 계산했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일이었다.
피익-
태양이 맥도 추지 못하고 사그라든다.
동시에 주철약의 검을 휘감은 서준의 검이 회전했다.
씨잉-! 두 검이 갈리며 불똥이 튀고, 주철약의 팔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일격이 완벽히 흘려내진 것이다.
“저건…!”
무당의 장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파해식…! 천일양제극화신공의 파해식이라고…!?”
단순히 검을 흘린 게 아니다.
무공의 이치를 꿰뚫어, 그 근본부터 무너뜨린 것이다.
모든 문파가 경계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문파의 무공이 파해되는 순간, 그 문파의 전력은 급감한다.
허나 역설적으로 그것은 대부분의 문파가 그리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야 파해식을 만드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파해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무공을 낱낱이 알아야 하며, 파해식을 다루는 사람이 상대 무인을 깊숙이 꿰뚫어야 한다.
수준이 낮다면 모른다. 무공의 형(形)을 꿰뚫는다면 파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준이 높아질수록 무공은 단순한 칼질이 아니게 된다. 무공의 형을 알더라도 막거나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정상이다.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무공이요, 그 안에 깃든 심상이다.
파해식은 몇 번 검을 나눈다고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주철약 역시 직감했다. 방금의 일격이 완벽히 파해당했다고.
이를 악문 그가 천일양제극화신공을 십성으로 발휘했다.
거대한 불길을 머금은 검이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진다.
“너 같은 놈은 알려줘도 못 쓰는 사술이지.”
서준은 태연하게 대응했다.
검에 황룡을 휘감아 올려친다.
주철약의 전신으로 뻗어나가는 내공, 휘둘러지는 검의 궤적, 그의 심상, 천일양제극화신공이 발휘하는 공능.
이미 꿰뚫었다.
주양일과 주철약은 무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서준의 앞에서는 그러면 안 됐다.
황룡파천(黃龍破天).
아가리를 쩍 벌린 황룡이 태양을 짓씹어 삼킨다.
다시 한 번 팔이 크게 위로 튕겨나간 주철약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쩌억-!
그런 그의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
주철약이 떨리는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이, 건방진 놈이…!”
뺨을 때려? 이 주철약을 이렇게 무시할 수는 없다.
분노가 한계를 깨부순다.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하고, 곧장 공격으로 이었다.
주철약의 검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맹한 기세를 품고 휘둘러졌다.
‘됐다…!’
직감했다. 평생 펼친 일검 중 가장 훌륭한 일검이다.
이대로 저놈의 목을 벤다.
완벽한 궤적으로 휘둘러진 검이 서준의 목으로 짓쳐들었다.
그리고 서준의 입가에 비웃음이 깃들었다.
“안 된다고.”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이 뻗어진다. 겁도 없이 검로를 가로막고, 그대로 움켜쥔다.
턱-
서준의 손에 잡힌 검. 주철약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서준이 입꼬리를 찢어올렸다.
“병신.”
쩌억-!
또 한 번 뺨을 얻어맞은 주철약이 비틀댄다.
쩌억-!
다시 한 대.
휘청인 주철약이 곧장 자세를 바로 잡았다.
“으아아아…!”
눈이 뒤집힌 그의 전신에서 천일양제극화신공의 불꽃이 터져나온다.
내상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저놈을 죽인다.
그 일념으로 단전을 혹사시켰다.
“죽여버리겠다!”
겉으로 흘러나오던 열기가 주철약의 몸에 완벽히 수렴한다.
붉게 달아오른 눈.
시뻘겋게 물들어 환하게 빛나는 검이 지배자의 위엄을 품고 떨어져내린다.
“…발전이 없네.”
서준이 혀를 찼다.
“이제 재미도 없다.”
서준의 몸 위로 황룡의 형상이 어린다. 기다란 몸으로 서준을 휘감은 황룡이 아가리를 벌리고,
째앵-!
주철약의 검을 짓씹어 부쉈다.
“어, 떻게….”
서준은 대답 대신 주철약의 머리칼을 붙잡았다.
“한심한 새끼.”
콰앙-!
연무장 바닥에 내리꽂힌 주철약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의 머리를 짓밟은 서준이 다리에 힘을 주며 서늘하게 웃었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