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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 아니고 뭐. 어디 가는데.”
춘봉이 짐을 잔뜩 싸들고 있는 서준을 보며 물었다.
“음…. 외박?”
“어떤 년이랑.”
“아마 놈일걸?”
“음…. 그건 쉽지 않은데.”
용봉지회의 본선까지 남은 시간은 이 주.
서준이 판단하기에 그 정도면 혈오문까지 갔다 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당장 실행에 옮기는 편이 좋다.
자꾸 깔짝거리면서 귀찮게 하는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둔다?
아마 나중에 분명 후회할 일이 생길 터였다.
시간 날 때 미리 조져둘걸…, 하고.
“우리 춘부이. 오빠 없어도 잘 잘 수 있지?”
“못 잔다 하면 안 갈 거야?”
“그렇지?”
“뭣.”
예상과 다른 대답에 살짝 당황한 춘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 잘 자니까 그냥 빨리 갔다 와. 사고 좀 치지 말고.”
“넹.”
“언니한테 인사는 했어?”
“이제 하려고.”
“짐은? 어디 멀리 가는 거면 먹을 거랑, 잘 때 덮을 거, 예비 신발, 은자에…, 물도 많이 챙겨야 되고, 또….”
“아니, 엄마! 금방 갔다 올 거라고!”
“나는 너만 보면 그냥 걱정이 돼. 이 새끼가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칠까 하고.”
“너무해요….”
사실 사고 비슷한 거 치러 가는 거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닌가?
문파 하나 지우는 정도는 그렇게까지 큰 사고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어차피 전쟁 중인 진영의 문파 아닌가.
사고가 아니라 공적을 세우는 셈이다.
그래도 춘봉이 걱정할 테니 대충 얼버무렸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고, 위험하지도 않을 테니까 잘 먹으면서 볼살 찌우고 있어.”
“지랄.”
흥, 콧김을 내쉰 춘봉이 서준을 노려보았다.
“거기 가는 거지? 혈오문.”
“뭣! 어떻게 알았지!”
“지가 저번에 지우니 뭐니 했으면서 뭐라는 거야.”
“아, 맞다.”
에휴, 춘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니가 각 보이니까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냅다 튀고. 알았지? 저번에 보니까 엄청 빠르더만.”
“당연하지. 어지간한 화경도 나는 못 잡을 듯?”
“자만하다가 일 내지 말고.”
“내가 또 한 겸손 하지.”
“…너 그냥 가지 마라.”
“아잉.”
냅다 춘봉의 머리를 마구 헝클인 서준이 후다닥 달려 도망쳤다.
“금방 갔다 올게…!”
춘봉도 마지못해 손을 흔들었다.
“진짜 조심해라! 확 그냥 내가 쳐들어가서 찾아오기 전에!”
지인들에게 어디 좀 다녀온다고 인사를 돌린 뒤, 별장을 나서 가볍게 땅을 박찼다.
허공을 딛고 몇 번 도약하니 구름이 곁을 스친다.
그쯤에서 멈춰선 서준은 지도를 꺼내들었다.
“흠.”
나침반을 지도 위에 두고 대충 방향을 가늠해보면….
“이쪽 맞겠지?”
아무리 그래도 방향 하나 못 잡을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다.
그냥 북북서 방향으로 쭉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틀리면 뭐…. 관광이나 한 번 하고 오는 거고.
‘맞겠지 뭐.’
의지를 세우자 딛고 있던 발밑의 매화가 분열한다. 각각 음과 양.
이내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니,
콰아아앙────────!!!
전신이 짓눌리는 듯한 압력과 함께 세상이 선처럼 늘어진다.
이미 음속은 돌파한 지 오래.
십 분쯤 혼원보를 유지하다보니 슬슬 감이 잡힌다.
‘장인어른이 분명….’
이런 식으로 했던가?
사아악-
서준이 손날을 세워 나아갈 경로의 공기를 갈라냈다.
그러자 압력이 줄어듦과 동시에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진다.
그리고 곧장 다시금 마주치는 공기의 벽.
콰아아아앙────────!!!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찝찝함과 함께 서준이 혀를 찼다.
‘오케이. 이건 화경 찍고 나서로 미뤄두고.’
나아갈 경로의 공기를 계속 베어내는 건 아직 좀 빡세다.
계속 팔을 휘두르고 있어야 될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귀찮지 않은가.
대신 자세를 바꿨다.
어차피 공중에서 나는 게 전부이니 허공에 엎드렸다.
그 상태로 전신을 감싼 호신강기의 형태를 조금 변형시킨다.
공기역학은 기본적인 상식 정도밖에 모르니 최적의 형태 따위 모르지만, 대충 탄환이나 비행기의 몸체를 떠올리며 유선형의 형태를 잡았다.
양력이니 뭐니 몰라도 된다.
그런 건 몸이 무식해서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이들의 고충인 바.
아무튼 빠르게 날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
콰아아앙────────!!!
다시 한 번 혼원보를 펼치니 과연, 전보다 조금 낫다.
자세가 안정되니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압력이니 속도니 하는 건 둘째치고, 이제는 나는 것과 동시에 지도와 나침반을 살필 정도는 됐다.
겉을 둘러싼 호신강기 덕분이다. 호신강기로 둘러싸인 공간은 압박 탓에 답답하긴 해도 바람이 불진 않는다.
“엇, 좆될 뻔.”
그렇게 날면서 나침반을 살피니 모르는 새 방향이 약간 틀어져 있었다.
중원 미아 한 명 늘어날 뻔했네.
즉시 시정한 서준은 이후로 조심하며 한참을 날았다.
그렇게 슬슬 해가 기울어 하늘이 붉게 물들었을 즈음.
“흠.”
뭔가 이상함을 느낀 서준이 땅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어디지…?”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혼원보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호신강기를 유지하는 데 드는 내공 소모가 엄청나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내공이야 실시간으로 채우면 되니까.
호신강기의 형태를 유선형으로 유지하려면 내공과 더불어 심력 소모도 심하다?
그것도 문제 없다. 내공 좀 다루는 데 피곤하다는 건 서준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혼원보의 문제는 그런 시시한 찐빠 따위가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사용하는 사람이 멍청하면 길을 잃기 쉽다는 점이었다.
“아니, 뭐지 진짜.”
서준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지도를 살폈다.
‘남궁세가 별장이 여기 있으니까….’
이동 경로를 따라 대충 손가락을 움직인다.
혈오문을 향해 일직선.
그러다 도중에 방향이 약간 틀어졌다는 걸 깨달았었다.
‘그러면 여기서 살짝 왼쪽으로.’
얼마 안 있어 방향이 틀어졌다는 걸 깨닫고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니 다시 이쯤에서 북북서로 방향을 틀면….
“아하.”
조금 더 왼쪽으로 온 거구나?
당연한 깨달음을 얻은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여기서 혈오문까지 가려면 일단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아야 한다.
잘못 왔다는 건 알겠는데 얼마나 잘못 왔는지를 모르니까.
아마 꽤 많이 잘못 왔을 것 같은데….
서준이 벌떡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사소한 찐빠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혼원보는 은밀과는 거리가 먼 경공.
자칫 잘못하면 화경쯤 되는 무인의 이목을 끌 수도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땅에서 달리는 편이 나을 터.
기감을 펼친 서준이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렸다.
그러자 얼마 달리지 않아 곧 한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충 보기에는 의외로 멀끔하다.
사흑련의 영역이라 뒷골목과 비슷한 풍경일 줄 알았더니, 의외로 정파의 영역과 별 차이가 없다.
‘하긴. 당연한 건가.’
양민들에 대한 취급이 정파와 다르다고는 해도 일단 자신들이 사는 구역 아닌가.
그런 곳을 돼지우리처럼 내버려두지는 않을 터.
사람을 가축처럼 다룬다?
가축들도 마구간이니 돼지우리니 하는 저들의 집이 있고, 나름 죽지 않게끔 주인이 잘 돌봐주기도 한다.
키우는 목적에 따라 도축을 하는 일도 있기야 하겠지만, 기분 나쁘다고 가축을 냅다 죽여버리는 일은 드물다.
물론 무림인 놈들 하는 꼬라지를 봐서는 그렇게 드물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나름의 질서는 있는 곳인 듯 보였다.
대충 납득한 서준은 암중밀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잠영술을 펼쳐 도시로 잠입했다.
적당히 사람 많은 곳에 도착한 뒤에는 잠영술을 풀고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그냥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까?’
고민하다 일단 객잔처럼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부에는 드문드문 사람이 있었다.
“…어, 어서 오십시오.”
안에 들어서니 객잔 주인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서준의 허리춤에 걸린 검을 발견한 탓이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서준은 대충 이곳의 분위기를 깨달았다.
예의를 차리기 보다는 오만한 무림인 행세가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았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오만한 무림 꼰대 연기? 서준의 전문분야다.
“주인장.”
“예, 예.”
“혈오문이 여기서 먼가?”
“혈오문…, 말씀이십니까…? 이름은 들어봤지만 위치까지는 잘….”
주인이 쩔쩔매고 있자 뒤에서 비웃음이 들려왔다.
“버러지 주제에 문파 위치까지 알고 있을 리가 있나.”
서준이 뒤를 돌아보자 한 무리의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 중 하나가 픽 웃으며 말했다.
“거기 너, 혈오문은 왜 찾는 거지?”
“가야 하니까 묻지 다른 이유가 있겠나?”
“그러니까 그 목적을 묻는 거다.”
사내의 동료들 역시 서준을 빤히 바라본다.
문파 위치 좀 물어볼 수도 있지, 왜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말해주면 안내라도 해줄 건가?”
“바란다면.”
뭣. 진짜 해준다고? 그냥 친절한 청년이었나?
서준이 멀뚱히 바라보자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저 멍청한 얼굴 좀 봐라!”
“범인 주제에 칼이라도 차니 무인이 된 것 같나 보지?”
“겁도 없는 놈이군.”
사내들은 저들끼리 웃어대더니, 이내 그들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나 서준에게 다가왔다.
“뭐, 웃기긴 했으니 팔 한 짝 다리 한 짝으로 봐주마.”
그리고서는 냅다 검을 뽑아들고 휘두른다.
서준은 깨달았다.
“아하.”
이 모자란 놈들이 자기들 감각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자 그냥 양민이 칼 차고 돌아다니는 줄 알았나 보다.
고수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는 없으니 나름 합당한 추론이긴 했다.
틀린 건 유감이지만.
쩌저적-!
검을 휘두르던 사내의 팔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 어어…?”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사내. 서준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쩌억-!
사내의 몸이 부웅 날아가 객잔 구석에 처박혔다.
사내의 동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서준을 바라본다.
서준이 픽 웃었다.
“보는 눈이 그리 없어서야. 오래 살긴 글렀군.”
“누, 누구…, 십니까?”
“예의가 없구나.”
서준이 손을 털자 기다란 얼음 송곳이 입을 연 사내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기겁한 사내가 냅다 엎드렸다.
“서, 선배님의 존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래. 허락하마.”
“감사합니다…!”
사내가 쿵쿵 바닥에 머리를 찧는다.
사흑련 친구들이 리액션은 좋은 편인가 보다.
“나는 북해빙궁의 백서준이라 한다.”
“부, 북해빙궁…? 하지만 빙궁의 고수는 전원이 여인이라고….”
“말대꾸?”
“죄, 죄송합니다!”
“니가 빙궁을 잘 알까 내가 빙궁을 잘 알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선배님!”
“잘 아네. 한 번은 봐주마.”
북해빙궁의 초절정 고수 백서준이 씩 웃었다.
“그러면 이제 안내해라.”
내비게이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