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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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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예선에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무인들이 모이게 된다.

그 기준을 높게 잡아 어중간한 이들은 예선에 발조차 들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수가 수천에 다다를 정도다.

이립(30세) 이하의 무인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에 그 정도로 수준 높은 고수들이 많다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 년에 한 번 열리는 커다란 행사이다 보니 중원 전체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무엇보다 그 치들의 나이가 이립을 넘었는지 넘지 않았는지 구분할 방도가 없다.

결국 적당히 겉모습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햇볕 아래서 몸을 굴리는 게 업인 무인의 특성상 겉늙은 이들이 꽤 많다.

대문파의 귀하신 분들과 달리 대다수의 무인들에게 가속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립을 넘은 이들도 은근슬쩍 용봉지회에 참가하고는 했다.

‘나는 이립이 되지 않았으나 워낙 고생을 많이 해 얼굴이 삭았소!

그리 말하면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사실 신경 쓰는 사람도 그닥 많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이들은 죄다 어중이떠중이밖에 없으니까.

무공이란 곧 사람을 죽이는 기술.

무공을 통해 도를 좇는 이들도 있지만, 비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필히 사람을 상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보니 결국 수준이 높은 이들은 어떻게든 이름이 알려지게 돼있다.(은거고수에게 사사하여 산골짜기에 틀어박혀 있던 게 아닌 이상.)

그렇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무인은 나이를 속이는 것이 힘든 만큼, 나이를 속인 자들은 대부분 본선까지만 가도 죄다 걸러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겨….”

춘봉은 그런 이들 사이에서 눈을 감은 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푸석푸석한 무인들 사이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앳된 여인 하나.

눈에 띄지 않으려야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디 대문파 사람인가?”

“그렇겠지, 뭐. 저 피부 뽀얀 것 좀 보게.”

“너무 어리지 않아?”

“대문파 놈들처럼 영약을 퍼마시면 나도 저 나이 때 네놈 정도는 단칼에 썰었겠다.”

“허풍이 심하군.”

춘봉은 전부 무시했다.

주위에서 떠들어대는 말 따위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다.

  • 무인들이 전부 도착한 연무장의 시험관들은 속히 예선을 진행하시오!

커다란 목소리와 동시에, 춘봉이 속한 연무장의 시험관이 무인들을 한데 모았다.

“아미타불…. 소승은 13번 연무장의 시험관을 맡은 혜벽이라 합니다.”

혜벽은 무인들에게 예선전의 규칙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20명이 한 연무장에서 동시에 대련을 치르고, 그중 살아남은 2명만이 다음 예선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여럿이 대련을 치르는 만큼 변수가 많을 터. 병장기의 날을 무디게 만들어 사상자를 줄이고자 한다.

그럼에도 급소에 맞으면 즉사할 수 있으니 살초는 엄금.

혹여 고의적으로 살초를 펼치는 것이 발각되면 즉시 소림에서 제재할 것이며, 강도 높은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외에 다른 규칙은 없다.

협조 부탁드린다.

가만히 듣던 춘봉이 눈을 떴다.

‘희한한 규칙이네.

단체로 대련을 한다거나, 병장기의 날을 무디게 만든다거나.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방식이다.

병장기의 날을 무디게 하는 것은 주최하는 곳이 소림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단체로 대련?

아무래도 용봉지회를 길게 끌고 싶진 않은 듯하다.

전쟁 도중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대충 납득한 춘봉이 무뎌진 검날을 혜벽에게 보이고 연무장에 들어섰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스무 명의 무인들이 연무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몇몇은 서로 눈짓을 주고 받으며 작전을 세우기도 했다.

혜벽은 막을 생각이 없었다. 규칙 내에서 벌이는 일이라면 막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실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이후에 떨어진다.

혜벽은 그들을 눈으로 한 번 훑고, 이내 선언했다.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여섯쯤 되는 무인들이 춘봉을 향해 달려든다.

20명 중 진출할 수 있는 인원은 2명.

대문파의 일원으로 보이는 이를 피해 남은 한 자리를 노리는 대신, 일단 힘을 합쳐 강적을 제거한 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싸우겠다는 계산이었다.

“무인이라는 놈들이….”

춘봉은 한숨을 내쉬며 검을 뽑아들었다.

여섯 중 넷은 검, 하나는 창, 하나는 권각.

통, 가벼운 도약과 함께 춘봉의 신형이 무인들을 향해 나아간다.

“막아!”

“파고들면 골치 아파진다!”

가장 먼저 주먹이 날아든다.

춘봉은 웅크려 피하며 발을 끌었다.

촤악-!

미끄러지듯 파고든 신형이 무인들 한가운데서 불쑥 솟는다.

주변은 온통 검.

청운신검을 쓸 것도 없다. 검이 작게 원을 그리자 네 개의 검이 서로 얽힌다.

“어엇…!”

당황하는 무인들. 눈앞에는 창수 하나.

서로 편을 먹는다면 가장 골치 아픈 게 창인 만큼, 춘봉은 곧장 달려들었다.

“칫…!”

숨소리와 함께 창이 쏘아진다. 노리는 곳은 어깨.

먼저 자리를 선점한 검이 틀어진다.

카각-!

검면을 타고 미끄러진 창이 허공을 꿰뚫었다.

“일단 하나.”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장법.

“크억…!”

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무인이 저 멀리 날아간다.

손을 턴 춘봉이 삐죽 웃었다.

“쉽네.”

“어린 년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무인 하나가 달려든다.

합공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단독 행동? 고마울 따름이다.

춘봉의 검이 준비동작도 없이 쏘아졌다.

“헙…!”

기겁한 무인이 재빨리 고개를 틀었다.

쉭-!

턱을 스치는 검. 허나 춘봉은 웃었다.

“둘.”

퉁! 손목을 튕겨 검면으로 턱을 후린다.

내가중수법이 더해져 뇌가 흔들린 무인이 그대로 토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남은 넷은 신중해졌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뒤로 빠진다.

어차피 한시적인 동맹. 다른 사람이 먼저 나서주길 기대하는 심리가 뻔하다.

춘봉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서로 눈치만 보는 사이, 기습적으로 파고든 춘봉이 네 무인 사이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조금은 보여주는 게 낫겠지.

청운신검을 알아보는 자가 있다면 조금씩 소문이 퍼질 터.

그편이 본선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힐 때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춘봉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네 무인은 눈을 빛냈다.

자만에 빠져 공중에 떠오른 지금이 기회다.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이들인 만큼, 순식간에 펼쳐진 초식들이 서로 겹치지 않고 춘봉의 전신을 노린다.

그리고 청운신검이 펼쳐졌다.

운류청천(雲流淸天).

이서준은 대충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데 쓰는 것 같지만, 운류청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춘봉의 검이 구름처럼 가볍게 흘렀다.

검이 셋. 주먹이 하나.

그 흐름 사이로 파고든 검이 자연스럽게 물길을 이끈다.

“어…?”

“조심…!”

퍼버벅-!

운류청천의 흐름에 이끌린 공격들이 아군을 후려친다.

주먹에 맞아 자빠지고, 뭉뚝한 검에 찔려 토악질을 해대고, 무릎이 꺾여 비명을 지른다.

가까스로 피해낸 적수공권의 무인 하나만이 경악을 토해냈다.

“어, 어떻게…!”

“잘.”

춘봉이 삐죽 웃으며 검면으로 무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억…!”

이걸로 여섯. 마무리.

“히히.”

삐죽삐죽 입꼬리를 올린 춘봉이 주변을 훑었다.

아직 예선전은 끝나지 않았다.

보고 있나, 이서준. 이 금춘봉의 실력을…!

춘봉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서준과 닮아있었다.

“와! 우리 춘봉이 잘한다!”

서준은 사람들 사이에서 방방 뛰며 춘봉을 응원했다.

천하제일귀 금춘봉의 화려한 데뷔 무대!

합공하는 무인 여섯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뒤 남은 무인들을 향해 달려드는데, 그 모습이 마치 포악한 다람쥐 같다.

하지만 무지몽매하기 짝이 없는 군중들의 관심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와아아아…!”

“과연 무당이로다!”

무혜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람 하나가 날아간다.

묵빛 검기가 물처럼 흘러 태극을 그리고, 태극에 휘감긴 병장기며 사람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이 과연 화려하긴 하다.

허나 그뿐이다.

검에 담긴 묘리의 깊이를 볼 줄 안다면 춘봉이의 운류청천에 감탄했어야 한다.

진의를 보지 못하고 껍데기의 화려함에 환호하는 우민들.

보는 눈이 없어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니, 그 쓸모없는 눈을 당장 파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이 사람들이!”

서준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사내 하나의 고개를 강제로 돌렸다.

“무당 같은 거보다 저게 더 대단한 거라니까요?”

“무당 같은 거라니! 어디 경을 칠 소리를! 이거 못 놔!?”

사내가 발버둥치자 서준이 어깨동무로 그를 제압했다.

“아니, 저거 안 보여요? 검술이 그냥. 어? 저 검기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 그렇습니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와, 지금 봤어요? 단순히 유검만 있는 게 아니라 쾌와 패의 묘리가 적절하게 섞여서…!”

“마, 맞습니다!”

반강제로 얻어낸 동의는 그닥 기쁘지 않았다.

결국 예선이 끝나갈 때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당의 대단함에 대해 떠들어댔다.

간혹 춘봉의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화려함이 덜했던 탓인지 그 비중이 높진 않았다.

“이래서 무공 보는 눈이 없는 것들은….”

새삼 절정 미만은 인간이 아닌 비인간이라는 이론에 공감하게 된다.

확 죄다 붙잡고 계몽시켜버려?

서준이 혀를 차고 있으니, 어느새 대련을 마친 춘봉이 당당하게 걸어왔다.

“어이, 봤냐?”

“우리 춘봉이! 봤지!”

“그래그래. 청운신검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잘 배우도록.”

기고만장해진 모습을 보니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서준은 우민들을 용서했다.

아무튼 춘봉이가 좋다니 됐다.

“그러면 예선 다 끝난 거야?”

“아니. 한 번 걸렀으니까 이제 일 대 일로 조금 더 거르겠지.”

“그래?”

“아니, 이 새끼. 너 뭐 들었냐?”

춘봉이 설명하길,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인원은 총 64명이란다.

하지만 이미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에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 예선에서 올라갈 수 있는 인원은 그보다 적다.

그들, 십육명문에서 내보낼 수 있는 최대 인원은 각 문파 당 2명씩 해서 최대 32명.

만약 32개의 자리 중 십육명문에서 20개의 자리를 채우면, 남은 12개의 자리와 32개의 자리를 합쳐 44명이 예선에서 본선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래? 어렵네.”

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니, 잠깐. 근데 쟤는 그럼 왜 여기 있는 거지?”

무당의 무혜.

바로 본선부터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야 모르지.”

“어이가 없네 진짜.”

서준이 툴툴댔다.

“확 그냥 예선에서 우리 춘부이랑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바로 탈락인데.”

“아마 그럴 일은 없을걸?”

“뭣. 자신 없는 거냣…!”

춘봉이 중지를 척 치켜들었다.

“그게 아니라, 대진표를 그렇게 안 짤걸? 보통 눈에 띄는 사람들은 서로 떼어놓지.”

“그거 조작 아니야?”

“누가 뭐라 할 건데.”

“아하.”

하긴. 소림이 조작 좀 하겠다는데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그리고 과연, 춘봉과 무혜는 몇 번의 예선을 더 치르는 동안 서로 만나는 일 없이 각각 본선에 진출했다.

둘 모두 수준 차이를 보여주듯 압도적인 경기를 치르니, 그들의 경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당의 무혜와, 이름도 모르는 신예 고수.

화산의 비무 대회를 기억하는 한 무인이 무면설검이라는 별호를 입에 담자 그 별호가 곧 춘봉의 이름처럼 퍼져나갔다.

자연히 화제가 된 주제는 둘 중 누가 더 강한가였다.

“그야 당연히 무당파지.”

“무면설검도 예사롭지 않던데?”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내 장담함세. 둘이 붙으면 십 초 내로 무면설검이 패배할 걸세.”

“하긴 그렇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혜의 승리를 점쳤다.

듣던 서준은 확 엎어버릴까 고민했으나, 곧 춘봉이 직접 증명할 것이었기에 참았다.

아무튼 그렇게 별다른 이변 없이 본선 진출.

“싱겁구만.”

춘봉은 당당하게 64명의 무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무공을 선보이지도 않았다.

춘봉의 성장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어서, 솔직히 십육명문 출신도 몇몇이 아니면 대부분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선은 이 주 뒤라 그랬지?”

“어.”

퉁명스레 대답한 춘봉이 잔뜩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돈했다.

서준에게 격렬하게 축하당한 흔적이었다.

“근데 너 뭐 어디 가냐? 뭔 짐이야?”

“아, 별건 아니고.”

“별건 아니고 뭐. 어디 가는데.”

춘봉이 짐을 잔뜩 싸들고 있는 서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음…. 외박?”

“어떤 년이랑.”

“아마 놈일걸?”

“음…. 그건 쉽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