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07 lines
12 KiB
Markdown
307 lines
12 KiB
Markdown
|
||
북해빙궁에는 여타 칠사흑문과 같이 대대로 궁주에게만 전해져내려오는 무공이 하나 존재한다.
|
||
|
||
북명신공이다.
|
||
|
||
이는 간단히 말해 흡성대법의 상위 호환격 되는 무공이라 할 수 있다.
|
||
|
||
정확히 말하자면 흡성대법이 북명신공을 어설프게 베껴낸 것에 불과하다.
|
||
|
||
온갖 잡스러운 기운을 속에 담아 언젠가 탈이 나게 되는 흡성대법과 달리, 북명신공은 흡수한 상대의 진기를 모조리 빙백신기로 물들인다.
|
||
|
||
북해빙궁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바로 이 북명신공을 빼놓을 수 없다.
|
||
|
||
북명신공의 주된 공능 중 하나는 내공을 손실 없이 타인에게 전수하는 것.
|
||
|
||
이를 통해 북해빙궁주는 선대 궁주들이 쌓아온 막대한 양의 진기를 스스로의 몸뚱이에 담게 된다.
|
||
|
||
그렇다면 내공의 대부분을 전수해준 선대 궁주는 어찌 되는가?
|
||
|
||
후대에게 넘겨주는 것은 단순한 내공이 아닌 선대 궁주가 쌓아올린 스스로의 진기.
|
||
|
||
그것을 통째로 넘겨주는 이상, 깨달음 자체는 화경의 그것이나 몸뚱이는 삼류의 것으로 돌아가게 된다.
|
||
|
||
“호오, 내공으로 늘었던 수명이 본래대로 돌아오며 즉사하는 게 아니고?”
|
||
|
||
“크응…. 뭔 소리냐. 어찌 되었건 이미 젊어진 몸이다. 노화가 조금 빠르다고는 하나 수명 자체는 범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
||
|
||
당연하지만 화경의 깨달음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적은 양의 진기로 빠르게 경지를 올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
|
||
|
||
‘물론 뜻대로 되진 않겠지.’
|
||
|
||
후대에게 대부분의 진기를 넘겨줄 때 정과 기가 크게 상할 것이다. 다시 화경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다시 화경에 닿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터.
|
||
|
||
‘정리하면 이런 느낌인가.’
|
||
|
||
소궁주가 화경에 오를 때, 혹은 화경에 오른 뒤 당대의 궁주가 북명신공을 통해 대대로 쌓여온 진기를 전수한다.
|
||
|
||
궁주는 경지를 잃고 삼류의 수준으로 돌아가며, 소궁주가 정식으로 궁주의 위에 오른다.
|
||
|
||
“모든 진기를 전수한 궁주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다. 거의 한평생을 빙궁에 갇혀살다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지.”
|
||
|
||
당연하지만 모든 궁주가 자신의 진기를 후대에게 물려주진 않았다.
|
||
|
||
기나긴 빙궁의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경지를 잃는다는 두려움에 진기를 고스란히 품은 채 빙궁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
||
|
||
당연히 그때마다 빙궁이 크게 휘청였다. 허나 지금까지 맥을 이어온 것을 보면 어떻게 잘 해결하긴 한 모양.
|
||
|
||
‘이 여자는 진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고.’
|
||
|
||
백설향의 내공량은 서준이 봐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단순히 양만 따지자면 수마 녹소평보다도 많지 않을까?
|
||
|
||
“뭐, 대충 알겠소.”
|
||
|
||
아무튼 백설향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거다.
|
||
|
||
빙궁은 진기를 제외하면 빙궁주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이다.
|
||
|
||
스스로의 내부에 물려받은 진기를 품고 있는 이상 궁주는 빙궁을 수호할 의무가 있으며, 백설향 자신은 그 수호에 실패했다.
|
||
|
||
애지중지 가꾸던 빙궁이 개작살이 나버렸으니 이제 그냥 다 좆같다. 나도 궁주 자리는 후대에게 물려주고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 남자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일만 했는데 이 꼴이 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
||
|
||
그런데 당장 빙궁에서 다음 화경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네가 빙궁주 자리 안 맡아주면 나 확 파업해버린다?
|
||
|
||
“이런 말이잖소.”
|
||
|
||
“무, 무엄하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
||
|
||
이제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질질 짜는 걸 멈춘 백설향이 다시 슬쩍 의자에 걸터앉았다.
|
||
|
||
서준은 그녀를 짠한 표정으로 보았다. 춘봉의 절맥 때문에 북해빙궁에는 악감정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게 북해빙궁의 소행도 아니었지 않은가?
|
||
|
||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봤을 때 흉수는 빙궁이 아닌 멸신회일 확률이 높았다.
|
||
|
||
‘사흑련이랑 전쟁 중이라 일단 적이 맞긴 한데….’
|
||
|
||
적이고 뭐고 얘는 그냥 뭔가 짠하다. 몇백 년 묵은 화경이 질질 짜는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
||
|
||
“커흠…!”
|
||
|
||
서준의 시선에 헛기침한 백설향이 이제 와서야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
||
|
||
“뭐, 아무튼 전부 시험이었다. 내 목숨을 노리고 돌아온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만큼 빈틈을 보였음에도 속셈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
||
|
||
“으음, 그런 셈 쳐주지.”
|
||
|
||
“닥쳐라…!”
|
||
|
||
의자의 팔걸이를 쿵쿵 두드린 백설향이 서준을 노려보았다.
|
||
|
||
“어쨌든 네가 수상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
||
|
||
“그래서?”
|
||
|
||
“빙백신공과 북명신공은 어디서 배운 거지? 만약 선대 중 하나가 네게 무공을 전수했다 한들 빙정이 없다면 두 무공은 대성할 수 없어.”
|
||
|
||
‘되던데.’
|
||
|
||
딱히 변명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서준은 그냥 뻔뻔하게 나갔다.
|
||
|
||
“비밀이오.”
|
||
|
||
“흐음….”
|
||
|
||
백설향은 입술을 삐죽이며 서준을 노려보았다. 그녀라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
||
|
||
어찌 되었든 저 백서준이라는 놈이 지난 신녀 사태 때 빙궁의 수호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고(감정적으로 어땠는지를 떠나서),
|
||
|
||
주화입마의 여파도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상태라 당장 저놈이 음흉한 속내를 드러낸다고 한들 충분히 대처할 자신이 있었다.
|
||
|
||
‘어쨌든 빙궁을 지키려는 의지도 있어 보이고, 북명신공도 익히고 있다.’
|
||
|
||
사내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일단 화경에 오르지 않았는가.
|
||
|
||
‘설령 뭔가 꿍꿍이가 있다 한들, 뭐 어떻게든 되겠지.’
|
||
|
||
사실 백설향은 이제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
||
|
||
“그래, 비밀로 하고 싶다면 그리 해라.”
|
||
|
||
“그거 고맙군.”
|
||
|
||
“아무튼 너는 소궁주다.”
|
||
|
||
백설향이 손가락으로 서준을 한 번, 자신을 한 번 가리켰다.
|
||
|
||
“그리고 나는 궁주지.”
|
||
|
||
“그래서?”
|
||
|
||
“명령이다. 북해에서 마물이 기승을 부려 양민들의 피해가 크니, 네가 그 마물을 처리해라.”
|
||
|
||
“싫은데.”
|
||
|
||
“이익…!”
|
||
|
||
백설향이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서준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물었다.
|
||
|
||
“그보다 혹시, 멸신회라고 알고 있소?”
|
||
|
||
“알 게 뭐냐!”
|
||
|
||
“똑바로 대답해주면 도와주지.”
|
||
|
||
“…잘 모른다. 멸신회라니? 너무 노골적인 이름이라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군.”
|
||
|
||
이 여자, 놀라울 정도로 도움이 안 된다. 서준이 턱을 긁적였다.
|
||
|
||
‘일단 물어나 볼까?’
|
||
|
||
질문을 통해 백설향이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별 문제는 없다.
|
||
|
||
힘이 생긴 만큼 이전에 비해 조심해야 할 것이 훨씬 줄어든 까닭이다.
|
||
|
||
“그러면 혹시 금가의 멸문에 대해서는 뭐 아는 것 없소?”
|
||
|
||
“없지.”
|
||
|
||
“하나도?”
|
||
|
||
“금가와 빙궁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는 아느냐?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 게 뭐냐.”
|
||
|
||
“그곳에서 빙백신공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 같은데.”
|
||
|
||
“뭐라…? 또!? 이번에는 어떤 씹어먹을 년이…!”
|
||
|
||
백설향이 길길이 날뛴다. 나름의 고민 끝에 물어본 건데, 정말 하나도 아는 게 없는 모양이다.
|
||
|
||
서준이 애써 한숨을 참으며 물었다.
|
||
|
||
“짐작가는 것도 없고?”
|
||
|
||
“그건 있지.”
|
||
|
||
돌연 백설향이 서준을 보았다. 방금까지의 난리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차가운 시선이다.
|
||
|
||
‘화경 중에 멀쩡한 놈이 얼마 없네.’
|
||
|
||
서준이 묘한 눈으로 백설향을 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
||
|
||
“북해빙궁은 그 특성상 전대 고수가 타 문파에 비해 적다.”
|
||
|
||
전대 궁주가 그 다음 세대의 궁주에게 모든 진기를 물려주는 까닭이다.
|
||
|
||
“또한 궁 자체가 폐쇄적인 탓에 외부에 빙궁의 무인이 나도는 일도 거의 없지.”
|
||
|
||
빙궁의 무인은 어지간하면 빙궁 내에서 삶을 마감한다. 외유를 나간다 해도 북해 인근이 대부분.
|
||
|
||
“금가에서 발견된 흔적이 빙백신공이 확실하다면…, 아마 빙궁에서 추방당한 놈일 것이다.”
|
||
|
||
“추방이라….”
|
||
|
||
“그 전에, 빙백신공이 확실한 것이냐? 비슷한 음한지기를 다루는 무공이 없는 것도 아니잖으냐.”
|
||
|
||
만약 그렇다면 후보가 크게 늘어난다. 빙궁에서 갈라져나간 방계 문파라거나, 아예 관련이 없는 타 문파라거나.
|
||
|
||
“아니, 빙백신공이 확실하다는 모양이오.”
|
||
|
||
“다른 단서는? 그놈이 사내라거나.”
|
||
|
||
“모르오. 흉수 중 하나가 빙백신공을 사용했다, 그게 전부지.”
|
||
|
||
“그걸로 뭔 놈의 흉수를 찾겠다고.”
|
||
|
||
백설향이 코웃음을 쳤다.
|
||
|
||
‘때릴까?’
|
||
|
||
서준이 고민했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백설향이 말을 이었다.
|
||
|
||
“허나 금가의 멸문에 관여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가 추방된 일은 드물다.”
|
||
|
||
빙궁의 전대 고수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선 그 경우를 제외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한 놈이다.
|
||
|
||
“삼백 년 전, 너와 같이 사내의 몸으로 빙백신공을 대성한 놈이 하나 있었지.”
|
||
|
||
“흐음….”
|
||
|
||
그러면 일단 그놈을 붙잡고 물어보면 되려나? 서준이 물었다.
|
||
|
||
“놈에 대한 단서는?”
|
||
|
||
“…비밀이다.”
|
||
|
||
“궁주, 그리 애새끼처럼 굴지 마시오.”
|
||
|
||
“무, 무엄하다! 궁주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
||
|
||
백설향이 씩씩댔지만, 그렇다고 손을 쓰지는 않았다. 괜히 손속을 나눴다가 주화입마가 다시 도지기라도 하면 그녀만 손해다.
|
||
|
||
“세 번!”
|
||
|
||
“음?”
|
||
|
||
“빙궁의 일을 세 번만 도와주면 전력을 다해 네게 협조하마.”
|
||
|
||
서준이 눈가를 좁혔다.
|
||
|
||
“이유를 묻지도 않고?”
|
||
|
||
“물으면, 답해줄 것이냐?”
|
||
|
||
“그건 아니지.”
|
||
|
||
“그럴 줄 알았다.”
|
||
|
||
“하아….”
|
||
|
||
무슨 땡깡 피우는 애새끼를 보는 것 같다. 이딴 게 몇백 년을 살아온 화경?
|
||
|
||
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
||
|
||
‘어라. 잠시만.’
|
||
|
||
혹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이미지인가? 그건 좀 그런데….
|
||
|
||
얼떨결에 거울치료의 효과를 몸소 깨달은 서준이 혀를 찼다.
|
||
|
||
“그래서, 첫 번째 일은 그 북해의 마물을 처리하면 되는 건가?”
|
||
|
||
“그래. 일이 끝나면 보고해라.”
|
||
|
||
백설향은 말을 마치고 거대한 의자에 드러눕듯 기댔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듯했다.
|
||
|
||
“뭐 하느냐? 빨리 안 움직이고.”
|
||
|
||
“…궁주, 싸움 잘 하오?”
|
||
|
||
“오호, 반역이냐?”
|
||
|
||
백설향의 눈이 빛났다. 서준은 혀를 찼다.
|
||
|
||
“됐소. 갔다 오지.”
|
||
|
||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거나, 도움이 안 되면 꿀밤이라도 실컷 때려주면 그만이다.
|
||
|
||
서준이 빙궁을 나섰다.
|
||
|
||
*
|
||
|
||
서준은 전해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마물이 출몰한다는 바다 인근에 도착했다.
|
||
|
||
‘원래 이 부근에 바다가 있던가?’
|
||
|
||
지구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봤지만,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
||
|
||
원래 중원과 중국의 지형은 비슷할 뿐 같진 않다. 얘기를 들어보면 중원 자체가 하나의 대륙인 것 같기도 하고.
|
||
|
||
‘나중에 우주에서 한 번 살펴볼까.’
|
||
|
||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입맛을 다신 서준이 바다 한가운데 선 채로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
|
||
|
||
“빨리 끝내자, 친구야.”
|
||
|
||
이상향. 그 드넓은 세계 속 하나의 요소만을 불러낸다.
|
||
|
||
영역의 이름을 구태여 입에 담는 것은 이미지의 구체화에 더불어 말에 담긴 힘을 이용하기 위함이니, 이런 일 역시 가능하다.
|
||
|
||
영역의 국소전개. 이상향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에 이름을 부여한다.
|
||
|
||
“팔한지옥(八寒地獄).”
|
||
|
||
쩌저저저적─────────!!!
|
||
|
||
바다가 희게 얼어붙는다. 새하얀 입김을 흘리던 서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
||
|
||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