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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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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북해빙궁에는 여타 칠사흑문과 같이 대대로 궁주에게만 전해져내려오는 무공이 하나 존재한다.

북명신공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흡성대법의 상위 호환격 되는 무공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흡성대법이 북명신공을 어설프게 베껴낸 것에 불과하다.

온갖 잡스러운 기운을 속에 담아 언젠가 탈이 나게 되는 흡성대법과 달리, 북명신공은 흡수한 상대의 진기를 모조리 빙백신기로 물들인다.

북해빙궁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바로 이 북명신공을 빼놓을 수 없다.

북명신공의 주된 공능 중 하나는 내공을 손실 없이 타인에게 전수하는 것.

이를 통해 북해빙궁주는 선대 궁주들이 쌓아온 막대한 양의 진기를 스스로의 몸뚱이에 담게 된다.

그렇다면 내공의 대부분을 전수해준 선대 궁주는 어찌 되는가?

후대에게 넘겨주는 것은 단순한 내공이 아닌 선대 궁주가 쌓아올린 스스로의 진기.

그것을 통째로 넘겨주는 이상, 깨달음 자체는 화경의 그것이나 몸뚱이는 삼류의 것으로 돌아가게 된다.

“호오, 내공으로 늘었던 수명이 본래대로 돌아오며 즉사하는 게 아니고?”

“크응…. 뭔 소리냐. 어찌 되었건 이미 젊어진 몸이다. 노화가 조금 빠르다고는 하나 수명 자체는 범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연하지만 화경의 깨달음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적은 양의 진기로 빠르게 경지를 올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

‘물론 뜻대로 되진 않겠지.

후대에게 대부분의 진기를 넘겨줄 때 정과 기가 크게 상할 것이다. 다시 화경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다시 화경에 닿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터.

‘정리하면 이런 느낌인가.

소궁주가 화경에 오를 때, 혹은 화경에 오른 뒤 당대의 궁주가 북명신공을 통해 대대로 쌓여온 진기를 전수한다.

궁주는 경지를 잃고 삼류의 수준으로 돌아가며, 소궁주가 정식으로 궁주의 위에 오른다.

“모든 진기를 전수한 궁주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다. 거의 한평생을 빙궁에 갇혀살다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지.”

당연하지만 모든 궁주가 자신의 진기를 후대에게 물려주진 않았다.

기나긴 빙궁의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경지를 잃는다는 두려움에 진기를 고스란히 품은 채 빙궁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그때마다 빙궁이 크게 휘청였다. 허나 지금까지 맥을 이어온 것을 보면 어떻게 잘 해결하긴 한 모양.

‘이 여자는 진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고.

백설향의 내공량은 서준이 봐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단순히 양만 따지자면 수마 녹소평보다도 많지 않을까?

“뭐, 대충 알겠소.”

아무튼 백설향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거다.

빙궁은 진기를 제외하면 빙궁주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이다.

스스로의 내부에 물려받은 진기를 품고 있는 이상 궁주는 빙궁을 수호할 의무가 있으며, 백설향 자신은 그 수호에 실패했다.

애지중지 가꾸던 빙궁이 개작살이 나버렸으니 이제 그냥 다 좆같다. 나도 궁주 자리는 후대에게 물려주고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 남자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일만 했는데 이 꼴이 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당장 빙궁에서 다음 화경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네가 빙궁주 자리 안 맡아주면 나 확 파업해버린다?

“이런 말이잖소.”

“무, 무엄하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이제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질질 짜는 걸 멈춘 백설향이 다시 슬쩍 의자에 걸터앉았다.

서준은 그녀를 짠한 표정으로 보았다. 춘봉의 절맥 때문에 북해빙궁에는 악감정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게 북해빙궁의 소행도 아니었지 않은가?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봤을 때 흉수는 빙궁이 아닌 멸신회일 확률이 높았다.

‘사흑련이랑 전쟁 중이라 일단 적이 맞긴 한데….

적이고 뭐고 얘는 그냥 뭔가 짠하다. 몇백 년 묵은 화경이 질질 짜는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커흠…!”

서준의 시선에 헛기침한 백설향이 이제 와서야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뭐, 아무튼 전부 시험이었다. 내 목숨을 노리고 돌아온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만큼 빈틈을 보였음에도 속셈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으음, 그런 셈 쳐주지.”

“닥쳐라…!”

의자의 팔걸이를 쿵쿵 두드린 백설향이 서준을 노려보았다.

“어쨌든 네가 수상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래서?”

“빙백신공과 북명신공은 어디서 배운 거지? 만약 선대 중 하나가 네게 무공을 전수했다 한들 빙정이 없다면 두 무공은 대성할 수 없어.”

‘되던데.

딱히 변명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서준은 그냥 뻔뻔하게 나갔다.

“비밀이오.”

“흐음….”

백설향은 입술을 삐죽이며 서준을 노려보았다. 그녀라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찌 되었든 저 백서준이라는 놈이 지난 신녀 사태 때 빙궁의 수호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고(감정적으로 어땠는지를 떠나서),

주화입마의 여파도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상태라 당장 저놈이 음흉한 속내를 드러낸다고 한들 충분히 대처할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빙궁을 지키려는 의지도 있어 보이고, 북명신공도 익히고 있다.

사내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일단 화경에 오르지 않았는가.

‘설령 뭔가 꿍꿍이가 있다 한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사실 백설향은 이제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래, 비밀로 하고 싶다면 그리 해라.”

“그거 고맙군.”

“아무튼 너는 소궁주다.”

백설향이 손가락으로 서준을 한 번, 자신을 한 번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궁주지.”

“그래서?”

“명령이다. 북해에서 마물이 기승을 부려 양민들의 피해가 크니, 네가 그 마물을 처리해라.”

“싫은데.”

“이익…!”

백설향이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서준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물었다.

“그보다 혹시, 멸신회라고 알고 있소?”

“알 게 뭐냐!”

“똑바로 대답해주면 도와주지.”

“…잘 모른다. 멸신회라니? 너무 노골적인 이름이라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군.”

이 여자, 놀라울 정도로 도움이 안 된다. 서준이 턱을 긁적였다.

‘일단 물어나 볼까?

질문을 통해 백설향이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별 문제는 없다.

힘이 생긴 만큼 이전에 비해 조심해야 할 것이 훨씬 줄어든 까닭이다.

“그러면 혹시 금가의 멸문에 대해서는 뭐 아는 것 없소?”

“없지.”

“하나도?”

“금가와 빙궁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는 아느냐?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 게 뭐냐.”

“그곳에서 빙백신공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 같은데.”

“뭐라…? 또!? 이번에는 어떤 씹어먹을 년이…!”

백설향이 길길이 날뛴다. 나름의 고민 끝에 물어본 건데, 정말 하나도 아는 게 없는 모양이다.

서준이 애써 한숨을 참으며 물었다.

“짐작가는 것도 없고?”

“그건 있지.”

돌연 백설향이 서준을 보았다. 방금까지의 난리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차가운 시선이다.

‘화경 중에 멀쩡한 놈이 얼마 없네.

서준이 묘한 눈으로 백설향을 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북해빙궁은 그 특성상 전대 고수가 타 문파에 비해 적다.”

전대 궁주가 그 다음 세대의 궁주에게 모든 진기를 물려주는 까닭이다.

“또한 궁 자체가 폐쇄적인 탓에 외부에 빙궁의 무인이 나도는 일도 거의 없지.”

빙궁의 무인은 어지간하면 빙궁 내에서 삶을 마감한다. 외유를 나간다 해도 북해 인근이 대부분.

“금가에서 발견된 흔적이 빙백신공이 확실하다면…, 아마 빙궁에서 추방당한 놈일 것이다.”

“추방이라….”

“그 전에, 빙백신공이 확실한 것이냐? 비슷한 음한지기를 다루는 무공이 없는 것도 아니잖으냐.”

만약 그렇다면 후보가 크게 늘어난다. 빙궁에서 갈라져나간 방계 문파라거나, 아예 관련이 없는 타 문파라거나.

“아니, 빙백신공이 확실하다는 모양이오.”

“다른 단서는? 그놈이 사내라거나.”

“모르오. 흉수 중 하나가 빙백신공을 사용했다, 그게 전부지.”

“그걸로 뭔 놈의 흉수를 찾겠다고.”

백설향이 코웃음을 쳤다.

‘때릴까?

서준이 고민했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백설향이 말을 이었다.

“허나 금가의 멸문에 관여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가 추방된 일은 드물다.”

빙궁의 전대 고수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선 그 경우를 제외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한 놈이다.

“삼백 년 전, 너와 같이 사내의 몸으로 빙백신공을 대성한 놈이 하나 있었지.”

“흐음….”

그러면 일단 그놈을 붙잡고 물어보면 되려나? 서준이 물었다.

“놈에 대한 단서는?”

“…비밀이다.”

“궁주, 그리 애새끼처럼 굴지 마시오.”

“무, 무엄하다! 궁주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백설향이 씩씩댔지만, 그렇다고 손을 쓰지는 않았다. 괜히 손속을 나눴다가 주화입마가 다시 도지기라도 하면 그녀만 손해다.

“세 번!”

“음?”

“빙궁의 일을 세 번만 도와주면 전력을 다해 네게 협조하마.”

서준이 눈가를 좁혔다.

“이유를 묻지도 않고?”

“물으면, 답해줄 것이냐?”

“그건 아니지.”

“그럴 줄 알았다.”

“하아….”

무슨 땡깡 피우는 애새끼를 보는 것 같다. 이딴 게 몇백 년을 살아온 화경?

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잠시만.

혹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이미지인가? 그건 좀 그런데….

얼떨결에 거울치료의 효과를 몸소 깨달은 서준이 혀를 찼다.

“그래서, 첫 번째 일은 그 북해의 마물을 처리하면 되는 건가?”

“그래. 일이 끝나면 보고해라.”

백설향은 말을 마치고 거대한 의자에 드러눕듯 기댔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듯했다.

“뭐 하느냐? 빨리 안 움직이고.”

“…궁주, 싸움 잘 하오?”

“오호, 반역이냐?”

백설향의 눈이 빛났다. 서준은 혀를 찼다.

“됐소. 갔다 오지.”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거나, 도움이 안 되면 꿀밤이라도 실컷 때려주면 그만이다.

서준이 빙궁을 나섰다.

서준은 전해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마물이 출몰한다는 바다 인근에 도착했다.

‘원래 이 부근에 바다가 있던가?

지구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봤지만,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원래 중원과 중국의 지형은 비슷할 뿐 같진 않다. 얘기를 들어보면 중원 자체가 하나의 대륙인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우주에서 한 번 살펴볼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입맛을 다신 서준이 바다 한가운데 선 채로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

“빨리 끝내자, 친구야.”

이상향. 그 드넓은 세계 속 하나의 요소만을 불러낸다.

영역의 이름을 구태여 입에 담는 것은 이미지의 구체화에 더불어 말에 담긴 힘을 이용하기 위함이니, 이런 일 역시 가능하다.

영역의 국소전개. 이상향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에 이름을 부여한다.

“팔한지옥(八寒地獄).”

쩌저저저적─────────!!!

바다가 희게 얼어붙는다. 새하얀 입김을 흘리던 서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