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4 KiB
서준은 춘봉, 남궁수아와 함께 녹림대가 평소 머무는 전각으로 향했다.
녹림이라 하면 곧 산적.
녹림대라는 이름이 남궁세가의 무력대라 하면 이게 맞나 싶은 기분이 들지만, 녹림대라는 이름은 무려 그 남궁진천이 부여한 이름이다.
더불어 녹림대의 대주는 전직 산적 장극. 서준이 보기에도 썩 재능 있는 무인인 만큼 남궁세가 내에서도 녹림대라는 이름은 꽤 유명했다.
“오히려 좋은 소리만 나오는 게 신기하지 않아?”
서준의 말에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거 니가 데려와서 그런 건 줄 알았더니, 진짜 그냥 생활 자체를 잘 하던데?”
“그래?”
“엉. 모르고 보면 산적인지도 모를걸?”
“오호.”
서준이 만족스레 옆구리 사이에 낀 춘봉을 둥기둥기 들썩였다.
“으, 에, 에, 엑….”
춘봉이 힘없이 신음을 흘렸다. 낄낄 웃으며 걸음을 옮기니 곧 연무장 하나가 나왔다. 녹림대의 대원들이 평소 훈련을 하는 곳이다.
“하나!”
“악…!”
그곳에서는 오늘도 평소와 같이 녹림대의 대원들이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이고, 생긴 건 산적같이 생겨서 열심히들 하는구마.”
자연스럽게 일행에 합류한 황제가 짝짝 박수쳤다. 서준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너는 집에 안 가냐? 륭 씨는 이미 갔는데.”
황보륭은 남궁진천의 발인이 끝난 뒤 곧장 황보세가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가문을 오래 비우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물론 황보혜지는 남궁세가에 남았다. 전해 듣기로는 황보륭의 지시였다고 한다.
앞으로 네가 생활할 곳이니 적응이라도 하고 오라 했다던가?
혼인을 반대하던 것치고는 딱히 혼인에 별 불만이 없는 눈치였다.
“나가 황궁 들어가서 뭐 하나? 차피 하루 웬종일 시간이나 떼울 텐디.”
“어휴, 병신.”
서준이 혀를 차자 황제가 실실 웃었다.
“그리 걱정 안 혀도 남궁에서 헛짓거리 할 생각은 없데이. 그 쬐깐한 꼬마도 안 괴롭힐 테니 너무 그러지 마라.”
쬐깐한 꼬마 금춘봉이 눈을 부릅 떴다. 그녀는 뭔가 험한 말이 하고 싶은지 입술을 오물댔지만, 상대가 황제라 그런 듯 결국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어이, 금춘봉. 참지 마.”
“돼, 됐어.”
“이제 아무 말 막 해도 오빠가 다 책임져줄 수 있어.”
“그런다고 아무 말이나 막 하면 완전 그거잖아. 호가호위. 못난 여자 같아.”
툴툴대는 춘봉을 보고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쬐깐한 것이 황비들보다 낫구나!”
“와, 얘 지 부인 뒷담하는 거 봐.”
서준이 쯧쯧 혀를 찼다.
황비면 분명…, 첩 같은 포지션이었던가? 정실부인은 황후였던 것 같다.
“흠?”
잠깐. 황비들?
“너 이 새끼, 부인이 몇 명인데 그런 소리를 하냐?”
“후궁들은 세본 적이 없어서 모르겄는디? 그래도 황후는 셋밖에 없데이.”
“와오.”
헛웃음을 흘리고 있자니 기척 하나가 가까워졌다. 장극이다.
“거기서 뭐 하고 계쇼, 주군?”
“아재, 얘 자기 부인이 몇 명인지도 모른대. 너무 많아서.”
황제가 반박했다.
“후궁은 부인이 아니제.”
“너 그 뭣같은 사투리 좀 쓰지 말라니까?”
“후궁은 부인이 아니지.”
장극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 사람 그 사람 아니오? 황제.”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데?”
“황제면 뭐, 그럴수도 있지.”
“우리 장인어른은 아니었는데?”
“사실 그분이 좀 특이한 경우 아니겠소.”
“우리 장인어른이 좀 특별하긴 하지.”
무려 명계의 염라를 두드려 패고 선계로 등선하신 분이 아닌가?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이는 서준을 보며 장극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하여간. 그래서 무슨 일이오? 애들이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이쪽만 흘끗대고 있는데.”
장극의 말대로 녹림대의 시선이 느껴진다. 서준이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거, 아재들! 쉬엄쉬엄 해요.”
““예…!!””
쉬엄쉬엄 하라니까 곧장 훈련을 접는다.
‘다른 사람 말은 몰라도 내 말은 참 잘 들어요.’
은근슬쩍 다가오는 녹림대원들을 보며 서준이 히죽 웃었다.
“뭐, 잘 됐네. 마침 좀 보고 싶은 것도 있고.”
“보고 싶은 거라니?”
장극의 말에 서준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애들 익힌 무공을 보고 남궁일맥인가 하는 뭐를 만들겠다?”
“만드는 건 아니고 참고해서 수정만 좀 하는 거죠. 다른 무력대도 한 번 돌아보려고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장극이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서준이 간단히 요약했다.
“무력대마다 성향이 다르잖아요. 같은 무공을 익혀도 좀 느낌이 다를 거고.”
“거기까지는 이해했소.”
“그러니까 성향이 갈리기 전, 딱 그 지점을 파악하려고요. 나중에는 성향에 따라서 다른 무공을 만들 수도 있고.”
“어, 음….”
장극이 머리를 긁적이다 그냥 웃었다.
“뭐, 주군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무공이 원래 그렇게 뚝딱 나오는 건가? 싶지만 원래 주군은 뚝딱 만들고 그랬다.
이제 와서 의문을 갖기에는 본 게 너무 많았다.
“오호, 그거 재밌겠군.”
“너는 이제 좀 가지? 어딜 남의 무공을 훔쳐보려고.”
“섭섭하게 왜 이러시나.”
“아, 좀. 꺼져요 좀!”
황제를 쫓아낸 서준이 녹림대 앞에 섰다.
“대충 들었죠? 자, 시작!”
녹림대의 대원들이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안 해도 괜찮소?”
“장극 아재는 따로 봐야죠.”
초절정쯤 되면 자신만의 길을 가는 법이다. 장극의 경우 그냥 보고 조언만 좀 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잠시 녹림대원들의 무공을 살피던 서준이 손을 들었다.
“이제 그만해도 돼요.”
“예!”
동작을 멈춘 녹림대원들이 서준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확실히 다른 무력대랑 결이 좀 다르긴 하네.’
녹림대 역시 섬전창뢰심공과 섬전십삼검뢰를 익히긴 했다.
허나 그들은 따로 거령신공(진)을 익혔고, 이전에 산적 생활을 했던 까닭인지 묘하게 특유의 느낌이 있었다.
“그러면 이제….”
서준은 남궁세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무력대의 무공을 살폈다.
그들이 익힌 무공 중 서준이 모르는 무공도 있었으나,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특정한 무력대만이 익힌 무공은 남궁일맥의 고려 대상이 아닌 까닭이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그만이기도 하고.’
이게 권력이다.
서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남궁의 무력대들이 펼쳤던 무공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분해했다.
‘녹림대는 거칠고, 창천대는 무겁다. 비연대는 쾌활한 느낌인가.’
그 모든 특성들을 제외한다. 그렇게 남은 본질.
잠시 고민하던 서준은 남궁일맥의 심상이 그리는 거목의 뿌리부터 가지까지를 대강 훑었다.
‘나쁘지 않네.’
남궁일맥을 간단히 말하자면 남궁의 무공 커리큘럼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삼류부터 초절정까지!
그런 느낌으로 자신만의 색을 찾기 전까지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셈.
탁-
여섯 번째 서책을 덮은 서준이 쭈욱 기지개를 켰다.
“으윽…! 일단 반 정도는 끝났네.”
처음 네 개의 서책에는 초절정 이전까지의 길을 담았다.
섬전창뢰심공과 섬전십삼검뢰를 오늘 본 무력대의 무공을 참고해 약간 수정했고, 초절정에 오르기 전까지 기본기를 닦을 무공을 추가했다.
물론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다. 네 번째 서책까지는 변동의 여지가 크다.
어쩌면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두 서책의 무공을 하나로 합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 뒤로는 웬만하면 고정인가.’
다섯 번째 서책은 생사타통공으로 그로써 남궁의 무인은 초절정에 이르게 된다.
초절정부터는 스스로의 길을 가야 하는 바, 남궁일맥에 그 모든 길을 담기에는 애매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공통으로 다뤄야 하는 기예가 하나 있으니….
초절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강기가 그렇다.
즉, 여섯 번째 서책은 천뢰멸마공이다. 초절정에 이르렀다면 강기를 어느 정도는 다룰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건 특이한 경우고, 대부분은 강기를 다루게 된다.
천뢰멸마공은 강기를 다루는 기술을 담은 무공. 일단 여기까지만 할 줄 알아도 초절정으로서 제 몫은 할 수 있다.
“제 몫? 기준이 너무 높지 않냐? 여기까지만 제대로 익혀도 웬만한 초절정보다는 셀 것 같은데.”
남궁일맥 시리즈 여섯 권을 훑어본 춘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서준은 단호했다.
“그것이 남궁이니까.”
“뭣.”
사실 춘봉이나 남궁수아도 아직 남궁일맥의 여섯 번째…, 그러니까 남궁일맥의 6성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춘봉은 애초에 남궁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니 조금 애매하지만, 남궁수아는 딱 5성 수준.
그러니까 생사타통공을 떼고 이제 천뢰멸마공을 익혀나가는 단계다.
“정진해라 금춘봉.”
“피….”
춘봉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쪽, 냅다 고개를 내밀어 입을 맞춘 서준이 다시 한 번 남궁일맥을 주욱 훑었다.
“오케이.”
확실히 이어진다. 여러 무공이 포함됐지만,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다. 별개의 무공을 단순히 묶어놓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봐도 미쳤네.’
남궁일맥을 토대로 남궁의 무인들이 성장해나간다?
장담한다. 시간이 흐르면 남궁세가가 천하제일세가다.
남궁일맥이 이끌어줄 수 있는 곳은 초절정까지가 한계지만, 길을 잘 닦아놓은 만큼 비교적 화경까지 닿는 것 역시 수월할 터(어디까지나 비교적이다. 화경의 수를 극적으로 늘리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
‘이거 어쩌면….’
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섬전창뢰심공, 섬전십삼검뢰, 천인신단공 등 꽤나 많은 신공을 만들어온 서준이지만, 남궁세가의 기준으로는 지급 신공까지가 최대였다.(남궁세가의 신공은 천지인, 세 단계로 나뉜다.)
현재 남궁세가에 존재하는 천급 신공은 제왕검형 하나.
하지만 남궁일맥이 완성된다면…, 어쩌면 남궁세가에 천급 신공이 하나 늘어날지도 모른다.
기나긴 남궁세가의 역사상 두 번째 천급 신공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나도 남궁일맥을 정리하면서 얻은 게 많아.’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무공에 접근하며 크고 작은 깨달음들을 얻었다.
남궁의 가족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어쩌면 이를 통해 자신 역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터.
생각대로 된다면 서준이 앞으로 걸아나갈 길 자체가 꽤나 바뀌게 될 수도 있었다.
“아무튼 오늘 할 일은 이걸로 끝!”
나머지는 내일 이어서 하면 된다. 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산책 가자, 춘봉아.”
“어어, 나 이것만 하고.”
설탕물 바른 빙탕호로들을 건조대에 세심하게 배치한 춘봉이 서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대로 방을 나서 어슬렁어슬렁 세가를 돌아다니니 낯선 사람들이 꽤나 눈에 띈다. 아직 돌아가지 않은 문상객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명분이 생겨 남궁세가에 방문하게 됐으니, 어떻게든 이 기회에 연을 만들고 싶을 터.
“멸사천군 대협.”
“예?”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서준을 찾는 이들 역시 많았다.
고백을 앞둔 여고생처럼 쭈뼛대다 조심스레 다가와 식사라도 함께 하지 않겠냐며 권유하는데, 서준은 예비 신부들과의 식사 시간을 방해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옙, 죄송합니다!”
다행인 점은 서준이 거절을 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즉시 물러난다는 것일까?
다만 그런 서준도 타 문파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에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주로 남궁명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가 그러했다.
오늘은 십육명문 사람들과의 만찬이 있다기에 서준 역시 춘봉, 남궁수아와 함께 참석했다.
아는 얼굴이 꽤 많아 편하게 대화를 나누던 도중, 종남파의 장로라는 사람이 물었다.
“무림맹의 장로로 있던 조충이 그대의 손에 죽었다는데, 그 전말을 들을 수 있겠소?”
“조충?”
잠시 기억을 더듬던 서준의 눈썹이 들썩였다.
“아, 그 버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