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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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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살짝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초토화된 검종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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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이곳에 살아 숨쉬는 것은 없다. 살아있는 기척이라면 개미 한 마리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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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한 문파의 후계자가 복수를 위해 힘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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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부하다. 그런 상황은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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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있다면 모를까, 검종문의 특성상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딱히 망설일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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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생각대로 잘 풀려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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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요소야 아무래도 좋다. 검현. 검종문의 전대 문주와의 싸움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일이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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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파검’이라는 파해 무공 하나로 손쉽게 이긴 듯싶지만, 그 이면에는 상당한 수 싸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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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비교적 손쉽게 승리한 것은 검현에 비해 보여주지 않은 손 패가 많았거니와, 검현의 무공 자체가 예(銳)라는, 날카로움에 집중한 무공이었던 탓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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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놈의 검에 일부러 찔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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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전신이 터져버렸다가는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재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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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분신을 보여준 것도 한몫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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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마지막 순간 검현이 잠시 고민했고, 확실한 빈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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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놈이 물러서는 대신 받아칠 생각을 한 순간 승패는 정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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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고수와의 수 싸움에서 승리한 것. 그것만으로 이번 전투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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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할 수 있어. 중원에서 나보다 손 패를 많이 가지고 있는 무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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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크게 숨을 내쉬며 땅에 떨어진 검현의 검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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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통에게 듣기로 천화검이라 했던가. 상당한 가치를 지닌 신병이기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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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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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채 주변에 떨어진 칼날들을 이기어검으로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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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일천 개의 칼날들을 본체인 검에 붙일 뿐인데 그것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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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두면 누가 쓰든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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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쓸 만한 물건은 아니다. 천 개의 칼날을 이기어검으로 다룬다? 정신 나간 짓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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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기검을 수천 개쯤 만들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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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형상을 취한 천화검을 등에 멘 뒤, 서준은 땅을 박차 허공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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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 아직 사흑련 측 화경들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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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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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공간을 찢으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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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어느 정도 포위망을 유지한 채 다가오고 있지만, 그 포위망은 서준이 정파의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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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준은 곧바로 남궁세가에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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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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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과 가까운 축에 속하는 문파이자, 칠사흑문의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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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남궁진천의 습격에 일조했던 놈의 문파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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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공간을 찢으며 이동했다. 그의 속도는 어지간한 화경들보다 훨씬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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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 덕도 있지만, 원래 공간을 찢으며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하는 기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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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이야 쉽게 쉽게 썼지만 그는 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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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경우 그 무식할 정도로 넓은 영역을 이용해, 영역 끄트머리의 공간과 현재 위치 사이의 공간을 찢어내는 형식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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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내부의 공간이 영역을 펼친 무인의 통제하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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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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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검현의 검에 베였던 부위에 살짝 이질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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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검에 깃든 강기. 그것이 아직 상처 부위에 남아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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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강한 놈이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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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에 깃든 심상이 상처의 회복을 방해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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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강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검현의 강기는 다른 이들의 강기에 비해서도 묘하게 끈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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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예(銳). 그 묘리라는 것이 서준이라는 개념까지 어느 정도 베어낸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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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대로 나아갔다면 심검의 묘리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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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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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에 도착한 서준은 마지막 남은 검현의 잔재까지 모조리 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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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상처 부위에 남은 이질감도 없다. 기로써 밀어내어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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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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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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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손아귀 사이에 터무니없는 양의 자연지기가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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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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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하나 없이, 전력을 다한 혼원일월공을 때려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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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가 위치한 대흑산은 흑룡강성에 위치한 험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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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모양의 봉우리와 괴석이 많아 그 경치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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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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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의 장문인, 흑강은 움푹 패여 흉해진 대흑산의 전경을 보며 이를 갈았다. 멸사천군 그 미친놈이 저지른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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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원 그 영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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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의 전대 고수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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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고수이나, 지난번에 련의 작전에 협력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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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다. 보나마나 어디선가 술이나 퍼마시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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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감이 괜히 전대 고수라 불리는 게 아니다. 웬만해서는 일선에 나서는 일이 없으니 이전 세대 무인 취급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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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지켜보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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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의 제자 흑궐이 고개를 숙였다. 흑강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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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내가 자리를 비운 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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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과 대흑산은 가깝다. 미친 듯이 날뛰는 멸사천군 탓에 대흑산파 역시 꽤나 큰 피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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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인 흑강은 이번 기회에 멸사천군을 제거하려 했으나, 역으로 놈에게 문파가 공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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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찔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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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놈은 난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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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화경들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흑련의 영역 깊숙이 파고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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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을 깨달은 흑강이 급히 문파로 돌아왔으나, 그때는 이미 대흑산파의 절반 가량이 박살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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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피해는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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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고수만 해도 넷이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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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강은 이를 부득부득 갈아대며 두 눈에 내공을 집중했다. 우웅-! 흑강의 눈에 기묘한 문양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일대의 기가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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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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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의 건물을 짓뭉갠 바위가 떠오르고, 온갖 잔해들이 분류되어 한곳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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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시신 역시 한곳에 안치하긴 했으나…, 신원은 고사하고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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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한 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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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복수는커녕 흑강이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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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남궁세가는 정파 영역의 안쪽에 있어 파고들기가 어렵다. 경공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역으로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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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천군 그놈을 붙잡지 못하는 것도 놈의 경공이 규격 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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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문제다. 만약 흑강이 자리를 비웠을 때 놈이 다시 한 번 찾아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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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야말로 흑강을 제외한 대흑산파가 모조리 박살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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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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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강의 다물린 잇사이로 핏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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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 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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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흑산파 반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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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투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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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대흑산에 인사를 마친 뒤 동쪽으로 빙 돌아 남궁세가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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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위망을 형성한 건 나름 그럴 듯했지만, 기왕 할 거라면 화경을 여섯 정도는 모아서 제대로 포위를 하든가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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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속도로는 자신을 따라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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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흑련의 사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거기까지는 서준이 알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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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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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걸터앉아 손을 흔들자 그를 발견한 남궁수아가 살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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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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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전보다 표정이 꽤 밝아졌다. 뭔가 도움이 됐던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 나아진 것 같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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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담벼락에서 훌쩍 뛰어내려 남궁수아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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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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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안 까먹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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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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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웃음을 흘린 남궁수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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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조금 더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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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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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녀도 초절정 고수다. 이 정도로 몸이 어떻게 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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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그녀의 가녀린 허리가 휘어질 만큼 세게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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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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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압박에 숨을 토해낸 그녀가 만족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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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발갛게 달아오른 남궁수아의 볼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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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뭐, 손님이라도 온 거야? 뭔가 좀 어수선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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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황보세가 사람들이 도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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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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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황보 소저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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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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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제수씨가 황보세가 소속인 만큼 일찍 온 것이 이상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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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유지 중인 영역을 통해 세가 내의 정보를 파악한 서준이 남궁수아의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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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전으로 가자. 마침 춘봉이도 그 근처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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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금춘봉을 픽업한 서준은 가주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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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궁명이 정식으로 가주의 위에 오른 것은 아니나, 여러 사정에 의해 그가 가주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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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는 이미 가주직을 수행 중이니 문제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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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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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허공섭물로 가주전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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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께서 계실 적에는 이 문이 저절로 열리고는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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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유쾌하지 못한 감정과 함께 무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내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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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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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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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서자 남궁명과 황보혜지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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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 외에는 황보세가의 사람은 없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인 만큼 이미 인사는 나눴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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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재천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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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포권을 받아주며 그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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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요새 어머니랑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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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가 조심스레 남궁명을 살핀 뒤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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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아요. 어머니께서도 제 뜻을 알아주셨는지 수련에 힘쓰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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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를 보아하니 반쯤은 강제로 시키는 모양이다. 서준이 픽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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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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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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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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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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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이 생각만큼 밝지 않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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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표정을 살피니 그 역시 조금 씁쓰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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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남궁세가에서 느껴지는 화경의 기척.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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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황보세가주가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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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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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과 황보혜지가 동시에 묘한 탄성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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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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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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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도 몇 대 쳐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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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도 그렇고, 황보혜지의 모친도 그렇고. 아무래도 황보세가 사람들 자체가 대체로 몇 대 얻어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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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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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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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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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어봐. 형이 해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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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워지고 싶은 게 황보세가주의 소원이라면, 얼마든지 이루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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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가지 없는 새끼. 건방지게 대남궁세가의 가주를 뭘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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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천군 이서준이 가주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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