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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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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후우….”

서준은 살짝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초토화된 검종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더이상 이곳에 살아 숨쉬는 것은 없다. 살아있는 기척이라면 개미 한 마리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지웠다.

멸문한 문파의 후계자가 복수를 위해 힘을 기른다?

너무 진부하다. 그런 상황은 원치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있다면 모를까, 검종문의 특성상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딱히 망설일 것도 없었다.

‘그래도 생각대로 잘 풀려서 다행이야.

다른 요소야 아무래도 좋다. 검현. 검종문의 전대 문주와의 싸움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일이 쉬웠다.

얼핏 보면 ‘파검’이라는 파해 무공 하나로 손쉽게 이긴 듯싶지만, 그 이면에는 상당한 수 싸움이 있었다.

서준이 비교적 손쉽게 승리한 것은 검현에 비해 보여주지 않은 손 패가 많았거니와, 검현의 무공 자체가 예(銳)라는, 날카로움에 집중한 무공이었던 탓이 컸다.

애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놈의 검에 일부러 찔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테니.

자칫 전신이 터져버렸다가는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재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번에 분신을 보여준 것도 한몫을 했겠지.

덕분에 마지막 순간 검현이 잠시 고민했고, 확실한 빈틈을 만들어냈다.

어찌 됐건 놈이 물러서는 대신 받아칠 생각을 한 순간 승패는 정해진 셈이다.

강호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고수와의 수 싸움에서 승리한 것. 그것만으로 이번 전투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확신할 수 있어. 중원에서 나보다 손 패를 많이 가지고 있는 무인은 없다.

서준은 크게 숨을 내쉬며 땅에 떨어진 검현의 검을 회수했다.

제갈통에게 듣기로 천화검이라 했던가. 상당한 가치를 지닌 신병이기라는 모양이다.

치리링-

손에 쥔 채 주변에 떨어진 칼날들을 이기어검으로 끌어모았다.

단순히 일천 개의 칼날들을 본체인 검에 붙일 뿐인데 그것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남궁세가에 두면 누가 쓰든가 하겠지.

자신이 쓸 만한 물건은 아니다. 천 개의 칼날을 이기어검으로 다룬다? 정신 나간 짓거리다.

차라리 기검을 수천 개쯤 만들고 말지.

대검의 형상을 취한 천화검을 등에 멘 뒤, 서준은 땅을 박차 허공에 섰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 아직 사흑련 측 화경들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상황.

‘계획대로다.

즉시 공간을 찢으며 이동했다.

놈들이 어느 정도 포위망을 유지한 채 다가오고 있지만, 그 포위망은 서준이 정파의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서준은 곧바로 남궁세가에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

‘대흑산파.

검종문과 가까운 축에 속하는 문파이자, 칠사흑문의 일원.

이대로 남궁진천의 습격에 일조했던 놈의 문파를 친다.

서준은 공간을 찢으며 이동했다. 그의 속도는 어지간한 화경들보다 훨씬 빨랐다.

혼원보 덕도 있지만, 원래 공간을 찢으며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하는 기예다.

남궁진천이야 쉽게 쉽게 썼지만 그는 논외.

서준의 경우 그 무식할 정도로 넓은 영역을 이용해, 영역 끄트머리의 공간과 현재 위치 사이의 공간을 찢어내는 형식으로 이동했다.

영역 내부의 공간이 영역을 펼친 무인의 통제하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아직 검현의 검에 베였던 부위에 살짝 이질감이 있었다.

그의 검에 깃든 강기. 그것이 아직 상처 부위에 남아있는 까닭이다.

‘확실히 강한 놈이긴 했어.

강기에 깃든 심상이 상처의 회복을 방해할 줄은 몰랐다.

본래 강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검현의 강기는 다른 이들의 강기에 비해서도 묘하게 끈질기다.

아마 예(銳). 그 묘리라는 것이 서준이라는 개념까지 어느 정도 베어낸 것일 터.

만약 그대로 나아갔다면 심검의 묘리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콰아아아앙────────!!

대흑산파에 도착한 서준은 마지막 남은 검현의 잔재까지 모조리 털어버렸다.

이제 상처 부위에 남은 이질감도 없다. 기로써 밀어내어 털어냈다.

“그러면….”

우우우웅────────

서준의 손아귀 사이에 터무니없는 양의 자연지기가 뭉쳤다.

“처음 뵙겠습니다.”

웃음기 하나 없이, 전력을 다한 혼원일월공을 때려박았다.

대흑산파가 위치한 대흑산은 흑룡강성에 위치한 험산이다.

특이한 모양의 봉우리와 괴석이 많아 그 경치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으나….

“정신 나간 놈 같으니.”

대흑산파의 장문인, 흑강은 움푹 패여 흉해진 대흑산의 전경을 보며 이를 갈았다. 멸사천군 그 미친놈이 저지른 짓이다.

‘려원 그 영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나?

대흑산파의 전대 고수 려원.

화경의 고수이나, 지난번에 련의 작전에 협력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원래 그렇다. 보나마나 어디선가 술이나 퍼마시고 있을 터.

그 영감이 괜히 전대 고수라 불리는 게 아니다. 웬만해서는 일선에 나서는 일이 없으니 이전 세대 무인 취급을 받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지켜보려 했지만….”

대흑산파의 제자 흑궐이 고개를 숙였다. 흑강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내가 자리를 비운 탓이지.”

검종문과 대흑산은 가깝다. 미친 듯이 날뛰는 멸사천군 탓에 대흑산파 역시 꽤나 큰 피해를 보았다.

장문인인 흑강은 이번 기회에 멸사천군을 제거하려 했으나, 역으로 놈에게 문파가 공격받았다.

허를 찔린 셈이다.

‘난 놈은 난 놈이야.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화경들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흑련의 영역 깊숙이 파고들 수는 없다.

이변을 깨달은 흑강이 급히 문파로 돌아왔으나, 그때는 이미 대흑산파의 절반 가량이 박살난 상태.

“제자들의 피해는 어떠냐.”

“…초절정 고수만 해도 넷이 죽었습니다.”

흑강은 이를 부득부득 갈아대며 두 눈에 내공을 집중했다. 우웅-! 흑강의 눈에 기묘한 문양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일대의 기가 요동쳤다.

드드드득-!

대흑산파의 건물을 짓뭉갠 바위가 떠오르고, 온갖 잔해들이 분류되어 한곳에 쌓인다.

제자들의 시신 역시 한곳에 안치하긴 했으나…, 신원은 고사하고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 너무 많았다.

‘…교활한 놈 같으니!

이래서야 복수는커녕 흑강이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다.

안 그래도 남궁세가는 정파 영역의 안쪽에 있어 파고들기가 어렵다. 경공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역으로 당한다.

멸사천군 그놈을 붙잡지 못하는 것도 놈의 경공이 규격 외인 까닭이다.

그것이 문제다. 만약 흑강이 자리를 비웠을 때 놈이 다시 한 번 찾아온다면?

그때야말로 흑강을 제외한 대흑산파가 모조리 박살날 터.

“빌어먹을…!”

흑강의 다물린 잇사이로 핏줄기가 흘렀다.

검종문 멸문.

대흑산파 반파.

이번 전투의 결과였다.

서준은 대흑산에 인사를 마친 뒤 동쪽으로 빙 돌아 남궁세가에 복귀했다.

포위망을 형성한 건 나름 그럴 듯했지만, 기왕 할 거라면 화경을 여섯 정도는 모아서 제대로 포위를 하든가 했어야지.

그런 속도로는 자신을 따라잡을 수 없다.

현재 사흑련의 사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거기까지는 서준이 알 바가 아니었다.

“나 왔어.”

담벼락에 걸터앉아 손을 흔들자 그를 발견한 남궁수아가 살풋 웃었다.

“왔어?”

확실히 전보다 표정이 꽤 밝아졌다. 뭔가 도움이 됐던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 나아진 것 같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서준이 담벼락에서 훌쩍 뛰어내려 남궁수아를 꽉 끌어안았다.

“이 정도면 돼?”

“후후, 안 까먹었구나?”

“당연하지.”

작게 웃음을 흘린 남궁수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면, 조금 더 세게.”

여기서 더?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녀도 초절정 고수다. 이 정도로 몸이 어떻게 될 일은 없다.

꽈악! 그녀의 가녀린 허리가 휘어질 만큼 세게 껴안았다.

“흐읏…!”

거센 압박에 숨을 토해낸 그녀가 만족스레 웃었다.

서준이 발갛게 달아오른 남궁수아의 볼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그런데 뭐, 손님이라도 온 거야? 뭔가 좀 어수선한데?”

“아, 황보세가 사람들이 도착했어.”

“벌써?”

“응. 황보 소저도 있으니까.”

“아, 맞네.”

예비 제수씨가 황보세가 소속인 만큼 일찍 온 것이 이상하진 않다.

상시 유지 중인 영역을 통해 세가 내의 정보를 파악한 서준이 남궁수아의 손을 붙잡았다.

“가주전으로 가자. 마침 춘봉이도 그 근처에 있네.”

야생의 금춘봉을 픽업한 서준은 가주전으로 향했다.

아직 남궁명이 정식으로 가주의 위에 오른 것은 아니나, 여러 사정에 의해 그가 가주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이미 가주직을 수행 중이니 문제될 것도 없다.

‘기분이 묘하네.

서준은 허공섭물로 가주전의 문을 열었다.

장인어른께서 계실 적에는 이 문이 저절로 열리고는 했었는데.

썩 유쾌하지 못한 감정과 함께 무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내부로 향했다.

“명아, 들어갈게.”

“예, 형님.”

방에 들어서자 남궁명과 황보혜지의 모습이 보였다.

황보혜지 외에는 황보세가의 사람은 없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인 만큼 이미 인사는 나눴을 터.

“진기재천 선배님.”

황보혜지의 포권을 받아주며 그녀에게 물었다.

“오랜만이네. 요새 어머니랑은 어때?”

황보혜지가 조심스레 남궁명을 살핀 뒤 답했다.

“아주 좋아요. 어머니께서도 제 뜻을 알아주셨는지 수련에 힘쓰고 계십니다.”

말투를 보아하니 반쯤은 강제로 시키는 모양이다. 서준이 픽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뭐, 그래.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아, 아뇨….”

황보혜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 건 아니에요.”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이 생각만큼 밝지 않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남궁명의 표정을 살피니 그 역시 조금 씁쓰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서준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남궁세가에서 느껴지는 화경의 기척. 어쩌면….

“혹시 황보세가주가 뭐라고 했어?”

“아….”

남궁명과 황보혜지가 동시에 묘한 탄성을 흘렸다.

‘이것 봐라?

서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놈도 몇 대 쳐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황보준도 그렇고, 황보혜지의 모친도 그렇고. 아무래도 황보세가 사람들 자체가 대체로 몇 대 얻어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다.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형님?”

“기다리고 있어봐. 형이 해결해줄게.”

신비로워지고 싶은 게 황보세가주의 소원이라면, 얼마든지 이루어줄 수 있다.

“이 싸가지 없는 새끼. 건방지게 대남궁세가의 가주를 뭘로 보고.”

멸사천군 이서준이 가주전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