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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품에 안긴 채 잠든 남궁수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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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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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문득 외로워졌다며 속삭이던 남궁수아는 서준에게 매달리듯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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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포근하게 안는 것이 아닌, 악몽을 꾼 아이가 어미의 품에 안기듯 아주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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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서준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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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안긴 남궁수아의 몸이 미성숙이라는 단어와는 아주 멀찍이 떨어진 무언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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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을 밀착시킨 채 팔다리로 몸을 꽉 끌어안아 오는데 이 상황에서 무슨 수로 잠에 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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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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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나낫 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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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곤히 잠든 남궁수아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잠을 깨우는 게 미안해진다. 이렇게 잘 자는 사람을 어떻게 깨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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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누나 때문에 못 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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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깨워서 여차저차 해버려? 피임은…, 적당히 피임 무공이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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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고민하는 사이 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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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로 햇살이 비치고, 눈꺼풀을 움찔대던 남궁수아가 잠꼬대하듯 품에 얼굴을 부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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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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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 고개만 들어 배시시 웃는 표정이 얄밉다.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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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못 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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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문제는 없다. 화경은 딱지치기로 딴 경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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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준의 경우 하고자 한다면 수면 자체가 아예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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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욕조차도 없애고자 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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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남궁수아를 앞에 두고는 그게 쉽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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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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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에서 작게 기지개를 켠 남궁수아가 서준을 꽉 끌어안은 채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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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잘 잔 건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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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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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악몽은커녕 무언가 좋은 꿈을 꾸는 듯 옅게 웃으면서 잘 자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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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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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옷 너머, 찰싹 달라붙은 남궁수아의 몸이 따끈따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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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역시 잠옷을 입은 상태라 옷이 얇았다. 남궁수아는 아랫배에 느껴지는 감촉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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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묘한 표정에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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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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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콱 움켜잡았다. 남궁수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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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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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별 대단한 반응은 않는다. 접촉에도 꽤 익숙해졌겠다, 남궁수아로서는 오히려 바라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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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눈을 치떠 서준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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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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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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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화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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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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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만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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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눈치가 꽤 좋았다.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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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그녀의 가슴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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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화가 나지 않은 건 알지만, 그냥 남궁수아가 원했다. 무엇이 됐든 자신을 원해줬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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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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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망설일 건 없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다. 하나뿐인 반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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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그라는 존재가 가슴 속에서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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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그의 손을 붙잡아 제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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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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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란다면, 모든 걸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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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궁의 피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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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단 한 사람만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그 고결한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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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홀린 듯 손을 움직였다. 흘러넘칠 듯한 감촉이 손 위에서 뭉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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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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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살 vs 젖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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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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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에서 존재감을 발하는 살덩이의 무게와, 온기와, 감촉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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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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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찰나였다. 의미 없는 비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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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파스타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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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볼과 남궁수아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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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그 본질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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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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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라는 사람과, 땅과, 하늘이 조화를 이루어 천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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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무엇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설령 둘로써 조화를 이룬다 한들 그것은 이미 천지인과는 다른 무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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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신 역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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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에 다다라 신의 비대를 이루었다고 한들, 결국 그 끝은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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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공간을 정과 기로 삼아 정기신 중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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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는 순간 서준 주변의 공간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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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은 껐다 키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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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영역이 서준의 주변을 물들였다. 이 영역은 서준에게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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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유지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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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감지할 수 없지만, 나는 내 영역의 모든 것을 관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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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깨달았다. 장인어른과 마주할 때면 느껴지던 묘한 느낌. 아마 그것이 장인어른의 영역이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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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서, 서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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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목소리에 정신이 각성한다. 서준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낯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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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민감하니까…, 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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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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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차라리 더 세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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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읏…, 뜨거운 숨결이 터져나온다. 그녀의 짙은 향기에 머리가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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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지경이 깨져나가며 손끝의 감각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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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에 걸터앉아 남궁수아를 품에 안은 상태. 파르르 떨려오는 그녀의 몸짓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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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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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온 춘봉이 손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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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세고 좋은 아,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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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굳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그녀의 눈이 서준과 남궁수아에게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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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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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한 번, 바깥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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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쏟아지는 햇볕에 눈가를 찡그린 춘봉이 이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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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뭐 하는 짓인데 이 미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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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드롭킥이 서준에게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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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한 표정의 춘봉이 남궁수아의 무릎 위에 앉은 채 서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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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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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퐁, 뒷통수로 남궁수아의 가슴을 두드리던 춘봉이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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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이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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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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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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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펀치에 조금 얻어맞긴 했지만 별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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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역시 인정했다. 이건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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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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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딱히 목적지 없이 남궁세가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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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인들이 남궁세가에 들어온 이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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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확충은 확실히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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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몰려든다. 전력이 부족할 일은 웬만해서는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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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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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진짜 엄청 많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몇십억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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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인구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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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서준은 무공 말고 아는 게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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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중원이 지구의 중국보다 훨씬 넓고, 신기할 정도로 인구 역시 현대에 비해 적지 않다는 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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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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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무튼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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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재능 있는 사람 역시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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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보석만을 골라내어 남궁세가의 품에 들일 수 있다면, 분명 세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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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들은 무공을 접하는 게 어려우니까, 재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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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던 서준은 걸음을 멈췄다. 썩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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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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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급한 일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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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제집 드나들듯 무림맹에 당당히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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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별도 없이 제갈통을 찾아 대뜸 물으니, 그 역시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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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대략은 가능합니다만…, 정확한 위치는 그들이 무력을 행사할 때나 가능한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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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닭에 현재 검종문 근처의 화경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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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들의 문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대략 이 즈음에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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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통이 지도 위로 선을 그었다. 대충 살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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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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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너무 무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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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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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의 목을 베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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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무림맹을 떠났다. 공간을 찢으며 이동하는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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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검종문은 멸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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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의 전대 문주, 천검주 검현은 전신에 붕대를 감은 채 며칠 전의 전투를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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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대단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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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고스란히 담은 듯하던 영역과, 그것을 마로 물들인 또 하나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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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이 판단하기로 이전의 영역은 다수를 상대하기에 유리했으며, 이후의 영역은 한 사람을 상대할 때 빛을 발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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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의 무인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재앙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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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공격을 몇 번이고 쏟아냈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던 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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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제아무리 고수라 한들, 무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격하의 무인들이 떼거지로 몰려들면 조금 곤란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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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에 이르러 내공의 양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다지만 심력 소모는 어찌할 수가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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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 역시 초절정의 극에 다다른 무인, 혹은 화경 초입 정도의 무인들이 십수 명씩 달려들면 체력 분배에 신경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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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전력을 쏟아냈다가는 전부 베어내기 전에 스스로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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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물러나면 그만이라고는 하나, 그 이서준이라는 사내는 그럴 필요조차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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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남궁세가의 무인이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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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전투 이후 들었던 사내의 정보를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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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검종문에 원한을 가진 이유를 알았고, 어떠한 행보를 걸어온 무인인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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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에 변고가 생긴 듯하여 잠시 내려온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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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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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의 눈에 묘한 광망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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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다시 마주치면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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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의 영약을 섭취해 부상은 거의 회복한 상태다. 잘은 몰라도 주변 문파들의 화경 역시 검종문을 주시하고 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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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련의 말을 제대로 들어줄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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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길어지면 지원을 오긴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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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천군 이서준의 기동력이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어느 정도 주변을 포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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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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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멸사천군과의 전투를 복기한 그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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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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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경험 많은 노고수. 멸사천군을 상대할 비책 정도는 이미 궁구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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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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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는 소란에 검현이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치리링-, 천화검의 칼날들이 그의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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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현은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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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 중 하나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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