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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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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서준은 품에 안긴 채 잠든 남궁수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깜짝 놀랐네.

어젯밤, 문득 외로워졌다며 속삭이던 남궁수아는 서준에게 매달리듯 안겨왔다.

평소처럼 포근하게 안는 것이 아닌, 악몽을 꾼 아이가 어미의 품에 안기듯 아주 꽉.

덕분에 서준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처럼 안긴 남궁수아의 몸이 미성숙이라는 단어와는 아주 멀찍이 떨어진 무언가였기 때문이다.

전신을 밀착시킨 채 팔다리로 몸을 꽉 끌어안아 오는데 이 상황에서 무슨 수로 잠에 든단 말인가?

‘확 그냥.

웅나낫 해버릴까?

하지만 곤히 잠든 남궁수아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잠을 깨우는 게 미안해진다. 이렇게 잘 자는 사람을 어떻게 깨우라고.

‘근데 나는 누나 때문에 못 자는데?

확 깨워서 여차저차 해버려? 피임은…, 적당히 피임 무공이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격렬하게 고민하는 사이 밤이 지났다.

창가로 햇살이 비치고, 눈꺼풀을 움찔대던 남궁수아가 잠꼬대하듯 품에 얼굴을 부볐다.

“으응…. 잘 잤어?”

빼꼼 고개만 들어 배시시 웃는 표정이 얄밉다.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도 못 잤는데.”

딱히 문제는 없다. 화경은 딱지치기로 딴 경지가 아니다.

특히 서준의 경우 하고자 한다면 수면 자체가 아예 필요 없었다.

사실 성욕조차도 없애고자 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없앨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남궁수아를 앞에 두고는 그게 쉽지 않을 뿐.

“으읏…!”

품 안에서 작게 기지개를 켠 남궁수아가 서준을 꽉 끌어안은 채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이렇게 잘 잔 건 오랜만이야.”

“그래?”

하긴, 악몽은커녕 무언가 좋은 꿈을 꾸는 듯 옅게 웃으면서 잘 자긴 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얇은 옷 너머, 찰싹 달라붙은 남궁수아의 몸이 따끈따끈하다.

서준 역시 잠옷을 입은 상태라 옷이 얇았다. 남궁수아는 아랫배에 느껴지는 감촉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배시시 웃었다.

그 묘한 표정에 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확 그냥.”

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콱 움켜잡았다. 남궁수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읏….”

그러면서도 별 대단한 반응은 않는다. 접촉에도 꽤 익숙해졌겠다, 남궁수아로서는 오히려 바라던 일이었다.

그녀가 눈을 치떠 서준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화났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아냐, 화났어.”

“뭣.”

“가슴 만질래?”

남궁수아는 눈치가 꽤 좋았다.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

서준이 그녀의 가슴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딱히 화가 나지 않은 건 알지만, 그냥 남궁수아가 원했다. 무엇이 됐든 자신을 원해줬으면 했다.

“뭐든 괜찮으니까….”

이제 망설일 건 없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다. 하나뿐인 반려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라는 존재가 가슴 속에서 커져간다.

남궁수아는 그의 손을 붙잡아 제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 배시시 웃었다.

“마음대로 해.”

그가 바란다면, 모든 걸 줄 수 있다.

그녀는 남궁의 피를 이었다.

평생 단 한 사람만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그 고결한 피를.

서준은 홀린 듯 손을 움직였다. 흘러넘칠 듯한 감촉이 손 위에서 뭉게진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젖살 vs 젖살

가슴이 웅장해진다.

손 위에서 존재감을 발하는 살덩이의 무게와, 온기와, 감촉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그렇군.

깨달음은 찰나였다. 의미 없는 비교다.

자동차와 파스타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행위다.

춘봉의 볼과 남궁수아의 가슴.

둘 모두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그 본질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하늘과 땅의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다.

결국 나라는 사람과, 땅과, 하늘이 조화를 이루어 천지인이다.

셋 중 무엇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설령 둘로써 조화를 이룬다 한들 그것은 이미 천지인과는 다른 무언가다.

정기신 역시 같다.

화경에 다다라 신의 비대를 이루었다고 한들, 결국 그 끝은 조화다.

주변 공간을 정과 기로 삼아 정기신 중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깨닫는 순간 서준 주변의 공간이 일렁였다.

‘영역은 껐다 키는 게 아니야.

아주 희미한 영역이 서준의 주변을 물들였다. 이 영역은 서준에게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유지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그 누구도 감지할 수 없지만, 나는 내 영역의 모든 것을 관조한다.

문득 깨달았다. 장인어른과 마주할 때면 느껴지던 묘한 느낌. 아마 그것이 장인어른의 영역이었을 터다.

“으읏…. 서, 서준아…?”

남궁수아의 목소리에 정신이 각성한다. 서준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낯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끝은 민감하니까…, 살살….”

“뭣.”

“아니면, 차라리 더 세게 해줘….”

흐읏…, 뜨거운 숨결이 터져나온다. 그녀의 짙은 향기에 머리가 아찔하다.

무아지경이 깨져나가며 손끝의 감각이 돌아왔다.

침상에 걸터앉아 남궁수아를 품에 안은 상태. 파르르 떨려오는 그녀의 몸짓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덜컥-!

상쾌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온 춘봉이 손을 치켜들었다.

“힘세고 좋은 아, 침…?”

춘봉이 굳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그녀의 눈이 서준과 남궁수아에게 꽂혔다.

“뭣….”

방 안을 한 번, 바깥을 한 번.

맑게 쏟아지는 햇볕에 눈가를 찡그린 춘봉이 이마를 탁 쳤다.

“아침부터 뭐 하는 짓인데 이 미친놈아…!”

춘봉 드롭킥이 서준에게 작렬했다.

뚱한 표정의 춘봉이 남궁수아의 무릎 위에 앉은 채 서준을 보았다.

“흠.”

퐁, 퐁, 뒷통수로 남궁수아의 가슴을 두드리던 춘봉이 혀를 찼다.

“칫, 이건 어쩔 수 없지.”

“그렇지?”

“아오…! 확 그냥!”

춘봉 펀치에 조금 얻어맞긴 했지만 별일은 없었다.

춘봉 역시 인정했다. 이건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휴.”

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딱히 목적지 없이 남궁세가를 돌아다녔다.

새로운 무인들이 남궁세가에 들어온 이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전력 확충은 확실히 중요하지.

남궁세가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몰려든다. 전력이 부족할 일은 웬만해서는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중원에는 사람이 많다.

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진짜 엄청 많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몇십억은 된다.

그만한 인구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모른다. 서준은 무공 말고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다만 이 중원이 지구의 중국보다 훨씬 넓고, 신기할 정도로 인구 역시 현대에 비해 적지 않다는 건 안다.

‘기 때문인가?

중요한 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무튼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재능 있는 사람 역시 많아진다.

그 중 보석만을 골라내어 남궁세가의 품에 들일 수 있다면, 분명 세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양민들은 무공을 접하는 게 어려우니까, 재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지.

대충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던 서준은 걸음을 멈췄다. 썩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일단 이건 나중에.

당장 급한 일은 따로 있었다.

서준은 제집 드나들듯 무림맹에 당당히 입성했다.

기별도 없이 제갈통을 찾아 대뜸 물으니, 그 역시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놓았다.

“화경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대략은 가능합니다만…, 정확한 위치는 그들이 무력을 행사할 때나 가능한 편이죠.”

그런 까닭에 현재 검종문 근처의 화경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들의 문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대략 이 즈음에 있겠죠.”

제갈통이 지도 위로 선을 그었다. 대충 살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정말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너무 무모합니다.”

“알아서 하지.”

검현의 목을 베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터다.

서준이 무림맹을 떠났다. 공간을 찢으며 이동하는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오늘, 검종문은 멸문한다.

검종문의 전대 문주, 천검주 검현은 전신에 붕대를 감은 채 며칠 전의 전투를 복기했다.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다.

세계를 고스란히 담은 듯하던 영역과, 그것을 마로 물들인 또 하나의 영역.

검현이 판단하기로 이전의 영역은 다수를 상대하기에 유리했으며, 이후의 영역은 한 사람을 상대할 때 빛을 발할 듯싶었다.

‘격하의 무인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재앙이겠군.

거대한 공격을 몇 번이고 쏟아냈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던 그 모습.

보통 제아무리 고수라 한들, 무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격하의 무인들이 떼거지로 몰려들면 조금 곤란해지기 마련이다.

화경에 이르러 내공의 양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다지만 심력 소모는 어찌할 수가 없는 탓이다.

검현 역시 초절정의 극에 다다른 무인, 혹은 화경 초입 정도의 무인들이 십수 명씩 달려들면 체력 분배에 신경을 써야 했다.

무턱대고 전력을 쏟아냈다가는 전부 베어내기 전에 스스로가 지친다.

잠시 물러나면 그만이라고는 하나, 그 이서준이라는 사내는 그럴 필요조차 없을 터.

‘분명 남궁세가의 무인이라 했지.

검현은 전투 이후 들었던 사내의 정보를 되짚었다.

그가 검종문에 원한을 가진 이유를 알았고, 어떠한 행보를 걸어온 무인인지 알았다.

‘문파에 변고가 생긴 듯하여 잠시 내려온 것이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검현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의 눈에 묘한 광망이 어렸다.

‘어찌 됐건, 다시 마주치면 벤다.

문파의 영약을 섭취해 부상은 거의 회복한 상태다. 잘은 몰라도 주변 문파들의 화경 역시 검종문을 주시하고 있다 하였다.

‘그들이 련의 말을 제대로 들어줄지는 의문이지만….

싸움이 길어지면 지원을 오긴 할 터.

멸사천군 이서준의 기동력이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어느 정도 주변을 포위하고 있을 것이다.

“후우….”

검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멸사천군과의 전투를 복기한 그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벨 수 있다.

검현은 경험 많은 노고수. 멸사천군을 상대할 비책 정도는 이미 궁구해두었다.

콰아아아앙────────!!

들려오는 소란에 검현이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치리링-, 천화검의 칼날들이 그의 주위를 맴돈다.

검현은 예감했다.

오늘, 둘 중 하나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