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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검종문을 향해 이동하며 스스로의 내부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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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갇힌 기련문주의 혼은 여전히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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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비명은 기련문의 멸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스스로의 고통에 괴로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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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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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 고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인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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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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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찢어 이동한 서준은 발아래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검종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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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과 기련문은 다르다. 보다 사흑련의 영역 깊숙한 곳에 있는 검종문은 무턱대고 쳐들어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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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하고자 하는 것은 복수지 자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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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인어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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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스스로의 위치를 알았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강해졌으나, 아직 남궁진천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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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 따위는 아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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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상황이 닥친다면 최선을 다하겠으나, 결코 그런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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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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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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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단신으로 쳐들어갔으리라. 죽으면 죽는 거고, 죽지 않는다면 복수를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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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도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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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지금은 곁에 많은 이들이 있다. 춘봉과 수아 누나가 있다. 의미 없는 자살은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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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理想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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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을 펼쳤다. 전장의 무수한 무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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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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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화경의 무인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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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라!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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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이전 무림맹의 회의장에서 전략 지도를 보았다. 검종문 주변에 펼쳐진 전선을 꿰뚫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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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의 멸문을 위해서는 우선 그 전력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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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폭(天雷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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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쫓는 벼락이 서준의 손끝에서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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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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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벼락이 전장에 복잡한 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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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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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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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는 벼락이 중간에 끊겼다. 한 사내가 벼락을 베어냈다. 검종문의 초절정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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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가늘게 뜬 눈으로 전장을 세밀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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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의 고수는 총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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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검종문이라는 문파는 소수 정예에 가깝다. 다른 칠사흑문이나 십육명문처럼 그 인원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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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고수는 문주 한 명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미 남궁진천이 그를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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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도는 놈들만 죽여도 타격이 크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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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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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종문의 고수들은 무림을 통틀어 서준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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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라는 것은 무공과 떼어놓을 수 없으나, 검종문의 경우 기보다는 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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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간을 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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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검을 쥔 채 달려들었다. 허공을 박차며 순식간에 서준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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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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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이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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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말없이 주변의 뇌전을 뭉쳐 검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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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기검(天雷氣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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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루의 검이 푸른 궤적을 그리며 쏘아졌다. 검송이 검을 올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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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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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기검을 베어내는 것과 동시에 검송의 머리카락이 부스스 일어섰다. 전신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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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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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송이 허공을 박차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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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준은 대부분의 무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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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검종문의 무인을 상대로는 별다른 상성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들이야말로 비로소 공평한 조건에서 서준과 맞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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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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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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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검을 뽑아들었다. 새카만 기운이 벼락처럼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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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검(天魔神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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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초절정이다. 그들 중 특출난 이는 화경과도 맞서는 것이 가능하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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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압정(太山壓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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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친 검이 공간 째로 검송을 짓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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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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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궤적을 따라 거대한 협곡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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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이나 유언조차 없었다.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초절정의 고수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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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검을 손에서 놓았다. 우웅-, 허공에 떠오른 마검이 울부짖으며 피를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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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끝을 보겠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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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미간이 구겨졌다. 같잖다. 그들의 사정 따위 궁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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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길을 걷는다면, 그것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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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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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찢어발긴 서준이 또다른 검종문의 문도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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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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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황급히 검을 뻗는다. 서준은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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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지로(仙人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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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묘리? 일부러 무시했다. 거칠게 요동치는 마기와 함께 검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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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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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막지 못했다. 유의 묘리로 흘려보내려던 시도는 시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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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관통한 검격은 하늘의 구름마저 꿰뚫었고, 끌어당겨져 떨어진 구름은 부슬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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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을 휘둘렀다. 내리던 부슬비가 칼날이 되어 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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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검종문의 문도가 그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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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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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쉭-! 그의 검이 분열한다. 무수한 변화를 그린 검이 날아드는 부슬비를 모조리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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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을 치켜들었다. 영역의 하늘이 뭉쳐져 거대한 검의 형상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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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검형(帝王劍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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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결과 함께 과거의 기억이 스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베풀던 장인어른의 신뢰에 사무치듯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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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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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눈동자로 남궁의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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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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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휘두른 검이 눈앞의 풍경을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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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삭막해진 풍경을 보았다. 아직 도망치는 사흑련의 무인들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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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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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숨이 모두 끊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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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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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의 무인들이 그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경외와, 그보다 거대한 공포가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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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마기를 썼다. 누군가 이 일로 시비를 걸어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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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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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걸 바랐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시비라도 걸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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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를 쏟아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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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 여파가 미칠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미 그걸 막아낼 정도의 힘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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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의 말씀을 아직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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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도 결국 쓰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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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됐다. 남궁이 받아들여 주었으니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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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마기를 빌미로 이를 드러낸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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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남궁에 해를 끼칠지 모르는 싹을 미리 제거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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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허공을 박찼다. 앞선 공간이 찢어지며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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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전장에 한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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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주변 전장을 돌아다니다 밤이 되기 전 남궁세가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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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씻고 곧장 남궁수아에게로 향하니, 그곳에서 춘봉이 꾸벅꾸벅 잠기운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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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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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고개를 든 춘봉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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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으음…. 뭐 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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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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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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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말랑한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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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튼. 언니는 조금 진정된 것 같아. 아까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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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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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춘봉의 곁에 앉았다. 그 기척을 느꼈는지 남궁수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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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푸른 눈동자가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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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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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춘봉과 서준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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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폐를 끼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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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는 무슨. 괜찮으니까 더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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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끊겼다.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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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굴리던 춘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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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암…. 나는 졸려서 일어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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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말과 함께 춘봉이 자리를 비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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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남궁수아와 서준 둘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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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머뭇거리다, 말없이 남궁수아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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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긴 남궁수아는 말이 없었다. 서준의 옷자락을 꽉 쥔 채 이따금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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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에 느껴지는 습기. 서준은 남궁수아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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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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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확실하지도 않은 말로 남궁수아를 괴롭힐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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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의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과 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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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방법도 떠오르는 것이 있다. 허나 그조차 가능할지 어떨지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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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말을 꺼내는 것은 그것을 확실히 확인한 뒤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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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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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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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잃었을 때도…. 이번에도…. 나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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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한참을 울었다. 이후로 더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서준은 그녀가 스스로를 탓하고 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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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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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여 울던 남궁수아는 결국 서준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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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녀를 침상에 눕혔다. 발갛게 부은 눈가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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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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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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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했다. 너무 안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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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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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께 받은 것이 너무 많다. 그를 지키지 못했으니, 최소한 그가 지키려던 것이나마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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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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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부흥. 그리고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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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죗값은 피로써 받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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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붉게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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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의 방을 나서자 기둥에 등을 기댄 춘봉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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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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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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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다가서자 춘봉이 그의 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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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잠깐 얘기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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