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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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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서준은 검종문을 향해 이동하며 스스로의 내부를 살폈다.

그 안에 갇힌 기련문주의 혼은 여전히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허나 그 비명은 기련문의 멸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스스로의 고통에 괴로워할 뿐이다.

‘아쉽네.

더한 고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인 듯싶었다.

콰지직-!

공간을 찢어 이동한 서준은 발아래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검종문은 아니었다.

검종문과 기련문은 다르다. 보다 사흑련의 영역 깊숙한 곳에 있는 검종문은 무턱대고 쳐들어가기 힘들다.

서준이 하고자 하는 것은 복수지 자살이 아니었다.

‘나는 장인어른이 아니다.

서준은 스스로의 위치를 알았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강해졌으나, 아직 남궁진천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화경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 따위는 아직 불가능하다.

불가피한 상황이 닥친다면 최선을 다하겠으나, 결코 그런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서준은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알았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단신으로 쳐들어갔으리라. 죽으면 죽는 거고, 죽지 않는다면 복수를 이어갈 수 있다.

어느 쪽도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허나 지금은 곁에 많은 이들이 있다. 춘봉과 수아 누나가 있다. 의미 없는 자살은 해선 안 된다.

“이상향(理想鄕).”

영역을 펼쳤다. 전장의 무수한 무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영역…?”

“화, 화경의 무인이 왜…!”

“도망쳐라!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

서준은 이전 무림맹의 회의장에서 전략 지도를 보았다. 검종문 주변에 펼쳐진 전선을 꿰뚫고 있다는 의미다.

검종문의 멸문을 위해서는 우선 그 전력을 줄여야 한다.

천뢰폭(天雷爆).

적을 쫓는 벼락이 서준의 손끝에서 터져나왔다.

우르릉-!

푸른 벼락이 전장에 복잡한 선을 그렸다.

“아아악…!”

쉬익-!

사람과 사람을 잇는 벼락이 중간에 끊겼다. 한 사내가 벼락을 베어냈다. 검종문의 초절정 고수다.

서준은 가늘게 뜬 눈으로 전장을 세밀히 살폈다.

검종문의 고수는 총 셋.

특이하게도 검종문이라는 문파는 소수 정예에 가깝다. 다른 칠사흑문이나 십육명문처럼 그 인원이 많지 않다.

화경의 고수는 문주 한 명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미 남궁진천이 그를 베었다.

‘밖에 나도는 놈들만 죽여도 타격이 크다는 소리다.

전략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검종문의 고수들은 무림을 통틀어 서준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기(氣)라는 것은 무공과 떼어놓을 수 없으나, 검종문의 경우 기보다는 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내가 시간을 벌겠소.”

한 사내가 검을 쥔 채 달려들었다. 허공을 박차며 순식간에 서준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검송.”

사내가 이름을 밝혔다.

서준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말없이 주변의 뇌전을 뭉쳐 검을 이뤘다.

천뢰기검(天雷氣劍).

한 자루의 검이 푸른 궤적을 그리며 쏘아졌다. 검송이 검을 올려쳤다.

서억-

천뢰기검을 베어내는 것과 동시에 검송의 머리카락이 부스스 일어섰다. 전신이 저려온다.

“큿…!”

검송이 허공을 박차 물러섰다.

기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준은 대부분의 무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에 선다.

반대로 검종문의 무인을 상대로는 별다른 상성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들이야말로 비로소 공평한 조건에서 서준과 맞설 수 있는 것이다.

허나 그뿐.

스릉-

서준이 검을 뽑아들었다. 새카만 기운이 벼락처럼 일렁인다.

천마신검(天魔神劍).

기껏해야 초절정이다. 그들 중 특출난 이는 화경과도 맞서는 것이 가능하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태산압정(太山壓頂).

내리친 검이 공간 째로 검송을 짓뭉갰다.

쿠우우우웅─────────!!

검의 궤적을 따라 거대한 협곡이 생겨났다.

비명이나 유언조차 없었다.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초절정의 고수가 죽었다.

서준은 검을 손에서 놓았다. 우웅-, 허공에 떠오른 마검이 울부짖으며 피를 갈구한다.

“검의 끝을 보겠다라….”

서준의 미간이 구겨졌다. 같잖다. 그들의 사정 따위 궁금하지 않았다.

검의 길을 걷는다면, 그것을 부정한다.

콰직-!

공간을 찢어발긴 서준이 또다른 검종문의 문도 앞에 섰다.

“이런…!”

그가 황급히 검을 뻗는다. 서준은 손짓했다.

선인지로(仙人之路).

검의 묘리? 일부러 무시했다. 거칠게 요동치는 마기와 함께 검이 쏘아졌다.

쩌어어억────────

상대는 막지 못했다. 유의 묘리로 흘려보내려던 시도는 시도에 그쳤다.

가슴을 관통한 검격은 하늘의 구름마저 꿰뚫었고, 끌어당겨져 떨어진 구름은 부슬비가 되었다.

서준이 손을 휘둘렀다. 내리던 부슬비가 칼날이 되어 쏘아진다.

마지막 남은 검종문의 문도가 그에 맞섰다.

“흐읍…!”

쉬쉭-! 그의 검이 분열한다. 무수한 변화를 그린 검이 날아드는 부슬비를 모조리 막아냈다.

서준이 손을 치켜들었다. 영역의 하늘이 뭉쳐져 거대한 검의 형상을 취한다.

제왕검형(帝王劍形).

그 구결과 함께 과거의 기억이 스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베풀던 장인어른의 신뢰에 사무치듯 가슴이 아리다.

그 끝은 분노.

붉게 물든 눈동자로 남궁의 검을 휘둘렀다.

쩌어어억──────────

힘껏 휘두른 검이 눈앞의 풍경을 지워냈다.

서준은 삭막해진 풍경을 보았다. 아직 도망치는 사흑련의 무인들이 남았다.

“한 놈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의 숨이 모두 끊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준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정파의 무인들이 그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경외와, 그보다 거대한 공포가 깃들었다.

대놓고 마기를 썼다. 누군가 이 일로 시비를 걸어올지도 모른다.

‘그래서였구나.

어쩌면 그걸 바랐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시비라도 걸어줬으면 좋겠다.

이 화를 쏟아낼 수 있게.

남궁세가에 여파가 미칠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미 그걸 막아낼 정도의 힘은 있다.

장인어른의 말씀을 아직 기억한다.

‘마기도 결국 쓰기 나름.

그거면 됐다. 남궁이 받아들여 주었으니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 마기를 빌미로 이를 드러낸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훗날 남궁에 해를 끼칠지 모르는 싹을 미리 제거할 수 있으니.

서준이 허공을 박찼다. 앞선 공간이 찢어지며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떠난 전장에 한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서준은 주변 전장을 돌아다니다 밤이 되기 전 남궁세가에 복귀했다.

몸을 씻고 곧장 남궁수아에게로 향하니, 그곳에서 춘봉이 꾸벅꾸벅 잠기운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빠 왔다.”

퍼뜩 고개를 든 춘봉이 손을 흔들었다.

“헛! 으음…. 뭐 하고 왔어?”

“청소 조금.”

“청소?”

춘봉이 말랑한 볼을 긁적였다.

“뭐, 아무튼. 언니는 조금 진정된 것 같아. 아까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더라.”

“그래?”

서준이 춘봉의 곁에 앉았다. 그 기척을 느꼈는지 남궁수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흔들렸다.

이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푸른 눈동자가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아….”

남궁수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춘봉과 서준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쓰게 웃었다.

“…미안해. 폐를 끼쳤네.”

“폐는 무슨. 괜찮으니까 더 쉬어.”

대화가 끊겼다.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맴돈다.

눈을 굴리던 춘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하암…. 나는 졸려서 일어나 봐야겠다.”

어색한 말과 함께 춘봉이 자리를 비켜줬다.

방 안에 남궁수아와 서준 둘만이 남았다.

서준은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머뭇거리다, 말없이 남궁수아를 품에 안았다.

끌어안긴 남궁수아는 말이 없었다. 서준의 옷자락을 꽉 쥔 채 이따금 몸을 떨었다.

가슴팍에 느껴지는 습기. 서준은 남궁수아의 등을 토닥였다.

‘어쩌면….

꺼내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확실하지도 않은 말로 남궁수아를 괴롭힐 수는 없었다.

‘장인어른의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과 다를지도 모른다.

확인할 방법도 떠오르는 것이 있다. 허나 그조차 가능할지 어떨지 확실하지 않다.

그녀에게 말을 꺼내는 것은 그것을 확실히 확인한 뒤가 되리라.

“…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남궁수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를 잃었을 때도…. 이번에도…. 나는 또….”

남궁수아는 한참을 울었다. 이후로 더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서준은 그녀가 스스로를 탓하고 있음을 알았다.

“흑….”

숨죽여 울던 남궁수아는 결국 서준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서준은 그녀를 침상에 눕혔다. 발갛게 부은 눈가가 안쓰럽다.

무어라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똑같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했다. 너무 안일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돼.

장인어른께 받은 것이 너무 많다. 그를 지키지 못했으니, 최소한 그가 지키려던 것이나마 지켜내야 한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남궁세가의 부흥. 그리고 복수.

모든 죗값은 피로써 받아내리라.

서준의 눈이 붉게 일렁였다.

남궁수아의 방을 나서자 기둥에 등을 기댄 춘봉의 모습이 보였다.

“언니는?”

“잠들었어.”

서준이 다가서자 춘봉이 그의 곁에 섰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