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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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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기련문주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간신히 빠져나왔다.

폭발이 일 때 외부와 공간의 실을 이어 빠져나왔으니 놈도 눈치채지는 못했으리라.

‘그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이전에 봤을 때는 분명 이 정도 실력이 아니었다. 당시에도 특출난 점이 있기는 했으나, 결코 화경에 미치지는 못했다.

분명 그때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까지 성장했다고?

아무리 그래도 성장이 너무 빠르다.

이대로 둔다면 제2의 남궁진천이 될지도 모른다.

‘지랄맞군.

기련문주는 나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기분 좋게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 위에서 떨어져내린 나뭇잎 하나를 잡아챘다.

‘이제 어쩐다….

결국 남궁진천의 시체는 가져오지 못했고, 사흑련의 화경이 떼로 죽었으니 전쟁의 승패 역시 거의 확실해졌다.

현경의 무인인 사흑련주가 있으니 사흑련이 완전히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영역을 잃게 될 터.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릴 테지만….

사흑련이 동네 흑도 문파는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지만 단번에 무너지진 않는다.

어쩌면 중간에 무언가 변수가 생겨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

허나 사흑련이 쇠락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바.

‘아예 사흑련을 벗어나서 새 신분을 만들까.

기련문주가 픽 웃으며 손에 쥔 나뭇잎을 움켜쥐었다.

“음?”

따끔한 통증. 의아한 표정으로 손을 펼친 기련문주의 표정이 굳었다.

“뭐…?”

나뭇잎에 달린 아가리. 그것이 말한다.

[너는 내 영역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

기련문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급히 몸을 돌렸다. 방금까지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가지가 자라난다.

자라난 가지는 이내 사람의 형상을 이루고, 어느새 그곳에 자리한 서준이 기련문주를 내려다보았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어.”

우드득-! 서준의 관자놀이에서 뿔이 솟았다. 맑던 하늘이 검붉게 물들고, 발 아래 자라난 잡초들에 무수한 눈알이며 아가리가 돋았다.

“이번 일과 관련된 모든 문파는 멸문한다.”

조화경. 간단히 부르길 화경.

그것은 신의 비대를 이루어 주변 공간을 정과 기로 삼는 경지를 일컫는다.

즉 주변 모든 공간을 포함해 정기신의 균형을 이루었음이니, 그 모든 것을 다시금 마로 물들인다면 동시에 극마에 다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조화경과 극마의 합일이다.

서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본래라면 그런 과정을 통해 영역과 마(魔)가 조화를 이루었을 터.

달리 정과 마 사이의 균형을 이룬다고도 할 수 있다.

화경과 극마 모두 정기신의 형태에 따라 구분되는 경지이기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일찍이 중원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새로운 경지.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경지다.

허나 서준의 경우 그것과도 조금 달랐다. 화마경 때문이다.

이미 존재 자체가 마에 물들었으니, 이루어낸 경지 역시 마에 한 발 가깝다.

‘아직 이름을 짓기에는 이르다.

허나 이로써 서준은 중원의 무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완전히 독자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사흑련은 존속하지 못할 것이며, 남궁의 빈 자리에 침 흘리는 승냥이들은 그 경중을 막론하고 모조리 참살한다.”

영역이 마에 물든다.

서준은 한결 온전해진 스스로의 권능을 손에 쥔 채 영역 내의 모든 것을 관조했다.

꿈뻑-

하늘 위에 태양 대신 떠오른 거대한 눈알이 기련문주를 내려다본다.

흐르는 공기가, 발디딘 땅이, 휘감기는 풀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이 기련문주를 보았다.

“그리고 너는, 영원히 고통받으며 지은 죄를 후회하라.”

까드득-! 까드득-!

섬뜩한 소리에 기련문주가 시선을 내렸다. 그 눈에 보이는 것은 무수한 아가리.

“허…?”

푸화악-! 피가 덩어리져 솟구친다. 그럼에도 아무런 감각이 없다.

기련문주의 미간이 꿈틀댄 순간, 파바박-! 불꽃이 터지듯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는 끔찍한 고통이 단번에 몰아쳤다.

“끄아아아아악……!!”

기련문주가 고통에 절규하며 반사적으로 수인을 맺었다. 수백 년간 쌓아온 수행이 헛되지 않았다. 즉시 주술이 발현된다.

픽-

허나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커흡…!”

대신 기련문주의 입에서 핏덩어리가 울컥 튀어나왔다.

마(魔)는 대부분의 생명에게 있어 극독과 같다. 이미 기련문주의 내부에 파고든 마기가 그의 주술을 근원부터 틀어막았다.

기련문주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불가능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영역이 존재할 수는 없다.

아무리 자신이 대부분의 힘을 소진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잔재주를…! 기어오르지 마라…!”

기련문주가 이를 악물었다. 끝까지 아끼던 선천지기를 끌어올렸다.

우웅-!

거대한 힘이 터져나오며 체내에 파고든 마기를 밀어낸다.

동시에 수인을 맺었다.

“이극분멸세…!”

쩌적-! 별이 붕괴하며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흑색의 점을 낳는다.

콰아아-!

주변의 이루는 영역조차 예외는 없다. 세상만물과 함께 무수한 눈알과 아가리들이 허공의 흑점에 빨려들어간다.

“기억하겠다…! 내가 힘을 회복하는 날…! 네놈은…!”

서준의 양손이 원을 그렸다. 하늘과 땅을 붙잡아 뒤집는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화아아악────────!!

영역이 통째로 뒤집히며 반전한다. 기련문주의 주술 역시 마찬가지다.

흑색 점이 희게 물들며 지금껏 빨아들였던 모든 것들을 토해낸다.

“커억…!”

투웅-! 터져나온 충격파에 기련문주의 몸이 튕겨져 날아간다.

두륵-

동시에 세상을 수놓은 수만 개의 눈알이 그를 보았다.

역천일월공(逆天日月功).

스아아악────────

기련문주의 몸에 무수한 구멍이 뚫렸다. 너덜너덜해진 몸이 뜯겨나간다. 비명조차 낼 수 없었다. 무수한 육편이 흩어진다.

“탐(貪).”

무수한 아가리들이 달려들어 그런 기련문주의 파편을 먹어치웠다.

까드득-! 까드득-!

아가리들이 먹어치운 파편은 서준의 영역 깊은 곳, 가장 어두운 감옥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 혼조차 놓치지 않았다. 영혼을 볼 수 없다 한들, 이미 영역 내부에 있다면 통째로 가둬둘 수 있다.

그리고 격리하는 데 성공했다면 혼을 느끼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아아아아악……!!!]

혼의 절규가 울려퍼진다. 북명신공이 기련문주의 혼이 소멸하기 직전까지 그의 기운을 짜냈다.

시간이 지나 기련문주의 혼은 힘을 회복할 것이고, 그것은 다시금 서준의 힘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영원히 고통받으리라.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준은 시야를 넓게 했다. 화악-! 기련문주가 갇힌 감옥이 순식간에 멀어지며 영역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바깥 세상이 보인다.

영역은 사람의 머리통만 한 구체에 지나지 않았으며, 서준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그 구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쯧…..”

서준이 혀를 차며 구체를 가슴 속에 밀어넣었다. 끊임없이 들려오던 기련문주의 비명이 멎었다.

약간의 멍함이 남은 상태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남궁진천과 남궁연의 곁에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이후로 단 한 발자국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기련문주는 영역 안에서 춤추는 꼭뚜각시에 불과했다.

이내 작은 기척에 등을 돌리니 정신을 차린 남궁연이 멍한 눈으로 남궁진천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모님.”

“아, 아아….”

남궁연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져내린다.

서준은 그녀의 점혈을 풀었다.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남궁진천의 시신을 바라보다 망설임 없이 스스로의 검으로 목을 찔렀다.

“안 됩니다.”

목 앞에서 멈춘 검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기어검으로 남궁연의 검을 붙잡은 서준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이 죽으면 장인어른의 죽음이 뭐가 됩니까.”

“나 때문에…, 오라버니가 죽었어.”

“고모님을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남궁진천이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한들, 이제 와서야 죽음을 맞이한 까닭은 오롯이 남궁연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그는 자살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당신이 죽으면 장인어른의 죽음이 뭐가 됩니까. 고작 화경 넷 죽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을 살렸기에 의미가 있는 겁니다.”

남궁연은 입술을 짓씹은 채 고개를 떨궜다. 무어라 위로를 하기에는 서준 역시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기감을 넓혔다.

딱히 가까워지는 기척은 없었다.

사흑련의 기척도, 무림맹의 기척도.

남궁진천과 제천혁의 전투로 그 여파가 중원 전체에 퍼졌을 텐데, 누구 하나 달려오는 사람이 없다.

‘쓸모없는 것들.

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남궁연을 허공섭물로 들어올렸다.

부러진 채 사막에 파묻힌 장모님의 검을 조심스레 품에 넣고, 여전히 살아계신 듯 굳건히 서있는 장인어른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장인어른….

서준은 고개를 들었다.

사막에 핀 꽃과 맑게 갠 하늘이 보인다. 남궁진천의 활검이 빚어낸 기적이다.

그는 끝까지 사위에게 가르침을 남기고 떠났다.

잠시 그 풍경을 바라보던 서준이 등을 돌렸다.

모래 사이 피어난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천하제일인이 죽었다.

남궁세가에서는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평소 말 많던 패진광조차 입을 다물었고, 남궁수아는 쓰러져 오열하다 기절하듯 잠들었다.

“형님….”

눈가를 붉게 물들인 남궁명이 서준을 찾았다. 그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 서준에게 허리를 숙였다.

“형님께서 임시나마 가주직을 맡아주십시오….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남궁수아를 돌보던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춘봉이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장인어른께서 가문을 맡긴 건 명이 너야.”

“하지만….”

“부담 가지지 마.”

서준이 굳은 표정으로 남궁명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 감당은 내가 할 테니.”

남궁세가는 그 자체로 대단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남궁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남궁진천이었다.

그런 그가 부재한 상황.

세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서준은 그 꼴을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달라지는 건 없어. 네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내가 장인어른의 역할을 대신하면 돼.”

서준이 방을 나섰다. 남궁명과 춘봉이 뒤를 따랐다.

서준의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주변의 이들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심장을 죄는 듯한 오한이 언제나 그의 곁에 머물렀다.

춘봉만이 그를 스스럼없이 대했다.

“오빠, 괜찮은 거 맞지?”

“괜찮아.”

옅게 웃어준 서준이 남궁수아의 방을 일별했다.

본래 부러진 검은 남궁진천의 곁에 묻힐 예정이었으나, 검은 남궁수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남궁진천의 뜻이리라 짐작하며 검의 다음 소유자는 남궁수아가 되었다.

무너져내릴 듯 울던 남궁수아의 모습이 선명했다. 서준이 미간을 구겼다.

“장례식까지는 시간이 꽤 있지?”

“응. 준비하는 데 못해도 몇 주는 걸릴 거야.”

시간은 충분하다.

사흑련은 무너질 것이며, 무림맹 역시 그 무능에 대한 명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헛소리만 지껄인다면, 내가 직접 지운다.

서준이 걸음을 옮겼다.

무림맹을 향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