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01 lines
12 KiB
Markdown
401 lines
12 KiB
Markdown
|
||
다음날.
|
||
|
||
서연은 매일 일과가 된 편의점 출석도 잊고 재빠르게 등교했다.
|
||
|
||
미리 가서 슬쩍 이지연에게 어제 자신이 본 것이 맞는지 물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
||
|
||
“어, 지연이 오늘 아침 촬영 때문에 늦는다고…….”
|
||
|
||
그랬지.
|
||
|
||
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
||
|
||
생각해보면 지연도 바쁜 몸이었다.
|
||
|
||
드라마도 출연 중이었고, 인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 CF도 얻은 모양.
|
||
|
||
‘거기다 이후로 정민재 PD와도 친해진 모양이고.’
|
||
|
||
이래저래 자신과 달리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이지연이다.
|
||
|
||
전생에 단시간에 인기 버튜버가 된 건 역시 능력이 있기 때문이겠지.
|
||
|
||
“……응, 지연이가 오면 나중에 말해줘.”
|
||
|
||
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터덜터덜 몸을 돌려 걸어갔다.
|
||
|
||
덕분에 서연에게 불렸던 지연이 반의 여학생은 졸지에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
||
|
||
“왜, 뭐래?”
|
||
|
||
“나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보는데 얼굴 진짜 작다. 저게 연예인?”
|
||
|
||
“이런 거 보면 지연이도 연예인이구나.”
|
||
|
||
학생들은 그런 말을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
||
|
||
사실, 너무 친숙해서 잊은 친구들이었으나, 현재는 서연보다 지연 쪽이 연예계 활동도 더 오래했기에 아는 사람이 더 많았다.
|
||
|
||
단지 너무 가깝기에 모르는 것이 있는 법.
|
||
|
||
거기에 최근 촬영했던 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이다.
|
||
|
||
“나도 말 붙여 보고는 싶은데…….”
|
||
|
||
“조금 무섭지.”
|
||
|
||
너무 예쁘면 무섭다는 말이 있다.
|
||
|
||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게 서연이었다.
|
||
|
||
거기다 좀 웃고 다니면 모르겠지만 서연은 시종일관 무표정.
|
||
|
||
딱히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서늘한 인상을 학생들에게 주는 편이었다.
|
||
|
||
만약 지연이 들었다면 ‘편의점 갈 때처럼 웃고 다니면 좀 좋아.’라고 하겠지만, 이 자리에 지연은 없었다.
|
||
|
||
그로부터 오후 5교시 체육.
|
||
|
||
옆 반과의 합동 체육 시간에 서연은 겨우 지연을 볼 수 있었다.
|
||
|
||
“적당히 피구나 해라. 다치지 말게 조심조심.”
|
||
|
||
늘 그렇듯 체육 시간은 피구.
|
||
|
||
사실 말이 피구지 자습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
||
|
||
실제로 피구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냐만, 의외로 체육대회에 피구가 들어가다 보니 꽤 열심히 하는 이들도 있긴 있었다.
|
||
|
||
어쨌거나 학교가 예체능을 주력으로 밀다 보니, 운동에 자신 있는 학생이 많았던 탓이다.
|
||
|
||
‘대화하고 싶은데.’
|
||
|
||
괜히 근처에서 기웃 거리다 옆 반과의 피구 시합에 끼어버린 서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
||
|
||
피곤한 얼굴로 서있는 지연이 보였다.
|
||
|
||
아침 촬영을 끝내고 온 탓인지 영 피곤해 보이는 안색이 눈에 띄었다.
|
||
|
||
그런 서연의 맞은 편, 말하자면 지연의 반의 여학생은 서연을 날카로운 눈으로 보았다.
|
||
|
||
‘주서연.’
|
||
|
||
다른 여학생들의 틈에 끼어 있어도 빛나는 외모.
|
||
|
||
과연 배우라고 해야 할지.
|
||
|
||
‘하지만.’
|
||
|
||
여학생은 손에 쥔, 피구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
||
|
||
연화 고등학교의 피구부는 전국 체전에서 늘 4강 안에 드는 강호.
|
||
|
||
그녀는 비록 후보이나, 엄연히 피구부의 선수였다.
|
||
|
||
‘제대로 한방 먹여주마.’
|
||
|
||
절대 사소한 질투심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
||
|
||
아니 진짜로.
|
||
|
||
그냥 조금 너무 눈에 띈다거나, 남학생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서연이 싫다거나.
|
||
|
||
좋아하는 피구부의 선배가 서연에게 호감을 가진 것 같다거나.
|
||
|
||
등등 그런 이유 때문은 절대 아니다!
|
||
|
||
'이때다.'
|
||
|
||
서연이 지연을 보고 있는 이때.
|
||
|
||
여학생의 팔이 움직였다.
|
||
|
||
“하아압!!”
|
||
|
||
전력을 다해 던지는 투구.
|
||
|
||
다른 곳을 바라보는 서연의 빈틈을 노려 매섭게 날아간 공은.
|
||
|
||
탁
|
||
|
||
“?”
|
||
|
||
너무 간단하게 서연의 한 손에 잡혔다.
|
||
|
||
튕긴 것도 아니라 한 손으로 잡은 거다.
|
||
|
||
손가락 모양대로 공이 움푹 찌그러진 게 보였다.
|
||
|
||
‘손도 그리 크지 않을 텐데?’
|
||
|
||
저게 왜 잡히지?
|
||
|
||
악력이 얼마나 강한 거야?
|
||
|
||
아니, 그 전에 이쪽은 보지도 않았잖아.
|
||
|
||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
||
|
||
팡!!
|
||
|
||
“악!!”
|
||
|
||
순식간에 되돌아온 피구공에 여학생은 허리를 얻어맞고 나자빠졌다.
|
||
|
||
제대로 볼 수도 없는 구속에 잡는 건 고사하고 피하는 것도 무리였다.
|
||
|
||
그것을 본 지연은 어땠냐면.
|
||
|
||
‘……저 계집애 또 시작이네.’
|
||
|
||
한 번에 세 명을 맞추고 우쭐한 서연의 얼굴이 보였다.
|
||
|
||
다른 이들이 보기엔 담담한 얼굴이었으나, 지연은 알 수 있었다.
|
||
|
||
“흥.”
|
||
|
||
지금 서연은 자신의 화려한 피구 플레이에 스스로 도취된 상태라는 걸.
|
||
|
||
분명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였는데, 공을 던진 순간부터 바뀌었다.
|
||
|
||
정확히는 주변 여학생들이 와! 하면서 박수를 친 순간부터.
|
||
|
||
“기권.”
|
||
|
||
“엑.”
|
||
|
||
그러니 지연은 담담하게 기권했다.
|
||
|
||
서연이 던지는 공에 맞으면 아주 아팠으니까.
|
||
|
||
***
|
||
|
||
“아무튼 영화는 찍기로 한 거야?”
|
||
|
||
“응.”
|
||
|
||
서연의 조가 피구를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둘은 나란히 앉아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
||
|
||
‘너무 악역만 하는 거 아니야?’
|
||
|
||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이 없는 지연을 보며, 서연은 입술을 몇 번이고 달싹이고 있었다.
|
||
|
||
유튜브 채널에 대해 말을 꺼내자니, 이게 쉽지 않았다.
|
||
|
||
그냥 대놓고 물어보면 그만이겠지만.
|
||
|
||
‘빨간약!’
|
||
|
||
서연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
||
|
||
여기서 그걸 물어보면 스스로 빨간약을 들추는 일.
|
||
|
||
아니, 지연이면 파란약이 맞겠지만, 그걸 떠나 정말 버튜버를 위해 채널을 만든 건지도 확실하지 않았으니까.
|
||
|
||
그렇게 갈피를 잃을 서연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때.
|
||
|
||
“그리고 예능 말인데.”
|
||
|
||
서연이 입을 여는 것 보다 빠르게, 지연이 먼저 말했다.
|
||
|
||
“케이블 예능은 어때?”
|
||
|
||
“케이블?”
|
||
|
||
“공중파 예능은 당장 마땅한 것도 없고, 좀 부담스러운 거잖아?”
|
||
|
||
는 엄연히 공중파 예능이긴 했다.
|
||
|
||
시청률이 지나치게 저조하여 케이블 예능과 비슷한 수준이었을 뿐.
|
||
|
||
서연의 현재 인지도는 10년 만에 복귀한 아역.
|
||
|
||
최근 예능에서 큰 화제를 모은, 나름 뜨거운 감자.
|
||
|
||
원한다면 분명 공중파도 출연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제대로 된 예능을 한 번도 출연해본 적이 없다 보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
||
|
||
는 예능보단 연극에 가까운 느낌이었으니까.
|
||
|
||
‘케이블 예능.’
|
||
|
||
서연도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기는 했다.
|
||
|
||
하지만 케이블 예능은 또 고수위나 조금 날 것의 성향이 강했다.
|
||
|
||
거기다 악역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것에 도움을 주냐면 글쎄…….
|
||
|
||
“아.”
|
||
|
||
거기까지 생각하던 서연은 하나 떠오른 게 있었다.
|
||
|
||
‘아직 종영하진 않았겠지?’
|
||
|
||
생각해보면 이쯤에 종영한 케이블 예능이 하나 있었다.
|
||
|
||
케이블 예능 중에선 드물게 배우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능이었다.
|
||
|
||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던 예능이었으니까.
|
||
|
||
“그럼, 나 하나 생각나는 게 있는데…….”
|
||
|
||
혹시 괜찮나 싶어 지연에게 말하자.
|
||
|
||
“……뭐?”
|
||
|
||
진심이냐는 시선이 되돌아왔다.
|
||
|
||
그야 그럴 만했다.
|
||
|
||
서연이 출연하고 싶다고 말한 케이블 예능은, 케이블 게임 방송국에서 장장 10년 동안 방영된 장수 예능이었으니까.
|
||
|
||
***
|
||
|
||
의 출연을 확정 지으며, 본격적으로 소속사와도 계획을 끝냈다.
|
||
|
||
노바 엔터테이먼트.
|
||
|
||
앞으로 내가 몸을 담게 될 소속사.
|
||
|
||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나온 외출에 긴장 섞인 한숨을 내뱉자.
|
||
|
||
“그런데, 서연이 어머님도 혹시 어떠세요? 저는 진짜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
||
|
||
“어머.”
|
||
|
||
마찬가지로 내 계약을 직접 보러온 강찬율 대표의 말에 엄마가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
|
||
|
||
……농담이겠지?
|
||
|
||
그런 마음으로 그를 보았지만, 의외로 강찬율 대표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
||
|
||
‘엄마가 좀, 동안이긴 하지만.’
|
||
|
||
서연은 슬쩍 수아의 얼굴을 보고 쭉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
||
|
||
여전히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
|
||
|
||
서연은 시선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
||
|
||
이번엔 주로 자신 쪽에 시선을 두고.
|
||
|
||
딱히 별 의미는 없었다.
|
||
|
||
정말 별 의미는 없었지만.
|
||
|
||
‘……여기서 더 커지나?’
|
||
|
||
엄마의 핏줄이니 그런가?
|
||
|
||
지금도 충분한 거 같은데, 엄마 정도면 조금 그…… 너무 커서.
|
||
|
||
솔직히 연기할 때 불편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
||
|
||
“죄, 죄송해요, 저는 집안일로 바빠서.”
|
||
|
||
“정말 아쉽습니다.”
|
||
|
||
강찬율은 정말 아쉽다는 얼굴이었다.
|
||
|
||
엄마, 수아의 외모는 불가사의할 정도이니까 그럴 만했다.
|
||
|
||
저게 마흔에 가까운 여성의 외모와 몸매인지.
|
||
|
||
오죽하면 지나가던 여배우가 화장품을 뭐 쓰냐고 물어보겠는가.
|
||
|
||
아무튼 엄마에게 연예인은 무리다.
|
||
|
||
외모를 떠나 성격적으로 타인과 잘 얽히지 못하는 타입이니까.
|
||
|
||
나와 달리.
|
||
|
||
“그래, 학교에서 친구는 많이 사귀었니? 아, 물론 지연이는 빼고.”
|
||
|
||
“…….”
|
||
|
||
“음? 왜 학교생활에 뭔가 문제가 있어?”
|
||
|
||
갑자기 날아온 날카로운 비수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
||
|
||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 같은 말이었다.
|
||
|
||
“양손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예요.”
|
||
|
||
“과연.”
|
||
|
||
이지연을 뺀다면 한 줌의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
||
|
||
내 학교 생활도 문제없다 생각했는지 강찬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
“자주 빠지게 되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 알지?”
|
||
|
||
“네.”
|
||
|
||
“나중에 친구들이 오고 싶다고 하면 미리 말해주고. 학생들이니 연예인도 보고 싶을 거 아니야?”
|
||
|
||
“그, 그렇죠. 다, 다음에 데려올게요. 꼭.”
|
||
|
||
어쩌지.
|
||
|
||
나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고민했다.
|
||
|
||
그나마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다행인가.
|
||
|
||
“그럼. 계약은 끝이고 이쪽이 앞으로 서연 씨를 담당하게 될 박은하 매니저란다.”
|
||
|
||
대충 이야기를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곁에 있던 여성을 소개해주었다.
|
||
|
||
나이는 대략 스물 후반 정도로 보이는 선량한 인상의 여성이었는데, 상당히 굳어있는 게 보였다.
|
||
|
||
“본래 황민화 배우님을 담당했던 터라, 업계에도 잘 아니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고.”
|
||
|
||
“네.”
|
||
|
||
나는 그렇게 답하며 박은하의 얼굴을 살폈다.
|
||
|
||
황민화 배우의 담당 매니저였다면 나를 굉장히 신경 써준 게 분명했다.
|
||
|
||
거기다 동시에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
||
|
||
‘벌써 나갈 준비를 하는 건가?’
|
||
|
||
일반적으로 담당 매니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바뀌지 않는다.
|
||
|
||
아무래도 평소 일과를 같이하다 보니 한번 호흡을 맞추면 여러모로 바꿨을 때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
||
|
||
거기다 나름 대배우급인 황민화 배우의 담당 매니저라기엔 지나치게 긴장한 기색이었다.
|
||
|
||
‘……나중에 차차 알아봐야겠네.’
|
||
|
||
어쩌면 황민화 배우의 이적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
||
|
||
생각해보면 노바 엔터의 입장에서도 천만배우인 황민화를 놓아준 것도 이례적인 케이스다.
|
||
|
||
그야, 간판 연예인을 다른 기획사에 넘겨주는 경우는 보통 없으니까.
|
||
|
||
‘흠.’
|
||
|
||
나는 이 이적에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
|
||
|
||
물론 내가 알 수 있는 건 딱히 없었기에 우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
만약 문제가 있다면, 어차피 곧 수면 위로 드러날 게 분명했다.
|
||
|
||
그리고, 이틀 후.
|
||
|
||
“자, 모두 다들 오셨죠?”
|
||
|
||
배진환 감독이 모인 배우들을 쭉 훑어보며 웃었다.
|
||
|
||
아주 만족스런 얼굴.
|
||
|
||
특히, 나를 보는 눈은 강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
||
|
||
“자, 그럼 시작해봅시다.”
|
||
|
||
영화 .
|
||
|
||
총 관객수 250만으로 마무리 지어졌던 비운의 영화.
|
||
|
||
그것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