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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우선 강태진 이사의 말에 두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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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영화를 위해 예능을 기획하고 있다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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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자신의 전생에선 들어본 적 없었던 예능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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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과 비슷한 예능은 찾아볼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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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예 새로운 영화일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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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모르는, 과거에는 없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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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놀라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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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까지 서연이 본 영화는 전부 그녀가 보았던 것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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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감독은, 한예건 감독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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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은 그리 말하며 서연의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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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름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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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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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눈이 높지만, 조금 독선적이며 자신의 색깔이 확실하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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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대하기 어려운 감독님이긴 하죠. 아무래도 업계에서 오랫동안 활약해온 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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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들어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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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이 빠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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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은 고요히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을 보며 내심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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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상당히 초연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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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신을 대함에 있어 크게 당황하거나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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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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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은 타인의 감정을 쉬이 꿰뚫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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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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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에서 보았던 차서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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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 불능증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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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강태진도 감정이 둔하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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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질병이 있나 했더니, 딱히 그런 건 아니었고 순수하게 조금 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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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차서아에게는 조금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를 재밌게 보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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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그리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도 강태진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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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연이라는 상품을 높게 평가한 건, 절대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판단이라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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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의 제목은 아직 가제입니다만, ‘마인(魔人)’.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현대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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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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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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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그 영화를 촬영하기에 앞서 대형 오디션을 준비했습니다. 말하자면, 영화의 주연을 뽑는 오디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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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디션에 참가해달라는 걸까? 그렇게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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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주서연 배우님이 영화 오디션에 꼭 출연해 주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예능은 공중파에도 방영될 예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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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대로 기획하고 있는 오디션 예능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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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굳이 서연을 불러 오디션에 참가해달라 부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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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 정도는 단순히 소속사에 요청해도 될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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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서연 배우님의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것도 아닌, 영화의 오디션에 참여해달라는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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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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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아니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그보다 강태진 이사의 말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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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게, 덕분이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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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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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마인은 액션성도 강하고, 스릴러적인 부분도 있거든요. 최근 한국 영화들이 죽 쑤는 상황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기획 단계에 남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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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GH 그룹의 대표는 가 굉장히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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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서연 양은 대표님의 요청으로 부르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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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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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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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GH 그룹의 대표가 서연이 영화에 꼭 출연해 주길 바라여 불렀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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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러 정보가 있었거든요. 청홍 액션 스쿨에 관한 것이나……. 그래서 주서연 배우님이라면 오디션도 훌륭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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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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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만약 오디션에서 떨어지더라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배역은 크게 걱정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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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놓고 경쟁하되, 설령 떨어지더라도 서연에게는 배역은 준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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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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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은 말임에도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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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싱글 웃는 이사의 표정을 보자면, 도발하는 건지 아니면 서연을 진심으로 믿는 건지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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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액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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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촬영이 미뤄진 건지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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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쪽은 최근, 서양 영화에서 꽉 잡고 있는 장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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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로 분류되는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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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그것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기에 미뤄진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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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컨셉으로 촬영한 국산 영화가 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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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스릴러 컨셉이 추가되었다면 여러모로 불리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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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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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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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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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이게 전부인가 싶어 그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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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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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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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션에 출연해달라는 요청 때문에 부른 게 아니었냐는 눈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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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의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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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강태진 이사는 몇 가지 서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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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기획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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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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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에클라 에투알의 광고가 상당히 인상 깊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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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은 서연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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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중에서도 감히 비할 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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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성인이 된다면 저 외모가 더더욱 빛을 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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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배우로서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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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따져봤을 때, 강태진은 서연을 꼭 붙잡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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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망설이고 있을 때, 보다 본능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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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그룹 내에서도 아직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강태진은 누구보다 빠르게 서연을 선점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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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서연 배우님이 저희 GH 그룹의 얼굴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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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은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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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울에 있는, GH 그룹의 상호가 붙은 모든 광고판에 그녀의 얼굴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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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걸 위해선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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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그룹 모두가 납득할 만한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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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들은 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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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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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그룹과의 미팅이 있었던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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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조금 멍한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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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어제 받은 계약서들로,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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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억 소리나는 광고들인 것도 있었지만, 어제 강태진이 제안을 준 광고는 무려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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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연예인이 받는다는 광고보다는 한 체급 낮은 것이었지만, 액수만 보면 아무래도 좋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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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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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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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태진 이사의 생각은 읽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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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쁜 기회는 아니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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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광고를 찍는다고 바로 걸리는 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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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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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의 영화 개봉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광고를 진행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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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야기하면 의 흥행이 주서연이라는 배우가 오르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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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애매한 성과를 거둔다면 이 세 번의 광고가 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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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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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개봉조차 한 적 없던 영화라 어느 정도의 포텐이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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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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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만 아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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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시기가, 와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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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서연과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감독 조민태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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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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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에 등장하는 주연은, 서연과 첫 촬영을 했던 김정하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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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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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를 아주 밟아 버렸지만, 는 이야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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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더 씨프가 개봉할 때는 대작 영화가 하나 더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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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를 말 그대로 철저히 짓밟고, 천만을 달성한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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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를 상대로 이 붙는다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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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피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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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맞붙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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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도박할 생각도 없고, 인연이 있는 이들과 마찰을 빚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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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어디 서연의 마음처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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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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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연은 학교에 가면 따라붙는 시선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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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가 개봉 중일 때는 조금 공포심이 깃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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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연이 바퀴벌레라도 되는 듯, 사사삭 멀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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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 인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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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이 놀리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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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연에게 서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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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가 그렇게 노려보면 무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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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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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지연이 놀리는 것처럼 11화가 방영된 시점부터는 여러모로 남학생들이 서연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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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조하린은 무척 귀여운 여성이었고, 그런 조하린과 서연을 겹쳐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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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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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슬쩍 지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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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미엘의 방송을 보면, 이지연은 서연의 드라마와 영화를 꼭 챙겨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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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 굉장히 자세하고 호평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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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 대한 연기 칭찬도 많아서 보고 있으면 괜히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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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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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보답하고 싶은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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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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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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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조서희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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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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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옷도 많을 텐데 왜 교복을 입고 다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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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학교에 찾아온 건 이제 당황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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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몇 번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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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찾아올 때마다 교복인 게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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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학교 끝나자마자 오니까 당연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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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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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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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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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만 보자면, 마치 오만한 악역 영애와도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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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교복이 잘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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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의외로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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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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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근처 카페로 이동한 후, 이어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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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매번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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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솔직히 내심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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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이번에 만난 건 다름이 아니라 와 관련된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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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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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조서희는 동성애에 편견을 가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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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게 본인이 맡을 배역이 된다면 여러모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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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배우란 배역에 몰입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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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가장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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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애 연기 해본 적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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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조서희가 크게 인기를 끈 영화는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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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처럼 말랑말랑한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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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워낙 인상이 강해서, 달달한 연애 노선이 들어가는 배역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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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나이여서 그런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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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첫 연애 영화를 동성애 영화로 찍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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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집애는 뭐가 저리 태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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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멀뚱 서 있는 서연을 보며 조서희는 오히려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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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 나지 않게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들고 있었지만, 다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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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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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얼마 전 보았던 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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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본 서연의 연기는 서희에게 내심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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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에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또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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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보여주는 ‘차서아’의 연기는 너무 진짜 같아서 혹시 서연 본인도 그런 질병을 앓아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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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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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애초에 치료가 가능한 질병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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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생각하면 더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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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절절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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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조서희는 그런 감상을 먼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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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에 대한 솔직한 감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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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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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 이제 조금 있으면 시작한다고 해. 혹시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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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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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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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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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왜 나한테만 존댓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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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섭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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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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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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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오디션. 옆에 있는 애도 같이 보고 싶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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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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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은 이게 또 뭔 소리인가 싶어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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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조서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졸졸 쫓아왔는데, 갑자기 같은 영화에 출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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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또 왜 나를 노려보는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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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이지연을 보며, 솔직히 조금 ‘동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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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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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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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주서연의 친구라는데 밉보일 수는 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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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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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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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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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은 조서희가 말을 편하게 하라고 말하자마자 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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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이 조금 당황스럽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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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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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내심 기대하는 눈으로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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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놓았으니, 자연스럽게 놓지 않을까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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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백민 감독님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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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에 말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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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서희 선배님이 소개해 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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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대하는 걸 느끼면서도, ‘서희 선배’라는 말을 들으니 음, 이건 또 나쁘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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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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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는 이야기가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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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도 저런 걸 거리낌 없이 말하다니, 참 열린 사고방식이구나 하고 생각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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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동성애 영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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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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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태연한 서연의 목소리에, 무던히 답하던 지연의 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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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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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의 표정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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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조서희는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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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대로 말 안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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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보며 조서희는 내심 흥미진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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