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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런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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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어둠침침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안 그래도 칙칙한 분위기를 더욱 우울하게 하는 장소에서 장면을 찍는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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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으로 공사장이나 부둣가, 공터, 어두운 산속 공작이나 폐건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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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하면서도 찜찜한 곳만 나오는데,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마저 다 우울해지는 장소 선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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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해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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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범죄인데, 밝은 곳에서 찍을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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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란 것이 어디 가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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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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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면 범죄가 아닌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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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당당하고, 자신이 하는 행위가 타인에게 노출되어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이는 범죄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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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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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숨을 필요도 없이 밝은 곳에서 당당하게 있으면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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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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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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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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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대답을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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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역시 주문쟁이답게 인성이 모났다며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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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묻는데 답도 안 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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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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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좋아졌어요. 설마 평민을 위한 카페가 생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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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장님이 검은 머리 귀공자란 소문이 있던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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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요. 설마 그분이겠어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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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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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왕도에서 유행하는 카페 중 하나이며, 평민조차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저렴한 가격에 디저트와 커피를 파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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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남성 고객도 근근히 보이는 걸 보면 확실히 단맛의 유혹이란 건 남녀를 따지지 않음을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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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딱히 덩치 큰 기사가 이곳에 앉아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란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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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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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크레이프 케이크 하나와 밀크티 하나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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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앉아 계신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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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커피 한잔 주세요. 아, 이 사람은 커피에 얼음을 타는 걸 좋아하니 얼음을 한가득 좀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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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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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이한의 앞에 앉아 있던 금발 남성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여종업원은 ‘생긴 건 멀끔한데, 입맛은 괴랄하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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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몰상식하게 커피에다 얼음을 넣을 수 있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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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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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금발 남성은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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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커피에 얼음을 넣는 취미 따윈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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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왜 자신이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며, 정정조차 하지 못하냐며 금발 사내, 휴이 드 베이런은 가슴을 두들기고 깊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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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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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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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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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으며, 눈을 굴리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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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는 몸의 자유를 빼앗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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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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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의 몸의 자유를 빼앗은 기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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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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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기 케이크 상당히 과일이 많이 들어가네? 괜찮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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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이 될 만한 멋진 카페를 발견했다며 기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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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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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 드 베이런이 납치당한 지 무려 17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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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귀빈 신분인 만큼 그를 찾기 위해 무수한 병력이 차출되었을 것이고, 마탑 측 마법사들 또한 정신없이 그를 추적하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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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17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가 붙잡혀 있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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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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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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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마시네. 역시 커피는 아이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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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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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시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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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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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왜 안 해, 이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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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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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카페에 있는데도 아무도 찾지 못한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반전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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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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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대체 어떻게 살아서 동료들이 한 명도 구하러 안 움직이냐? 솔직히 주문쟁이 한두 명은 마주칠 줄 알았는데, 다들 왕성에서 쉬고 있다더라. 뭐, 주문쟁이들 인성이 원래 그따위긴 하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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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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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놀렸고, 금발의 마법사는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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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의 조롱에도 반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기도 한 것인지 그의 얼굴은 시뻘겋게 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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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라 조롱당한 사실보단, 마탑의 대제자란 위명이 사실은 아무런 값어치도 없는 것임을 들킨 것이 영 부끄러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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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에겐 그다지 놀라울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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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그러니까 주문쟁이들의 모임이란 대목에서부터 그들에게 동료애 따윈 없다는 걸 확신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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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잡은 주문쟁이가 몇 마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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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한창 ‘주문쟁이 헌터’처럼 일하던 당시, 가끔 무리처럼 몰려다니는 것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협동력이 그토록 없는 것들은 난생 처음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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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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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구와 흥밋거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다름 아닌 마법사란 인종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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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팀별 과제 조원 같은 것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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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트롤만 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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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이놈을 납치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건 이미 예상한 일에 불과했고, 병사들만 피해 다니면 그만이니 이렇게 대놓고 카페에 있을 여유마저 가지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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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주문쟁이를 납치한 것이 무슨 죄냐 싶은 당당함 때문에 이렇게 있는 것도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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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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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을 때 이틀이고 일주일이고 당당히 돌아다녀도 문제는 없을 것 같거든? 마냥 병사들이 무능해서 그런 건 아니고, 길드 놈들이 좀 도와주고 있거든. 마음만 먹으면 평생 동안 행방불명시켜줄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슬슬 내 물음에 답변을 줄 수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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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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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빈. 이 새끼 어디 있냐? 넌 알고 있잖아. 안 그러냐, 누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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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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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오늘도 안 말하면 심히 유감스럽게도 과격한 수단을 써야 할 것 같거든? 그러니까 제발 착하게 말할 때 끝내주길 바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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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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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주문쟁이랑 무슨 대화를 할까. 내가 멍청했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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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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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화는 사람과 하는 거지, 주문 쓰는 놈과 해선 안 되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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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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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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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새끼야, 말을 하게 해줘야 무슨 말이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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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7시간 동안 입이 봉인된 휴이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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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말 좀 하게 해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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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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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휴이 드 베이런의 몸에는 이한의 경이 박힌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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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따지고 보면 [점혈]과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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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과 발짓, 그리고 입의 근육 등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만든 상태인 것이며, 이한으로선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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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마법 쓰는 놈들에게 있어 혓바닥과 손동작은 날붙이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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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게 한다는 건 공격할 빌미를 준다는 것이고, 이한으로선 놈에게 말을 하는 것을 허락해줄 수 없는 뜻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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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대화가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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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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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깜빡여도 좋고,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신호를 줘도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꾸 입으로 말하려고 한다, 너? 왜 말귀를 못 알아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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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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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자존심만 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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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놈이 마냥 입이 열리지 않아서 협력하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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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그냥 반항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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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저놈이 유독 상황 판단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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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고문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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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는 자신의 말에 5할의 진실과 3할의 거짓, 2할의 창작을 섞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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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많은 마법사를 사냥한 남자는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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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쓰는 놈들에게 고문은 그다지 소용이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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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줄 수 있겠지만, 내뱉는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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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에 스스로, 본인의 의지로 말을 내뱉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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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진실을 들을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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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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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자꾸만 가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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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시간만 계속 가고 있기에 언제까지 소모전을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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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술탄을 직접 쳐서 위법 마법사를 찾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다가 위법 마법사가 숨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골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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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놈의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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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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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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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누렁이가 위법 마법사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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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직감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그는 아마 요 100년 사이 그 누구보다 마법사를 열심히 사냥한 기사이기 때문에 아는 경험과 지식에 의한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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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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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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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피곤함을 느끼긴 하겠지만, 이제부터 조금 확실한 방법으로 놈에게서 답을 듣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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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의 ‘몸’에게 직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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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넌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이 미친놈은 왜 갑자기 자길 납치해서 뜬금 위법 마법사를 찾고 있는 걸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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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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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생각을 하겠지. ‘설사 위법 마법사를 찾는다고 해도 정중히 협력을 구해야지, 왜 이따위로 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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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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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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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어처구니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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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 자길 이렇게 대한다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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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내가 왜 널 이렇게 못살게 굴까?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약 2년 전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잡은 주문쟁이 중 크리스틴이란 놈이 있었다. 인체실험을 하기로 유명한 위법 마법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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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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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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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 마법의 대가 크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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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은 마탑에서도 유명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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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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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제 입으로 그러는데, 자긴 마탑 소속이었다고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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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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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재밌는 얘기를 들었어. ‘마탑에 한번 소속된 마법사들은 설령 마탑에서 쫓겨나더라도 자신들의 행적이 모두 마탑에 보고된다’,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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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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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그 새끼가 한 말이 진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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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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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휴이 드 베이런은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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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거늘, 저 막돼먹은 기사는 마치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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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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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불능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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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未知)의 공포’ 앞에서 마법사는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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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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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대가 공포에 떠는 것과 달리 이한이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행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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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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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박동이랑 근육 수축되는 거 한꺼번에 읽어내려니까 빡세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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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거짓말 탐지기]를 흉내낼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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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이 가능한 재주이긴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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