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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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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유아린은 따로 먼저 나오기로 했고, 서예린은 남아서 대본을 받고 설정이나 캐릭터에 대해서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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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밖에 나갔다 온 서예린은 결국 배역을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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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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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도중에도 유아린은 딱히 별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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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서예린의 뒤를 따라 같이 나갔다 오면서 얘기를 좀 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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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편의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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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소리는 이제 끝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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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다 들어가서 이제 주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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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걸 보니 멀쩡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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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편의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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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줄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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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러면서 뭔가 고를 세도 없이 허시를 나한테 쥐어주는 거 봐라. 본인은 초코몽을 골라서 계산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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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람이긴 하구나. 사준다는 거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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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상 돈은 저쪽에서 다 낸 거 아냐? 우린 먹튀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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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성의가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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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딱히 책잡지 않고 초코몽을 마시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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쫍쫍거리며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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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하니 초코몽을 마시던 유아린은 기습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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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가 배우 된다고 하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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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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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물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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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면 믿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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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떠보듯 묻자 유아린은 초코몽을 마시는 걸로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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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대답하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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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아니, 꽤 많이 아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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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떠름하니 답하면서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시선을 위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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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밤하늘이었으나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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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이하게도 산골짜기에 별 하나 뜨지 않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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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변명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것만 같아 고개를 다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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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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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아쉽지. 배우가 되면 학교에서 자주 못 볼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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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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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예린이랑 뭔 얘기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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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물어봐도 될 분위기였기에 조심스럽게 묻자, 유아린은 삐죽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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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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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사줬으니까 덜 쓰레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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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변명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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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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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사주면 착한 사람 맞긴 하지. 정작 내 지갑에서 오늘 돈 나간 건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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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가 될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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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흑역사를 꺼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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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 확 밀려왔으나 유아린의 표정은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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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진짜 나쁜 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예린이도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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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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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넌, 착한 쓰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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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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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나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유아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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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몇 번을 부정했는데. 정작 인정하고 나니까 이제는 좋아하면 안 됐다고 몇 번이나 후회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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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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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도 계속 좋아하는 걸 보면. 아, 내가 진짜 좋아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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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실헤실 웃던 유아린이 고개를 내 쪽으로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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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가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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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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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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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가리키는 유아린. 멍하니 그걸 바라보던 나는 주변을 힐끔 둘러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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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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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 실로 달콤했고, 끈적였으며 또한 농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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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달콤한 초코우유와 같은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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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천천히 입을 떼자, 유아린은 멍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쭉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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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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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래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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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하면 이거보다 더할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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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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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입술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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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좀 더 길고, 찐한 키스가 이어졌고 슬슬 멀리서 버스 소리가 들렸기에 우리는 천천히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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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빌려주기 진짜 더럽게 아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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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한 번 혀로 훑은 유아린은 앙큼한 미소를 짓더니 나를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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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네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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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을 해오는 그녀를 나 역시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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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작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정작 안으니까 다소 아담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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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얼마나 착한 쓰레기인지 아니까…… 자꾸 남 도와주게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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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설명부터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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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꽉 안긴 채로 유아린은 방금 전 서예린이랑 했던 대화를 풀어가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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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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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고민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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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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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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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안은 촬영팀으로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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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을 제외한 내부 기물들을 전부 사용할 수 있게 허가까지 내려준 덕분에 조감독은 콧김을 뿜으며 흥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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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아, 대박이야. 분위기가 확실히 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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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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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독의 말에 주변 스태프들 역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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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지어진 세트장은 감히 풍길 수 없는 묘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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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눈물이 공존하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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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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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독이 딱 원하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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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세트장 지을 필요도 없어서 제작비도 세이브 됐는데 거기에 추가로 제작비 후원까지 해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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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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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있는 곳은 배우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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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배우들은 여기 와봤다면서 자기들끼리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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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져야 연기를 하는 게 수월하다고 해서 일단 같이 다니고는 있었지만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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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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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 배우가 웃으며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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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배우들도 은근 서예린 주변을 맴돌면서 걱정했으나 차승호의 등장만으로 한 걸음씩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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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렇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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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표정이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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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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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들어도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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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연기를 업으로 삼는 차승호에게는 더욱 숨길 수 없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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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 어제…… 우진 씨? 그분 때문에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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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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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우진 얘기가 나오냐고 오히려 따지듯 묻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화풀이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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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승호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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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사귀던 여자가 있는데…… 배우 일 때문에 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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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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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었는지 방금까지 폭발할 것 같던 서예린은 차승호의 경험담에 흥미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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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걸 후회하진 않아요.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더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체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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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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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예린 씨. 처음부터 명품을 쓴 사람들은 뭐가 명품인지 몰라요. 안 써본 사람이 써본 다음에야 느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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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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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도 이제부터 알 거예요. 이쪽 일을 하면서, 이쪽 사람들이랑 만나면서 얘기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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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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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명품이구나. 그걸 체감하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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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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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진이를 무시하는 거냐고 당장이라도 화를 내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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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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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에서 들려온 소란 탓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려 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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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타이밍을 놓친 서예린은 주먹을 꽉 쥐며 입구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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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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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시면 안 된다니까요? 영업하는 거 아니고 촬영 중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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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하려는 거 아니고, 누구 좀 보러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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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에게 막혀서 못 들어오고 있는 김우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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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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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으로 슬리퍼를 찍찍 끌고 온 김우진의 모습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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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여긴 A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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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C동에서나 볼 법한 모습인데 A동과 C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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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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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바로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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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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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을 끌어내려는 스태프를 말리는 서예린. 하지만 서예린이 신원을 보장해 줬다고 해도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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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님 지인분이요? 근데 여기 아무나 데려오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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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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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달리는 걸 보고 뒤따라온 조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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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히 서 있는 김우진을 보니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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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가 데려왔어? 여기 대여한 거라서 촬영 관련자 아니면 출입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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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들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 오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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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가 촬영이 처음이라서 그러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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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차승호가 나서면서 얼추 사태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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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올 곳에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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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거리는 김우진을 보면서 조감독과 차승호 배우는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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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을 봐서라도 참아줘야 했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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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여기 일하는 곳이야. 학생도 여기서 알바하면 이 정도는 알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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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촬영하는 거 보고 싶었더라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특히 여기 감독님이 어렵게 빌리신 장소라서 더 그래요, 우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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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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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리 그때 말했잖아요. 나름 이해해 준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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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서 말했던 걸 언급하면서 따지고 드는 차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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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말할게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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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서예린이 중간에 끼어들었기에 조감독과 차승호도 더 이상 말을 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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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여기 어쩌려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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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보러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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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드렁한 대꾸였음에도 서예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갈 뻔한 걸 억지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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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단 나가자. 여기 있으면 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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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김우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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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 이쪽으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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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쪽으로 향하던 차승호가 서예린을 불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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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랑 같이 대본도 좀 맞춰보고 해야죠. 우진 씨는 혼자 가실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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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얼른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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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촬영 중에 얼타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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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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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서예린의 발걸음이 잠시 머뭇거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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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단 데려다주고 올게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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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김우진이 여기 찾아온 이유를 듣고 싶었기에 일단 같이 밖으로 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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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입구로 걸어 들어오는 정장을 입은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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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가는 정도의 나이대로 보이는 이들은 웃으면서 카지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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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독은 그들을 보는 순간 바로 냉큼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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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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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 호텔의 대표이사와 전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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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 촬영 허가를 내려주신 감사한 분들이었기에 냉큼 조감독이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데리고 그들을 마중 나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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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와 전무들은 그런 조감독을 지나치며 김우진의 앞에 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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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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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고개를 숙이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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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러시지 말라니까.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그러는 거 싫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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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뻘줌해서는 손사래 치며 얼른 일으키는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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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보이시네. 재운이 형 때문에 고생 좀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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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 호텔 모기업의 부회장을 아무렇지 않게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에서부터 이미 주변 사람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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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김재운의 이름이 나오자 긴장한 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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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김재운이 이찬송 부장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비자금 조성까지 닿은 탓에 이렇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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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그런 큰일을 놓치고 있어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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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죄송하실 건 없어요. 저야 그냥 한량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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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시선이 뒤따라온 조감독에게로 향하며 교활하니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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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세요? 여기 괜찮아요? 예린이가 촬영에 낀다고 해서 제가 여기 이사님들한테 부탁 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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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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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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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함에 어깨를 으쓱이자 조감독은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곧장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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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작비도 아끼고! 지원도 받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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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뭐가 감사해요. 저한테 고기도 사주셨는데. 저는 갈게요. 있어 봤자 눈치만 보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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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찍찍 끌며 카지노 밖으로 걸어가는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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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독 뒤에 같이 서 있던 배우들을 지나는 와중, 차승호의 앞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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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세계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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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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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긴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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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으며 차승호를 지나치는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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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조감독을 보고 다른 스태프들 역시 같이 고개 숙여 인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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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와 다른 배우들 역시, 흐름에 편승해서 고개를 숙이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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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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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은 몸을 틀고 손을 슬쩍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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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배웅 안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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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서 있는 서예린을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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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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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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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씨. 새벽이라 더럽게 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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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낙차를 주겠다고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왔는데 괜히 그랬단 생각이 무럭무럭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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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따듯한 게 최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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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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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몸을 비비면서 추워하고 있자니 뒤따라온 서예린이 멍한 눈으로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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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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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가 골드원 모회사 회장 아들이라는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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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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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랑 유아린이 오윤지 관련해서 얘기할 때 말한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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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쏙 빼놓고 어떻게 잘 말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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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좋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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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돼. 중요한 건 아니고. 실은 이번 것도 허세 좀 부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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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허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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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야. 이번에 여기 약점 잡은 게 하나 있거든? 그래서 골드원이 우리 눈치를 좀 봐야 하는데 숟가락 좀 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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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카지노 빌려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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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랑 제작지원금 조금? 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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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더럽게 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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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말을 빨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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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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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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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아린에게 듣게 된 서예린의 진심에 대해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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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잊는 게, 무서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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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다시 말해주자 서예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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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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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반대 아닌가? 내가 무서워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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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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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배우가 되면서 큰물에서 놀게 되면 일반인 때 만났던 인연은 좀 옅어지고 그런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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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린이랑 데이트 하지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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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액 외친 서예린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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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왜 우냐. 이런 날씨에 울면 눈물 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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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눈물을 닦아주자 그건 또 별말 없이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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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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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닦아주며 나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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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멀어질 것 같더라. 회장 아들이라고 해도 사실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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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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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다니까. 뭔가 웃기기도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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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거리고 있는 서예린의 모습이 좀 귀엽게 느껴졌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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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면 나는 회장 아들인 김우진으로 네 곁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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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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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어도. 나는 학생 김우진으로 네 곁에 있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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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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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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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69와 관리자로, 우리는 계속 이어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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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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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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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벌린 채로 나를 쳐다보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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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에게 나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감추려 괜히 말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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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알거든? 다른 애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새끼가 이런 말 하는 거 엿 같은 거? 나도 내가 쓰레기인 거 알아. 근데 네가 지난번에 이런 내 진심을 알아도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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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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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금 당장에 내 진심은 이거야. 응, 어떻게든 너를 놓지는 않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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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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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달려든 서예린의 무게를 겨우 견뎌서 넘어지진 않았지만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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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푸, 웁?! 잠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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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진정시키려고 밀어내는데 얘가 이렇게 힘이 좋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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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탓인지 입술은 차갑고 딱딱했으나, 그 탓에 혀의 온기와 숨결은 훨씬 따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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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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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떼어냈으나 이미 서예린은 무언가 스위치가 들어간 듯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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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아예 내 명치에 박치기를 날리더니 뒤에 있던 벤치에 나를 앉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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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여기까지 밀렸나 순간 놀랐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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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입맞춤이 다시금 폭력적으로 나를 유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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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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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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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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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침과 숨소리가 공존하면서, 어느새 내 손은 서예린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고 그녀의 손은 내 하반신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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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씨,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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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도 돌아오지 않으니 서예린을 찾으러 온 차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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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하게 서예린의 고개를 옆으로 치우며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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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금방 갈 겁- 하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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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차승호가 뒤에 있다는 걸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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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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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서예린은 더욱 탐욕스럽게 키스를 이어간다. 내 허리가 뒤로 젖혀져 아예 그녀에게 깔린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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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호는 멍하니 우리를 쳐다보다 못 본 척하듯 몸을 휙 돌려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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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써어! 가따고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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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려 하니까 입술을 깨물고 놓아주지 않는 탓에 발음이 새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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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말을 듣더니 서예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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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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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 차승호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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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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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반신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아쉬워하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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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키스하려고 했기에 나는 다급히 손으로 입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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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찾잖아! 빨리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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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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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야. 네가 하겠다고 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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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있을래. 너 쪼그라든 거 다시 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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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그런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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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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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졌는지 해맑게 웃은 서예린이 내 귓불을 살짝 깨물곤 작게 속삭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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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존나 따먹을 거니까, 씻고 준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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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런 천박한 말은 어디서 배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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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님이 추천해 주신 품번에서 봤는데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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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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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가기 싫어! 섹x 하고 싶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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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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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 하고 싶다아! 우진이 물고 빨고 하고 싶다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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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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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뺨에 키스한 서예린이 깡충깡충 신을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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