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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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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 빵집 대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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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오늘도 한창 일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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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알바도 끝나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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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서예린이 유명해진 덕분에 대한당 매출도 예년에 비해 배는 늘었다면서 파트장도 기뻐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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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서예린에게 일해 볼 생각 없냐고 권유했으나 실패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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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수준이니 말다 했다고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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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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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의 추억은 썩 괜찮았다고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시간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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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자락에 도달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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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서예린에겐 골드원에서 겪어야 할 한 가지 사건이 더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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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들어온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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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른 손님들과는 다르게 빵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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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마른 편인 앞에 있는 남자는 머리에 왁스칠을 했는지 세련된 인상을 주고 있었으며, 입고 있는 옷들도 쉽게 걸칠 수 없는 고가의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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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에 있는 다른 한 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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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차승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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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길어진다더니 아직 안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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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진 찍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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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끼리 호들갑을 떨면서 얘기하는 와중 서예린 역시 “오.”하고 감탄하며 차승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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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차승호 배우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처음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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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기만 하면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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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역시 거대하며 연기까지 수준급이라고 평가받는 젊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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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남자와 차승호는 가게를 둘러보다 서예린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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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뭔가 빵이라도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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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YS엔터 소속 정민찬 실장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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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으면서 자신의 명함을 내미는 실장을 보며 서예린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쿵쾅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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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이런 걸 받을 때마다 고민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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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김우진과 함께 배우에 대한 꿈을 나눈 다음, 처음 받게 된 명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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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YS엔터라면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수많은 유명한 연예인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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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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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내려다보며 서예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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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몇 번이나 이런 걸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적이 있고, 본인 역시 데일 뻔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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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해서 명함을 돌리는 사람도 본 적 있고, 이름만 비슷한 이상한 엔터도 본 적 있으며, 심지어는 AV배우로 끌고 가려던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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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라는 꽃이 아름다운 만큼 수많은 벌레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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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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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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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국민배우 중 하나라고 불리는 차승호가 떡하니 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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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실물로 뵈니까 훨씬 예쁘시네요. 이래서 승호 씨가 직접 봐야한다고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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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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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니 웃는 차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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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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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명함만 쳐다보고 있던 서예린이 바로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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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묻는 경우는 처음이었는지 실장은 좀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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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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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 경험이 많으시군요? 지금까지 데뷔 안 하신 걸 보면 다 거절하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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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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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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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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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 않으시면 저랑 잠깐 커피라도 한잔하실 수 있을까요? 다른 곳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몰라도 저는 예린 씨 놓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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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지 벌써 알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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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서예린은 슬쩍 대한당 파트장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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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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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괜찮다면서 손가락을 동글게 말아 사인을 주는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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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쪽에서 얘기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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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에는 따로 빵을 먹고 갈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기에 그쪽으로 안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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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로 나온 커피와 함께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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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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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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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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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이쪽으로 오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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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숙소라서 주변 눈치를 살피고는 있지만, 은근히 여기에 익숙해진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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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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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온 찬우는 긴장된다면서 꼼지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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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긴장돼. 그냥 애들 방에 들어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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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부른 건 저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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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넌 가끔 대단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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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더 대단해보여. 어떻게 그 얼굴 가지고 연애를 실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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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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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직장에서 여자 알바랑 썸 타다가 망친 찬우를 또 한 번 질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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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방에서 찬우는 거의 샌드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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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얼굴 가지고 연애를 실패하면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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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호감도 0에서 시작하는데 본인만 혼자서 90에서 시작하는 주제에 실패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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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으면, 어? 막 다 꼬시고. 하루에 한 번씩 여자를 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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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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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진 않지. 순애를 했을 거야. 순애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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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서 나온 유아린의 게슴츠레한 시선을 받는 순간 바로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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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을 해라. 진짜 사지 찢어버리고 싶네,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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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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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눈살을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둥글게 둘러앉아 과자를 먹고 있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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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랑 구조가 똑같은 방에, 같은 인원수가 살고 있는데 여기는 묘하게 좋은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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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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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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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랑 한봄이 바로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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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서아는 지난번에 남자친구 관련으로 도와준 다음부터 꽤나 친근하게 엉겨 붙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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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둘을 무시하고 바로 맥주를 마시고 계신 주희 선배에게 인사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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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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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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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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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대부라도 되는 것처럼 맥주를 홀짝이면서 간결한 손짓으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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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리를 만들어 놓은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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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자 방긋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기에 손을 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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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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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방에 초대되는 것도 그렇고 나뿐만 아니라 찬우까지 부른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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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니까 다소 가벼운 분위기의 술판이 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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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술 취해서 그냥 부른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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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의 일종이 아니었나 싶어서 좀 걱정됐지만 이야기가 바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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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간단하면서도 솔직히 크게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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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엔터라는 대형 기획사에서 제안이 왔다는 건 대단하지만…… 서예린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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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카우트 받는 걸 몇 번인가 본 적 있으니 크게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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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당사자의 반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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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랑 다르게 고민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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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을 빤히 보면서 묻자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는 게 좋았는지 배시시 웃으며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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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일단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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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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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이유가 빈약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서예린이 추가로 설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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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 카지노에서 촬영 중인 영화 엑스트라로 나가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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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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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현장 분위기 한번 알아보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더라. 그래서 나가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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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뼛쭈뼛 거리며 얼굴을 붉힌 서예린. 아마 스치듯 등장하는 작은 배역이겠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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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 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으나 정작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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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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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받았다는 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프로들의 작업장으로 들어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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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멀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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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서예린이 정말로 유명해졌을 때는, 지금 같은 관계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당연한 물음이 머리에 떠올랐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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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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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약적인 이야기였고, 이기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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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면서 무슨 배역인지 물어봤고, 배역은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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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러 온 여자로 대사는 따로 없고 길을 잃어버린 주인공에게 손짓으로 길을 알려주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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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편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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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손짓 연습하고 있는 서예린이 좀 웃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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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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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조오오건 찬우라니까? 차승호가 아무리 잘생겨도 찬우한테는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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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대배우의 품격이 있잖아. 직접 보면 차승호가 더 잘생겼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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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봄과 이서아는 찬우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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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의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보이는 차승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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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잘생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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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가 직접 봤으니까 물어보자. 예린아 어때? 누가 더 잘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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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차승호지? 승호 선배님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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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는 연극영화과라고 해서 벌써 선배 취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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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부럽기도 할 텐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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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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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와 핸드폰 속 차승호를 번갈아 보던 서예린은 슬쩍 내 쪽을 보더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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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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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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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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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입이 꾹 다물어지며 바로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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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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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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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당당하게 대꾸하자 둘이 바로 호들갑을 떨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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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우진이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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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남신들 얘기하는데 왜 사람을 끼냐.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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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과자를 집어 먹는 서예린. 두 사람의 시선은 혼자 소파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주희 선배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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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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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잘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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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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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못 피우는 게 아쉬우신지 입맛을 다시더니 사진과 찬우를 힐끔 보시곤 쿨하게 웃으며 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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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리 이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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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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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벌떡 일어나서 주희 선배에게 달려가자 양손을 벌리고 안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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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냄새가 풀풀 풍기시는 게 한두 캔 마신 게 아니었으며, 안아주실 줄도 몰랐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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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을 땐 그런 반응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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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에게 안겨 있는 내 엉덩이를 때려대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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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이서아와 한봄은 유아린에게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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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너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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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야 차승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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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와의 포옹을 끝내고 다시 자리에 앉자 유아린도 내 쪽을 힐끔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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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는 기대감에 차서 유아린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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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기서 녀석까지 나를 뽑아주면 3:1:1로 내가 차승호와 정찬우를 이긴 남자가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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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차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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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똘망똘망한 시선을 무시하면서 바로 대답한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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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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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찬우를 이기고, 차승호와 동점이 된 나였기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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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 유아린 엉덩이나 한 대 더 때리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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