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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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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흐흥.”

골드원 빵집 대한당.

서예린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오늘도 한창 일하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알바도 끝나가는 상황.

SNS로 서예린이 유명해진 덕분에 대한당 매출도 예년에 비해 배는 늘었다면서 파트장도 기뻐하는 중이었다.

진심으로 서예린에게 일해 볼 생각 없냐고 권유했으나 실패했고.

떠난 후에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수준이니 말다 했다고 볼 수 있겠지.

어쨌든.

골드원에서의 추억은 썩 괜찮았다고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시간이었으나.

끝자락에 도달할 무렵.

아직 서예린에겐 골드원에서 겪어야 할 한 가지 사건이 더 남아 있었다.

그때 들어온 두 남자.

그들은 다른 손님들과는 다르게 빵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조금 마른 편인 앞에 있는 남자는 머리에 왁스칠을 했는지 세련된 인상을 주고 있었으며, 입고 있는 옷들도 쉽게 걸칠 수 없는 고가의 브랜드였다.

그리고 뒤에 있는 다른 한 명은…….

“헐? 차승호 아니야?”

“촬영 길어진다더니 아직 안 갔구나!”

“사, 사진 찍어도 되나?”

알바생끼리 호들갑을 떨면서 얘기하는 와중 서예린 역시 “오.”하고 감탄하며 차승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유명한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차승호 배우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처음 봤으니까.

맡기만 하면 주연.

팬덤 역시 거대하며 연기까지 수준급이라고 평가받는 젊은 배우.

마른 남자와 차승호는 가게를 둘러보다 서예린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뭔가 빵이라도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으나.

“안녕하세요, 저는 YS엔터 소속 정민찬 실장이라고 합니다.”

방긋 웃으면서 자신의 명함을 내미는 실장을 보며 서예린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쿵쾅 두근거렸다.

이전에는 이런 걸 받을 때마다 고민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었으나.

지난번 김우진과 함께 배우에 대한 꿈을 나눈 다음, 처음 받게 된 명함이니까.

게다가 YS엔터라면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수많은 유명한 연예인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지 않은가.

“…….”

명함을 내려다보며 서예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부모님이 몇 번이나 이런 걸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적이 있고, 본인 역시 데일 뻔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칭해서 명함을 돌리는 사람도 본 적 있고, 이름만 비슷한 이상한 엔터도 본 적 있으며, 심지어는 AV배우로 끌고 가려던 사람들도 있었다.

서예린이라는 꽃이 아름다운 만큼 수많은 벌레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노릇.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옆에 국민배우 중 하나라고 불리는 차승호가 떡하니 서 있으니까.

“이야, 실물로 뵈니까 훨씬 예쁘시네요. 이래서 승호 씨가 직접 봐야한다고 했구나?”

“하하.”

어색하니 웃는 차승호.

“스카우트인가요?”

계속 명함만 쳐다보고 있던 서예린이 바로 질문했다.

본인이 직접 묻는 경우는 처음이었는지 실장은 좀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금세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경험이 많으시군요? 지금까지 데뷔 안 하신 걸 보면 다 거절하신 거고요.”

“…….”

부정하진 않았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불편하지 않으시면 저랑 잠깐 커피라도 한잔하실 수 있을까요? 다른 곳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몰라도 저는 예린 씨 놓치고 싶지 않네요.”

이름까지 벌써 알고 있구나.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서예린은 슬쩍 대한당 파트장을 쳐다본다.

“오케이.”

바로 괜찮다면서 손가락을 동글게 말아 사인을 주는 파트장.

“그럼 이쪽에서 얘기하시죠.”

대한당에는 따로 빵을 먹고 갈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기에 그쪽으로 안내했고.

서비스로 나온 커피와 함께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똑똑.

현관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이쪽으로 오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자 숙소라서 주변 눈치를 살피고는 있지만, 은근히 여기에 익숙해진 내가 있었다.

“좀 긴장된다.”

뒤따라 온 찬우는 긴장된다면서 꼼지락거렸다.

“뭐가 긴장돼. 그냥 애들 방에 들어가는 건데.”

게다가 부른 건 저쪽이다.

“우진아, 넌 가끔 대단해보여.”

“난 네가 더 대단해보여. 어떻게 그 얼굴 가지고 연애를 실패하지.”

“…….”

같이 일하는 직장에서 여자 알바랑 썸 타다가 망친 찬우를 또 한 번 질타한다.

이미 우리 방에서 찬우는 거의 샌드백이었다.

저 얼굴 가지고 연애를 실패하면 맞아야지.

남들 다 호감도 0에서 시작하는데 본인만 혼자서 90에서 시작하는 주제에 실패하면 말이다.

“내가 너였으면, 어? 막 다 꼬시고. 하루에 한 번씩 여자를 갈아…….”

끼익.

“……치우진 않지. 순애를 했을 거야. 순애최고.”

문에서 나온 유아린의 게슴츠레한 시선을 받는 순간 바로 말을 바꿨다.

“지랄을 해라. 진짜 사지 찢어버리고 싶네, 김우진.”

“무서워요.”

흉흉한 눈살을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둥글게 둘러앉아 과자를 먹고 있는 여자들.

분명 우리랑 구조가 똑같은 방에, 같은 인원수가 살고 있는데 여기는 묘하게 좋은 냄새가 난다.

“왔구나!”

“찬우 오랜만이네!”

이서아랑 한봄이 바로 반겨준다.

특히나 이서아는 지난번에 남자친구 관련으로 도와준 다음부터 꽤나 친근하게 엉겨 붙어 왔다.

하지만 나는 둘을 무시하고 바로 맥주를 마시고 계신 주희 선배에게 인사를 박았다.

“선배, 안녕하십니까!”

“어, 그려.”

역시.

무슨 대부라도 되는 것처럼 맥주를 홀짝이면서 간결한 손짓으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이미 자리를 만들어 놓은 서예린.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자 방긋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기에 손을 쳐낸다.

“무슨 일인데.”

여자 방에 초대되는 것도 그렇고 나뿐만 아니라 찬우까지 부른 것도 그렇고.

보통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니까 다소 가벼운 분위기의 술판이 벌려져 있다.

‘이거 술 취해서 그냥 부른 거 아냐?

주사의 일종이 아니었나 싶어서 좀 걱정됐지만 이야기가 바로 시작됐다.

이야기는 간단하면서도 솔직히 크게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YS엔터라는 대형 기획사에서 제안이 왔다는 건 대단하지만…… 서예린이지 않은가.

이미 스카우트 받는 걸 몇 번인가 본 적 있으니 크게 놀랍지 않다.

중요한 건 당사자의 반응이겠지.

“지금까지랑 다르게 고민하고 있는 거지?”

서예린을 빤히 보면서 묻자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는 게 좋았는지 배시시 웃으며 끄덕였다.

“응, 일단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서 우리를 불렀다?

약간 이유가 빈약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서예린이 추가로 설명을 이어갔다.

“게다가 나, 카지노에서 촬영 중인 영화 엑스트라로 나가기로 했어.”

“음?”

“혀, 현장 분위기 한번 알아보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더라. 그래서 나가기로 했어.”

쭈뼛쭈뼛 거리며 얼굴을 붉힌 서예린. 아마 스치듯 등장하는 작은 배역이겠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모양이었다.

‘잘됐네. 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으나 정작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뭐랄까.

스카우트 받았다는 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프로들의 작업장으로 들어간다니…….

좀 멀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중에 서예린이 정말로 유명해졌을 때는, 지금 같은 관계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당연한 물음이 머리에 떠올랐으나.

‘됐다.

너무 비약적인 이야기였고, 이기적이기도 했다.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면서 무슨 배역인지 물어봤고, 배역은 적당했다.

혼자 놀러 온 여자로 대사는 따로 없고 길을 잃어버린 주인공에게 손짓으로 길을 알려주는 역할.

“확실히 편하겠네.”

벌써부터 손짓 연습하고 있는 서예린이 좀 웃기긴 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

“아니, 무조오오건 찬우라니까? 차승호가 아무리 잘생겨도 찬우한테는 안 되지!”

“아무리 그래도 대배우의 품격이 있잖아. 직접 보면 차승호가 더 잘생겼을걸.”

한봄과 이서아는 찬우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서아의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보이는 차승호 사진.

확실히 잘생기긴 했다.

“예린이가 직접 봤으니까 물어보자. 예린아 어때? 누가 더 잘생겼어?”

“무조건 차승호지? 승호 선배님이시지?!”

이서아는 연극영화과라고 해서 벌써 선배 취급인가.

서예린이 부럽기도 할 텐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좀 대견하다.

“으음…….”

찬우와 핸드폰 속 차승호를 번갈아 보던 서예린은 슬쩍 내 쪽을 보더니 웃는다.

“난 우진이?”

“…….”

“…….”

둘의 입이 꾹 다물어지며 바로 나를 쳐다본다.

“뭘 꼬나봐.”

이럴 때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오히려 당당하게 대꾸하자 둘이 바로 호들갑을 떨어댄다.

“에이! 우진이는 아니지!”

“맞아, 남신들 얘기하는데 왜 사람을 끼냐. 잔인하게.”

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과자를 집어 먹는 서예린. 두 사람의 시선은 혼자 소파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주희 선배에게로 향했다.

“선배는 어때요?”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아요?”

“앙?”

담배를 못 피우는 게 아쉬우신지 입맛을 다시더니 사진과 찬우를 힐끔 보시곤 쿨하게 웃으며 말하셨다.

“나도 우리 이쁜이.”

“선배에에에에!”

바로 벌떡 일어나서 주희 선배에게 달려가자 양손을 벌리고 안아주신다.

술 냄새가 풀풀 풍기시는 게 한두 캔 마신 게 아니었으며, 안아주실 줄도 몰랐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내가 말했을 땐 그런 반응 아니었잖아.”

주희 선배에게 안겨 있는 내 엉덩이를 때려대는 서예린.

하지만 이미 이서아와 한봄은 유아린에게 가 있었다.

“아린아 너는 어때?”

“찬우야 차승호야?”

주희 선배와의 포옹을 끝내고 다시 자리에 앉자 유아린도 내 쪽을 힐끔 보고 있었다.

설마 하는 기대감에 차서 유아린을 쳐다본다.

만약 여기서 녀석까지 나를 뽑아주면 3:1:1로 내가 차승호와 정찬우를 이긴 남자가 되는 거였다.

“하, 차승호.”

그런 내 똘망똘망한 시선을 무시하면서 바로 대답한 유아린.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어쨌든 정찬우를 이기고, 차승호와 동점이 된 나였기에 만족스러웠다.

……갈 때 유아린 엉덩이나 한 대 더 때리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