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35 lines
11 KiB
Markdown
335 lines
11 KiB
Markdown
|
||
길거리가 어둑해진 늦은 밤.
|
||
|
||
나와 최이서는 같이 밤길을 걷는 중이었다.
|
||
|
||
버스를 타긴 했으나 숙소인 C호텔까지 가기 위해서는 좀 걸을 필요가 있었다.
|
||
|
||
“…….”
|
||
|
||
찬 공기만큼이나 어색한 분위기가 따갑게 뺨을 찔러왔다.
|
||
|
||
최이서랑은 몇 번인가 이런 적이 있었는데. 감정을 격하게 쏟아낸 대화를 나눈 이후에는 꼭 이렇게 어색한 침묵이 찾아온다.
|
||
|
||
길거리에 아직 녹지 못하고 쌓인 눈 밟는 소리 정도만 소복소복하니 들려올 뿐.
|
||
|
||
우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
|
||
덕분에 하고 싶지 않아도 방금 전 상황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는데.
|
||
|
||
‘진짜 미친 새끼네.’
|
||
|
||
당시에는 최이서가 괜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길 바라면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얘기했던 건데.
|
||
|
||
지금 생각하니까 그냥 나쁜 새끼니까 뭐 어쩌라고 외치며 배짱 장사한 게 아닌가.
|
||
|
||
‘그냥 또라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
||
|
||
자신을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고 노력해 봐도 쓰레기라는 대답 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
||
|
||
오히려 이런 나한테 최이서가 정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까 슬슬 걱정될 무렵.
|
||
|
||
“후회하고 있어?”
|
||
|
||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힐끔 쳐다보고 있는 최이서.
|
||
|
||
얼굴에 티가 났나 싶어서 손을 뺨에 댄 후에야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
||
|
||
“아니, 뭐…… 솔직히 미친 발언이었잖아?”
|
||
|
||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자, 최이서도 이제야 작게 웃어주었고.
|
||
|
||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
||
|
||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
|
||
|
||
“당시에는 나름 진심이었지만…… 그, 약간 과격한 발언이긴 했어.”
|
||
|
||
실언으로 치부하고 싶었는데 최이서 쪽에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마음이 가벼워 보였다.
|
||
|
||
“발언은 좀 쓰레기 같긴 했지만. 스스로 쓰레기가 될 정도로 나를 소중히 여겨준다는 건 느껴졌어.”
|
||
|
||
“……묘하네. 어떻게 말이 그렇게 될 수가 있지.”
|
||
|
||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긴 했다.
|
||
|
||
내가 다른 여자랑 많이 노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게 어떻게 최이서를 지키는 게 될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
||
|
||
뭐든 일단 되긴 되지 않았는가.
|
||
|
||
“오늘 자고 내일 돌아갈 거야?”
|
||
|
||
“응, 이번 주까지만 쉬는 거고 또다시 일해야 하거든.”
|
||
|
||
윤지랑 작은형인가.
|
||
|
||
솔직히 무슨 일하는지 좀 많이 궁금해서 물어볼까 고민했는데.
|
||
|
||
“개인방송인들 모아서 회사 차리고 있어. 뭐, 나야 잡심부름 정도만 하고 있고.”
|
||
|
||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
|
||
|
||
작은형이 옛날부터 인터넷방송 쪽에 관심이 워낙 많았던지라 아마 그쪽으로 뭔가 하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
||
|
||
작은형 여자친구도 인터넷방송인 출신인 걸로 알고 있다.
|
||
|
||
‘나중에 따로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
|
||
|
||
어느새 도착한 호텔 입구.
|
||
|
||
잘 가라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최이서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는 삐죽거리며 말했다.
|
||
|
||
“데려다줘.”
|
||
|
||
“답지 않게 어리광이네.”
|
||
|
||
“얼르은.”
|
||
|
||
애교까지?
|
||
|
||
“흠, 이건 못 참지.”
|
||
|
||
바로 가자고 손짓하자 최이서도 웃으면서 나를 이끈다.
|
||
|
||
어차피 가봤자 몇 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
||
|
||
시간이 늦었으니 복도에 딱히 사람도 없었고, 그냥 가볍게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
||
|
||
정작 문이 열리자마자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달려 나온 두 사람.
|
||
|
||
서예린과 유아린.
|
||
|
||
자기 전이었는지 잠옷 차림을 한 상태로 나온 둘은 나를 보는 순간 바로 한마디씩 날려 왔다.
|
||
|
||
“내가 분명 8시까지 우리 이서 보내라고 했지!”
|
||
|
||
“진짜 더럽게 늦게 오네!”
|
||
|
||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오늘 있었던 일을 다 말하기엔 좀 그랬기에.
|
||
|
||
“그냥 어쩌다 늦었어.”
|
||
|
||
뒷머리를 긁적이며 에둘러 변명하자 오히려 저쪽에서 더 날뛴다.
|
||
|
||
“우! 김우진 우! 변명에 성의가 없다아!”
|
||
|
||
“그냥 어쩌다가 너를 때려도 될까?”
|
||
|
||
하여간 이것들은.
|
||
|
||
밤이 늦었으니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최이서가 좀 더 빨랐다.
|
||
|
||
“우진이가 이제부터 나쁜 남자 하겠대.”
|
||
|
||
“……음?”
|
||
|
||
그걸 여기서 이렇게 말하신다고요?
|
||
|
||
그게 무슨 말이냐고 서예린과 유아린이 묻자, 최이서는 나름 자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
||
|
||
“나쁜 남자라서 여자가 자기 좋아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래. 친구들끼리 남자 두고 싸우는 것도 다 본인 탓이래.”
|
||
|
||
“와, 김우진 플랙스.”
|
||
|
||
“시발, 토할 것 같은데.”
|
||
|
||
“…….”
|
||
|
||
뭐지.
|
||
|
||
왜 갑자기 두드려 맞기 시작했지.
|
||
|
||
“그러니까 너희도 친구끼리 싸우지 말라고. 다 우진이 탓이니까.”
|
||
|
||
방긋 웃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서예린과 유아린에게 말해준다.
|
||
|
||
그러면서도 나를 앙칼지게 노려보는 걸 보면.
|
||
|
||
아까 그 발언이 좋으면서도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인 모양이다.
|
||
|
||
“아니, 그때는 그냥 홧김에 말한 거고…….”
|
||
|
||
나라고 진짜 세 다리 걸치면서 살 생각은 없었기에 다급히 변명을 해보지만.
|
||
|
||
“우진이는 다 좋은데 가끔 진짜 별로일 때가 있어.”
|
||
|
||
“나랑 반대네. 나는 다 싫은데 가끔 괜찮더라.”
|
||
|
||
“흐음, 개인적으론 이상한 농담 날릴 때가 싫어. 본인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짜증 나.”
|
||
|
||
“왜 때리세요 갑자기.”
|
||
|
||
갑자기 셋이서 나를 말로 두들겨 패기 시작한 상황.
|
||
|
||
세 사람의 수다는 내가 어찌 막을 수 있는 것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
|
||
“찬우 정도나 돼야 나쁜 남자로 여자 끼고 다니는 거지. 김우진은 그냥 나쁜 남자 호소인 아님?”
|
||
|
||
굳이 정찬우를 언급하면서 나를 아프게 때리는 유아린.
|
||
|
||
“호소인. 그거네. 딱 맞다. 우진이는 나쁜 남자가 아니라 나쁜 놈 정도겠네.”
|
||
|
||
유아린이 아프게 때린 곳을 굳이 한 번 더 때리면서 멍들게 만든 최이서.
|
||
|
||
“우진이 밖에서 너무 돌아다녀서 열이라도 난 거 아니야? 안에 들어와서 좀 쉬다 갈레?”
|
||
|
||
아예 개소리라고 치부하고 내 이마에 손을 대면서 열을 재는 서예린까지.
|
||
|
||
“…….”
|
||
|
||
이런 애들 데리고 내가 아까 무슨 말을 했던 거지.
|
||
|
||
뭐?
|
||
|
||
나쁜 남자니까 괜찮아?
|
||
|
||
“후, 오늘 돌아가서 죽어야겠다.”
|
||
|
||
바로 이승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주먹을 꽉 쥐자니 열을 재던 서예린이 두 사람은 못 듣게 슬쩍 속삭인다.
|
||
|
||
“나는 바람도 괜찮아.”
|
||
|
||
“…….”
|
||
|
||
“대신 꼬추만 다른 거 쓰면 돼.”
|
||
|
||
이게 뭔 참신한 개소리지.
|
||
|
||
“어느 남자든 그건 하나야.”
|
||
|
||
너무 당연한 걸 대꾸해 주자 서예린이 배시시 웃으면서 끄덕였다.
|
||
|
||
“그니까.”
|
||
|
||
“정신 나갔니?”
|
||
|
||
바람피지 말라는 소리를 참 신박하게 하는구나.
|
||
|
||
“야, 나쁜 남자. 까짓거 여기서 자고 갈래?”
|
||
|
||
“김우진 더 베드가이.”
|
||
|
||
“씨불년들.”
|
||
|
||
유아린이랑 최이서가 합공으로 놀리고 오는 탓에 정신이 어지럽다.
|
||
|
||
119 불러서 엠뷸런스 타고 가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이 차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
|
||
“어떡해! 베드 가이 열나는 것 같아!”
|
||
|
||
진지한 표정으로 걱정하는 서예린.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게 딱 봐도 진심이 아니라 장난치고 있는 거였다.
|
||
|
||
“나 간다.”
|
||
|
||
이미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탓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세 사람은 놓아주지 않았다.
|
||
|
||
“어디가! 또 누굴 꼬시러 가는 거냐 베드가이!”
|
||
|
||
“영문과 배트맨!”
|
||
|
||
“옴므파탈 우진 킴!”
|
||
|
||
“그만해애!”
|
||
|
||
진짜 수치심 때문에 죽을 것 같아!
|
||
|
||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외치자 셋이서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
||
|
||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던 모양이다.
|
||
|
||
이렇게 나를 자극하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
||
|
||
뭔가.
|
||
|
||
뭔가 이것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
|
||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따라온 녀석들.
|
||
|
||
나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닫힘 버튼을 누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
||
|
||
“밤에는 그냥 허접들이.”
|
||
|
||
나름대로 순화해서 말했던 거였는데.
|
||
|
||
저쪽에서는 꽤나 자극적인 도발이었는지 바로 반응들이 왔다.
|
||
|
||
“……!”
|
||
|
||
깜짝 놀라서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 채로 굳어진 최이서.
|
||
|
||
아무래도 그날 밤 내 밑에 깔려서 애원했던 게 순식간에 머리에 떠오른 모양이었다.
|
||
|
||
“개색갸!”
|
||
|
||
마찬가지로 부끄러움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잡으려는 유아린이었으나.
|
||
|
||
한발 늦어서 문은 그대로 닫혔다.
|
||
|
||
“난 허접 아닌데.”
|
||
|
||
문이 닫히기 전 억울하다는 서예린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오긴 했으나.
|
||
|
||
어쨌든 나는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
||
|
||
나름 복수에 성공한 게 아닐까.
|
||
|
||
그나마 달래진 기분으로 숙소로 냉큼 들어간다.
|
||
|
||
아직도 잠을 안 자고 다 같이 모여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 룸메들을 지나,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
||
|
||
때마침 온 톡.
|
||
|
||
누군가 싶었는데 서예린이었다.
|
||
|
||
- 서예린: 나는 허접 아님.
|
||
|
||
지랄 났네.
|
||
|
||
- 김우진: 너도 허접임. 자박꼼임.
|
||
|
||
- 서예린: ? 다시 와서 박아보삼.
|
||
|
||
미친년이네 진짜.
|
||
|
||
그래, 솔직히 말해서 서예린은 다른 둘에 비해서는 훨씬 적극적이다.
|
||
|
||
- 김우진: 네가 이겼다. 허접 아님.
|
||
|
||
- 서예린: ㄱㅅ
|
||
|
||
- 서예린: (사진)
|
||
|
||
- 서예린: 선물.
|
||
|
||
또 옷 벗은 사진이나 보냈거니 했으나 이번엔 좀 특별한 사진이었다.
|
||
|
||
보는 순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사진.
|
||
|
||
배경은 스키장.
|
||
|
||
아이들 사이로 썰매를 타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유아린이 찍힌 사진이었다.
|
||
|
||
“결국 썰매를 탔네.”
|
||
|
||
어이없어서 웃으며 바로 유아린한테 사진을 보내자.
|
||
|
||
- 유아린: (사진)
|
||
|
||
이번엔 저쪽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
||
|
||
앵글은 비슷했고, 배경도 똑같은데 사람만 바뀌었다.
|
||
|
||
서예린이 썰매 타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이 찍힌 것.
|
||
|
||
아까 무슨 상여자 하여자 하더니 결국 본인도 썰매를 탄 모양이었다.
|
||
|
||
- 김우진: 둘이 찐친이네.
|
||
|
||
이번엔 또 유아린한테 받은 사진을 서예린에게 보내주면서 웃어주자 다른 사진이 왔다.
|
||
|
||
- 서예린: (사진)
|
||
|
||
- 서예린: 주희 선배가 찍어주심.
|
||
|
||
둘이 같이 웃으면서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