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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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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가 어둑해진 늦은 밤.

나와 최이서는 같이 밤길을 걷는 중이었다.

버스를 타긴 했으나 숙소인 C호텔까지 가기 위해서는 좀 걸을 필요가 있었다.

“…….”

찬 공기만큼이나 어색한 분위기가 따갑게 뺨을 찔러왔다.

최이서랑은 몇 번인가 이런 적이 있었는데. 감정을 격하게 쏟아낸 대화를 나눈 이후에는 꼭 이렇게 어색한 침묵이 찾아온다.

길거리에 아직 녹지 못하고 쌓인 눈 밟는 소리 정도만 소복소복하니 들려올 뿐.

우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덕분에 하고 싶지 않아도 방금 전 상황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는데.

‘진짜 미친 새끼네.

당시에는 최이서가 괜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길 바라면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얘기했던 건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냥 나쁜 새끼니까 뭐 어쩌라고 외치며 배짱 장사한 게 아닌가.

‘그냥 또라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자신을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고 노력해 봐도 쓰레기라는 대답 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나한테 최이서가 정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까 슬슬 걱정될 무렵.

“후회하고 있어?”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힐끔 쳐다보고 있는 최이서.

얼굴에 티가 났나 싶어서 손을 뺨에 댄 후에야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아니, 뭐…… 솔직히 미친 발언이었잖아?”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자, 최이서도 이제야 작게 웃어주었고.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

“당시에는 나름 진심이었지만…… 그, 약간 과격한 발언이긴 했어.”

실언으로 치부하고 싶었는데 최이서 쪽에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마음이 가벼워 보였다.

“발언은 좀 쓰레기 같긴 했지만. 스스로 쓰레기가 될 정도로 나를 소중히 여겨준다는 건 느껴졌어.”

“……묘하네. 어떻게 말이 그렇게 될 수가 있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긴 했다.

내가 다른 여자랑 많이 노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게 어떻게 최이서를 지키는 게 될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뭐든 일단 되긴 되지 않았는가.

“오늘 자고 내일 돌아갈 거야?”

“응, 이번 주까지만 쉬는 거고 또다시 일해야 하거든.”

윤지랑 작은형인가.

솔직히 무슨 일하는지 좀 많이 궁금해서 물어볼까 고민했는데.

“개인방송인들 모아서 회사 차리고 있어. 뭐, 나야 잡심부름 정도만 하고 있고.”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

작은형이 옛날부터 인터넷방송 쪽에 관심이 워낙 많았던지라 아마 그쪽으로 뭔가 하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작은형 여자친구도 인터넷방송인 출신인 걸로 알고 있다.

‘나중에 따로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

어느새 도착한 호텔 입구.

잘 가라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최이서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는 삐죽거리며 말했다.

“데려다줘.”

“답지 않게 어리광이네.”

“얼르은.”

애교까지?

“흠, 이건 못 참지.”

바로 가자고 손짓하자 최이서도 웃으면서 나를 이끈다.

어차피 가봤자 몇 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시간이 늦었으니 복도에 딱히 사람도 없었고, 그냥 가볍게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정작 문이 열리자마자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달려 나온 두 사람.

서예린과 유아린.

자기 전이었는지 잠옷 차림을 한 상태로 나온 둘은 나를 보는 순간 바로 한마디씩 날려 왔다.

“내가 분명 8시까지 우리 이서 보내라고 했지!”

“진짜 더럽게 늦게 오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오늘 있었던 일을 다 말하기엔 좀 그랬기에.

“그냥 어쩌다 늦었어.”

뒷머리를 긁적이며 에둘러 변명하자 오히려 저쪽에서 더 날뛴다.

“우! 김우진 우! 변명에 성의가 없다아!”

“그냥 어쩌다가 너를 때려도 될까?”

하여간 이것들은.

밤이 늦었으니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최이서가 좀 더 빨랐다.

“우진이가 이제부터 나쁜 남자 하겠대.”

“……음?”

그걸 여기서 이렇게 말하신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서예린과 유아린이 묻자, 최이서는 나름 자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나쁜 남자라서 여자가 자기 좋아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래. 친구들끼리 남자 두고 싸우는 것도 다 본인 탓이래.”

“와, 김우진 플랙스.”

“시발, 토할 것 같은데.”

“…….”

뭐지.

왜 갑자기 두드려 맞기 시작했지.

“그러니까 너희도 친구끼리 싸우지 말라고. 다 우진이 탓이니까.”

방긋 웃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서예린과 유아린에게 말해준다.

그러면서도 나를 앙칼지게 노려보는 걸 보면.

아까 그 발언이 좋으면서도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인 모양이다.

“아니, 그때는 그냥 홧김에 말한 거고…….”

나라고 진짜 세 다리 걸치면서 살 생각은 없었기에 다급히 변명을 해보지만.

“우진이는 다 좋은데 가끔 진짜 별로일 때가 있어.”

“나랑 반대네. 나는 다 싫은데 가끔 괜찮더라.”

“흐음, 개인적으론 이상한 농담 날릴 때가 싫어. 본인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짜증 나.”

“왜 때리세요 갑자기.”

갑자기 셋이서 나를 말로 두들겨 패기 시작한 상황.

세 사람의 수다는 내가 어찌 막을 수 있는 것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찬우 정도나 돼야 나쁜 남자로 여자 끼고 다니는 거지. 김우진은 그냥 나쁜 남자 호소인 아님?”

굳이 정찬우를 언급하면서 나를 아프게 때리는 유아린.

“호소인. 그거네. 딱 맞다. 우진이는 나쁜 남자가 아니라 나쁜 놈 정도겠네.”

유아린이 아프게 때린 곳을 굳이 한 번 더 때리면서 멍들게 만든 최이서.

“우진이 밖에서 너무 돌아다녀서 열이라도 난 거 아니야? 안에 들어와서 좀 쉬다 갈레?”

아예 개소리라고 치부하고 내 이마에 손을 대면서 열을 재는 서예린까지.

“…….”

이런 애들 데리고 내가 아까 무슨 말을 했던 거지.

뭐?

나쁜 남자니까 괜찮아?

“후, 오늘 돌아가서 죽어야겠다.”

바로 이승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주먹을 꽉 쥐자니 열을 재던 서예린이 두 사람은 못 듣게 슬쩍 속삭인다.

“나는 바람도 괜찮아.”

“…….”

“대신 꼬추만 다른 거 쓰면 돼.”

이게 뭔 참신한 개소리지.

“어느 남자든 그건 하나야.”

너무 당연한 걸 대꾸해 주자 서예린이 배시시 웃으면서 끄덕였다.

“그니까.”

“정신 나갔니?”

바람피지 말라는 소리를 참 신박하게 하는구나.

“야, 나쁜 남자. 까짓거 여기서 자고 갈래?”

“김우진 더 베드가이.”

“씨불년들.”

유아린이랑 최이서가 합공으로 놀리고 오는 탓에 정신이 어지럽다.

119 불러서 엠뷸런스 타고 가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이 차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어떡해! 베드 가이 열나는 것 같아!”

진지한 표정으로 걱정하는 서예린.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게 딱 봐도 진심이 아니라 장난치고 있는 거였다.

“나 간다.”

이미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탓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세 사람은 놓아주지 않았다.

“어디가! 또 누굴 꼬시러 가는 거냐 베드가이!”

“영문과 배트맨!”

“옴므파탈 우진 킴!”

“그만해애!”

진짜 수치심 때문에 죽을 것 같아!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외치자 셋이서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던 모양이다.

이렇게 나를 자극하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뭔가.

뭔가 이것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따라온 녀석들.

나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닫힘 버튼을 누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밤에는 그냥 허접들이.”

나름대로 순화해서 말했던 거였는데.

저쪽에서는 꽤나 자극적인 도발이었는지 바로 반응들이 왔다.

“……!”

깜짝 놀라서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 채로 굳어진 최이서.

아무래도 그날 밤 내 밑에 깔려서 애원했던 게 순식간에 머리에 떠오른 모양이었다.

“개색갸!”

마찬가지로 부끄러움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잡으려는 유아린이었으나.

한발 늦어서 문은 그대로 닫혔다.

“난 허접 아닌데.”

문이 닫히기 전 억울하다는 서예린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오긴 했으나.

어쨌든 나는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나름 복수에 성공한 게 아닐까.

그나마 달래진 기분으로 숙소로 냉큼 들어간다.

아직도 잠을 안 자고 다 같이 모여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 룸메들을 지나,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때마침 온 톡.

누군가 싶었는데 서예린이었다.

  • 서예린: 나는 허접 아님.

지랄 났네.

  • 김우진: 너도 허접임. 자박꼼임.

  • 서예린: ? 다시 와서 박아보삼.

미친년이네 진짜.

그래, 솔직히 말해서 서예린은 다른 둘에 비해서는 훨씬 적극적이다.

  • 김우진: 네가 이겼다. 허접 아님.

  • 서예린: ㄱㅅ

  • 서예린: (사진)

  • 서예린: 선물.

또 옷 벗은 사진이나 보냈거니 했으나 이번엔 좀 특별한 사진이었다.

보는 순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사진.

배경은 스키장.

아이들 사이로 썰매를 타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유아린이 찍힌 사진이었다.

“결국 썰매를 탔네.”

어이없어서 웃으며 바로 유아린한테 사진을 보내자.

  • 유아린: (사진)

이번엔 저쪽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앵글은 비슷했고, 배경도 똑같은데 사람만 바뀌었다.

서예린이 썰매 타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이 찍힌 것.

아까 무슨 상여자 하여자 하더니 결국 본인도 썰매를 탄 모양이었다.

  • 김우진: 둘이 찐친이네.

이번엔 또 유아린한테 받은 사진을 서예린에게 보내주면서 웃어주자 다른 사진이 왔다.

  • 서예린: (사진)

  • 서예린: 주희 선배가 찍어주심.

둘이 같이 웃으면서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