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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 딱히 가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와 자리를 찾고 앉자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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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사람들이 지나다닌 탓에 무대가 드문드문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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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솔직히 영화 보는 거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많이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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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나도 처음이라 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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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도 콘서트는 처음이라 설레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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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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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서 내가 껴안고 있던 탓에 다른 사람이 종종 질투를 섞어서 째려보곤 했지만 그것도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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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런 콘서트는 혼자 오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다들 자기 짝이랑 다니는 데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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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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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동동 구르면서 흥분을 억지로 억누르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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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이렇게 아이처럼 구는 모습은 또 처음이라서 색다른 귀여움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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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에 성공한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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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랑 표진호를 제물로 바칠 때만 해도 양심의 가책이 드문드문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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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뻐하는 최이서를 보니까 몇 번 정도 더 바쳐도 문제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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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시작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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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몇몇 조명이 꺼지고, 무대를 향해 남은 조명이 주목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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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가수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오지 않을까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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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고요하니 울려오는 목소리에, 관객들 모두가 탄성을 지를 생각도 못 하고 매료되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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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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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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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세로 3시간을 내리 있었다 보니 찌뿌둥해진 목을 이리저리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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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걸으며 목을 꾹꾹 눌러줘서 그나마 좀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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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안마를 받고, 반대로 내가 최이서한테 해주면서 우리는 서로 감상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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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콘서트라는 게 이렇게까지 웅장한 건 줄 몰랐어. 직접 보니까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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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혀를 내두르자 최이서도 격하게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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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음원으로 듣는 거랑은 진짜 다르다. 아예 온몸으로 노래를 받아들이는 기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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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비유 좋은데? 딱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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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의 가녀린 목을 눌러주면서 끄덕였다. 저 표현이 딱 옳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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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할까? 저녁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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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끝나고, 어느새 저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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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저물었고 배도 출출했기에 근처에 뭐 먹을 게 있나 핸드폰으로 확인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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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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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내 손을 밀어내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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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사지가 충분한 건가 싶었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이상하리만치 축축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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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풋풋하던 분위기가 겨울바람을 타고 차게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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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앞으로 나선 최이서는 나와 거리를 벌렸고, 목덜미를 눌러주던 내 손은 아련하니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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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떠나가는 그녀를 아쉬워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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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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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에 나도 모르게 다급하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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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최이서가 나를 돌아보지 않고 당장이라도 떠나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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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지금부터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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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의 남색 눈동자가 촉촉하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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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조금이라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길 바라듯 그것은 맺혔을 뿐 흐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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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나 윤지랑 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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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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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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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슴 속에 응어리처럼 남아, 묵직함을 선사하는 그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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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윤지는 너희 형이랑 일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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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작은형이랑 일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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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큰형한테 들어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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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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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기서 윤지를 도와줬어. 사실…… 너에 대해서 윤지 얘기를 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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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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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윤지는 아직 너를 잊지 않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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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큰형이 비슷한 얘기를 했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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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상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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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윤지가, 뭔가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떠나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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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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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는 지금, 너를 위해서 일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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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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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를 가업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네가 굳이 가족의 손 벌리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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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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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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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아버지의 피가 기업의 후계자로 살아가라고 끓어오르는 느낌에 몸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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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오해… 아니, 엇갈림이 있어서 둘이 헤어졌던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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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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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먹먹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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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가 끝나고 폐인처럼 살아가던 방학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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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상상했고, 바라왔던 것이 진실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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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최이서가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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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라는 여자를 떨칠 수 있게 가장 많이 도와줬던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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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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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시금 그날의 기억과 모르던 진실을 들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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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함에 가슴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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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함에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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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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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내게, 최이서는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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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말할 게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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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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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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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겐 함부로 할 수 없는 말들을 최이서는 덤덤하니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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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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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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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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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입술을 짓이기며 쏟아낸 건 하얀 입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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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는 내 친구고. 너는 친구의 남자친구였어. 도의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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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일그러지는 최이서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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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눈물이 흐를 뻔한 걸 최이서가 다급하게 손으로 훔쳐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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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이걸 다 알게 된 다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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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웃어보려 했으나 마음대로 안 되는지 뺨이 어색하니 굳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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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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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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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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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에 가까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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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 속에 담긴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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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일찍 만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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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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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내게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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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어색함도 없는 미소는 나를 향한 사랑의 고백이자 이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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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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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두 사람의 추억을 떠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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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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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의 저 환한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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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에필로그이자, 짧았던 사랑의 마침표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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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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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깨달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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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똑같은 걸 또 겪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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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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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의 굳어있던 스스로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자취방 구석에 부둥켜 앉아 엉엉 울면서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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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란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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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가 고백하고, 그날 집에 가면서 네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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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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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뒷걸음질 치며 그것을 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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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붙잡을 자격을, 네가 주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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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붙잡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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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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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마. 그때랑 지금은…… 많은 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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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최이서가 내 손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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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다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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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를 쳐내려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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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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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분이 섞인 감정으로 그녀를 질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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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마음에 안 드는 게 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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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화가 나고, 이 상황에서 더럽게 짜증 날 정도로 거슬리는 게 딱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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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와 내 사이를 틀어지게 한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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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랑 일하면서 제대로 설명도 안 한 둘째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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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를 일한다고 시키고 따로 불러서 설명한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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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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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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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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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진짜 화가 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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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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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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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죄책감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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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그녀가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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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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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후회하는 그녀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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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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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해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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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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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또 누군가를 사랑하며,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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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 준 게 최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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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고쳐준 게 바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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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후회하고 있어! 그걸 왜 죄지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 네가, 네가 뭘 잘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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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게 있다면 나와 오윤지거나 혹은 관련된 누군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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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최이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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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안 놓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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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문 채 아무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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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내 품 안으로 그녀를 숨기듯 부드럽게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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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절대로 가해자가 아니야. 누구도 너한테 손가락질 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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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애인을 사랑한 나쁜 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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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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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손가락질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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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니라, 내가 나쁜 놈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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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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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줏대 없이 이 여자, 저 여자 꼬시고 다니는 쓰레기라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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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도 그렇고, 유아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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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나에게 호감을 품어주고 있으며, 이리 어중간한 상황에 놓인 건 결국 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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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쁜 거니까, 너는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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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엾게도 남자를 잘못 만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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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전 애인의 친구에게조차 마수를 뻗은 쓰레기라며 돌을 던지는 대상은 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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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 무엇을 해도 결국 나쁜 건 내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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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겠다면 사랑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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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겠다면 그만 떠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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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다 잊고 모른 척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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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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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본인의 감정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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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다른 이를 통해 가지게 된 죄책감 때문에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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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이며 울고 있는 최이서는 내 가슴을 주먹으로 툭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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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힘도 없는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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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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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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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도, 다른 사람을 만나겠다는 말을…… 마치 나를 위한 것처럼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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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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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웃으면서 최이서를 안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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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네가 나를 좋아해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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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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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두드리는 최이서의 손길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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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것이,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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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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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올려다본 최이서는 주먹을 꽉 쥐고는 숨을 고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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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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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줄을 섰을 때처럼 나한테 힌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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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키스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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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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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게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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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을 아래로 내려 최이서의 허리에 두르고, 남은 손으로 그녀의 뒷목을 받치며 입술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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