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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선 안 되는 말을 했다는 걸 아직도 눈치 못 챘는지 나를 만나서 반갑다면서 웃고 있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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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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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맛이라며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도 괜찮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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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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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했는데 왜 안 받아 기지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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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서예린과 유아린의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같이 화장실 갔다가 돌아온 것도 문제는 크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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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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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서예린이 내 손길을 기다린다는 듯 혀를 내밀고 있는 건 꽤나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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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솔직히 양심이 좀 찔려서 말하기가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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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예린의 눈에서 손을 뗀 유아린. 드디어 시야가 밝아지자 , 서예린은 해맑게 웃으며 나를 한 번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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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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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랑 다른 친구들이 온 걸 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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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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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갑부가 저택에 초대한 것처럼 인사하는 서예린. 그나마 다행인 점은 뒤늦게 온 서예린의 친구들은 방금 그녀의 망언을 못 들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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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보는 유아린의 시선을 못 본 척하면서 나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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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서예린이 본인 친구들을 전부 부른 모양인데, 끼면 안 될 곳에 끼어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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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 답장 없어서 안 오는 줄 알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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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와준 스윗 아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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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서예린이랑 유아린의 친구들이 아닌 걸까. 바로 호들갑스럽게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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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누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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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린아, 남자친구 생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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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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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과 유아린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보면서 의문을 품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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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면서 둘이 나와 유아린을 엮기 시작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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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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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게도 서예린 쪽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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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네가 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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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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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의 쏟아지는 시선에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며 서예린은 나를 당겨 옆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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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진이라고. 우리 과 친구야. 아린이랑 같이 놀다가 왔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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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우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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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인사하자 두 사람도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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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서예린의 옆자리에 앉았고, 유아린도 바로 내 옆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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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서예린, 왼쪽 유아린이라는 기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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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분들은 유아린 쪽으로 길게 앉을까 싶었는데 아예 우리 뒤에 앉아서 의자만 돌리면 바로 뭐 하는지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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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근데 왜 여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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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나를 쏘아보고 있는 유아린을 무시한 채로 서예린에게 묻자, 녀석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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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혼나서 도망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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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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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외박해서 엄마한테 엄청 혼났거든. 대학생인데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말한 다음 도망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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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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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가 다시 집에 돌아갔을 때 더 큰 일 나는 거 아니냐고 묻자 답이 뒤에 있는 친구분들한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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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가 온 거죠. 얘네 부모님도 얘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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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어머님이랑도 아는 사이라 같이 놀겠다고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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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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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부모님의 손바닥 안에서 일탈을 즐기는 서예린 양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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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가 싶긴 했으나 어쨌든 서예린에게는 꽤나 큰 일탈 행위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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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PC방에서 밤 새워보는 게 꿈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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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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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차면서 편집 프로그램을 PC방에 설치하고 다시 과제를 시작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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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안 하고 의자를 돌린 채로 서예린을 꼬치꼬치 캐묻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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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진짜 어제 어디서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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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서예린이 외박할 곳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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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는 친구 집에서 잤다니까? 같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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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설명하려고 변명을 이것저것 붙이는 서예린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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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라 편집이나 하기로 했는데 어느새 의자를 딱 붙이고 있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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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슬그머니 내 허벅지에 얹어지더니 강하게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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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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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허리가 빳빳하게 서면서 유아린을 노려봤는데, 오히려 저쪽에서 당당하니 받아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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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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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는 두 사람이 듣지 못하게 작게 묻자 유아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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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맛도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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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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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맛? 딸기 맛? 뭐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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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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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예린이는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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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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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먹어 봤다기보다는 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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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랑 서예린이 한 거 알잖아.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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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누가 몰래 찍은 영상 때문에 이미 유아린이랑 최이서는 내가 서예린이랑 한 번 잤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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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역사 속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는데 그걸 굳이 다시 꺼내서 기억나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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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맛을 기억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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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질이라도 잡고 있는 것처럼 계속 손에 힘을 주는 탓에 한숨을 내쉬며 말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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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별거 아냐. 그, 그냥…… 1층에 서예린 부모님이 계셨으니까 소리를 죽… 아니, 이걸 내가 왜 설명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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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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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다 하진 않았지만 대충 예상이 간다면서 치를 떠는 유아린. 괜히 힐끔거리며 내 손가락을 보는 게 뭔가 기분 나빠서 팔짱을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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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굵은 걸 예린이 입에 넣고 휘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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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아. 적당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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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린 말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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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맞는 말 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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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진짜 처 맞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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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계속 시선을 내 손가락 쪽에 두는 게 기분 나빠서 눈깔을 찌르겠다는 시늉을 하자 유아린이 깜짝 놀라며 양손으로 입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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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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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눈 찌른…… 에휴, 됐다.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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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집이나 해야겠다 싶어서 유아린을 무시하고 다시 화면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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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유아린이 입을 벌리고 자기 손가락 넣는 시늉 하며 뭔가 시험해 보는데 그냥 못 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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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린이 요즘 이상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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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나도 느끼고 있어. 약간 성숙해진 느낌? 너 남자 만나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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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라니까! 만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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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건 아냐? 그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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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진 않는데…… 마음이 가는 남자는 있다 뭐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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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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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이거! 입 다무는 것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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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얘 친하게 지내는 남자 있어? 네가 같은 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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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 조용히 해 이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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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하면서 슬그머니 세 사람의 대화에 참가한 유아린. 무슨 카페도 아니고 넷이서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를 꽃피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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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자리가 아니었다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꽤나 큰 민폐가 됐을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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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도 성숙해지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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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 서예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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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개통하신 건가요?!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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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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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말투에 나도 모르게 사레가 들렸다. 못 들은 척하려고 해도 계속 말이 들리니까 어떻게 모른 척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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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해요. 저희끼리 이러고 놀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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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호, 혹시 그쪽은 아니시죠? 예린이의 첫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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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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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자 서예린의 눈에 쌍심지가 켜져서는 나를 노려봤으나 얼른 헤드셋을 연결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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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는 찬우 있어서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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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나였으면 찬우 진짜 홀라당발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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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찬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끝으로 나는 다시 편집에 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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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고. 졸지에 편집에 집중하기 시작한 나는 꽤나 진도를 쭉쭉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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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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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2시간 정도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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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집중해서 시간을 보니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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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음료라도 마셔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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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세면 내일 주희 선배한테 파일 보내드렸을 때 아주 큰 칭찬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일어나려는데 의자가 안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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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싶어서 슬쩍 뒤를 보자 어느새 내 의자에 달라붙어 옹기종기 나를 쳐다보고 있는 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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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과 유아린은 양쪽 팔 받침에 기대고 있었고, 다른 두 사람은 의자 등받이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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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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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을 벗으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친구분 중 하나가 손가락으로 화면 속 안현호를 가리키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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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잘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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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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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임? 왜 우리 부과대는 안 저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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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가 그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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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괸 채로 유아린이 심드렁하니 대꾸하자 친구분은 버럭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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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네가 찬우만 보니까 그런 거야. 얘는 지가 스테이크 먹는다고 삼겹살 별로라고 투덜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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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삼겹살이 된 안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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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나한테 아까 톡으로 최이서랑 연락되냐고 물었었는데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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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름 생긴 건 나도 알지. 보편적으로 잘생긴 편이라는 것도 아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론 잘생겼단 생각이 안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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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린이한테 동의. 막상 실물로 보면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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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 있는 서예린이 손을 들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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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얼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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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둘에게 그러는 거 아니라고 말했으나 둘은 역으로 대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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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현호 쪽 애들도 우리 가지고 그러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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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난번에 버스 탔는데 우리 과 여자애들 가지고 티어 매기는 거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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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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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서한테 연락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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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배우들 다 얼굴이 장난 없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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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청순한 스타일의 여성분이 드디어 한마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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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연극영화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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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극영화과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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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렇게 들으니까 꽤나 미인상이긴 했다. 굳이 따지자면 모범생인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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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따로 배우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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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했습니다. 이거 과제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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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짧게 독학하신 거치곤 편집을 상당히 잘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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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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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들으니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열심히 연습했던 편집 실력을 가지고 칭찬 들으니 특히나 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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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웃는 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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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나는 얘가 기분 좋으면 기분이 막 우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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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과에는 이런 애들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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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과 유아린이 바로 끼어든 덕분에 좋은 기분이 다 날아가 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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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영과 친구 분은 멈추지 않고 계속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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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중에 따로 좀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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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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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서 되묻자 웃으면서 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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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따로 사례는 할게요. 과에 연기하는 애들은 많은데 편집할 줄 아는 애들은 별로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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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의미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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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뭔가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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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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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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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사례가 뭔지 몰라도 제 과제가 아니면 따로 하고 싶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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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선을 긋자 살짝 싸해진 분위기. 하지만 진심으로 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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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해요. 저도 너무 갑작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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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자. 제가 이년 화장실에서 혼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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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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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거푸 사과하면서 화장실로 끌려가는 연영과. 에너지 음료를 시키려고 시선을 돌려 주문화면을 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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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에서 시선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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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희 친구니까 해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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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내면서 묻자 유아린은 벌떡 일어나서는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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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칼 같은 게 이럴 땐 맘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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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으며 그대로 같이 화장실로 가버리는 유아린. 뭔가 싶어서 얼떨떨하니 녀석을 보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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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반대편이 있던 서예린이 마우스를 쥐고 있던 내 손을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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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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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갑자기 손등에 입술을 맞추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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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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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서 잔뜩 힘이 들어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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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빳해진 손을 풀어주려는 듯 끝을 핥거나, 살짝 깨무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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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고양이가 내 손을 가지고 장난친다는 느낌이 드는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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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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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입술을 댄 채로 속삭이더니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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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벙하니 서예린의 뒷모습을 보다가, 축축해진 손을 씻어야겠단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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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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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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