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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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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대에 이제 1년 동안 다니고 있지만 정작 나는 기숙사를 와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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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기숙사 건물이 아예 학교 뒤편에 있으니까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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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기숙사 건물이 크고 넓은 게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두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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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나도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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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익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주희 선배. 기숙사생들만 따로 쓰는 카드가 있는지 그걸 찍은 다음 나를 안으로 데려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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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 여자 기숙사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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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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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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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기숙사 같은 경우는 당연히 금남 구역이지 않은가. 나는 따로 불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성큼성큼 끌고 들어가시는 게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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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상관이야. 어차피 애들도 다 남친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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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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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남친인 척하고 들어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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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엄청 쿨하신 모습이 당혹스럽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선배는 나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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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민주희. 남자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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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네? 민주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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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개년들아. 오늘 내 방으로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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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다른 선배들이랑 얘기하면서 지나치는데 수위가 보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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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이 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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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맛있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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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들아. 애 놀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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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 과이신지 몰라도 아주 과격하신데 한번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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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마음속에 있는 최이서와 서예린의 싸한 눈초리가 꽂혀 드는 느낌이라 그냥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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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야! 잘 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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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저년 그냥 울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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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같던 선배들이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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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는 한숨을 내쉬면서 내 등을 툭툭 두드려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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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해. 저것들 남자 사귄 게 벌써 몇 달은 지나서 괜히 더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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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개방적인 장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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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만 저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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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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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나를 데려간 곳은 기숙사의 가장 높은 3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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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도 구석 쪽 방으로 향했는데 그쪽은 복도 불도 잘 들어오지 않아서 괜히 더 어둡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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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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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 언니. 언니, 아는 사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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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방이라서 당연하지만 초인종 같은 건 없었기에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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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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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쪽에서 들려온 대답도 시원찮았다. 지난번에 봤을 때는 첫인상 자체는 소심한 느낌이 강했는데 대학원에 들어간다는 게 그녀를 저렇게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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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반응에 어깨를 으쓱인 주희 선배는 나를 슬쩍 보더니 한마디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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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야. 아는 사이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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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정말 몇 초도 되지 않아서 열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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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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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랑 모자를 쓴 인상적인 모습으로 나온 이은우에게 나는 손을 살짝 흔들며 웃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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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는 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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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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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을 팍 찌푸리자 이은우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어색하게 웃으면서 문을 활짝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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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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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너 뭐 관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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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몸 관리를 못 했다 그런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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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거리면서 한마디 해주자 이은우의 몸이 들썩거렸다. 어쨌든 물치과 화석이자 익명90에게 기숙사에서 지내는 법을 배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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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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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상으로 익명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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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은우의 기숙사 꿀팁은 유용했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는 자취를 하다가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걸 면접에서 어필하면 쉽게 붙을 수 있을 테니, 관련 서류를 따로 준비해 오라는 건 꽤나 신뢰도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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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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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키면서 허리를 편다. 주희 선배는 얘기 나누라면서 이미 본인 방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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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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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나랑 얘기하면서 계속 맥주를 들이 키고 있는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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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다면서 살짝 얼굴이 빨개지고, 안경을 슬며시 벗은 게 괜히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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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마웠어요. 슬슬 갈게요. 그리고 대나무숲에 섹무새 도배 좀 적당히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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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익명69보다 더 빠르게 익명90이 도배를 하고 있다 보니 새로운 섹X좌가 아니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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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고에 이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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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그래에에! 내가 외로워서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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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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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가고, 조교도 하고. 이런저런 일로 이제 바빠 죽겠는데 욕구불만이고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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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오래 잡혀 있으면 큰일 나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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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구나, 전 이만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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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얻을 건 다 얻었으니 냉큼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느새 나를 뒤에서 와락 껴안는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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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마안! 따아악! 한 번만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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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부터 느꼈지만 이 여자는 진짜 성욕에 미친 인간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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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낚겠다고 섹무새 짓 하고 있을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지금은 진짜 폭발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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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자고도 안 한다니까? 응? 그냥 꼬츄만 까서 슥삭슥삭하면 끝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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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언어 수준 천박한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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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쉬면서 이은우를 밀어낸다. 내가 서예린이랑 최이서의 유혹을 받아왔던 입장으로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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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몇 캔 마셨다고 술에 꼴아서는 흥얼거리고 있는 모습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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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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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울려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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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달라붙어 오는 이은우를 밀어내면서 핸드폰을 슬쩍 확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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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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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지금 가장 전화 받고 싶지 않은 사람 1위가 떡하니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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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바아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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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대학에 살아가는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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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쳐내려고 다리를 털어내면서도 전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울렸기에 하는 수 없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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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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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늦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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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 좀 배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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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다니?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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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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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떨어지라고 반대 발로 밀어내도 거나하게 취한 이은우는 말 그대로 폭주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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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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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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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어오는 최이서. 순간적으로 숨길까 고민했으나, 지난번 일도 있으니 굳이 그녀에겐 뭔가 숨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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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자 기숙사인데……! 이상한 사람한테 붙잡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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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기숙사? 이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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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싸해진 최이서의 목소리였으나 나는 계속해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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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 기숙사에서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꿀팁 좀 들으려고 주희 선배 아는 분한테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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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힘은 또 왜 이렇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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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가기 싫다는 집념이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않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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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술에 취해서 계속 나한테 찝적거리시는데 내가 떼어내고 있어! 이제 발로 미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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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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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최이서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던 걸까. 순간적으로 이은우의 손에 힘이 풀리며 덕분에 뒤로 빠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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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드디어 놔줬네. 이제 갈 거야. 응, 걱정 말고. 내일 오전 강의니까 그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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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가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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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냐. 괜찮으니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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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유혹에 넘어가고 그런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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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긴 뭘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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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갔잖아 지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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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이면…… 최이서가 집에 왔을 때를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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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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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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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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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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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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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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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대답하라는 최이서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나는 괜히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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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무세요? 대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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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의 유혹에 넘어갔던 이유는…… 그게 최이서였기 때문이었으나 그걸 대답하는 게 괜스레 부끄러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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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몰라.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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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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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내일 자체 공강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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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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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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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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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못 이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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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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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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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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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이은우에게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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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여친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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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썸 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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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되게 올드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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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요즘은 썸이라는 말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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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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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시겠죠? 저 이제 그만 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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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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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하는 이은우를 뒤로한 채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톡이 하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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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장: 우진아 아직 거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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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네, 이제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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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장: 지금 사감쌤 순찰 돌고 계시거든? 좀만 있다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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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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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아직 좀 더 이 방에 있어야 할 것 같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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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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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뜨밤이 불발됐다는 생각에 다시 냉장고에 있던 맥주 한 캔을 꺼내서 마시고 있는 이은우와 딱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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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사감 선생님의 목소리에 그녀는 멍하니 나를 보더니 히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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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고 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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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교태어린 목소리가 섞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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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미친 남자는 몇 명 보긴 했는데 이렇게 남자에 미친 여자는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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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자고 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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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느꼈지만 이은우가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여도 꼬리칠 때를 보면 꽤나 색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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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건 그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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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라고 진지하게 짜증내려고 하는데 또 타이밍 좋게 울려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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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인가 했는데 이번에도 뜬금없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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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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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무슨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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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종종 전화가 오긴 하지만 이렇게 둘이 연달아 온 적은 없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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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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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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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까 했던 말을 똑같이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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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기숙사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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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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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똑같이 따라서 해준다. 이은우가 지금 내 앞에서 굶주린 채로 노려보고 있어서 무섭다는 말까지 굳이굳이 추가해서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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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르겠지만, 대나무숲에서 섹무새로 함께 의리 넘치게 활동하고 있으니 뭔가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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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하나. 스피커로 바꿔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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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었으나 서예린의 기세가 워낙 강렬했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스피커로 돌려서 이은우 쪽으로 내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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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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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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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꼬x 손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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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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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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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어이없다 못해 질린다는 표정을 한 이은우가 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중지를 슬그머니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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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냥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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