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33 lines
14 KiB
Markdown
433 lines
14 KiB
Markdown
|
|
“…….”
|
|
|
|
저녁 시간.
|
|
|
|
오늘 촬영은 끝났고 슬슬 다들 정리하는 와중, 나는 벤치에 앉아 있는 안현호 옆에 있어줬다.
|
|
|
|
녀석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한 번 나를 흘겨보곤 뭐라 하려다가 결국 한숨만 깊게 내쉬면서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다.
|
|
|
|
“너 때문이야.”
|
|
|
|
내 탓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 몫이지 않은가.
|
|
|
|
“이 자식아, 너무 급발진 했잖아.”
|
|
|
|
아무리 최이서가 좋아도 그냥 냅다 고백을 처박아버리면 어떻게 하냐.
|
|
|
|
무슨 스커지도 아니고 얼굴부터 들이미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다.
|
|
|
|
“네가 자세하게 설명 안 해줬잖아.”
|
|
|
|
얼굴을 감싼 채로 계속 내 탓 중인 안현호를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
|
|
|
진짜로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어딘가 탓할 곳이 필요해 보이는 게 오히려 짠하게 느껴졌다.
|
|
|
|
“에휴, 고딩 때 잘 나갔으면 연애도 자주 해보지 않았냐? 왜 이렇게 미숙하지?”
|
|
|
|
원래 그쪽 애들이 서로 돌려가면서 여럿 사귀고 그러지 않나?
|
|
|
|
“그때는 그냥 애들이 다가왔으니까.”
|
|
|
|
“넌 그냥 죽어라.”
|
|
|
|
혀를 차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기만에 어이가 없었다.
|
|
|
|
하긴 중, 고등학교 같은 경우는 성적보다는 외모와 힘이 우선되니까 안현호 같은 경우는 최고의 매물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
|
|
|
|
잘생긴 남자를 쟁취하기 위한 학생들의 싸움을 상상하니 괜히 기분만 더러워졌다.
|
|
|
|
입만 벌리고 있으면 여자가 다가오는데 이런 걸 연구할 필요가 뭐가 있었겠는가.
|
|
|
|
“어쨌든 이제 이서 포기하는 거야? 나는 걔가 그렇게 험악한 표정 짓는 거 처음 봤어.”
|
|
|
|
“……어디까지 봤냐.”
|
|
|
|
“너 고백 박는 거 보고 바로 도망쳤지. 내가 고어 쪽은 취향이 없어서.”
|
|
|
|
사실상 안현호 사지분해 시체쇼가 아니었을까?
|
|
|
|
유혈이 낭자하지만 않을 뿐이지 그냥 이곳저곳으로 안현호의 사지가 터져 나가는 시간이었을 거다.
|
|
|
|
“그렇구나.”
|
|
|
|
뭔가 안심하는 안현호.
|
|
|
|
그러더니 주먹을 꾹 쥐며 답했다.
|
|
|
|
“포기하기엔 좀 이르지. 이서 같은 여자 어디서 보기 힘드니까.”
|
|
|
|
“…….”
|
|
|
|
동의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괜히 그랬다가 뭔가 미묘한 분위기만 만들어질 것 같았다.
|
|
|
|
“너는 어떠냐?”
|
|
|
|
“음? 나?”
|
|
|
|
“너도 이서한테 관심 있잖아. 그러니까 고백도 했던 거고, 2학기에는 진심으로 사귀려고 해볼 거 아니야?”
|
|
|
|
“아아…….”
|
|
|
|
대답하기가 애매했다.
|
|
|
|
CC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최이서랑 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지만.
|
|
|
|
솔직히 최근 들어 허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
|
|
|
이건 오윤지와의 추억에서 시간이 조금씩 지남과 동시에 서예린과 최이서가 계속 나라는 사람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
|
|
|
“모르겠다.”
|
|
|
|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
|
|
|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안현호가 내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
|
|
|
오히려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
|
|
|
“그렇게 있다가 내가 이서랑 사귀게 되도 질투하지 마라.”
|
|
|
|
그때가 되면 내 마음은 어떨까.
|
|
|
|
냉정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눈을 감았을 때 최이서가 안현호를 보던 표정이 떠올라서.
|
|
|
|
“되겠냐.”
|
|
|
|
그런 답밖에 나오지 않았고.
|
|
|
|
“시발.”
|
|
|
|
안현호도 인정하는지 짙은 한숨을 내쉬면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
|
|
|
의도치 않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 와중, 대충 짐 정리가 끝났는지 저쪽에서 일행들이 다가오는데.
|
|
|
|
“쯧.”
|
|
|
|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최이서.
|
|
|
|
“엥?”
|
|
|
|
안현호가 아니라 정확히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
|
|
|
진심으로 내게 짜증내고 있는 최이서의 모습은 꽤나 귀하면서도 내가 무슨 잘못 했는지 바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
|
|
|
“미안…….”
|
|
|
|
근데 뜻밖에도.
|
|
|
|
옆에서 들려온 안현호의 사과에 나도 모르게 녀석을 노려본다.
|
|
|
|
“왜 네가 미안해.”
|
|
|
|
내 시선을 피하면서 슬쩍 일어나려는 안현호를 보면서 괜히 더 불안해졌다.
|
|
|
|
바로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다시 앉히고 묻는다.
|
|
|
|
“뭐가 미안하냐고 이 새끼야.”
|
|
|
|
“그…….”
|
|
|
|
그?
|
|
|
|
“고백 작전… 네가 알려줬다고 말했음.”
|
|
|
|
“아?”
|
|
|
|
“그, 그때는 너무 부끄러워서 일단 뭐라도 변명을 대야겠다고 생각해서……!”
|
|
|
|
이거 미친놈 아니야?!
|
|
|
|
“야! 나는 그냥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준 거지 언제 내가 당장 최이서한테 달려가서 찐한 고백 박으라고 했냐?!”
|
|
|
|
바로 주먹을 들고 안현호를 줘패기 시작했다. 녀석도 미안했는지 가드만 든 채로 막는데 조금도 안 아파하는 게 더 빡쳤다.
|
|
|
|
“미안…… 진짜 미안.”
|
|
|
|
그러니까 지금 최이서가 봤을 때 나는.
|
|
|
|
자기 좋아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 기괴한 쓰레기 새끼가 되어 있다는 소리였으니.
|
|
|
|
어느새 근처까지 다가온 최이서와 눈을 맞추자.
|
|
|
|
최이서가 옆에 있는 유아린과 서예린이 모르게 내게 뭔가 입 모양으로 말한다.
|
|
|
|
“멋지다고?”
|
|
|
|
아니란다.
|
|
|
|
“목마르다고?”
|
|
|
|
아니란다.
|
|
|
|
“호롤로로?”
|
|
|
|
바로 중지를 드는 최이서.
|
|
|
|
한 번 더 해준 덕분에 이제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
|
|
|
“아아, 뒤졌다고?”
|
|
|
|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답을 맞췄다는 기쁨보다는 한숨만 절로 흘러나왔다.
|
|
|
|
* * *
|
|
|
|
“아니라니까.”
|
|
|
|
다른 일행들과 헤어지고, 최이서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나름대로 변명을 하는 중이었다.
|
|
|
|
아니, 변명이 아니지.
|
|
|
|
펙트를 체크하는 중이었다.
|
|
|
|
“진짜 아니야?”
|
|
|
|
새침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최이서.
|
|
|
|
아까 나를 향해 쏘아지던 싸늘함이 많이 누그러진 상태였다.
|
|
|
|
“그냥 지난번에 너한테 고백했다고 말했던 거 있잖아. 그거 변명하다가 말한 거라니까? 너한테 고백 박으라는 말을 내가 왜 하냐고.”
|
|
|
|
내 진심이 통했던 걸까.
|
|
|
|
최이서의 마음이 좀 풀린 모양이다.
|
|
|
|
“오해했잖아.”
|
|
|
|
그리 말하며 슬며시 다가오는 최이서.
|
|
|
|
“그치?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두들겨 패기 전에 일단 얘기부터 좀 들어줄래?”
|
|
|
|
“……불가항력이었어.”
|
|
|
|
애들이랑 헤어지자마자 바로 주먹 들고 나한테 달려들어 주신 덕분에 그냥 흠씬 두들겨 맞았다.
|
|
|
|
최이서 입장에서는 자기랑 거리 두려고 일부러 안현호를 소개해 주는 느낌을 받았을 테니 그런 반응도 이해는 한다.
|
|
|
|
어쨌든 오해가 풀리고 이제 좀 편안해졌는지 최이서가 가벼운 푸념을 늘어놓는다.
|
|
|
|
“이제 현호 어떻게 보지? 아, 왜 고백을 해서는!”
|
|
|
|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과대와 부과대라는 입장이었기에 어쨌든 두 사람은 부딪치거나 같이 엮일 수밖에 없다.
|
|
|
|
그런 와중에 안현호가 냅다 고백을 박아버렸으니 앞으로 어색할 일만 남았다는 소리였다.
|
|
|
|
아까도 안현호는 최이서랑 같이 있는 걸 어색해해서 혼자서 가버렸으니까.
|
|
|
|
“뭐, 잘 해봐야지. 안 어색하게.”
|
|
|
|
“…….”
|
|
|
|
내가 뭐 만족스러운 답을 해줄 수 있겠나 싶어서 대꾸했는데 썩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
|
|
|
볼을 살짝 부풀린 채로 최이서는 내게 물어왔다.
|
|
|
|
“내가 진짜 현호랑 사귀면 어쩌려고 했어?”
|
|
|
|
“그런 걸 묻는 거야?”
|
|
|
|
“아니, 내가 너한테 질려서 다른 남자한테 간다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인생은 실전이야.”
|
|
|
|
그건 그렇지.
|
|
|
|
아까도 엇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었던 것 같은데.
|
|
|
|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
|
|
|
이게 나름대로 정리된 답변이었다. 애초에 최이서도 지금 내가 다른 여자애들이랑 엮이는 걸 보면서 따로 뭐라고 하지 않는다.
|
|
|
|
당장에 서예린이랑 하룻밤 보낸 걸 알고 있음에도 여자친구가 아니라서 뭐라 못하지 않았는가.
|
|
|
|
냉정하게 말해서.
|
|
|
|
우린 친구.
|
|
|
|
조금 선을 넘긴 했으나 어쨌든 그 정도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
|
|
|
|
“네가 나한테 뭐라고 안 하는 것처럼, 나도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도 뭐라고 못 하지.”
|
|
|
|
사귀게 된다면 축하한다고 응원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
|
|
|
그런 나를, 최이서는 더없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노려본다.
|
|
|
|
“너 그런 취향이야? 막 뺏기고 그런 거?”
|
|
|
|
“미쳤니?”
|
|
|
|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좋아할 수 있냐.
|
|
|
|
아니, 그런 취향인 사람들이 있긴 하겠지. 세상에는 똥도 처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
|
|
|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부류라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
|
|
|
“전혀 그런 취향 아닌데?”
|
|
|
|
확고하게 내가 대답하자 최이서는 팔짱을 끼면서 내게 따지고 든다.
|
|
|
|
“근데 왜 제대로 말 못 해? 다른 남자한테 가지 말라고 그 정도 말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냐?”
|
|
|
|
“그럴 자격이 나한테는…….”
|
|
|
|
없지 않은가.
|
|
|
|
그리 덧붙이자 최이서는 또 한 번 심통이 났는지 입술을 깨문다.
|
|
|
|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절대 안 해주는구나?”
|
|
|
|
“…….”
|
|
|
|
후 하고 숨을 내쉬더니 최이서가 주변을 둘러본다. 집에 거의 다 왔으나 걸음을 멈추고는 나를 빤히 노려보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
|
|
|
|
“너, 예린이랑 섹프 맞지?”
|
|
|
|
“그건…….”
|
|
|
|
“예린이 사진 가지고 있을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이제는 확실해졌잖아. 맞지?”
|
|
|
|
그때는 분명 아니었는데.
|
|
|
|
“나름 변명을 해보자면 그때는 진짜 아니었어.”
|
|
|
|
“그건 넘어가고. 지금은 어쨌든 했다는 거 아니야.”
|
|
|
|
“그, 네에.”
|
|
|
|
뭔가 씹 쓰레기가 되어가는 중인 느낌이네. 분명 CC 안 할 거라고 열심히 못 박으면서 다녔던 것 같은데.
|
|
|
|
“근데 내가 왜 너한테 뭐라고 안 하는 것 같아?”
|
|
|
|
“……여, 여자친구가 아니니까?”
|
|
|
|
나는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
|
|
|
실제로 최이서도 그렇게 말했었고.
|
|
|
|
“그것도 있어.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야.”
|
|
|
|
“그럼?”
|
|
|
|
“네가 힘들어하니까.”
|
|
|
|
순간.
|
|
|
|
말문이 막혔다.
|
|
|
|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최이서는 잠시 뜸을 주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
|
|
|
|
다음 말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내가 있었으나, 그런 나의 마음을 간파한 듯 바로 덧붙여 선언한다.
|
|
|
|
“네가, 윤지 때문에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단순히 육체적으로 관계를 가지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정신적인 교감을 거부하고 있으니까.”
|
|
|
|
비겁하다.
|
|
|
|
나는 비겁한 사람이었다.
|
|
|
|
그런 비겁함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게.
|
|
|
|
지금 내 앞에 있는 최이서였다.
|
|
|
|
“섹x? 하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 호텔 잡아도 되고! 네 방에 가도 돼! 근데 일부러 안 하는 거야. 왜인지 알아?”
|
|
|
|
“…….”
|
|
|
|
“그러면! 그러면 몸으로 네 마음을 연 게 되는 거잖아.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너를 강제적으로 나랑 사귀게 하는 거잖아!”
|
|
|
|
퍽!
|
|
|
|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는 최이서. 힘이 풀린 허망한 주먹이었지만 오늘 맞은 어떤 것보다 가장 아팠다.
|
|
|
|
“예린이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그 아이는 내가 보지 못한 너의 일면을 봐서 나랑은 반대로 접근하는 걸 수도 있지. 누가 정답인지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야.”
|
|
|
|
관리자로서의 김우진.
|
|
|
|
서예린은 그걸 봤다.
|
|
|
|
최이서와 서예린은 정반대 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었다.
|
|
|
|
나와의 관계를 알파벳의 서순으로 나열했다면.
|
|
|
|
최이서는 A부터 시작했으나.
|
|
|
|
서예린은 Z부터 시작한 셈이었다.
|
|
|
|
“자격이 없다고? 다른 남자한테 떠나는 걸 붙잡을 자격이 없어? 그걸 누가 정했는데?”
|
|
|
|
“그건…….”
|
|
|
|
“내가 정해줄게, 잡아.”
|
|
|
|
꽈악.
|
|
|
|
내 손을 잡은 최이서의 호흡이 가쁘다. 여러 가지로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는 걸 참고 있는 중이었다.
|
|
|
|
“잡으라고. 어디 못 가게. 내가 혹시라도 다른 남자한테 설레고, 눈을 돌리려고 하면.”
|
|
|
|
“…….”
|
|
|
|
“잡으라고 이 새끼야!”
|
|
|
|
와락 안겨 들어온 최이서.
|
|
|
|
울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꽉 안은 채로 놓지 않는다.
|
|
|
|
그런 최이서를 내려다보면서.
|
|
|
|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
|
|
|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솔직한 심정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
|
|
|
“너무…… 아팠어.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오윤지가 종종 꿈에서 나와.”
|
|
|
|
내가 누군가를 사귀지 못하는 이유.
|
|
|
|
“걔가 떠난 다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방학이라 정말 다행이었지.”
|
|
|
|
아니었으면 강의도 못 나갔을 거다.
|
|
|
|
“그때 너무 아팠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귀고 싶지 않아.”
|
|
|
|
최이서의 흐느낌과 떨리는 나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
|
|
|
“그게 내 마음이고, 다짐이야.”
|
|
|
|
평생을 함께할 것 같았던 여자가.
|
|
|
|
진심으로 결혼까지도 생각했던 여자가.
|
|
|
|
늘 해맑게 웃으며 나와 사랑했던 여자가.
|
|
|
|
결국 떠나갔다.
|
|
|
|
그게 현실이었다.
|
|
|
|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절대불변의 사랑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
|
|
|
오윤지가 떠났다.
|
|
|
|
최이서도.
|
|
|
|
지금은 내게 이렇게 말하지만.
|
|
|
|
어느 순간 떠나갈 수 있었다.
|
|
|
|
그러면.
|
|
|
|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았다.
|
|
|
|
나는 겁쟁이에, 약한 사람이니까.
|
|
|
|
“더는 흔들지 말아줘.”
|
|
|
|
갈 곳을 잃은 나의 두 손이 덜덜 떨고 있는 최이서를.
|
|
|
|
“제발.”
|
|
|
|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
|
|
|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지 말아줘.”
|
|
|
|
더 이상, 내 안에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나의 부탁에도.
|
|
|
|
최이서의 손은.
|
|
|
|
여전히, 나를 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