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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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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서 빠지려고 했던 나를 붙잡은 유아린과 최이서. 원래였으면 나름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건데 갑자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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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노트북 까보자고요 선배! 그러면 야동 말고는 영상 관련된 거 아무것도 없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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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유아린의 ‘야동’이란 말에 반응해서 움찔한 서예린이었으나 그건 넘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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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탄 유아린이 신나게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나를 더욱 압박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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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어딜 빠지려고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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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넌 촬영도 별로 없으면서 왜 나한테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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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너랑 대본 안 외운 이 새끼랑 다를 게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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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몇 번 촬영하지도 않을 주제에 유아린은 왜 나한테 이러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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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원래 남 엿 먹이는 거 제일 좋아하지 않던가. 음흉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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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주희 선배는 천천히 허벅지에 얹은 손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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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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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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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외치던 유아린의 몸이 멈칫하더니 슬며시 주희 선배를 쳐다본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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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편집은 촬영 전부 끝나고 시작할 거니까 사실 크게 문제는 없어. 편집하다가 추가 촬영하는 건 몰라도 촬영하면서 편집까지 하면 너무 일이 꼬여 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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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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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주희 선배의 기대치가 낮았다는 게 의도치 않게 좋은 방향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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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치질이 통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아린이 아쉬워하며 자리에 털썩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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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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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편집 프로그램 같은 건 좀 깔아둬라. 시작할 때 돼서 깔고 배우고 하면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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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안현호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희 선배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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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랑 똑같이 처맞으면서 배워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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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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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유아린의 난은 제압되었다. 현명한 리더의 통찰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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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넌 안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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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같이 동조했던 최이서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유아린. 추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최이서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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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안 낄 이유도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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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셨음에도 여전히 번뜩이는 최이서의 눈동자가 나를 꿰뚫듯 찌르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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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지금 하는 일은 없는 걸로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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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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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이니까 편집 프로그램이 깔려 있지 않아도 된다는 나를 구원했던 동아줄이, 어느새 내 발목에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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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저랑 아린이는 우진이랑 엮여서 같이 하게 된 건데 자기만 쏙 빠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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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래야 속이 후련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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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이서를 보면서 말했으나, 자신을 버리고 간다고 생각했던 건지 답조차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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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확실히 도와주러 온 두 사람을 두고 그냥 가는 건 좀 그렇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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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한 주희 선배는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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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반수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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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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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폭력이 나를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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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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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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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음 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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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찬 바람이 불고 있는 와중 나는 담요를 덮고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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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대나무숲을 보는 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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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활발하게 게시판이 이용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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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 화장실 썼으면 변기 물을 내려 개씨이바놈들아. 내 아들딸이 이랬으면 진짜 명치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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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301: 요즘 왜 포포 방송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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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2: ㅇㅈ 뭐 공지도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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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3: 학교 나오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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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0: 섹x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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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 주인이랑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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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43: 이번 분기 신작 몇 개 리뷰합니다. 일단 첫 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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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저것들은 그야말로 마이페이스로 글을 올리는 것들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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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이 활발한 이유는 따로 돌고 있는 떡밥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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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37: 무조건 ‘세뜨외’가 더 나아. 이건 완결까지 깔끔하게 났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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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84: ‘환몽전’ 1~10화까지 고트였던 거 모름? 난 ㄹㅇ 매일 환몽전 본방 사수하려고 약속 다 파토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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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3: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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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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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뜨겁게 외치다’와 ‘환몽전’이라는 드라마 둘 중 누가 더 낫냐는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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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으나 벌써 30분 동안 이 떡밥으로 대나무숲이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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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75: 근데 환몽전은 후반에 ㅈ박았잖아. 루즈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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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59: 중반부까지 너무 재밌어서 오히려 후반에 뒷심이 딸린 거지 그렇다고 부족했던 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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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9: 이거 ㅇㅈ 솔직히 세뜨외도 나쁘지 않은데 환몽전 고점에 비하면 무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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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 드라마 알못들이 진짜 천박하네. 세뜨외 쪽이 훨씬 낫지. 시작부터 완결까지 이야기 자체가 완성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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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89: 미우 때문에 세뜨외가 훨씬 남. 미우 돈 떨어져서 애교 부리는 거 하나로 환몽전 제압 ㅆㄱ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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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16: 우리 환애 공주님이 계신데 무슨 개소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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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5: 정소아는 진짜 그 시대에서 태어난 줄 알았음. 환애 공주 역할이 미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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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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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드라마를 비교하면서 서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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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안 본 입장으로서 그냥 선 넘는 글만 대충 관리하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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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각 드라마의 여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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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와 정소아의 짤들이 올라오는 걸 보며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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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 쪽은 귀염상이고 정소아 쪽은 단아한 느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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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뜨외는 현대물이고, 환몽전은 사극임을 감안했을 때 찰떡으로 배역을 가져간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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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둘 다 누구 하나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미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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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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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목에 둘리는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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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록이 걸리면서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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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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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촬영한다고 갔던 최이서가 다시 돌아온 것. 아마 쉬는 시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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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학교 대나무숲 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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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내리면서 대답하자 최이서의 손에 힘이 좀 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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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나무숲에서 지금 어떤 배우가 더 예쁜지 얘기하고 있어서 그거 봤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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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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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힘을 주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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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면 기절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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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힘을 풀어준 최이서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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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친 거야. 주희 선배가 할 거 없으면 조교님한테 가서 강의실 열쇠 좀 받아달라고 그러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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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촬영하는 것 때문이구나.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슬그머니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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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열쇠 어디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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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비는 곳으로 알아서 주실 거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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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장님은 일처리가 아주 깔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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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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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그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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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다녀오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나를 배웅해 주는 최이서를 보면서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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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결국 나 여기 있어도 할 거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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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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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입을 꾹 다무는 최이서. 본인도 생각 이상으로 내가 할 일 없어하는 걸 알아서 좀 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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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가 배우들 잘 챙겨주잖아. 음료수도 사주고, 빵도 사 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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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셔틀이라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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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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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을 못 하고 고개를 휙 돌리는 최이서. 한숨을 내쉬면서 뻐근한 목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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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 과제니까 고생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좀 심심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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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연기하는 걸 같이 보다가 나중에는 그냥 벤치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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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짐 맡아두는 역할 같은 거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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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다가 내가 놀아줄 테니까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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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뭘 하면서 놀아주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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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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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도 막상 말해놓고 뻘쭘했는지 대꾸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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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 테니까 놀 거 생각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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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미안해할 수도 있어서 웃으면서 말해준 후, 조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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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퇴근하지 않은 걸 보면 조교도 생각보다 바쁘구나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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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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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 있는 조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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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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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번호가 따로 적혀 있지 않아서 어디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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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영문 1, 2, 3번 강의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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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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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에 오래 있어 본 적이 드물어서 몰랐지만 평소 별생각 없이 걸어 다니던 복도가 꽤나 흉흉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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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머리 긴 귀신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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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나타나면 일단 잽으로 견제하면서 훅을 치는 척하다가 그대로 와사바리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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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귀신을 상대하는 대처법을 고민하면서 강의실을 하나씩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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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과 2번은 다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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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건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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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있는 강의실이라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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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잽보다는 좀 신중하게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아. 일단 도망치는 척하면서 쫓아오면 백스핀 엘보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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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3 강의실 문고리에 열쇠가 딱 깔끔하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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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문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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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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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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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문이 잠긴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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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원래는 열려 있었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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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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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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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문틈 사이로 들려온 기묘한 소리.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는데 문에 귀를 대봐도 기괴한 소리가 계속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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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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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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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나 주희 선배 데려와야 할까? 아니면 안현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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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누구든 싸움 잘하는 사람 데려와야 할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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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귀신 찍으면 대박인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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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폰을 꺼내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나도 이걸로 고스트 헌터 너튜버로 데뷔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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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조회수 천만 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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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과라서 외국에서 인터뷰하러 와도 문제없다고 자신감 넘치는 생각하며 다시 열쇠를 돌리자 잠금이 풀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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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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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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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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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라이트가 환하게 내부를 비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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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쪽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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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앙! 좀 더 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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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를 벗고 서로 살을 부딪치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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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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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얄궂게도 두 사람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3학년 남학생과 2학년 여학생으로 둘 다 영문과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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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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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일단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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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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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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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밝아진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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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나를 보더니 당황하면서 황급히 옷을 입기 시작했고, 나는 황당함에 입을 떡 벌린 채로 탄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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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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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발놈아! 핸드폰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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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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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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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불을 끄고 핸드폰을 내린다. 어쩌다 보니 직촬을 얻어 버렸으나 솔직히 핸드폰 더러워지는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삭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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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아무리 발정들이 나셔도 여기서 치고 박고하시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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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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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없어서 다시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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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고! 미안하니까 불 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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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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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조교님이 귀찮아서 그냥 문 열어두고 열쇠만 걸어두고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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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커플이 우연찮게 강의실이 열려 있는 걸 보고 평소랑 다른 자극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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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못 본 척해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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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가서 얘기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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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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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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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으니까 쪽팔린다고 뒤지지나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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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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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말할 때마다 불을 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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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 다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는 시선을 피한다. 아마 집에 가서 이불 찢어져라 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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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세요, 나는 여기 환기나 시켜야 할 것 같으니까.”
|
||
|
||
내 말에 커플은 쏜살같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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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의실 불을 켠 채로 창가 쪽으로 향한다. 안에 남은 꿉꿉한 냄새 때문에라도 얼른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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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대로 창문을 열자 바람이 확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커튼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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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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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딸칵.
|
||
|
||
강의실 불이 꺼졌다.
|
||
|
||
“음?”
|
||
|
||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입구 쪽을 보자.
|
||
|
||
문 앞에 서 있는 장발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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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으나 여인의 신영에 소름이 확 끼치며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
||
|
||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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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니 아까 둘이 떡칠 때는 안 나오고 왜 나한테 이러는 건가 싶었는데.
|
||
|
||
쿵.
|
||
|
||
한 걸음씩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
|
||
“오지 마.”
|
||
|
||
쿵.
|
||
|
||
“오지 말라고!”
|
||
|
||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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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짜! 경고했습니다! 오시면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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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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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처녀 귀신이시면 아까 나와서 떡치던 커플을 조지셔야지 왜 저한테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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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쿵!
|
||
|
||
“사, 살아 있는 사람이랑 죽은 사람의 경계를 넘으시면 안 된다구요!”
|
||
|
||
쿵!
|
||
|
||
“아니, 소설에선 이렇게 말하면 위령되던데 왜 여기선 안 됨?!”
|
||
|
||
쿵!
|
||
|
||
“내, 내가 죽으면 나도 귀신이야! 그럼 체급 차이 감당되냐?!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
||
|
||
“푸핫!”
|
||
|
||
웃음이 터진 귀신.
|
||
|
||
아니,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
||
|
||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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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누군지 알아챈 순간, 바로 손가락 까딱거리며 이쪽으로 불렀다.
|
||
|
||
“싫어.”
|
||
|
||
서예린은 웃으면서 도망치려 했으나 내 쪽이 더 빨랐다. 얼른 달려가서 서예린을 붙잡았다.
|
||
|
||
“아오!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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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막상 붙잡은 다음에 뭔가 할 수는 없어서 그냥 버럭 짜증을 내자니 깔깔거리며 웃어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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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핰! 살아있는 사람이랑 죽은 사람의 경계는 넘어선 안 된다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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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뒤진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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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박하더라. 너 죽으면 너도 귀신이니까 감당되냐고 협박하는 건 신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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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넌 지금 나 감당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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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흣! 왜 이렇게 안 와. 나 쉬는 시간인데 없어서 찾으러 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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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넌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상상도 못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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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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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에 서예린은 폴짝 뛰면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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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참! 아까 커플 얘기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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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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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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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명을 거론하진 않고 여기서 있었던 일을 짤막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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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이름을 모르기 때문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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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기서 마, 막 하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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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당황한 서예린은 아까 남녀가 서로 물고 빨고 하던 단상 쪽에 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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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막 열심히 허리를 흔드시는데 딱 내가 들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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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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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해서 내가 체위까지 따라 하면서 열심히 설명해 주는데 갑자기 서예린이 슬그머니 나를 쳐다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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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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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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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막 자세하게 설명한 거. 여기서 나랑 하고 싶다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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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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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아주 선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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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야동 좀 줄여 그러니까 사고회로가 다 그렇게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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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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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꾸하지 않고 내게 다가오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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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뿐사뿐 걷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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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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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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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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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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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고했습니다! 오시면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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