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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가. 오늘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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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집에서 떠나가는 1학년 동기들을 배웅해 주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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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이서야 고생은 네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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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미친놈인 줄 처음 알았어. 그냥 조용한 애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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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통쾌하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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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일이 꽤나 충격적이긴 했던 탓에 1학년들도 그걸 가지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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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었다는 소리도 있었고, 김우진을 향한 욕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시원하긴 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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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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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했던 행동들은 비판 받을만했으나 그래도 정당성 자체는 있었다고 보여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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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여자 선배들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가버린 게 크게 작용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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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라고 진짜 고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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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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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이 꿍얼거리면서 떠나가는 걸 본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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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본인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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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씨! 취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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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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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하지 마! 당장 취소 글 올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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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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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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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또니 오메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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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가게 안에서 큰 소란이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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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이번에도 다툼의 주인공은 김우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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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같이 곱창을 먹고 있던 유아린이 김우진에게 달려들면서 주먹질을 하려고 하는데, 김우진이 그녀의 양쪽 손목을 잡은 채로 능글맞게 웃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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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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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싫어. 놓으면 때릴 거잖아. 애초에 주인님한테 너 무슨 말버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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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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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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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엎지른 물은 자신이 정리하고 왔는데 왜 유아린이랑 저렇게 싱글벙글하면서 놀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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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짜증 나는 최이서였으나 일단은 평소랑 전혀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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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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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가게 문이 열려있는 건지 의심이 되는 수준의 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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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과 유아린은 동시에 최이서를 쳐다보며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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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서야! 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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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고발하려는 유아린이었으나 그녀의 손목을 놓은 김우진이 손을 뻗어서 입을 틀어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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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뒤에서 끌어안는 것만 같은 형태가 되었으나 두 사람은 그런 스킨십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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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부브우브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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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얘가 무슨 개소리를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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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부바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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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손바닥 깨물었어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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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입이 막혔던 유아린은 결국 김우진의 손바닥을 깨물면서 풀려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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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퉤! 퉤! 아오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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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입을 헹구러 가겠다면서 화장실로 달려간 유아린은 평소의 장난스럽던 모습과는 다르게 얼굴이 화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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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걸 진짜 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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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자국 생겼다면서 최이서에게 보여 주는 김우진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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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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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낀 채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최이서. 기분이 좋지 않아도 몹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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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리는 자신이 다 했는데 왜인지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게 아주 기분이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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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묻잖아.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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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재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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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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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꼬리 내린 김우진을 보면서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대학 생활이 어떻게 꼬일지 과연 김우진은 알고 있을까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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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상관 안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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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라면 사실 대학 생활이 꼬이든 말든 자기 혼자 알아서 잘 다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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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군기로 선배들이 집합시켜도 절대로 안 올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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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우진아. 너 진짜 운동 좀 해야 할 것 같아. 어디서 누구한테 맞지 않을까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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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싸우는 건 몰라도 도망치는 건 연습해야 할 것 같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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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답하는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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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또 최이서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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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눈치를 보라고는 안 하겠지만 대학 생활 3년 남았는데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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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네가 과대니까 중요 공지 같은 건 나한테 따로 알려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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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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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됐어, 네가 내 편이면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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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저런 말을 당연하다는 듯 할 수 있을까. 마치 자신의 포로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김우진이 뭔가 모르게 미웠기에 최이서는 삐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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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까지 네 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줄래? 나도 마음이 변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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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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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김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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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경우는 내가 잘못했을 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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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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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감성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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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대는 엄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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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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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특별한 잘못을 하는 게 아니라면 최이서라는 여자가 사람들에 휩쓸려 자신을 싫어할 일은 없을 거라고 김우진은 확신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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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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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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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들어서 최이서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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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하는 척 말아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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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거리는 게 술을 몇 잔 마셔서 그런 거라고 애써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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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나오면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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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들 갔으니까 자리를 쫑내자는 최이서의 말에 김우진도 기지개를 켜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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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후 피곤해서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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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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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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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찾아오자 몸이 노곤한 게 기분이 좋았다. 어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보니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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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으로 영화라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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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할 때 말고는 잘 쓰지 않는 노트북. 옆으로 가져와 누운 채로 노트북을 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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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핸드폰이랑 연동되어 있는 메신저 때문에 알림이 우수수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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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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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시끄러워서 그냥 핸드폰 꺼놓고 있었던 걸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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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서 대나무숲도 잠잠할 테니 굳이 확인하진 않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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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평일 수준으로 대나무숲에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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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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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관리인 공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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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75: 관리인을 뽑을 수 있던 거면 진즉에 좀 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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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88: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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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3: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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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3: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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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 야짤 달린다. 관리인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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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58: 이 새끼 빠져가지고 일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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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 투척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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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75: 근데 왜 관리인으로 59가 선정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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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관리자가 피자를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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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75(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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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오구쌀피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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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섹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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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0: 담백. 섹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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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4: 싱글벙글 중국에서 있었던 실제 강시 괴담. 이 일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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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69: 관리인 일 안 함? 개빠져 가지고는 이상한 사진이랑 정치 글 삭제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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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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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88: 관리인 진짜 일 ㅈㄴ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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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58: 아니 관리자 총애도 받으면서 왜 안함? 나였으면 진짜 좋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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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75: ㅇㅈㅇㅈ 관리자가 사랑해준다는 데 그거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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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 하루 30분씩 게시판 봐야 하고, 똥글이랑 더러운 사진 지워야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근데 돈은 안 줌. 그래도 관리자의 총애를 받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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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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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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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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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핫한 대나무숲에 등장한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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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게시판은 당장에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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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엌ㅋㅋㅋ관리인1호 강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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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75: 노예 어서오곸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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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 관리인 이거 지워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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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69: 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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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넌 밴이다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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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작성자): 죄송합니다. 제발 밴 하지 말아줘요. 저 진짜 대숲 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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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58: 잘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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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3: 일하는구나 노예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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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98뒤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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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방금 요단강 건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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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캬아! 노예 일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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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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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기 싫다고 쭝얼거리더니 또 막상 시키니까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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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시키긴 했으나 얘가 일을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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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게시글까지 작성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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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이상한 짤 올리는 순간 바로 영구 밴임. 방금 더러운 사진보고 토하고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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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강경하게 규칙을 정하는 게 꽤나 대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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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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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이렇게 누구 좀 뽑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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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유아린이 일하는 거 구경을 좀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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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왜 님이 관리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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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좌께서 뜬금없이 등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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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알면 다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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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알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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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모르는 게 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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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알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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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섹x좌 섹x말고 다른 말도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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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0: 얼른 섹x좌께 알려드려! 이분은 대숲의 출산율을 책임지는 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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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69의 말에 다들 동조하면서 어째서 유아린이 대나무숲의 관리인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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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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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59는 지금까지 그냥 심심하다는 글 정도만 적는 눈에 띄지 않는 이용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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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말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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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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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관리자의 정체를 알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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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이 폭탄발언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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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바로 글을 삭제해 버렸으나. 게시판이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던 상태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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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88: ?????방금 관리인 글 삭제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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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58: 뭐임 방금? 1호 실시간으로 글삭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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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43: 관리자가 보고 있다! 다들 입조심해! 갓 에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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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1: 찾아라. 거기에 대숲의 모든 걸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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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0: 방금 상황. 관리인1호가 베일에 감춰진 대나무숲 관리자의 정체를 찾아냈고, 감염되어 관리인이 됐다고 밝힘. 근데 지켜보고 있던 관리자가 바로 글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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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75: 알아내도 아는 척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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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3: 와, 소름이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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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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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의 게시글이 주말인데도 이렇게 빠르게 올라가는 건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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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아서 전원을 켰는데, 거기엔 부재중 전화가 무려 20통이나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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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유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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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톡들도 무수히 쌓여 있었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를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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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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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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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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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이를 으득 물며 밖으로 나가려 점퍼랑 모자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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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나 정찬우한테 유아린이 사는 곳이 어딘지 물어본 다음 바로 찾아갈 생각으로 밖으로 나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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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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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 앞에 서 있는 블론드 머리의 여자. 상큼한 과일 향, 한 치수 커보이는 맨투맨에 하얀 스냅백을 쓴 유아린은 나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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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랴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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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명치에 박치기를 때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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