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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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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가. 오늘 고생 많았어.”

곱창집에서 떠나가는 1학년 동기들을 배웅해 주는 최이서.

“에휴, 이서야 고생은 네가 하지.”

“김우진 미친놈인 줄 처음 알았어. 그냥 조용한 애 아니었나?”

“근데 통쾌하긴 하더라.”

오늘 있었던 일이 꽤나 충격적이긴 했던 탓에 1학년들도 그걸 가지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을 넘었다는 소리도 있었고, 김우진을 향한 욕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시원하긴 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그나마 괜찮은 건가.

김우진이 했던 행동들은 비판 받을만했으나 그래도 정당성 자체는 있었다고 보여지는 듯했다.

3학년 여자 선배들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가버린 게 크게 작용한 모양이었다.

“과대라고 진짜 고생하네.”

“그러게.”

동기들이 꿍얼거리면서 떠나가는 걸 본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본인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야! 씨! 취소하라고!”

“축하해!”

“축하하지 마! 당장 취소 글 올리라고!”

“오메데또!”

“너 진짜 죽일 거야!”

“혼또니 오메데또!”

또다시 가게 안에서 큰 소란이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

당연하게도 이번에도 다툼의 주인공은 김우진이었다.

방금까지 같이 곱창을 먹고 있던 유아린이 김우진에게 달려들면서 주먹질을 하려고 하는데, 김우진이 그녀의 양쪽 손목을 잡은 채로 능글맞게 웃고 있는 것.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어, 싫어. 놓으면 때릴 거잖아. 애초에 주인님한테 너 무슨 말버릇이야.”

“주인님은 무슨?!”

‘뭐야…….

김우진이 엎지른 물은 자신이 정리하고 왔는데 왜 유아린이랑 저렇게 싱글벙글하면서 놀고 있는 건지.

살짝 짜증 나는 최이서였으나 일단은 평소랑 전혀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간다.

“뭐해?”

허나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가게 문이 열려있는 건지 의심이 되는 수준의 한기.

김우진과 유아린은 동시에 최이서를 쳐다보며 당황했다.

“아니! 이서야! 얘가!”

곧바로 고발하려는 유아린이었으나 그녀의 손목을 놓은 김우진이 손을 뻗어서 입을 틀어막는다.

자연스럽게 뒤에서 끌어안는 것만 같은 형태가 되었으나 두 사람은 그런 스킨십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으부브우브븡!”

“하하! 얘가 무슨 개소리를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네!”

“우부부바바브!”

“아악! 손바닥 깨물었어 미친!”

양손에 입이 막혔던 유아린은 결국 김우진의 손바닥을 깨물면서 풀려났는데.

“퉤! 퉤! 아오 더러워!”

바로 입을 헹구러 가겠다면서 화장실로 달려간 유아린은 평소의 장난스럽던 모습과는 다르게 얼굴이 화끈거리고 있었다.

“와, 이걸 진짜 무네.”

이빨 자국 생겼다면서 최이서에게 보여 주는 김우진이었으나.

“재밌어?”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최이서. 기분이 좋지 않아도 몹시 좋지 않았다.

현장 정리는 자신이 다 했는데 왜인지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게 아주 기분이 나빴다.

“어? 묻잖아. 재밌어?”

“……아뇨, 재미없습니다.”

“하아.”

바로 꼬리 내린 김우진을 보면서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대학 생활이 어떻게 꼬일지 과연 김우진은 알고 있을까 싶었으나.

‘별 상관 안 하려나.

김우진이라면 사실 대학 생활이 꼬이든 말든 자기 혼자 알아서 잘 다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똥군기로 선배들이 집합시켜도 절대로 안 올 사람이었다.

“하아, 우진아. 너 진짜 운동 좀 해야 할 것 같아. 어디서 누구한테 맞지 않을까 걱정돼.”

“뭐, 싸우는 건 몰라도 도망치는 건 연습해야 할 것 같긴 해.”

웃으면서 답하는 김우진.

해맑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또 최이서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라고는 안 하겠지만 대학 생활 3년 남았는데 괜찮겠어?”

“어차피 네가 과대니까 중요 공지 같은 건 나한테 따로 알려줄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됐어, 네가 내 편이면 된 거야.”

어쩜 저런 말을 당연하다는 듯 할 수 있을까. 마치 자신의 포로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김우진이 뭔가 모르게 미웠기에 최이서는 삐죽거린다.

“내가 언제까지 네 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줄래? 나도 마음이 변할 수 있잖아.”

“음?”

그 말에 김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답했다.

“그럴 경우는 내가 잘못했을 때겠지.”

“…….”

“너는 감성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니까.”

잣대는 엄격하나.

그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자신이 특별한 잘못을 하는 게 아니라면 최이서라는 여자가 사람들에 휩쓸려 자신을 싫어할 일은 없을 거라고 김우진은 확신하고 있었고.

“치이.”

왜일까.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들어서 최이서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헛기침하는 척 말아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화끈거리는 게 술을 몇 잔 마셔서 그런 거라고 애써 변명한다.

“아린이 나오면 돌아가자.”

이제 다들 갔으니까 자리를 쫑내자는 최이서의 말에 김우진도 기지개를 켜며 답했다.

“그래, 어후 피곤해서 안 되겠다.”


토요일.

주말이 찾아오자 몸이 노곤한 게 기분이 좋았다. 어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보니 푹신한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에 젖어 든다.

‘노트북으로 영화라도 볼까.

게임할 때 말고는 잘 쓰지 않는 노트북. 옆으로 가져와 누운 채로 노트북을 켰고.

그러자 핸드폰이랑 연동되어 있는 메신저 때문에 알림이 우수수 와있었다.

“아 맞다.”

유아린이 시끄러워서 그냥 핸드폰 꺼놓고 있었던 걸 깜빡했다.

주말이라서 대나무숲도 잠잠할 테니 굳이 확인하진 않았었는데.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평일 수준으로 대나무숲에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어제 있었던 관리인 공지 때문이었다.

  • 익명175: 관리인을 뽑을 수 있던 거면 진즉에 좀 뽑지.

↳ 익명:88: ㄹㅇㅋㅋ

↳ 익명113: ㄹㅇㅋㅋ

↳ 익명63: ㄹㅇㅋㅋ

  • 익명98: 야짤 달린다. 관리인 일해라.

↳ 익명258: 이 새끼 빠져가지고 일 안함.

↳ 익명98: 투척함(사진)

  • 익명75: 근데 왜 관리인으로 59가 선정된 거임?

↳ 익명41: 관리자가 피자를 좋아함.

↳ 익명75(작성자): ?

↳ 익명41: 오구쌀피자 ㅎ

  • 익명69: 섹x.

↳ 익명90: 담백. 섹x.

  • 익명44: 싱글벙글 중국에서 있었던 실제 강시 괴담. 이 일화는…….

  • 익명169: 관리인 일 안 함? 개빠져 가지고는 이상한 사진이랑 정치 글 삭제 안 함?

↳ 익명41: ㅇㅈ

↳ 익명88: 관리인 진짜 일 ㅈㄴ 안 하네.

↳ 익명258: 아니 관리자 총애도 받으면서 왜 안함? 나였으면 진짜 좋다고 하는데.

↳ 익명175: ㅇㅈㅇㅈ 관리자가 사랑해준다는 데 그거면 충분하지.

↳ 익명98: 하루 30분씩 게시판 봐야 하고, 똥글이랑 더러운 사진 지워야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근데 돈은 안 줌. 그래도 관리자의 총애를 받는 거잖아.

↳ 익명41: 바로 한다.

↳ 익명59(관리인1호): ㅗ

“오?”

한창 핫한 대나무숲에 등장한 유아린.

당연하게도 게시판은 당장에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 익명41: 엌ㅋㅋㅋ관리인1호 강림ㅋㅋㅋㅋㅋ

  • 익명175: 노예 어서오곸ㅋㅋㅋㅋㅋㅋㅋㅋ

  • 익명98: 관리인 이거 지워라(사진)

↳ 익명169: 아, 씨발!

↳ 익명59(관리인1호): 넌 밴이다 개새끼야.

↳ 익명98(작성자): 죄송합니다. 제발 밴 하지 말아줘요. 저 진짜 대숲 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어요.

↳ 익명258: 잘 가고.

↳ 익명63: 일하는구나 노예1호.

↳ 익명41: 98뒤졌냐?

↳ 익명59(관리인1호): 방금 요단강 건넜음.

↳ 익명41: 캬아! 노예 일 잘한다!

“풋.”

그렇게 하기 싫다고 쭝얼거리더니 또 막상 시키니까 잘한다.

솔직히 시키긴 했으나 얘가 일을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게시글까지 작성했는데.

  • 익명59(관리인1호): 이상한 짤 올리는 순간 바로 영구 밴임. 방금 더러운 사진보고 토하고 왔음.

아예 강경하게 규칙을 정하는 게 꽤나 대범하다.

“편하네.”

진즉 이렇게 누구 좀 뽑을걸.

그렇게 유아린이 일하는 거 구경을 좀 하고 있었는데.

↳ 익명69: 왜 님이 관리인임?

섹x좌께서 뜬금없이 등판하셨다.

↳ 익명59(관리인1호): 알면 다침.

↳ 익명69: 알고 싶음.

↳ 익명59(관리인1호): 모르는 게 약임.

↳ 익명69: 알고 싶음.

↳ 익명41: 섹x좌 섹x말고 다른 말도 하시네.

↳ 익명90: 얼른 섹x좌께 알려드려! 이분은 대숲의 출산율을 책임지는 분이라고!

익명69의 말에 다들 동조하면서 어째서 유아린이 대나무숲의 관리인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그럴만했다.

익명59는 지금까지 그냥 심심하다는 글 정도만 적는 눈에 띄지 않는 이용자였으니까.

‘뭐, 말하진 않겠지.

싶었는데.

  • 익명59(관리인1호): 관리자의 정체를 알아버림.

이 년이 폭탄발언을 해버렸다.

당연히 바로 글을 삭제해 버렸으나. 게시판이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던 상태였기에.

  • 익명88: ?????방금 관리인 글 삭제된 거 아님?

  • 익명258: 뭐임 방금? 1호 실시간으로 글삭당함.

  • 익명243: 관리자가 보고 있다! 다들 입조심해! 갓 에넬이다!

↳ 익명41: 찾아라. 거기에 대숲의 모든 걸 두고 왔다.

  • 익명90: 방금 상황. 관리인1호가 베일에 감춰진 대나무숲 관리자의 정체를 찾아냈고, 감염되어 관리인이 됐다고 밝힘. 근데 지켜보고 있던 관리자가 바로 글삭함.

↳ 익명175: 알아내도 아는 척하면 안 되겠다.

↳ 익명63: 와, 소름이네 ㄹㅇ

“이 년이…….”

대나무숲의 게시글이 주말인데도 이렇게 빠르게 올라가는 건 처음 본다.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아서 전원을 켰는데, 거기엔 부재중 전화가 무려 20통이나 와 있었다.

전부 유아린이었다.

뿐만 아니라 톡들도 무수히 쌓여 있었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를 걸자.

뚝.

저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해보자 이거지?”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이를 으득 물며 밖으로 나가려 점퍼랑 모자를 쓴다.

서예린이나 정찬우한테 유아린이 사는 곳이 어딘지 물어본 다음 바로 찾아갈 생각으로 밖으로 나섰는데.

“후.”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는 블론드 머리의 여자. 상큼한 과일 향, 한 치수 커보이는 맨투맨에 하얀 스냅백을 쓴 유아린은 나를 보더니.

“우랴아앗!”

그대로 명치에 박치기를 때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