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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논지는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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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인가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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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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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식의 고민은 누구라도 한 번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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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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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야한 망상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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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커피를 마시던 주희 선배가 흠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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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던 사람 적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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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시 들어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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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리처럼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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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셨어요? 좋아하는 사람 가지고는 야한 망상 안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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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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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으시는지 당황한 주희 선배였으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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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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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아하는 사람 가지고는 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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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욕이랑 사랑을 착각하시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셨어요? 그 사람 가지고 자기위로를 해본 적 있다? 그럼 감정을 다시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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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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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깨가 축 처지는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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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했으나. 어쨌든 이런 식으로 말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해 보게 유도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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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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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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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숨겨져 있던 진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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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반응을 보면 주희 선배는 나를 가지고 자위를 해본 적 있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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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손을 열심히 움직이며 신음과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주희 선배가 상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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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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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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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뺨을 후려치면서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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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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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도적으로 술집이 아니라 카페로 들어왔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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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착각하는 걸 가지고 이용해서 '그럼 선배, 확인해 볼까요?' 하고 호텔로 데려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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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선배에게 '감정은 원래 스스로가 정의하기 어려워요. 느끼는 게 중요해요.' 하고 스킨십하면서 흥분하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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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아예 '술 마시면서 같이 고민해 볼까요?' 하고 술집으로 가서 서로 진탕 마신 다음 에라 모르겠다 암컷 타락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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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매우 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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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도 높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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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침대에선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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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선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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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딱 그런 때였기에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고 혼란스러워하는 주희 선배를 보면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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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근데 그런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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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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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고 생각하셨는지 계속 커피만 마시던 선배가 어색하니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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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죠. 선배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치열하게 살아오셨으니까, 이런 걸 알 경황이 없어서 착각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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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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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거 아닙니다. 자기 성욕에 너무 솔직한 사람도 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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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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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본성을 본 다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희 선배의 이런 고민이 다소 가볍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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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부담 가지지 않고 이렇게 조언할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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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방금 전 떠올렸던 수많은 망상들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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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를 다소 강하게 밀어붙이면 호텔로 얼마든지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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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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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많이 남은 커피를 그대로 원샷한 후, 선배에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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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돌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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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우리는 같이 기숙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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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서 따로 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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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선배가 내 눈치를 힐끔 살피시는 정도는 있었지만, 딱 거기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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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도착한 기숙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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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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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얼른 돌아가서 침대에 눕고 싶었다. 몸은 피곤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했고, 얼른 주희 선배랑 떨어지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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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보겠습니다. 오늘 재밌었어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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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으면서 인사하자 나를 빤히 보시던 주희 선배가 한 걸음 다가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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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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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희 선배의 붉어진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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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선배는 내게 부탁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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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안아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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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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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내가 착각한 건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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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부탁은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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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선배를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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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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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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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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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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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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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누구인지, 나 역시 감정을 확실하게 정립하지 못했기에 선배를 이해하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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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은 그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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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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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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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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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들 앞에서도 당당하시던 선배랑은 다르게, 지금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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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른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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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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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느껴졌고, 기숙사 내부가 과할 정도로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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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를 혼자 남겨두고 왔다는 게 죄책감이 들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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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내가 한 행동이 옳았다는 확신이 드는 기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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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돌아가서 게임을 하거나 너튜브를 보면서 기분을 환기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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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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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최이서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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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주 오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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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옮긴 다음부터 너무 자주 오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 오면 내 방에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니까 편해서 오는 건 이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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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오니까 당혹스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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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애들 도와주다가 잠깐 쉬려고 온 거야. 휴게실 같은 곳에선 눕기 좀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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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1학년 애들을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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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주 도와주는 게 아니냐고 말했으나 이서는 웃으면서 화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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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랑은 잘 놀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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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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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대답하려 했으나, 막상 방금 전 주희 선배의 모습이 떠올라서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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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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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눈치챈 최이서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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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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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을 뻗으면서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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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기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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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주희 선배랑 그런 일이 있었는데 곧장 다른 여자 품에 안긴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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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반대로 나한테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나한테 매달리듯 꽉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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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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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뭔가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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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를 위로해 주듯 부드러이 물어오는 최이서에게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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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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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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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만큼 못 해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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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란 사람은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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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생각하는 것도 단순히 내 이기심일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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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품고 가겠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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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조금만 더 고민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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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나쁜 말을 착한 척하면서 잘할까, 우리 우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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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장난치듯 말하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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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말했으나 최이서는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안은 팔에 힘을 더 꽉 주는 걸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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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랑 얘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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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기적인 부분이나, 우유부단한 부분, 욕망에 솔직한 부분 같은 걸 가감 없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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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말투나, 감정, 행동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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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라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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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과는 다른 느낌으로 나를 긍정해 주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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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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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최이서를 나도 조심스럽게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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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분 정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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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내려서 최이서의 양쪽 허벅지를 잡아 그대로 들고 침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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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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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눕히자 당황한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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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난 그럴 생각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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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야, 그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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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 때문에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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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하는 게 도의적으로 잘못된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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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나는 여전히 어지러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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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랑 성욕은 다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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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은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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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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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랑 성욕은 비슷한 색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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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얼굴을 묻자, 최이서가 내 머리카락을 잡고 확 뒤로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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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갈아입을 옷도 없고, 이제 가야 되거든? 그니까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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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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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생각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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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들게 만들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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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도 흥분하게 만들면 그만이지 않냐고 말하자, 결국 녀석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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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부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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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놓아준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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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침대를 손으로 짚고, 누워 있는 최이서의 위에서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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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밀한 키스를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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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최이서도 꽤나 혀를 잘 얽혀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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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음란하게 물들였다는 기분이 들어서 더욱 흥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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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소 길었던 키스를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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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를 내려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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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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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나를 옆으로 밀면서 벌떡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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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아! 충전 완료! 나 이제 가볼게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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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하지 마! 나 진짜 빨딱 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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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시간 없다니까? 너 한 번 하면 엄청 오래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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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우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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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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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이 된 최이서가 짐짓 서글프게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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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스만으로도 마음이 꽉 찼는데, 너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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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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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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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랑 꼬추는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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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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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연기를 집어치운 최이서가 가려고 자기 핸드폰을 챙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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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연락이 몇 번 왔는지 간단하게 답장을 하는 그녀에게 나는 날카로이 따지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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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지금 흥분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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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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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하던 최이서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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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 헝클어진 머리, 살짝 흐르는 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계속 오므려서 젖은 걸 감추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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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흥분 상태인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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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 몸 안 좋아서 못 간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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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말 그러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니까. 우진 씨는 야동이나 보세요. 보니까 용량이 더 느셨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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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벌써 확인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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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이 있다는 것에 심술이 났는지 최이서는 답장을 끝내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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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진짜 큰일 났다고! 이거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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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바지를 벗으며 내가 얼마나 큰일났는지 확인시켜 주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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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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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를 벗기 직전의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최이서가 도망치듯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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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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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반나체 상태로 서 있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탁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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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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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나를 보면서 슬퍼하시던 선배의 시선이 떠오르자, 주섬주섬 팬티와 바지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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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사둔 게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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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지난번에 오대상 형이랑 맥주 마셨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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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럴 때는 꼭 냉장고에 맥주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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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마음으로 혹시 몰라 냉장고를 확인하자 안에 있는 캔맥주 여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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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와인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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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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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다 마셨던 걸로 기억했기에 뭔가 싶었는데, 맥주랑 와인에 각기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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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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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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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나랑 마실 거! ٩( °ꇴ °)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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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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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체가 딱 최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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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라고 사둔 맥주와 본인이랑 나중에 같이 마시자고 사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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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자니 가슴이 괜히 먹먹해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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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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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를 보내면 안 됐다고 다시금 멍청했던 스스로를 질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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