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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뭔가 대단한 계획을 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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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잠입하는 데 있어, 놈들이 가장 원할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패를 생각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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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아들이라는 걸 이용해서 접근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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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분을 증명하는 건 쉬웠고, 기본금이라며 몇 푼 준 다음, 나중에 더 투자하겠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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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이곳의 주요 멤버로 들어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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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라는 이름의 이곳은 건달들이 운영하는 회사로, 개인방송인들을 착취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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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입에 담기 힘든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건 전부 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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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이자 사장인 황사장과 그 밑에 똘마니들에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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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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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많은 버려진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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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방향으로 인터넷 방송인을 좋아하는 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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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메이킹하며 돈을 이용해 레인보우 소속 개인방송인들과 1:1로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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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포포도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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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계획은 최종장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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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더욱 큰 곳으로 옮기기 위해, 이사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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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맞춰서 방송인들을 풀어주고, 이것들을 전부 잡아넣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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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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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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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인사하는 유아린과 오윤지를 빤히 쳐다보면서 나는 뒷목의 서늘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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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가 움직이기 전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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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며칠 걸리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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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얘들이 신입이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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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더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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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딱히 소질 있는 편은 아닌데, 갑자기 목숨 걸고 연기 호흡을 맞춰야 하는 판이 왔으니 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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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애들을 데려온 한오석이 냉큼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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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아직 계약은 안 했는데. 곧 할 겁니다. 그쵸,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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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웃음치면서 은근슬쩍 압박을 주는 한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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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성격상 저런 거에 밀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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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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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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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대학생처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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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음, 황사장님? 저 둘은 계약하고 10번으로 좀 데려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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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황사장은 깜짝 놀라며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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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요? 애들이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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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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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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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장은 투자자인 내 눈치를 자주 보긴 했으나, 그렇다고 소신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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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들어온 신입들한테 너무 가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면 반발이 심하지 않겠냐는 의미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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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제 곧 이사 가면 애들 따로 시내 나오지도 못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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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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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황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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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처럼 억지를 부리며 짜증 한 번 내주자 황사장이 바로 꼬리 내리며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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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바로 10번방으로 데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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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요. 제가 막 어려운 거 시키진 않을 거니까요. 저도 신입인 거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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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한 다음, 나는 두 사람을 지나쳐 5층에 있는 10번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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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인이 쓰는 방으로 총 10개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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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방송인이 5명밖에 없다 보니 남은 다섯 개는 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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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0번은 내가 개인적으로 인터넷 방송인들을 만날 때 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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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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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들여놓은 소파에 앉아서 초조함에 다리를 떨며 기다리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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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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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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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 보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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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이 냉큼 문을 닫으며 떠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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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사하구나 싶어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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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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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 다행? 다해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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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나한테 깍듯하게 인사하던 오윤지가 쿵쿵 발걸음 소리를 내면서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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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장난해? 이게 장난 같아? 저것들 진짜 조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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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알아! 아니, 나도 모르게 그냥 하게 됐는데 어떡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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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씨! 지금 이게 얼마나 위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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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주먹을 들고 나를 내려치는 오윤지. 씩씩거리는 숨결에서는 나와 마찬가지로 안도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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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도 내가 큰일 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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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때렸으면 옆으로 나와 봐. 나도 때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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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를 옆으로 밀친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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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다시 나한테 주먹질을 하려고 했으나 다급하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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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근데 너는 왜 여기 있어? 유아린은 이번 일이랑 크게 관련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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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우리는 서로의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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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는 크게 길지도 않았으나 솔직히 불쾌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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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렇게 너희끼리 안으로 잠입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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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도 없는 유아린은 물론이고, 아무리 오윤지라고 해도 상대는 사람을 가둬놓고 노예처럼 부리는 건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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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순진한 여대생인 척하고 들어왔어도 위험한 건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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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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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보다 싸움 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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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들어온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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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납득은 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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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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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아들은 목숨도 살 수 있어? 너무 무모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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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이러다가 크게 다쳤으면 어쩌려고 했냐? 뭐 싸움도 못 하는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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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시끄럽게 울려오는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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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여기 방음 별로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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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걱정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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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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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달리는 발걸음 소리와 한오석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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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급하게 둘을 잡아당겨 내 무릎에 앉힌 다음 허리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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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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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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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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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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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양쪽에 두 여자를 끼고 있는 걸 본 한오석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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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버, 벌써? 역시 수완이 좋으십니다! 즐기시는 것도 모르고! 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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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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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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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숨을 내쉬며 나는 몸에 힘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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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면 두 시간 정도는 벌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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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계를 즐긴다고 생각했으니 두 시간 정도는 오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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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게슴츠레하게 나를 노려보면서 양쪽에서 뺨을 잡아당기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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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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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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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계획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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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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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과 오윤지가 계약하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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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잡아둘 수는 없으니 일단 놓아주고 내일 바로 들어오기로 합의를 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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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일정처럼 익숙하게 인터넷 방송인들의 방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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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다섯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저 다섯만으로도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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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신입 방송인을 잡으려고 왜 혈안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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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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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있는 1번방으로 가자, 이미 방송을 끝냈는지 잠시 쉬고 있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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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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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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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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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포는 익숙하게 내 뒤를 따라서 10번방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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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애를 좀 먹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름 친해진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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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거 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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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소화제를 건네자 포포는 살짝 웃으면서 내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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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소화제도 제대로 못 먹고, 음식들 먹고 있는 거 보면 반대로 내 배가 더부룩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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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천천히 소화제를 마시는 동안, 나는 방에 있는 컴퓨터로 영상 하나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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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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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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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를 통해서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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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본다면 뜬금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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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번방으로 방송인을 데려가는 건,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라는 인식을 심어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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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신음이 문밖으로 나오는 동안에는 이 안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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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투자자님께서 섹x를 하는데 문 열고 들어올 놈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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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애들이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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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존댓말을 하는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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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현대 축제에서 만났던 기억 탓에 나랑 거리를 두려고 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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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나무숲 관리자이며, 그녀를 도와주러 왔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호의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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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거 때문에 부른 거야. 우리 탈출하는 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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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사 날에 맞춰서 탈출하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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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윤지와 유아린이 합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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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일로 앞당겨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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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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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러 이유가 있긴 했으나, 두 사람이 이곳에 며칠이나 더 있는 걸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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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두 사람이 들어오면서 탈출할 거야. 내가 이미 내부 자료들 다 모아뒀으니까, 경찰이랑 오면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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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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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는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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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으니, 감정적이 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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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드디어! 드디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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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웅크린 채로 눈물을 쏟아내는 포포의 등을 어루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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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탈출할 수 있으며, 계약 관련해서도 윤지랑 작은형 쪽에서 이미 법적으로 준비를 마쳐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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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역할이 중요해. 다른 방송인들이 다치거나 인질로 잡히지 않게 네가 잘 인솔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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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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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이는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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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나를 빤히 보던 포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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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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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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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요. 그냥 경찰에 신고해도 충분히 도의적인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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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잠시 입이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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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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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때, 나한테 거절당하고 쓸쓸하게 떠나갔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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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험한 꼴을 당했을지 생각하다 보면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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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입에 담겼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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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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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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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들어오겠단 말에 잠시 당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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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는 냉큼 나한테 달려들어 내 위에 걸터앉고는 옷을 풀어 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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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컨셉으로 브래지어를 못 차게 했던 탓에, 말캉거리는 가슴이 눈앞에 펼쳐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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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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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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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으로 들어온 한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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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듣던 신음이 야동에서 나오던 거라는 걸 깨닫곤 잠시 당황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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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망치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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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혀를 차며 짜증 내자 야동도 일종의 백색 소음 역할로 틀어놓은 걸 깨닫고는 바로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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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경찰 쪽 연줄이 있는데, 내일 저희 조사 들어온다는 얘기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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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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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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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경찰에 연줄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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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것들 선 많이 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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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니까 시내에서 대놓고 사람 감금하고 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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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 왔던 년들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바로 짐 빼고, 애들 빼돌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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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포를 옆에 내린 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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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갑시다. 나도 아는 곳에 연락 좀 돌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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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갑자기 급해졌다고 윤지 쪽에 연락을 넣으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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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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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오는 황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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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은 좀 미뤄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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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언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내 핸드폰을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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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묘하단 말이지, 투자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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