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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1: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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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포에게 온 대답을 보며, 나는 차분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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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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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강의를 째야 할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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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대리출석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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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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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 잘못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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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너한테 보낸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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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 대리출석을 내가 어떻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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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나 여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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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배우면 그런 거 가능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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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배우 지망생이고, 성대모사는 개그맨이 하는 거잖아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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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한테 바보라고 들으니까 묘하게 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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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살짝 나쁘긴 했지만 다른 사람을 찾아보려고 해도 같은 강의를 듣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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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가 휑한 것이 가슴이 시리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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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고 뭐고 오늘은 그냥 기숙사에 누워 있고 싶어졌지만, 가까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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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오늘 강의 안 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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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일이 있어. 사명 같은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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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그럼 방에 과자 좀 사둬라. 지난번에 갔는데 좀 심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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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사명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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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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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니까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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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외투를 걸친 채로 기숙사 밖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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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다른 곳에 갈 필요는 없었다. 곧장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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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가현대에 다니고 있었으니 근처에 지내고 있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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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모든 수수께끼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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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300은 스토커긴 했으나 포포가 사는 곳까지는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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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열쇠는 오히려 나한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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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사람이 가장 먼저 할 건 구조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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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포포가 제일 처음 신호를 보냈던 건 갇혀있다는 현 사태에 대한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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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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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위치 브리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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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있다는 걸 말했으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말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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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있어요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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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있어요 라는 말에만 너무 중점을 둬서 뒤에 있는 단어는 그냥 넘겼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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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조 요청하는 사람이 허튼말을 썼을 리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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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리상 있요라는 건 포포가 지금 있는 장소 혹은 근처를 뜻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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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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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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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eat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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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찾으려고 꽤 난항을 겪었지만, 한글을 영어로 바꿨을 때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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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을 해도 됐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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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탐정을 했어도 됐겠다고 생각하면서 카페 주변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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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총 6층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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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카페가 있고, 2층에는 훠거 집이 있다. 그 위로 3층부터는 따로 간판이나 명패가 없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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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지켜본 결과 창문에서 사람의 인영이 보이거나, 담배를 피는 게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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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정답을 맞췄다는 짜릿함은 잠시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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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실이 내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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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됐다고 해도 막상 내가 직접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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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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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한테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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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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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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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 마시던 나는, 잠깐의 고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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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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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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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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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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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에서도 꽤 유명해진 유아린은 심호흡하며 앞에 있는 카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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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eat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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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일부러 신세대 티 내려고 뒤에 yo를 붙인 것 같아 별로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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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별로 맛있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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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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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작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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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유아린의 쇼츠가 퍼졌고 오윤지 회사의 인터넷 방송인들을 통해서 입소문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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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측에서 유아린에게 연락이 오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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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바로 만나러 온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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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함께 가서 위치를 알아내고, 내부 상황을 파악한 다음 덮치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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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정말 미끼 역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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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했으나 유아린은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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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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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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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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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가 옆에서 등을 두드리며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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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회사 시큐리티도 붙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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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떨 거 하나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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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유아린 혼자서 잠입하는 건 위험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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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가 동행하겠다고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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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출중한데, 따로 얼굴이 알려질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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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인터넷 방송하고 싶은 친구로 위장할 속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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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민머리의 덩치가 큰 남자가 이쪽을 알아보고는 바로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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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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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반겨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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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과 오윤지도 반갑게 인사하며 의자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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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실물로 뵈니까 훨씬 예쁘시네요. 저는 레인보우 마케팅팀의 한오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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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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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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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윤지에게 눈길을 주는 한오석. 딱 봐도 오윤지의 외모가 심상치 않으니 관심을 가지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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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능숙하니 웃으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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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라고 합니다. 아린이랑은 대학교 친구인데요. 저도 꼭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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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친구 따라오신 거군요? 윤지 양도 외모가 출중하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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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은 입꼬리가 쭉 찢어질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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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과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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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은 일단 예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둘은 그냥 화면에 서는 것만으로 돈을 벌어올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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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게 고이는 침을 삼키며 한오석은 웃으면서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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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은 인터넷 방송인들을 위해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아예 기숙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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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먼 건 아니고요. 이 위에 층 세 개를 통째로 쓰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지시면 언제라도 가실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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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거짓말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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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과 오윤지는 최대한 순진한 척 연기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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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인터넷 방송에 데뷔해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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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나 아이돌은 준비기간이 길지 않습니까? 그만큼 배운다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요. 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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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은 두 사람을 홀릴 수 있을 법한 내용들로만 계속해서 장황하게 늘여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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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배울 것도 없고, 돈이 들 것도 없어요. 컴퓨터나 핸드폰만 있으면 끝! 실패해도 노 리스크! 대신 하이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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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생각했던 걸까. 한오석은 슬그머니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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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보세요. 혹시 모르겠는 부분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제가 잘 설명해 드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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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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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차근차근 자세하게 계약서를 들여다봤다. 얼핏 보면 문제없어 보였으나 간간히 독소조항이 섞여 있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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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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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인을 노예로 다루는 방법을 아주 제대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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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학생이나 갓 졸업한 애들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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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고 복잡한 계약서를 내밀면 아무리 설명해 줘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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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는 문제없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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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머뭇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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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숙사는 어떤지 볼 수 있나요? 좀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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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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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유아린의 어시스트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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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보여주면 계약서에 사인하겠다는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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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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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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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올라가서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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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당당한 걸 보면 보여주기식으로 준비가 되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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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부만 대강 볼 생각으로 오윤지와 유아린은 한오석과 함께 위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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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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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긴장한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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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땀이 흥건한 것을 숨기려 주먹을 꽉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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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가 함께하지 않았으면 생각보다 훨씬 어색하게 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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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면서도 한오석은 입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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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자기들 회사 자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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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유명인들이 소속되어 있으니까 간판 같은 건 안 달아요. 사생팬들 쫓아오거든요. 포포 알죠? 지난번에 어찌나 팬들이 쫓아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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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가 이제 곧 이사를 가거든요? 지금도 시설이 좋은데 이것보다 훨씬 좋은 시설로 갑니다. 투자자님께서 레인보우의 비전을 높게 사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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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멀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사는데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소속 방송인이 불편한 게 있으면 저희가 어떻게든 도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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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발린 말들이 늘어지는 걸 들으며 오윤지와 유아린은 3층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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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인 공부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깔끔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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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진 복도 양옆에는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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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달린 창문을 통해서 내부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비어있었지만, 방송하는 사람도 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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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개인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방을 하나씩 마련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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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안으로 들어가는 한오석을 따라 걷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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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 없어 보이는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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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단순히 신고만 했다면 꼬리만 자르고 끝나거나 별 타격도 주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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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증거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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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복도를 지나자 나온 건 커다란 방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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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로 보이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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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고, 휴게실에서 좀 쉬고 하는 거죠. 다과나 커피는 저희가 다 가져다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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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이 휴게실 설명을 하고 있었으나, 오윤지의 시선은 휴게실 끝에 있는 문으로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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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보이는데 저기엔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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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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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좀 빠릿빠릿하게 일 처리 좀 합시다.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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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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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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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오윤지는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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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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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네. 이달 말에 들어온다니까? 이달 말이 언제야, 이제 사흘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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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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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황사장님, 내가 돈 떼먹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처럼 보였나? 나 누군지 몰라? 레인보우의 비전이 그것밖에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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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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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건달들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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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유아린도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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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문이 덜컹 열리며 나오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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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녁이라도 드시러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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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근육으로 점철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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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한 방 맞으면 그대로 사람 실신시킬 것 같은, 단단한 육체를 가진 건달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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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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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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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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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석조차 그를 보는 순간 오윤지와 유아린을 내버려두고 냉큼 달려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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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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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새로 계약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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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입이 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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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가 살짝 흘러내리며 두 사람과 눈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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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하고 싶은 말이 순식간에 여러 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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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 해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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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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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건달들이 너한테 굽신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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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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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았지만 오윤지는 입술을 으득 물며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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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윤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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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음?! 그, 그래요.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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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니 오윤지의 인사를 받는 김우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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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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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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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는 회장 아들 아니었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았으려고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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