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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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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111: 네.

어제 포포에게 온 대답을 보며, 나는 차분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강의를 째야 할 것 같았으니까.

  • 김우진: 대리출석 부탁한다.

톡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답장이 왔다.

  • 서예린: ? 잘못 보냈어.

  • 김우진: 너한테 보낸 거 맞아.

  • 서예린: ??? 대리출석을 내가 어떻게 해줘.

  • 서예린: 나 여자잖아.

  • 김우진: 배우면 그런 거 가능한 거 아냐?

  • 서예린: 배우 지망생이고, 성대모사는 개그맨이 하는 거잖아 바보야.

서예린한테 바보라고 들으니까 묘하게 긁힌다.

기분이 살짝 나쁘긴 했지만 다른 사람을 찾아보려고 해도 같은 강의를 듣는 사람이 없다.

연락처가 휑한 것이 가슴이 시리다고 할까.

포포고 뭐고 오늘은 그냥 기숙사에 누워 있고 싶어졌지만, 가까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 서예린: 오늘 강의 안 듣게?

  • 김우진: 일이 있어. 사명 같은 거랄까?

  • 서예린: 그럼 방에 과자 좀 사둬라. 지난번에 갔는데 좀 심심하더라.

  • 김우진: 사명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

  • 서예린: 몰루.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니까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거겠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외투를 걸친 채로 기숙사 밖으로 나선다.

따로 다른 곳에 갈 필요는 없었다. 곧장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포포가 가현대에 다니고 있었으니 근처에 지내고 있었을 테고.

나는 이미 모든 수수께끼를 풀었다.

익명300은 스토커긴 했으나 포포가 사는 곳까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열쇠는 오히려 나한테 있었다.

‘위기에 빠진 사람이 가장 먼저 할 건 구조요청.

실제로 포포가 제일 처음 신호를 보냈던 건 갇혀있다는 현 사태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럼 다음은?

‘당연히 위치 브리핑이지.

갇혀있다는 걸 말했으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말하는 게 당연하다.

‘갇혀있어요있요.

갇혀 있어요 라는 말에만 너무 중점을 둬서 뒤에 있는 단어는 그냥 넘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 요청하는 사람이 허튼말을 썼을 리 없고.

내 추리상 있요라는 건 포포가 지금 있는 장소 혹은 근처를 뜻하는 거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곳에 서 있다.

카페 eat yo'

처음에는 찾으려고 꽤 난항을 겪었지만, 한글을 영어로 바꿨을 때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탐정을 해도 됐겠는데.

진지하게 탐정을 했어도 됐겠다고 생각하면서 카페 주변을 살핀다.

건물은 총 6층짜리.

1층에 카페가 있고, 2층에는 훠거 집이 있다. 그 위로 3층부터는 따로 간판이나 명패가 없었으나.

멀리서 지켜본 결과 창문에서 사람의 인영이 보이거나, 담배를 피는 게 포착됐다.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췄다는 짜릿함은 잠시였고.

결국 현실이 내게 찾아온다.

확인됐다고 해도 막상 내가 직접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경찰에 신고를 할까?

윤지한테 말할까?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 마시던 나는, 잠깐의 고민 후.

“까짓거, 해보지 뭐.”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며칠 후.

최근 대학에서도 꽤 유명해진 유아린은 심호흡하며 앞에 있는 카페를 쳐다본다.

카페 eat yo.

이름이 일부러 신세대 티 내려고 뒤에 yo를 붙인 것 같아 별로였고.

커피도 별로 맛있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게였다.

‘생각보다 떨리네.

이제 곧 작전에 들어간다.

며칠 전, 유아린의 쇼츠가 퍼졌고 오윤지 회사의 인터넷 방송인들을 통해서 입소문이 퍼졌다.

레인보우 측에서 유아린에게 연락이 오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고.

유아린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바로 만나러 온 상황.

이제 함께 가서 위치를 알아내고, 내부 상황을 파악한 다음 덮치면 끝이다.

자신은 정말 미끼 역할일 뿐.

들어가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했으나 유아린은 일반인.

떨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그리고 그렇기에.

오윤지가 옆에서 등을 두드리며 웃어주었다.

“내가 같이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회사 시큐리티도 붙였으니까.”

“그래, 떨 거 하나도 없지.”

당연하지만 유아린 혼자서 잠입하는 건 위험했기에.

오윤지가 동행하겠다고 자처했다.

외모도 출중한데, 따로 얼굴이 알려질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도 않았으니까.

같이 인터넷 방송하고 싶은 친구로 위장할 속셈이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민머리의 덩치가 큰 남자가 이쪽을 알아보고는 바로 손짓한다.

“이쪽입니다.”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반겨주는 남자.

유아린과 오윤지도 반갑게 인사하며 의자에 앉는다.

“어휴, 실물로 뵈니까 훨씬 예쁘시네요. 저는 레인보우 마케팅팀의 한오석이라고 합니다.”

“유아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쪽 분은?”

바로 오윤지에게 눈길을 주는 한오석. 딱 봐도 오윤지의 외모가 심상치 않으니 관심을 가지는 모양.

오윤지는 능숙하니 웃으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오윤지라고 합니다. 아린이랑은 대학교 친구인데요. 저도 꼭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어서요!”

“아아! 친구 따라오신 거군요? 윤지 양도 외모가 출중하신데요?”

한오석은 입꼬리가 쭉 찢어질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유아린과 오윤지.

인터넷 방송은 일단 예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둘은 그냥 화면에 서는 것만으로 돈을 벌어올 스타일이었다.

입게 고이는 침을 삼키며 한오석은 웃으면서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인터넷 방송인들을 위해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아예 기숙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뭐, 그렇다고 먼 건 아니고요. 이 위에 층 세 개를 통째로 쓰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지시면 언제라도 가실 수 있게요.”

딱 봐도 거짓말이었으나.

유아린과 오윤지는 최대한 순진한 척 연기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당장이라도 인터넷 방송에 데뷔해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가수나 아이돌은 준비기간이 길지 않습니까? 그만큼 배운다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요. 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아닙니다.”

한오석은 두 사람을 홀릴 수 있을 법한 내용들로만 계속해서 장황하게 늘여놓기 시작했다.

“여긴 배울 것도 없고, 돈이 들 것도 없어요. 컴퓨터나 핸드폰만 있으면 끝! 실패해도 노 리스크! 대신 하이 리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생각했던 걸까. 한오석은 슬그머니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잘 읽어보세요. 혹시 모르겠는 부분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제가 잘 설명해 드릴 테니까요.”

“네에.”

오윤지는 차근차근 자세하게 계약서를 들여다봤다. 얼핏 보면 문제없어 보였으나 간간히 독소조항이 섞여 있는 걸 보니.

‘개자식들.

인터넷 방송인을 노예로 다루는 방법을 아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대부분 학생이나 갓 졸업한 애들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는데.

이렇게 길고 복잡한 계약서를 내밀면 아무리 설명해 줘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거다.

“계약서는 문제없는 것 같은데요…….”

오윤지는 머뭇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요구해 왔다.

“혹시 기숙사는 어떤지 볼 수 있나요? 좀 궁금해서요.”

“맞아! 저도 궁금해요!”

바로 유아린의 어시스트가 들어온다.

그것만 보여주면 계약서에 사인하겠다는 뉘앙스.

“아, 그럼요!”

한오석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올라가서 보실까요?”

‘저렇게 당당한 걸 보면 보여주기식으로 준비가 되어 있구나.

일단 내부만 대강 볼 생각으로 오윤지와 유아린은 한오석과 함께 위층으로 향했다.

“…….”

생각보다 긴장한 유아린.

손바닥에 땀이 흥건한 것을 숨기려 주먹을 꽉 움켜쥔다.

오윤지가 함께하지 않았으면 생각보다 훨씬 어색하게 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한오석은 입을 쉬지 않았다.

대부분은 자기들 회사 자랑이었다.

“아무래도 유명인들이 소속되어 있으니까 간판 같은 건 안 달아요. 사생팬들 쫓아오거든요. 포포 알죠? 지난번에 어찌나 팬들이 쫓아오던지-.”

“사실 저희가 이제 곧 이사를 가거든요? 지금도 시설이 좋은데 이것보다 훨씬 좋은 시설로 갑니다. 투자자님께서 레인보우의 비전을 높게 사셨거든요.”

“좀 멀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사는데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소속 방송인이 불편한 게 있으면 저희가 어떻게든 도울 거니까요.”

입에 발린 말들이 늘어지는 걸 들으며 오윤지와 유아린은 3층으로 들어선다.

무슨 개인 공부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깔끔한 내부.

길게 늘어진 복도 양옆에는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문에 달린 창문을 통해서 내부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비어있었지만, 방송하는 사람도 몇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개인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방을 하나씩 마련해 드립니다.”

쭉쭉 안으로 들어가는 한오석을 따라 걷는 둘.

막상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 없어 보이는 시설.

역시 단순히 신고만 했다면 꼬리만 자르고 끝나거나 별 타격도 주지 못했을 거다.

확실한 증거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짧은 복도를 지나자 나온 건 커다란 방 하나.

휴게실로 보이는 장소였다.

“방송하고, 휴게실에서 좀 쉬고 하는 거죠. 다과나 커피는 저희가 다 가져다드리고요.”

한오석이 휴게실 설명을 하고 있었으나, 오윤지의 시선은 휴게실 끝에 있는 문으로 가 있었다.

사무실로 보이는데 저기엔 누가 있을까.

의문을 품는 순간.

“그래요. 좀 빠릿빠릿하게 일 처리 좀 합시다. 알았죠?”

“넵! 알겠습니다!”

안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

순간 오윤지는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근데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아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네. 이달 말에 들어온다니까? 이달 말이 언제야, 이제 사흘 남았네?”

“마, 맞습니다!”

“아니, 황사장님, 내가 돈 떼먹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처럼 보였나? 나 누군지 몰라? 레인보우의 비전이 그것밖에 안 되나?”

“아닙니다!”

딱 건달들 대화였다.

어느새 유아린도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문이 덜컹 열리며 나오는 두 사람.

“저, 저녁이라도 드시러 가시겠습니까?”

하나는 근육으로 점철된 몸.

주먹 한 방 맞으면 그대로 사람 실신시킬 것 같은, 단단한 육체를 가진 건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휴, 됐어요.”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

한오석조차 그를 보는 순간 오윤지와 유아린을 내버려두고 냉큼 달려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투자자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입니다!”

“아, 새로 계약할…….”

남자의 입이 뚝 멈췄다.

선글라스가 살짝 흘러내리며 두 사람과 눈이 맞았다.

오윤지는 하고 싶은 말이 순식간에 여러 개 떠올랐다.

‘여기서 뭐 해 우진아?

‘투자자는 또 무슨 소리야?

‘왜 건달들이 너한테 굽신거려?

등등.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았지만 오윤지는 입술을 으득 물며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오윤지 입니다?”

“크흐음?! 그, 그래요. 잘해봅시다.”

어색하니 오윤지의 인사를 받는 김우진을 보면서.

문득.

유아린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새끼는 회장 아들 아니었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았으려고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