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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있어요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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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최근기록으로 남긴 건 일종의 구조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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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을 제외하고, 본인이 직접 게시글로 공지를 올렸던 것들의 앞 글자만 따면 저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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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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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운 채로 수수께끼 풀듯 별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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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정답을 맞추자 등골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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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괴담도 아니고, 심심해서 만들어진 나폴리탄 괴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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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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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라는 이름의 인터넷 방송인이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보냈던 진짜 구조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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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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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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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에 와서는 제육볶음을 20인분을 시켰을 때만 해도 당장에 때려죽이고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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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이 이어져서 최이서랑 대화하던 와중, 포포가 찾아왔을 때 저리 가라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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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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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내가 잘못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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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이서랑 좋은 분위기가 되고 있는데 갑자기 와서 초 친 건 그쪽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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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세한 내막도 알지 못했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결국 포포를 도와줬을 수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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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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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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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1: 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BJ포포입니다! 이제 곧 축제인데요! 사실 제가 응원단에서 같이 응원을 하게 되었어요! 축제 당일 실시간 방송할 테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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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대나무숲에 올린 게시글이 저게 마지막이라는 부분이 계속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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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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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는 대나무숲에서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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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동안 방송을 안 하다가 최근 다시 복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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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윤지가 나선 걸 보면 해결되지 않았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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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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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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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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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가 나서기도 했으니, 내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있나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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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좀 그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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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대나무숲의 관리자라는 명목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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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안녕하세요 익명111님. 가현대 대나무숲 관리자입니다. 잠시 얘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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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움직이면 뭔가 꼬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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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랑 작은형이 뭔가 하려고 하는 걸 내가 방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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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자니 가슴이 답답한 것이 참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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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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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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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이런저런 고민을 한 것에 비해서 따로 답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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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더 보낸 다음, 다른 쪽으로 사고를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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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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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한테 포포 대나무숲 최근 기록 좀 보내달라고 했던 애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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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뒤져보자 바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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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300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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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과 소속이라는 건 분명했고, 아마 3학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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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과는 대나무숲 익명을 밝힌 채로 자기들끼리 팬클럽처럼 운영하니, 찬우에게 묻는다면 바로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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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딱 300으로 떨어지니 사실상 포포 팬클럽의 수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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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서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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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왜 갑자기 포포의 내역을 보내달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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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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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이번에는 익명300에게 연락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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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안녕하세요, 가현대 대나무숲 관리자입니다. 익명111 건으로 잠시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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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네? 포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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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그나마 대답이 빨리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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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위기가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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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걔가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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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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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포포의 광팬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딱 봐도 얘기하기 싫어 보이는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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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를 좀 이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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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지난번에 익명111의 최근기록을 요청하셨잖아요.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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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그건 그냥 팬이었으니까 그랬던 거죠. 지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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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정말 단순 팬심 때문에 그런 기록들을 요청하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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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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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이번에 경찰 조사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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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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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포포 관련해서 경찰 조사가 나왔어요. 저도 그거 때문에 협조하는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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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그런데 포포 내역을 요청했던 사람이 있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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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정말 그게 끝이라면 경찰 쪽에 그렇게 진술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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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숨 쉬듯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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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정도 뜸을 들인 이후, 저쪽에서 대답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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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요구했던 건 정말 팬심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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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순 팬심 때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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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저리 고백하는 걸 보면 진짜 그게 맞는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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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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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지금은 팬이 아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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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가지고 묻자, 다시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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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답이 없던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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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을 치는데 그만큼 오래 걸렸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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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네, 맞아요. 지금은 팬 아닙니다. 그년이 남자친구만 몇 명이 있는지 아세요? 그거 그냥 걸레에요. 팬의 마음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괜찮은 거냐고요. 우리가 팬이라고 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우리한테 인사했던 손으로 남자친구 만지고, 우리한테 웃어주던 입으로 딴 남자한테 키스박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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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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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핸드폰 집어 던질 뻔했다. 이거 중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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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가 팬을 그만둔 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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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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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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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포의 암호를 풀었으니, 이건 단순히 남자 문제라고 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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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감금되어서 방송만 이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너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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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도 그런 상황일 수 있었고, 그가 봤던 남자들은 그쪽 계열의 사람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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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아는 거 좀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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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0: 저기…… 근데 방금 위에 쓴 건 지워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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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스토커 짓 하던 게 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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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말해주시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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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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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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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쇼츠를 찍었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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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시작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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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둘째 형까지는 당연히 괜찮았지만, 인터넷 방송인 은별 그리고 김우진 전 여친 오윤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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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은 얼굴들이 대부분인데 소고기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게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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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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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시작부터 퉁명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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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김우진 몰래 자신을 불러낸 게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게 분명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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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나는 인방 안 한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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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다른 곳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도 않았고, 얼굴도 모르는 놈들 앞에서 알랑방귀 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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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은 팬에게 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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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유아린은 유명인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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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는 말이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생길 거라는 생각도 딱히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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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뭘 하든 일단 김우진 편이니까 그리 아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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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우진 몰래 불렀다는 게 가장 불쾌한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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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를 보면서 그리 경고하듯 말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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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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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기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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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같이 술도 마시고 했다 보니 나름 말도 놓고, 얘기도 터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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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오윤지는 김우진의 전 여친이 아니라 한 회사의 사장님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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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분위기 엄청 심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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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싶어서 천천히 자세를 고쳐 앉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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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대화를 좀 해볼 생각이 들었기에 저쪽에서 말하는 걸 기다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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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의 다른 두 사람을 제쳐두고, 오윤지가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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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라고 알지? 건공과 출신 인터넷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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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유명한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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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이상한 곳이랑 계약이 되어 있어. 레인보우라고 좀…… 수상한 회사인데 이게 파도 뭐가 나오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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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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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수사물로 넘어가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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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자신을 인터넷 방송인으로 데뷔시키려고 수작 부릴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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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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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도 우리랑 비슷해. 인터넷 방송인들이랑 계약해서, 관리하고 케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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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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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지금 그쪽에서 원하는 건 신입 방송인들이야. 이제 막 시작한 재능 있는 신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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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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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을 하라고는 안 해. 이미 너에 관해선 포기했어. 대신…… 우리의 미끼가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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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윤지가 내민 테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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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지난번에 김우진과 함께 찍었던 윈드밀 쇼츠가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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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올리자. 화제성이 충분할 거고, 안 되도 우리가 강제로 화제가 되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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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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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에 메일을 올려두는 거지. 그럼 레인보우에서 분명 연락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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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 레인보우. 이름 진짜 존나 구리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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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이름이 구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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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저씨나 삼촌이 억지로 조카들 별명 같은 거 지어준 느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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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한테 연락이 올까? 너무 막막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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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쪽에서 자신에게 연락을 할지 유아린은 의문이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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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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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자신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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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올 수밖에 없게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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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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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하기 위한 일이야.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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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위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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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한테 부탁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지만, 아마 그쪽으로 넘어가기엔 아직까진 확실하지 않다고 판단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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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하는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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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살면서 태권도 배운 거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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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쓰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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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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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조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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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는 모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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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위험한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걱정시키기도 싫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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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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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뭔가 걸리는지 잠시 머뭇거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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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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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의견에는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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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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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포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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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으로 꾸며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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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 놓인 캠을 통해 포포는 웃으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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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으로 진하게 염색한 머리가 어느새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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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너머로 올라오는 채팅들은 자신을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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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요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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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포! 포포! 포포!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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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잇발! 도대체 얼마면 너랑 결혼할 수 있냐 포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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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손실 매꿔진다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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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오늘은 먹방 말고 게임을 좀 해볼까 싶어요. 어제 치킨만 10마리를 먹었더니 속이 느글거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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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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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포포 또 약한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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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하면서 간식이라고 햄버거 20개 먹을 포포면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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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짜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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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심 뒤졌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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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겜하다 보면 배고파져서 또 먹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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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떨어지는 시청자 수와 채팅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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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포포는 연차가 쌓인 방송인이었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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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용 컴퓨터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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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니터에 펼쳐진 메모장에서 갑자기 혼자 글이 적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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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 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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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여러분 게임하면서 밥도 좀 먹고 하는 거죠.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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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 화면에서 나간 포포가 잠시 후에 가져온 건 어마어마한 양의 초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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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 초밥은 게이밍 푸드라는 거 알고 있나요? 게임하면서 먹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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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느글거린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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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을 10마리를 먹었는데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소화도 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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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씻게 해주지도 못해서 억지로 치덕인 화장품 냄새 사이로 치킨 누린내가 풍기고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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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지! 이거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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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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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초바뷰ㅠㅠㅠㅠㅠ 언니이이! 저 다이어트 어떡해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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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어억시 포포! 실망시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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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대체 누가 저 양을 게임하면서 간식으로 먹엌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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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그녀의 먹방을 향해 박수치고 환영하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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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포는 오늘도, 웃으면서 초밥을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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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12시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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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내일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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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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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끝내고, 방송을 마친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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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면서 화면이 꺼진 걸 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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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웨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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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밑에 있던 쓰레기통에 토악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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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우러 와줄 거라 생각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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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른 층에서 자기들끼리 또 카드게임이라도 벌이고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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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흐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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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포는 애써 숨을 고르며 쏟아낸 토사물을 옆으로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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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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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퀭하니 초췌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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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몇 시간 뒤에 다시 방송을 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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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고르며 억지로 오늘 방송분을 정리하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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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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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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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에 울려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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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된 메신저도 없고, 톡은 전부 삭제되었기에 핸드폰이 울릴 일은 딱히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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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싶었는데 뜬금없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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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현대 대나무숲에서 이쪽으로 뭔가 연락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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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도망치려고 했을 때, 핸드폰 검사를 당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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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현대 학교 어플이라고 생각했는지 따로 삭제되진 않고 그냥 남겨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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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미 포포는 그쪽에 희망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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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적으로 도움 요청하는 건 너무 위험해서 간접적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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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직접적으로 요청할 거면 그냥 방송 키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만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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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는 가현대 축제 때 직접 가서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조차 듣지도 않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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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포포는 가현대를 통해 뭔가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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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안녕하세요 익명111님. 가현대 대나무숲 관리자입니다. 잠시 얘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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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의 관리자가 뜬금없이 1:1 문의로 채팅을 걸어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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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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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온 덩치 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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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방금 온 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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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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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란 포포는 교육받은 개처럼 냉큼 자신의 핸드폰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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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당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핸드폰 화면까지 보고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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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토사물을 치우러 오지 않은 건 귀찮아서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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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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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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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하아, 이 새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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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더 온 걸 보면 아마 다른 내용이 있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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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포포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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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팬인 거 같으니까 대충 대답해 줘. 그리고 그거 남겨두지 말고 지워라 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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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 새끼들이 일을 대충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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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중얼거리며 남자는 다시 방 밖으로 나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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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받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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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덧붙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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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도저히 못 참겠어서 이렇게 사적으로 연락 남깁니다. 사실 제가 포포님 진짜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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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움짤 같은 것도 자주 보고요. 따로 너튜브 편집한 것도 매일매일 보고 있습니다. 한 편당 제가 백 번은 봤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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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필수적으로 생방도 시청하려고 노력하고요, 못 보면 꼭 녹방 다시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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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요번에 피자 먹는 거 봤는데 진짜 대박이시더라고요. 그렇게 작고 귀여운 몸으로 다 드시는 게 진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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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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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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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그걸 보던 포포는 그안에 담긴 진위를 깨닫고는 순간적으로 울컥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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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몸이 파르르 떨려오며, 숨이 가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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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가 촉촉해졌으나 고개를 숙이며 애써 참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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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찾아낸 사람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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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심스럽게 또한 재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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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1: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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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한 다음, 포포는 대나무숲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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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조금은, 타오른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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