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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기숙사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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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었음에도 그곳에서 서성거리며 전전하고 있는 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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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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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는 스스로에게도 의구심을 느낄 정도로 초조해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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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잠에도 들지 못하고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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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발걸음과 물어뜯는 손톱은 초조함의 반증이었음에도 민주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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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상황이 보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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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범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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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리 과제도 끝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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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듣는 강의도 마음에 들었으니 오히려 좋은 하루였다고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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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라면 끓이는데 다시마가 두 개나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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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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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휴게실에서 라면을 먹고 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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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안으로 들어오는 미모의 여성. 기숙사생들이 물갈이가 한 번 되었으니 모르는 얼굴이 있을 수 있는 건 당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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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민주희가 저 미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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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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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과 2학년의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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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년 만에 가현대 미인으로 유명해진 아끼는 후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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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도 해서 배우로 진로를 잡았다는 것도 골드원에서 같이 지내기도 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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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걸어가면서 주변 눈치를 살피는 서예린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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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허술한 탓에 민주희가 지켜보고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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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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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신의 은밀함에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 좀 귀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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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기숙사에 찾아올 사람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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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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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는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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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머리에는 이미, 서예린과 유아린이 김우진의 아래에서 신음을 쏟아내던 게 떠오르는 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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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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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삼킨 민주희는 조심스럽게 서예린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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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는 남녀 건물이 다르긴 했으나, 중앙에 휴게실은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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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은 매우 조심스럽게 남자 기숙사로 향했고, 기적적인 확률로 누군가를 마주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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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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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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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걸 보고는 냉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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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본 민주희는 경악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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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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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김우진의 방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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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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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압도적인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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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미 하, 할 거 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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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후배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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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만 빼고 어른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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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3p는 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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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그러들려던 민주희는 다시금 정신을 다 잡는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다 조심스럽게 문에 귀를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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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는 없나 보네. 목소리가 따로 들리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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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안도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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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민주희도 거기서 떠나지 못하고 엉거주춤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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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 묘수를 하나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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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입구에서 우진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면 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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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다리기로 결정한 민주희의 행동력은 재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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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의자까지 가져가서 캔맥주 하나 홀짝이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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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생들에게 위압감을 조성하는 행위였으나, 상대는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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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변에서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되는 선배로 소문난 그녀였기에 누구도 그녀에게 불평을 쏟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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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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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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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기숙사생들이랑 같이 안으로 들어오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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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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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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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맛있는 거 드셨나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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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인사 적당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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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귀찮다고 한마디 툭하자 1학년들은 바로 기강이 잡혀서는 허리를 꼿꼿히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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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애들을 휴게실 안으로 밀어 넣고 최이서는 민주희에게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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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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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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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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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정적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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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뭐하냐. 1학년 애들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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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침묵을 민주희가 깨자, 최이서는 웃으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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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새로 창설됐다고 해서요. 1학년들 멘토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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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바쁘게도 사는구나. 이번에 또 과대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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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님이 하도 부탁을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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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간 대학 생활 일만 하다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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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김우진과 최이서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심 중인 민주희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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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보듯 묻자, 최이서는 뭔가 생각이 깊어진 듯 잠시 뜸을 들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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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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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한마디를 남기곤, 인사한 후 다시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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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 정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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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이미 3캔을 마셨기에 화장실에 잠시 다녀온 민주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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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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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이 참 공교롭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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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없는 사이에 통로를 통해 남자기숙사 쪽으로 가는 최이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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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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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홀린 듯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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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참으로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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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역시 김우진의 방으로 들어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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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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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가 아직 안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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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 나오는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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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의 물건을 열심히 빨면서 예쁨 받으려는 서예린과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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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을 마치 애완견 쓰다듬듯 주인 행세하며 다루는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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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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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피가 쏠리며 민주희는 다급하게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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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김우진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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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아래쪽이 축축해진 느낌이었기에 더 이상 여기 있어선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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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 이상 얘들한테 엮이면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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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무슨 미국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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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개방된 성 관념을 가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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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측하다 외치며 민주희는 결국 김우진의 방에서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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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저녁 점오가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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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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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통금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민주희는 김우진의 방이 있는 복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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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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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돌아갔겠지. 갔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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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김우진도 방에 돌아왔을 테니, 애들을 다 보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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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하는 거냐 민주희. 그냥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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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혼자서 호들갑 떨고, 이건 평생의 수치로 남겠구나 싶어 미련을 떨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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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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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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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문에 귀를 댄 민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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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콩닥 뛰는 심장과 몸을 지그시 누르는 배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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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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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안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신음이 몸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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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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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 혹은 최이서가 김우진에게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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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둘이 같이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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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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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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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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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하고 있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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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고민들도 곧이어 다른 형태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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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자신은 김우진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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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끼는 후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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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고, 똑부러지고, 성격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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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많을 수 있고, 여자인 친구들이 많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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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나는 뭐 아무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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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해서 과제 때문에 영화 같이 찍은 게 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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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잠깐 안겨 있던 적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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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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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남자의 품에 안겨 본 적도 처음이고, 같이 누워본 적도 처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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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잠깐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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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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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는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강하게 누르면서 김우진의 번호로 연락을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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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김우진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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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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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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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안에서 신음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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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 우, 우진아? 바, 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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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전화를 걸 때랑 반대로 목소리가 덜덜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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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화를 받은 게 발딱 벗은 채로 여자를 탐하고 있을 그라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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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라는 남자가 거대하게 느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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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밖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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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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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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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화를 끊은 민주희가 그대로 방문을 벌컥 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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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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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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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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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김우진의 노트북으로 뭔가를 보고 있던 서예린과 최이서가 민주희와 눈을 마주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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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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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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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민주희는 다시 옛날의, 주대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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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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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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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전화를 끊으신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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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일단 이쪽 일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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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애가 귀티가 없잖아?! 도대체 얘를 보고 누가 부잣집 도련님으로 생각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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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반박할 말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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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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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리키면서 외치는 유아린과 그것에 대꾸하지 못하고 가슴을 움켜쥐는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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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둘이 당장이라도 주먹다짐을 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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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새끼 편의점에서도 존나 쫌팽이라고! 내가 한 번 사줬으면 지도 사줘야 하는데 꼭 한 번은 잡아 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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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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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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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번에도 얻어맞은 것처럼 가슴을 움켜 쥐냐 윤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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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는 좀 아니라고 반박을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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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놈들이 더 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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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긴 해. 우진이가 좀 돈을 과하게 아끼고, 쫌팽이 기질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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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둘이 싸웠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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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화살촉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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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나 때문에 싸우던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내 욕을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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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어서 끼어들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꽂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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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동시에 똑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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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때문에 싸우던 거 아니냐고 묻는 거 봐라. 넌 턱 다친 거 아니었으면, 방금 턱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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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긴 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사람인데도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찐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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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적당히 봐. 하렘물 찍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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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진아. 그때 그…… 여자 팬티 엄청 나오던 애니 자주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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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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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들 그냥 나 좋아하는 척하면서 돌려 까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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