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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만 해도 기숙사로 돌아가는 건 좀 미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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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랑 최이서가 싫은 건 아니고, 오히려 내가 둘을 보고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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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아린과 오윤지가 서로 웃으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게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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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돌아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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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고 최이서고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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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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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둘 사이의 분위기는 삭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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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고기가 구워지고 있는데도 이런 분위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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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앉은 작은형의 무릎을 한 번 주먹으로 때리자 형도 뻘쭘해하며 슬쩍 내 귀에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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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생각으로 자리를 마련한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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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너무 낙관적으로만 생각해서 문제라니까? 엄마를 너무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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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모이면 하하 호호하면서 정말 사업 얘기만 할 줄 알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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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쪽 전말을 다 알고 있는 작은형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머리가 지끈거리듯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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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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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으나, 작은형은 거의 울상이 되어서는 결백을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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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니라고. 내가 왜 너한테 이런 짓을 하냐고. 아니, 내가 아는 윤지는 공과 사 구분이 철저한 애였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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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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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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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는 원래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칼같은 성격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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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카페에서 이야기했을 때, 그녀 역시 사람다운 면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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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에게는 저러한 행동이 오히려 당연하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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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지가 일단 우리 쪽 사장이란 말이야. 나나 은별이가 앞으로 나서긴 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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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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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은별 형수가 있는 덕분에 대놓고 싸우거나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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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험악하긴 했으나, 작은형수가 어떻게든 흐름을 이끄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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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는 인터넷 방송인을 키우거든요. 이게 그냥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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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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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이야기를 듣던 유아린은 팔짱을 끼며 등받이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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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기를 다 먹은 모양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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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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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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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거 관심이 조금도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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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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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뭐 재능이 있다고 말씀하셔도 딱히 그런 느낌도 안 들고. 애초에 남들 눈치 보면서 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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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은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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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반응이 시원찮은 탓에 작은형수와 작은형이 좀 당황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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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의 장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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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하니 사무적인 표정을 지은 오윤지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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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키고 시작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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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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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시니 강의 이후에 따로 2, 3시간만 투자하시는 겁니다. 그러다 정말 안 될 것 같다 싶으시면 접으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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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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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이라고 생각하시고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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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부업이라. 근데 그게 돈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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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터넷 방송 쪽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보니 좀 궁금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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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누가 돈을 쏴줘야 버는 걸로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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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돈을 쏴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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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으쓱거리며 유아린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췄는데, 오히려 오윤지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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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블릿pc를 꺼내 들어서 프로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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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애니 캐릭터도 있었고, 그냥 실물 사진도 있었는데 아마 회사 소속 방송인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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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크리에이터들입니다. 평균 수입 등을 제가 따로 결산해서 정리해 뒀죠. 연차가 오래된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 시작한 신생도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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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했다는 사람의 월평균 수익을 가리킨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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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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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유아린의 입이 떡 벌어지더니 이게 진짜냐고 오윤지와 테블릿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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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성심성의껏 지원해 드릴 겁니다. 베테랑 방송인 분들이랑 합방도 넣어 드릴 거고, 따로 편집자나 매니저들도 구해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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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돈 많이 번다는 건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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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유아린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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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 돈을 진짜 벌 수 있으면 하는 게 맞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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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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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 좀 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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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여전히 보수적인 반응을 보였고, 상황이 진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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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세요. 대학 다니는 스무 살 학생이 이 정도 수익을 벌기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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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 역시 이 이상 밀어붙이는 건 역효과라고 생각했는지, 여운 정도만 남기고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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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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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아린이라면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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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이 배우가 되는 거랑 비슷한 흐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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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두 사람 다 이런 부분에 재능이 출중해 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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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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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끼어든 작은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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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를 하나 찍어보는 거예요. 거기서 나오는 반응을 보고, 아린 씨가 결정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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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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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동영상이에요. 저도 딱 삘이 오거든요? 아린 씨가 분명 먹힌다는 거? 시청자들 반응 보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좀 얻으시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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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방송인은 방송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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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어떻게든 유아린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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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근처에 저희가 따로 빌려둔 스튜디오 있거든요? 거기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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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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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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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유아린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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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는 어떻게 촬영했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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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삼 문득, 서예린이 대단하게 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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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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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유아린이 인터넷 방송에 재능이 있어 보였는데, 정작 카메라 앞에 선 그녀를 보니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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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관계자 세 명은 화면 빨 잘 받는다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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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뭐 찍어야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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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멀뚱히 서 있는 유아린이 나를 부르며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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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아까 들어보니까 무슨 애교 이런 거 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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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웩, 뭔 애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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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화할 때는 잘했잖아. 소고기 사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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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기분이 더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또 좀 귀여웠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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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좀 과했으니까 살짝 절제하면서 해보면 되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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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좋은 조언을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유아린은 오히려 똥 씹은 표정으로 나를 쓰레기 보듯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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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니까 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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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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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 새끼는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가 딴 놈들한테 그런 말을 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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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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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다고 투덜거리고는 있지만 괜히 시선을 피하는 걸 보면 본인이 얘기하고도 부끄러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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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아린 씨. 준비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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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촬영이라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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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카메라를 잡고, 작은형수가 조명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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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밝아서 눈이 찌푸려졌기에 나는 냉큼 거기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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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 마스크나 하나 주세요. 얼굴 보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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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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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리는 건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는지 바로 건네진 검은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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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주춤 선 채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는 유아린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오윤지가 옆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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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좀 찍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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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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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쇼츠니까 최대한 가까이서 찍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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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정면 앵글에서 내가 나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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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편집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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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집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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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나도 영상 편집하긴 했는데 거기까진 힘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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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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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도와줘야 일찍 집에 갈 테니까, 핸드폰을 들고 유아린 뒤로 가서 촬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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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니까 좀 가까이서 찍어야 한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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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후, 핸드폰을 통해 유아린을 보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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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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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길을 잃은 듯 갈팡질팡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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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 같은 거 그냥 해도 괜찮아요.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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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수가 역시 인터넷 방송인이라 그런지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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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늉을 내면서 몸을 이리저리 가볍게 흔드는데 꽤나 수요가 있을 법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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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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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썩 내키지 않았는지 유아린은 잠시 침음성을 흘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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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하는 거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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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추고, 손을 땅바닥에 짚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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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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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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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윈드밀을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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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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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가까이 있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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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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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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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몸이 붕 떠올라, 천장과 잠깐 가까워졌으나 그대로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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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쓰러지자, 영문도 모른 채로 윈드밀을 돌고 있는 유아린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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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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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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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쇼츠가 나왔다고 좋아하는 작은형 부부를 노려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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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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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 연고를 발라주는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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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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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도 솔직하게 사과하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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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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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좋은 그림이 나왔다니까 나쁘지 않은 결과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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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내가 봤어도 영상이 웃기긴 했다. 갑자기 뒤에 있는 애가 날아가 버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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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인기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걸로 유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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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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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보기에 재밌었다는 건 인정하는지 얼떨떨하니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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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슬슬 마음이 넘어가고 있는 게 딱 보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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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도 제가 따로 보내드릴게요.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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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블릿으로 유아린한테 계약서 사본까지 보내주면서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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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쪽만큼 방송인 우대해 주는 곳도 많이 없어요. 아린 씨, 그 나이에 이 정도 수입 벌 기회 정말 흔치 않고, 아린 씨는 재능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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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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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시작부터 삐그덕거려서 오윤지랑 유아린이 기 싸움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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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오윤지는 진지하게 유아린을 영입하려고 애쓰고 있고, 유아린도 그런 오윤지를 보면서 점차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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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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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공과 사의 구분은 철저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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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턱을 어루만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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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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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계약서를 읽던 유아린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오윤지를 휙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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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이 몇 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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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인도 나름 유명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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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냐는 듯 대꾸하는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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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불가능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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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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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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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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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은 깔끔하게 인터넷 방송인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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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때문에 그렇게 영입하려고 한 건 아니죠? 내가 우진이랑 이렇고 저렇고 한 사이인 거 아니까 그런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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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린아! 아무리 그래도 윤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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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런 것 때문에 오윤지가 유아린 영입을 발 벗고 나섰겠냐고 대꾸하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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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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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오윤지의 입이 꾹 다물어지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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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거 사인했으면 너 만날 때마다 합법적으로 갈굼 당했던 거 아니야? 엿 같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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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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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속내도 들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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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가려는지 오윤지도 어깨를 피며 싸늘하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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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우리 나이에 벌 수 없는 돈을 벌 수도 있고, 부업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맞아. 소소하게 연애 몇 년 못 하는 건 그런 이득에 비해서 큰 문제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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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 ‘전’ 여친 씨. 그쪽도 알겠지만 우진이가 슈퍼 다이아 수저라서 인터넷 방송에서 얼굴도 모르는 애들한테 애교 부리는 것보다 얘한테 잘 보이는 게 훨씬 이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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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돈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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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멋쩍게 속삭이자 유아린이 눈치를 주면서 입술을 꽉 깨물고 작게 으름장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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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이런 거라도 말해야 이유라도 대지. 그나마 몇 없는 장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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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없는 장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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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딱 거기까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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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들은 오윤지는 무언가 비아냥거리듯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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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우진이가 회장 막내아들인 거. 딱 거기까지 아는 수준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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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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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긁혔는지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오윤지한테 성큼 다가가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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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진짜 주먹다짐할 수도 있는지라 다급하게 말리려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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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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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 온 전화에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슬쩍 확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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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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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은 시간에, 뜬금없이 주희 선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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