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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데리고 같이 죽을 일 있어?! 사랑 얘기 안 들어준 게 그렇게 불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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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다가 옆 차선으로 들어갈 뻔한 형한테 언성을 높이며 짜증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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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생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건 화낼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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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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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지 사과하고 입을 앙다문 채로 시선을 앞에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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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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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고가 나진 않았으니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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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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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유아린의 다급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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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아서 이쪽의 목소리가 들렸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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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는 유아린은 또 희귀했으나 일단 진정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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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고 날 뻔했는데 무사해. 어후, 진짜 위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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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약간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상황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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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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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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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부르는 작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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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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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게슴츠레 노려보며 대꾸하자 작은형은 여전히 앞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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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폰으로 통화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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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친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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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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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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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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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통화시켜 줘. 아니면 다시 고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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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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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목숨 가지고 교섭을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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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으니까 앞만 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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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내면서 스피커폰으로 변경하자 작은형이 바로 영업용 목소리로 웃으며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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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진이 둘째 형 김운이라고 합니다. 혹시 통화 잠깐 가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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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엥? 우진이 둘째 형이요? 뭐야, 부회장님 말고 형이 하나 더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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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나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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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럽네. 나는 외동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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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작은형이 얘기를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나랑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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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도 유아린의 마이페이스에 조금 당황한 듯했으나, 입가에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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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씨, 혹시 인터넷 방송 자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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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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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형이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유아린의 목소리가 좀 독특하게 매력 있는 편이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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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작은형은 그게 세일링 포인트로 보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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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방송이요? 안 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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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구나. 최근에는 많이들 보시는데. 대중화가 잘 되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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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우진이 작은형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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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물건 팔려는 줄 아는지 유아린이 살짝 경계한다. 확실히 말투나 빌드업 치는 게 좀 묘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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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요. 다름 아니라 제가 인터넷 방송인들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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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방송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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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아린 씨 목소리가 워나악 매력적이고 보니까 성격도 털털하니 좋으신 것 같아서요. 인터넷 방송에 딱 어울리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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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얼굴 보이고 그런 건 좀 별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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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요즘은 버튜버라고 캐릭터를 대신해서 올려두는 것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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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옆에 김우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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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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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내 쪽으로 가져와서 묻자, 유아린이 작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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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너 무슨 이상한 사이비 같은 거 들어간 거 아니지? 마음으로 엮인 작은형 이런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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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씨이! 저 들려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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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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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들려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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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개새꺄, 눈치껏 스피커폰 꺼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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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실수해 놓고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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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내가 인터넷 방송 같은 거 하면 괜찮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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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이 저렇게 보여도 의외로 장사수완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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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친구인 유아린에게 다소 억지스럽게 스카우트 제안을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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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고민한 나는 솔직한 심정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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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뭐 나쁘진 않겠지? 근데 버튜버 같은 거보다는 그냥 얼굴 까는 게 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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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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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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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해. 아님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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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은 꼭 내가 할 말을 알면서 말해주길 바란다. 작은형의 간절한 시선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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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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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이 새끼는 꼭 이런 말은 작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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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진이가 눈이 아주아주 높은데 예쁘다고 할 정도면 아린 씨가 굉장한 미인이신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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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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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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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뒤에서 뿜어지는 후광에 가려지긴 했으나, 유아린도 남부럽지 않은 미인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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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일단 고민만 좀 해볼게요. 좋은 제안 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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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럼요! 제가 우진이 통해서 연락처랑 명함 드리겠습니다! 꼭 연락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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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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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자 형이 바로 근처 휴게소로 들어가서는 차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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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씨 사진 혹시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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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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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버튜버도 물론 좋지만, 기본적으로 미인이면 대환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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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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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는 편은 아니라서 톡 프로필 사진으로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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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골드원 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하나 있어서 그걸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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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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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더니 거칠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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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얘다! 우리 차기 간판스타! 얘는 무조거어언 된다! 진짜 무조건이야! 와, 우진아! 어디서 이런 기연을 얻어왔니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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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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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예쁘기도 한데 성격도 시원하고, 말도 거리낌 없어. 인방에선 조곤조곤한 스타일보다 이런 쪽이 훨씬 잘 먹혀. 내가, 내가 얘 무조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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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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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받아 가라 우진아. 꼭 연락하라고 해. 아니다, 아까 소고기? 내가 사줄 테니까 바로 나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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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그, 3명 중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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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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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턱살을 흔들고 침을 튀겨가던 작은형이 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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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작은형은 심호흡하고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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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아티스트는 연애 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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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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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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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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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무야? 왜 방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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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이게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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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이랑 같이 온 소고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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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서예린의 톡에 나도 모르게 정신이 퍼뜩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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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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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진짜 내 방 내부를 찍은 사진까지 보내왔다. 이거 진짜 또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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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너 거기 어떻게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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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문 열려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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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아니, 기숙사 자체가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어떻게 들어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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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어제 나X토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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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그게 뭔 상관이야. 뒤지기 싫으면 밖으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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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내자 다시금 온 톡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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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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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이불 덥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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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대에 누워서 하얀 속옷을 입고 있는 서예린이 사진으로 왔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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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의 김우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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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은 김우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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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쓰레기처럼 굴지 않을 거고,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내 나름대로 답을 찾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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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한 장만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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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머리랑 손가락이랑 소통이 잘 안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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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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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마치 후배위하는 듯한 자세로 찍어 보낸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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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엉덩이 잡고 앙앙거리게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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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은 고추 농사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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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화나게 하는데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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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오늘 안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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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아마. 그니까 그냥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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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ㄲㅂ 알았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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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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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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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씨 어디쯤 왔는지 물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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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초조해하고 있는 작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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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닦으라고 물티슈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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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온다고 했어.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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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사준다고 하면 간첩이 불러도 냉큼 따라갈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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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몇 분 기다리니까 회색 후드티에 츄리닝 바지를 입은 유아린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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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발견한 유아린이 냉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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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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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안녕하세요! 김운이라고 합니다! 여기 제 명함이고요. 가족관계 증명서는 안 가져왔지만 우진이랑 피로 엮인 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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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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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받은 유아린이 자리에 앉는다. 이미 눈은 명함이 아니라 메뉴판을 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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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쉬운 애였나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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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나는 나중에 프러포즈 받을 때 소고기를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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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치킨이나 시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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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고기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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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직접 뵈니까 진짜 미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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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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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이미 유아린한테 작은형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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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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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대화하는 와중 울린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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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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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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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사진을 보내는 건 드물어서 뭔가 확인하자, 내 침대에서 속옷 차림으로 잠들어 있는 서예린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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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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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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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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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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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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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집에 간다고 했는데 왜 거기서 잠드셨는지 모르겠다. 서예린이 부모님한테 혼나는 건 내 책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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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근데 너는 왜 거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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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도배를 멈추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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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최이서도 기숙사생이 아닌데 어떻게 거기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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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기숙사 사는 1학년 후배들이랑 모임을 좀 가졌거든. 멘토멘티 프로그램 있어서 설명해 주느라 왔는데, 마침 잘 됐다 싶어서 너 보러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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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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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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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나는 오늘 기숙사 못 들어가. 걔도 거기 왜 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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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그래, 내가 얘 데리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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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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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니까 어떻게든 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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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은 유아린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있었으나, 유아린은 이미 소고기에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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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더 나누기 위해선 일단 배부터 불려줘야겠다고 판단했는지 형도 의자에 기대며 잠시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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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아. 먹방도 잘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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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유아린을 보면서도 오히려 적성에 딱 맞겠다고 만족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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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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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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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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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테이블로 다가온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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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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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여러 다채로운 색이 조합되어 있는데 과할 정도로 화려한 게 보통 사람은 아닌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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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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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적인 붉은 머리색을 가진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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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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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작은형을 쳐다보자 형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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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아아! 자기야! 여기는 우리 막내! 우진아 인사 드려라! 네 형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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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은별이라고 합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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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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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하게 일어나서 악수한다. 작은형수님은 바로 유아린이랑도 인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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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눈을 마주친 오윤지가 한숨을 내쉬며 걱정 말라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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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하러 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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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잘라 선을 긋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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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역시 오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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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좀 놓으면서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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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는 그대로 유아린에게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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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윤지입니다. 작년에 같이 영어영문과였는데 그때는 얘기도 몇 번 못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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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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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랑 워낙 이곳저곳 돌아다녀서 다른 학우들은 챙기지도 못했을 때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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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오윤지를 빤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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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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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3초 만에 어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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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공과 사는 구분한다고 하셨는데 이미 선빵을 날리신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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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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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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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진이 ‘전’ 여친이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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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그냥 맞고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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