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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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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동생 데리고 같이 죽을 일 있어?! 사랑 얘기 안 들어준 게 그렇게 불만이야?!”

나를 보다가 옆 차선으로 들어갈 뻔한 형한테 언성을 높이며 짜증 낸다.

내가 동생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건 화낼 일이지 않은가.

“……미안하다.”

작은형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지 사과하고 입을 앙다문 채로 시선을 앞에 고정한다.

“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어쨌든 사고가 나진 않았으니까 다행이었다.

  • 뭐야, 무슨 일인데?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유아린의 다급한 목소리.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아서 이쪽의 목소리가 들렸던 모양이다.

걱정하는 유아린은 또 희귀했으나 일단 진정시켜 준다.

“괜찮아. 사고 날 뻔했는데 무사해. 어후, 진짜 위험했네.”

  •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약간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상황인 줄.

“그러게.”

“저기…… 우진아?”

다시 나를 부르는 작은형.

“왜.”

내가 게슴츠레 노려보며 대꾸하자 작은형은 여전히 앞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수 있어?”

“왜? 내 친구인데?”

“제발, 부탁이야.”

“싫어.”

  • 뭔 일인데.

“그럼 나 통화시켜 줘. 아니면 다시 고개 돌린다?”

미친 건가.

지 목숨 가지고 교섭을 하고 있네.

“아, 알았으니까 앞만 봐 제발.”

짜증 내면서 스피커폰으로 변경하자 작은형이 바로 영업용 목소리로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우진이 둘째 형 김운이라고 합니다. 혹시 통화 잠깐 가능하세요?”

  • 엥? 우진이 둘째 형이요? 뭐야, 부회장님 말고 형이 하나 더 있었어요?

“어, 하나 더 있어.”

  • 부럽네. 나는 외동인데.

근데 왜 작은형이 얘기를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나랑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네.

작은형도 유아린의 마이페이스에 조금 당황한 듯했으나, 입가에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린 씨, 혹시 인터넷 방송 자주 보세요?”

“형……?”

이제야 형이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유아린의 목소리가 좀 독특하게 매력 있는 편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작은형은 그게 세일링 포인트로 보였던 모양이다.

  • 인터넷방송이요? 안 보는데요.

“그러시구나. 최근에는 많이들 보시는데. 대중화가 잘 되어 있거든요.”

  • ……진짜 우진이 작은형 맞죠?

뭐 물건 팔려는 줄 아는지 유아린이 살짝 경계한다. 확실히 말투나 빌드업 치는 게 좀 묘하긴 했다.

“아, 그럼요. 다름 아니라 제가 인터넷 방송인들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 저 방송하자고요?

“네네! 아린 씨 목소리가 워나악 매력적이고 보니까 성격도 털털하니 좋으신 것 같아서요. 인터넷 방송에 딱 어울리시거든요.”

  • 근데 얼굴 보이고 그런 건 좀 별로인데.

“아이고! 요즘은 버튜버라고 캐릭터를 대신해서 올려두는 것도 있어요.”

  • 으음, 옆에 김우진 있죠?

“왜.”

핸드폰을 내 쪽으로 가져와서 묻자, 유아린이 작게 속삭인다.

  • 야, 너 무슨 이상한 사이비 같은 거 들어간 거 아니지? 마음으로 엮인 작은형 이런 거 아냐?

“아린 씨이! 저 들려요오!”

  • 시발.

“그것도 들려요오!”

  • 김우진 개새꺄, 눈치껏 스피커폰 꺼야 할 거 아니야.

“지가 실수해 놓고 뭔.”

  • 너도 내가 인터넷 방송 같은 거 하면 괜찮을 것 같아?

작은형이 저렇게 보여도 의외로 장사수완이 뛰어나다.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친구인 유아린에게 다소 억지스럽게 스카우트 제안을 하는 거겠지.

잠깐 고민한 나는 솔직한 심정을 답했다.

“으음, 뭐 나쁘진 않겠지? 근데 버튜버 같은 거보다는 그냥 얼굴 까는 게 나을 거야.”

  • 왜?

“……그냥 그럴 것 같아.”

  • 말해. 아님 안 함.

이년은 꼭 내가 할 말을 알면서 말해주길 바란다. 작은형의 간절한 시선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쁘잖아.”

  • 하아, 이 새끼는 꼭 이런 말은 작게 하더라.

“우리 우진이가 눈이 아주아주 높은데 예쁘다고 할 정도면 아린 씨가 굉장한 미인이신가 봐요!”

솔직히.

‘예쁘긴 하지.

서예린의 뒤에서 뿜어지는 후광에 가려지긴 했으나, 유아린도 남부럽지 않은 미인이긴 했다.

  • 으음, 일단 고민만 좀 해볼게요. 좋은 제안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고 그럼요! 제가 우진이 통해서 연락처랑 명함 드리겠습니다! 꼭 연락 부탁드려요!”

뚝.

전화를 끊자 형이 바로 근처 휴게소로 들어가서는 차를 멈췄다.

“아린 씨 사진 혹시 있니?”

“진심이야?”

“당연하지 버튜버도 물론 좋지만, 기본적으로 미인이면 대환영이지.”

“하아…….”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는 편은 아니라서 톡 프로필 사진으로 가본다.

유아린이 골드원 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하나 있어서 그걸 보여주자.

탕!

핸들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더니 거칠게 외쳤다.

“얘야! 얘다! 우리 차기 간판스타! 얘는 무조거어언 된다! 진짜 무조건이야! 와, 우진아! 어디서 이런 기연을 얻어왔니이이!”

“…….”

“애가 예쁘기도 한데 성격도 시원하고, 말도 거리낌 없어. 인방에선 조곤조곤한 스타일보다 이런 쪽이 훨씬 잘 먹혀. 내가, 내가 얘 무조건 키운다!”

“……근데 형.”

“명함 받아 가라 우진아. 꼭 연락하라고 해. 아니다, 아까 소고기? 내가 사줄 테니까 바로 나오라고……!”

“얘가 그, 3명 중 하나야.”

“…….”

내 말에 턱살을 흔들고 침을 튀겨가던 작은형이 굳는다.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작은형은 심호흡하고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회사 아티스트는 연애 금지야.”

“형수는?”

“사장이잖아.”


  • 서예린: 무야? 왜 방에 없어?

시발 이게 무슨 소리지?

작은형이랑 같이 온 소고기집.

갑작스런 서예린의 톡에 나도 모르게 정신이 퍼뜩 차려졌다.

  • 서예린: (사진)

심지어 진짜 내 방 내부를 찍은 사진까지 보내왔다. 이거 진짜 또라이 아닌가.

  • 김우진: 너 거기 어떻게 들어갔어.

  • 서예린: 문 열려 있던데?

  • 김우진: 아니, 기숙사 자체가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어떻게 들어갔냐고.

  • 서예린: 어제 나X토 봤어.

  • 김우진: 그게 뭔 상관이야. 뒤지기 싫으면 밖으로 나와라.

짜증 내자 다시금 온 톡 하나.

  • 서예린: (사진)

  • 서예린: 이불 덥히는 중.

내 침대에 누워서 하얀 속옷을 입고 있는 서예린이 사진으로 왔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긴 했으나.

나는 예전의 김우진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은 김우진이다.

이제는 쓰레기처럼 굴지 않을 거고,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내 나름대로 답을 찾을 거다.

  • 김우진: 한 장만 더 주세요.

근데 머리랑 손가락이랑 소통이 잘 안된 모양이다.

  • 서예린: (사진)

이번엔 마치 후배위하는 듯한 자세로 찍어 보낸 서예린.

당장에 엉덩이 잡고 앙앙거리게 만들고 싶었다.

이년은 고추 농사를 해야 했다.

고추 화나게 하는데 천재야.

  • 서예린: 오늘 안 들어와?

  • 김우진: 아마. 그니까 그냥 돌아가.

  • 서예린: ㄲㅂ 알았엉.

휴.

일단 처리했다.

“아린 씨 어디쯤 왔는지 물어볼래?”

옆에서 초조해하고 있는 작은형.

땀 닦으라고 물티슈를 건네준다.

“금방 온다고 했어. 기다려.”

소고기 사준다고 하면 간첩이 불러도 냉큼 따라갈 여자였다.

실제로 몇 분 기다리니까 회색 후드티에 츄리닝 바지를 입은 유아린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를 발견한 유아린이 냉큼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유아린입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김운이라고 합니다! 여기 제 명함이고요. 가족관계 증명서는 안 가져왔지만 우진이랑 피로 엮인 형입니다.”

“아, 넵.”

명함을 받은 유아린이 자리에 앉는다. 이미 눈은 명함이 아니라 메뉴판을 훑고 있었다.

가격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쉬운 애였나 싶을 정도.

“우진아, 나는 나중에 프러포즈 받을 때 소고기를 먹고 싶어.”

“집에서 치킨이나 시켜 먹어.”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고기를 시킨다.

“아이고, 직접 뵈니까 진짜 미인이시네요!”

“감사합니다!”

고기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이미 유아린한테 작은형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웅!

둘이 대화하는 와중 울린 핸드폰.

  • 최이서:(사진)

  • 최이서: ???

최이서가 사진을 보내는 건 드물어서 뭔가 확인하자, 내 침대에서 속옷 차림으로 잠들어 있는 서예린이 찍혀 있었다.

  • 김우진: ????

  • 최이서: ?????

  • 김우진: ??????

  • 최이서: ???????

‘…….

분명 집에 간다고 했는데 왜 거기서 잠드셨는지 모르겠다. 서예린이 부모님한테 혼나는 건 내 책임 아니다.

  • 김우진: 근데 너는 왜 거기 있냐.

물음표 도배를 멈추고 묻는다.

애초에 최이서도 기숙사생이 아닌데 어떻게 거기 있는지 모르겠다.

  • 최이서: 기숙사 사는 1학년 후배들이랑 모임을 좀 가졌거든. 멘토멘티 프로그램 있어서 설명해 주느라 왔는데, 마침 잘 됐다 싶어서 너 보러 왔지.

  • 김우진: 아하.

  • 최이서: 아하?

  • 김우진: 나는 오늘 기숙사 못 들어가. 걔도 거기 왜 있는지 몰라.

  • 최이서: 그래, 내가 얘 데리고 갈게.

  • 김우진: 부탁한다.

최이서니까 어떻게든 해주겠지.

작은형은 유아린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있었으나, 유아린은 이미 소고기에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

대화를 더 나누기 위해선 일단 배부터 불려줘야겠다고 판단했는지 형도 의자에 기대며 잠시 말을 멈췄다.

“딱 좋아. 먹방도 잘하겠고.”

하지만 그런 유아린을 보면서도 오히려 적성에 딱 맞겠다고 만족스러워한다.

그때.

“우리 왔어.”

“…….”

우리 테이블로 다가온 두 여자.

하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머리에 여러 다채로운 색이 조합되어 있는데 과할 정도로 화려한 게 보통 사람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열적인 붉은 머리색을 가진 오윤지.

“……엥?”

나도 모르게 작은형을 쳐다보자 형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내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아아! 자기야! 여기는 우리 막내! 우진아 인사 드려라! 네 형수님이시다!”

“안녕하세요, 최은별이라고 합니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찜찜하게 일어나서 악수한다. 작은형수님은 바로 유아린이랑도 인사하셨다.

나와 눈을 마주친 오윤지가 한숨을 내쉬며 걱정 말라 대꾸했다.

“오늘은 일하러 온 거니까.”

딱 잘라 선을 긋는 그녀.

그래, 역시 오윤지다.

마음을 좀 놓으면서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풀렸다.

오윤지는 그대로 유아린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오윤지입니다. 작년에 같이 영어영문과였는데 그때는 얘기도 몇 번 못 나눴죠?”

“…….”

“우진이랑 워낙 이곳저곳 돌아다녀서 다른 학우들은 챙기지도 못했을 때라서.”

유아린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오윤지를 빤히 쳐다본다.

어쩜.

‘약속을 3초 만에 어기실까.

분명 공과 사는 구분한다고 하셨는데 이미 선빵을 날리신 오윤지.

“아아!”

하지만.

“우리 우진이 ‘전’ 여친이시구나?”

유아린도 그냥 맞고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