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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면접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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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말할 것도 별로 없었고, 누군가를 떨어트리려는 것보다는 그냥 최소한의 지뢰만 걸러내자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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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학이랑 좀 다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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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은 1학년 이후에는 기숙사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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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들어가는 게 대학 입학보다 힘든 곳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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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가현대가 편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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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대학으로 가현대가 소개되는 걸 너튜브에서 본 적이 있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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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렇게 손쉬울 거라고는 예상 밖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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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자 주희 선배랑 대호 형님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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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분위기가 무거웠고, 대호 형님이 바닥에 눈을 깔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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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대장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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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 옆에 있으면서 눈 안 깔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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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습니다. 분위기가 좋은데 합격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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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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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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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형님은 내가 돌아온 걸 격하게 반기면서 축하해 주셨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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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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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나를 쏘아본 주희 선배.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리면서 뒷걸음질 칠 뻔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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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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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오며 내 등을 팡팡 두들겨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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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헙! 서, 선배.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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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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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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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한 대 더 등을 두들겨주신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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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호탕한 게 아주 장군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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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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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기에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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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지난번 일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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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 안 하는 것 때문에 뭔가 기분이 상하셨나 싶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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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가 말하면 괜히 더 처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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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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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어느새 주희 선배 차례가 되어서 면접을 보러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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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 무슨 일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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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다 싶어서 바로 대호 형한테 묻자, 형도 잘 모르겠다며 어깨만 으쓱거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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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우진아. 전에 기숙사 입주했던 애들끼리 술 마시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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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뜬금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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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고개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더니 뭔가 약속이 잡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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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번에 다시 기숙사 들어오는 애들끼리 모여서 다시 잘 지내보자고 모이는 거야. 너도 기숙사 살면 애들 자주 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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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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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내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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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술 자체를 마시고 싶지도 않고, 어디 모임을 가서 누구랑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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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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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대상 형님은 어깨를 두드리면서 조언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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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 있을 때랑 다르게 뭔가 힘들어 보여. 그럴 때는 고민하는 것도 좋은데, 그냥 별생각 없이 술 한 번 쭉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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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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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가 다녀온 뒤부터 계속 머리가 복잡하긴 했지만,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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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의 나이가 느껴지는 연륜이 있는 조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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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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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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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잘 지내려면 미리 얼굴도 익혀놓음 좋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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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거기서 봤다가 떨어진 사람은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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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 아쉬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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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가서 얼굴 익히고 몇 명은 못 볼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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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돌아온 주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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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문제 없어 보이시는 게 면접은 잘 넘어가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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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교대하듯 대상 형님이 일어나셔서 면접을 보러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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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가고. 좀 있다 내가 연락할게. 아마 7시 언저리일 것 같다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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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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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고개 숙이고 형님 면접 보러가는 걸 배웅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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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돌아가도 되지만 주변이 잔잔하게 시끌벅적한 게 나름 마음에 들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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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앉아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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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주희 선배가 나를 빤히 보면서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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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약속 잡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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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기숙사에 지내게 될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 마신다고 해서요. 그냥 얼굴이라도 익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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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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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도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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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술 마시는 걸 꽤 좋아하시니까 나름 제안해 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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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그런 모임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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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주희 선배는 손짓하면서 거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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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대학 기숙사니까 아무래도 사건사고가 좀 많이 일어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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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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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술자리에서 모두랑 친해질 필요는 없다. 네가 보고 적당히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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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시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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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의 말투가 묘한 뒤끝을 남겼기에 묻자 선배는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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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다 아는 건 아니니까. 네가 가서 보고 판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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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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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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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쿨하면서도 깔끔한 조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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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네가 질이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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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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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뭔가 중얼거리시며 나를 게슴츠레하게 노려보셨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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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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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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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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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을 한 대 때리시며 가시는 선배.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보면 어디서 운동이라도 하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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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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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가봐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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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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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지게 귀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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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만히 있자니 술 마시는 것도 귀찮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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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상 형님에게 간다고 말했으니 일단은 꾸역꾸역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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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이지만 따로 꾸미지도 않고 그냥 모자를 눌러쓰고, 점퍼를 걸친 채로 핸드폰에 찍힌 가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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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이…… 불겹살? 한국식 바비큐?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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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삼겹살 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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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상한 가게에서 회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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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하면 끝이었기에 핸드폰을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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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도착 했냐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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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이었는데 멤버는 나랑 유아린, 서예린 그리고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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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민망한 단톡방이 아닌가 싶었으나, 일단 오늘 모임이 있다고 아까 말은 해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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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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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랑 술 마시기로 한 건 미루면서 다른 곳 가서 술 마신다니까 그냥 득달같이 욕하는 유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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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ㅈㄴ 괘씸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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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그래서 내일 보기로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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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저거저거 말본새 봐라. 아주 만나줘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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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어느 방향에 계세요? 그쪽으로 본녀 절 한 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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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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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묘하게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아까 내가 모임 있다는 톡 한 번 보낸 이후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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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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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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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그거 하지 말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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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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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누가 보면 부부세요. ㅈㄴ 챙기네. 근데 적당히 마시긴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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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너 취하면 괜히 집에 여자 끌고 가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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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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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마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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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여자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무나 같이 가자고 데려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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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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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억울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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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버릇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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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 탓에 저 셋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적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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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근데 가게 이름이 불겹살이라 우진이 취향은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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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예린아, 너 옷 언제 가져가냐. 도대체 내 캐리어에 니 옷을 왜 넣은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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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술 마시고 힘들면 전화해. 데리러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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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양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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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애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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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내 캐리어에 자리가 없어서 니 캐리어에 넣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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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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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게 정신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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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말들이 많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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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인 대화는 좀 머리가 아프긴 했으나, 어느새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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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도착한 고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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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왔지만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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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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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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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상 형님이 계신 덕분에 옆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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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식품조리학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학과 학생들이 있었고, 특히나 이제 기숙사에 들어오는 1학년들도 선배들 소개로 같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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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비율은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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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여기 오기 전에 묘하게 눈치 주긴 했는데 그런 눈치를 받을 정도로 여자가 많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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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형님이랑 골드원에서 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술잔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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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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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좀 마시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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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슴 속 응어리는 술기운 정도로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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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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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이후, 방학 때 느꼈던 실연의 아픔을 다시 느끼고 있는 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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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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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함을 술이나 마시면서 풀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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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너무 열심히 마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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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대상 형님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하나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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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길어진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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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안경과 히죽이는 입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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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치과 화석이자, 섹x좌 신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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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의 익명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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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원생이며 조교까지 하게 된 이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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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숙사에서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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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니까 이제 못 지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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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방 구했지. 오늘은 그냥 놀러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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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물치과 화석이자 기숙사에 4년 동안 알 박고 있던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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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친한 사람이 꽤 많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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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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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나무숲 관리 안 해? 관리인만 엄청 하고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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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아린이 혼자 해주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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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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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죠. 잠깐 쉬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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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나는 후임한테 넘겨주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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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아직도 도배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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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좌 자리 뺏겼다고 서예린이 엄청 분해하던 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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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도배하면서 자신이 다시 섹x좌의 자리를 탈환했다고 즐거워하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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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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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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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조금이 아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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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니까 평소보다 많이 하는 게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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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 것도 남자 하나 물어보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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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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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남자에 미쳐 가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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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 좋아. 파릇파릇해서는 애들이 열성적이란 말이야? 낮에도 그렇고, 밤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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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하세요. 괜히 애들 관계 꼬아놓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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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끼리 뭉쳐 있는 테이블로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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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때문에 알딸딸해서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걸 숨기지 않고 대놓고 표출하는 애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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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저 애들한테 나는 아줌마인가? 그럼 관리자님이 오늘 내 상대 좀 해주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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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병이 도지셨네. 제가 좋은 사람 소개해 줄 테니까 만나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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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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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상 형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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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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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까탈스럽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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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형님 정도면 듬직하니 좋은 남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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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니까 영문과 신입생들도 몇 있던데 얘기는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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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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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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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따라왔나 보더라. 가서 인사라도 해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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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괜히 아는 척하면 싫어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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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는 선배 행세하면 얼마나 유난스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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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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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기숙사에서 지내게 될 사람들이랑 얼굴도 익히고, 친해질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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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가 누구랑 같이 대화하면서 술 마시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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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좀 달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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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 들어오기 전, 애들이랑 톡할 때만 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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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좀 가벼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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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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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고 해도 안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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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술 마시기로 했으니 그때를 위해서 컨디션 조절이나 하자 싶어 슬슬 일어나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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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여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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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에 꽤나 열심히 꾸민 게 티가 났으며, 은은한 가게 조명 덕분에 분위기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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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전부 끌어모으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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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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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여기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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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으나, 서예린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바로 나를 찾아서는 다가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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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톡 했는데 왜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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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니 웃으면서 핸드폰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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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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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선배 그분이지? 골드원 빵집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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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순한 게 딱 네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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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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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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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지낼 때도 그랬지만, 같은 학생들 사이에 있으니 확실히 더 빛이 나는 서예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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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고, 순수함을 지닌 서예린의 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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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원래 이런 애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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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섹x좌의 모습만 봤었기에 이런 서예린이 좀 낯설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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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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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웃음까지 치면서 재촉하는 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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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하니 핸드폰을 확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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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에게 따로 개인 톡이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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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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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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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둘 중 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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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팬티만 입어서 가슴을 양손으로 가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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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와이셔츠만 입은 채, 하반신을 손으로 가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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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둘 다 서예린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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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물어보려고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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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어서 멍하니 서예린을 보며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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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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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티 없이 맑고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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