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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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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면접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가서 말할 것도 별로 없었고, 누군가를 떨어트리려는 것보다는 그냥 최소한의 지뢰만 걸러내자는 느낌.

‘다른 대학이랑 좀 다르긴 하네.

다른 곳은 1학년 이후에는 기숙사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고 들었다.

기숙사 들어가는 게 대학 입학보다 힘든 곳도 있다고.

그런 곳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가현대가 편하긴 했다.

기숙사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대학으로 가현대가 소개되는 걸 너튜브에서 본 적이 있긴 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손쉬울 거라고는 예상 밖이었으니까.

밖으로 나오자 주희 선배랑 대호 형님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계셨다.

뭔가 분위기가 무거웠고, 대호 형님이 바닥에 눈을 깔고 있지만.

‘뭐, 주대장님이니까.

주희 선배 옆에 있으면서 눈 안 깔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끝났습니다. 분위기가 좋은데 합격할 것 같아요!”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래? 축하한다.”

대호 형님은 내가 돌아온 걸 격하게 반기면서 축하해 주셨으나.

“…….”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나를 쏘아본 주희 선배.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리면서 뒷걸음질 칠 뻔했으나.

“잘됐네, 다행이다.”

금방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오며 내 등을 팡팡 두들겨 주셨다.

“커헙! 서, 선배. 아픕니다.”

“그래? 미안!”

파앙!

추가로 한 대 더 등을 두들겨주신 선배.

역시 호탕한 게 아주 장군감이시다.

‘……싸한데.

라고 하기에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설마 지난번 일 때문인가?

언급 안 하는 것 때문에 뭔가 기분이 상하셨나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내가 말하면 괜히 더 처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으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어느새 주희 선배 차례가 되어서 면접을 보러 가셨다.

“주희 선배 무슨 일 있으세요?”

잘됐다 싶어서 바로 대호 형한테 묻자, 형도 잘 모르겠다며 어깨만 으쓱거리셨다.

“그것보다 우진아. 전에 기숙사 입주했던 애들끼리 술 마시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음? 뜬금없이요?”

아까 고개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더니 뭔가 약속이 잡힌 모양이었다.

“응, 이번에 다시 기숙사 들어오는 애들끼리 모여서 다시 잘 지내보자고 모이는 거야. 너도 기숙사 살면 애들 자주 볼 테니까.”

“…….”

솔직히 별로 내키진 않는다.

그냥 술 자체를 마시고 싶지도 않고, 어디 모임을 가서 누구랑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별로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그래.”

그런 내게, 대상 형님은 어깨를 두드리면서 조언해 주셨다.

“골드원에 있을 때랑 다르게 뭔가 힘들어 보여. 그럴 때는 고민하는 것도 좋은데, 그냥 별생각 없이 술 한 번 쭉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

“…….”

오윤지가 다녀온 뒤부터 계속 머리가 복잡하긴 했지만,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

형님의 나이가 느껴지는 연륜이 있는 조언에.

“그러죠, 뭐.”

까짓거, 가기로 했다.

기숙사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잘 지내려면 미리 얼굴도 익혀놓음 좋기도 하니까.

“근데 거기서 봤다가 떨어진 사람은 어떡해요?”

“그럼 뭐, 아쉬운 거지.”

의외로 가서 얼굴 익히고 몇 명은 못 볼 수도 있겠구나.

기숙사에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돌아온 주희 선배.

별문제 없어 보이시는 게 면접은 잘 넘어가신 모양이다.

그대로 교대하듯 대상 형님이 일어나셔서 면접을 보러 가신다.

“그럼 잘 가고. 좀 있다 내가 연락할게. 아마 7시 언저리일 것 같다 우진아.”

“네, 형. 연락하세요.”

꾸벅 고개 숙이고 형님 면접 보러가는 걸 배웅해 드린다.

그냥 돌아가도 되지만 주변이 잔잔하게 시끌벅적한 게 나름 마음에 들어서일까.

잠깐 앉아있자니.

옆에 앉은 주희 선배가 나를 빤히 보면서 물으셨다.

“뭐 약속 잡았니?”

“넵, 기숙사에 지내게 될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 마신다고 해서요. 그냥 얼굴이라도 익히려고요.”

“…….”

“선배도 가실래요?”

주희 선배가 술 마시는 걸 꽤 좋아하시니까 나름 제안해 본 건데.

“됐다, 그런 모임 별로야.”

의외로 주희 선배는 손짓하면서 거절하셨다.

“우진아, 대학 기숙사니까 아무래도 사건사고가 좀 많이 일어나거든?”

그리고 이어지는 충고.

“괜히 술자리에서 모두랑 친해질 필요는 없다. 네가 보고 적당히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해.”

“……뭔가 아시나 보네요?”

주희 선배의 말투가 묘한 뒤끝을 남겼기에 묻자 선배는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뭐, 내가 다 아는 건 아니니까. 네가 가서 보고 판단해라.”

“넵.”

역시 선배.

그냥 쿨하면서도 깔끔한 조언이 인상적이다.

“……아닌가. 네가 질이 나쁜가.”

“네?”

뒤에 뭔가 중얼거리시며 나를 게슴츠레하게 노려보셨으나.

“됐고, 난 간다.”

퍽!

“어억!”

또 등을 한 대 때리시며 가시는 선배.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보면 어디서 운동이라도 하셔야 할 것 같다.

‘그럼 나도.

슬슬 가봐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지게 귀찮아졌다.

집에 가만히 있자니 술 마시는 것도 귀찮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다.

하지만 대상 형님에게 간다고 말했으니 일단은 꾸역꾸역 가는 길.

첫 만남이지만 따로 꾸미지도 않고 그냥 모자를 눌러쓰고, 점퍼를 걸친 채로 핸드폰에 찍힌 가게로 향한다.

‘가게 이름이…… 불겹살? 한국식 바비큐? 뭐라는 거야.

그냥 삼겹살 집 아닌가?

뭐 이상한 가게에서 회식을 한다.

직진하면 끝이었기에 핸드폰을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톡이 왔다.

  • 유아린: 도착 했냐 배신자?

단톡방이었는데 멤버는 나랑 유아린, 서예린 그리고 최이서.

좀 민망한 단톡방이 아닌가 싶었으나, 일단 오늘 모임이 있다고 아까 말은 해둔 상태였다.

  • 김우진: 아직.

자기들이랑 술 마시기로 한 건 미루면서 다른 곳 가서 술 마신다니까 그냥 득달같이 욕하는 유아린이었다.

  • 유아린: ㅈㄴ 괘씸한 새끼.

  • 김우진: 그래서 내일 보기로 했잖아

  • 유아린: 저거저거 말본새 봐라. 아주 만나줘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겠네.

  • 유아린: 어느 방향에 계세요? 그쪽으로 본녀 절 한 번 올립니다.

‘이년이.

최근 묘하게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아까 내가 모임 있다는 톡 한 번 보낸 이후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왔다.

  • 최이서: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 김우진: ㅇㅇ

  • 최이서: 그거 하지 말랬지.

  • 김우진: 넵.

  • 유아린: 누가 보면 부부세요. ㅈㄴ 챙기네. 근데 적당히 마시긴 해라.

  • 유아린: 너 취하면 괜히 집에 여자 끌고 가려고 하니까.

  • 김우진: ???

  • 유아린: 마짜나.

  • 김우진: 여자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무나 같이 가자고 데려가는 거야.

  • 최이서: 죽어.

솔직히 억울하진 않다.

내 술버릇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실제로 그 탓에 저 셋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적도 있고.

  • 서예린: 근데 가게 이름이 불겹살이라 우진이 취향은 아닐 듯.

  • 유아린: 예린아, 너 옷 언제 가져가냐. 도대체 내 캐리어에 니 옷을 왜 넣은 거임.

  • 최이서: 술 마시고 힘들면 전화해. 데리러 갈 테니까.

  • 서예린: 양심선언.

  • 김우진: 애 아니라고.

  • 서예린: 내 캐리어에 자리가 없어서 니 캐리어에 넣음.

  • 유아린: …….

‘겁나게 정신없네.

뭐 이렇게 말들이 많냐.

중구난방인 대화는 좀 머리가 아프긴 했으나, 어느새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기도 했다.

어느새 도착한 고깃집.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왔지만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대상 형.”

“우진아, 왔구나.”

그래도 대상 형님이 계신 덕분에 옆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단순 식품조리학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학과 학생들이 있었고, 특히나 이제 기숙사에 들어오는 1학년들도 선배들 소개로 같이 참석했다.

남녀비율은 적당했다.

애들이 여기 오기 전에 묘하게 눈치 주긴 했는데 그런 눈치를 받을 정도로 여자가 많진 않았다.

대상 형님이랑 골드원에서 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술잔을 기울인다.

“하아.”

술을 좀 마시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가슴 속 응어리는 술기운 정도로 풀리지 않았다.

뭐랄까.

1학기 이후, 방학 때 느꼈던 실연의 아픔을 다시 느끼고 있는 중이랄까.

‘엿 같네.

꿀꿀함을 술이나 마시면서 풀려고 했는데.

“혼자 너무 열심히 마시는데?”

어느새 대상 형님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하나 앉아 있었다.

조금 길어진 머리.

여전한 안경과 히죽이는 입꼬리.

물치과 화석이자, 섹x좌 신봉자.

대나무숲의 익명90.

이제 대학원생이며 조교까지 하게 된 이은우였다.

“아직도 기숙사에서 지내요?”

4학년이니까 이제 못 지내지 않나?

“따로 방 구했지. 오늘은 그냥 놀러 온 거야.”

하긴, 물치과 화석이자 기숙사에 4년 동안 알 박고 있던 여자니까.

기숙사에 친한 사람이 꽤 많겠지.

“그럼 가셔요.”

“이제 대나무숲 관리 안 해? 관리인만 엄청 하고 있던데?”

역시 유아린이 혼자 해주고 있는 건가.

좀 미안하네.

“해야죠. 잠깐 쉬던 거예요.”

“아하, 나는 후임한테 넘겨주는 줄.”

“그쪽은 아직도 도배 중이에요?”

섹x좌 자리 뺏겼다고 서예린이 엄청 분해하던 게 떠오른다.

골드원에서 도배하면서 자신이 다시 섹x좌의 자리를 탈환했다고 즐거워하던 것도.

그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조금?”

“에휴, 조금이 아니구만.”

딱 보니까 평소보다 많이 하는 게 티가 났다.

“오늘 온 것도 남자 하나 물어보려는 거죠?”

“……예리하네.”

하여간 남자에 미쳐 가지고는.

“신입생이 좋아. 파릇파릇해서는 애들이 열성적이란 말이야? 낮에도 그렇고, 밤에도 그렇고.”

“적당히 하세요. 괜히 애들 관계 꼬아놓지 말고.”

신입생들끼리 뭉쳐 있는 테이블로 눈이 간다.

술 때문에 알딸딸해서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걸 숨기지 않고 대놓고 표출하는 애들이 많았다.

“쯧, 저 애들한테 나는 아줌마인가? 그럼 관리자님이 오늘 내 상대 좀 해주시나?”

“또 병이 도지셨네. 제가 좋은 사람 소개해 줄 테니까 만나볼래요?”

“누구?”

“오대상 형님이요.”

“내 취향 아냐.”

더럽게 까탈스럽긴.

대상 형님 정도면 듬직하니 좋은 남자인데.

“저기 보니까 영문과 신입생들도 몇 있던데 얘기는 해봤어?”

“엥?”

왜 나는 몰랐지.

“친구들 따라왔나 보더라. 가서 인사라도 해보든가.”

“됐어요, 괜히 아는 척하면 싫어할걸요.”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는 선배 행세하면 얼마나 유난스럽겠는가.

‘아, 그냥 갈까.

같이 기숙사에서 지내게 될 사람들이랑 얼굴도 익히고, 친해질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

정작 내가 누구랑 같이 대화하면서 술 마시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아까는 좀 달랐는데.

고깃집에 들어오기 전, 애들이랑 톡할 때만 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마음이 좀 가벼웠으나.

지금은 또 아니었다.

‘……보자고 해도 안 오겠지.

내일 술 마시기로 했으니 그때를 위해서 컨디션 조절이나 하자 싶어 슬슬 일어나려 했으나.

가게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여자 하나.

늦은 밤에 꽤나 열심히 꾸민 게 티가 났으며, 은은한 가게 조명 덕분에 분위기가 살았다.

자연스럽게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전부 끌어모으는 매력.

“서, 예린?”

왜 여기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으나, 서예린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바로 나를 찾아서는 다가왔고.

“우진아, 톡 했는데 왜 안 봐.”

단아하니 웃으면서 핸드폰을 가리킨다.

“와.”

“저, 저 선배 그분이지? 골드원 빵집 여신.”

“청순한 게 딱 네 취향이다.”

“그러게.”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골드원에서 지낼 때도 그랬지만, 같은 학생들 사이에 있으니 확실히 더 빛이 나는 서예린이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함을 지닌 서예린의 모습을 보며.

‘얘가 원래 이런 애였지.

한동안 섹x좌의 모습만 봤었기에 이런 서예린이 좀 낯설게만 느껴졌다.

“응? 우진아.”

눈웃음까지 치면서 재촉하는 서예린.

나는 멍하니 핸드폰을 확인했고.

서예린에게 따로 개인 톡이 와있었다.

  • 서예린: (사진)

  • 서예린: (사진)

  • 서예린: 둘 중 뭐가 좋아?

하나는 팬티만 입어서 가슴을 양손으로 가린 사진.

다른 하나는 와이셔츠만 입은 채, 하반신을 손으로 가린 사진.

일단 둘 다 서예린 본인이었다.

“……이거 물어보려고 온 거야?”

어처구니없어서 멍하니 서예린을 보며 묻자.

“응, 뭐가 좋아?”

녀석은 티 없이 맑고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