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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어우. 생각보다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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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걸으며 도착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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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풀 생각도 없이 그냥 냅다 구석에 밀어둔 채로, 매트리스에 눕자 잠이 솔솔 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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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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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랑 약속이 있었기에 이대로 집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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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가 이렇게 푹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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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는 매일 거실에 이불을 깔거나, 소파에서만 잤다 보니 잊고 있던 푹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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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얼굴을 꼬라박고 있자니 묘하게 익숙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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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 냄새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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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패티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 기억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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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에서 최이서의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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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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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하며 누운 채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늘어져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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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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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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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만 슬쩍 들어 입구 쪽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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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도둑인가 싶었으나, 거기에는 손에 봉투를 들고 있는 최이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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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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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건네 오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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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문득, 내가 골드원 가기 전에 방 열쇠를 줬었던 걸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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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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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매트리스에 최이서 냄새가 배어있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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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아무리 그래도 하루 몸을 섞었다고 거의 두 달이 지났는데 여기서 냄새가 날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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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좀 쉬다 가고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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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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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종종 일하다가 집 가기 귀찮으면 여기서 자고 가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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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매트리스에서 네 냄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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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래서 거기 코 박고 있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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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떠름해하며 물어왔기에 솔직하게 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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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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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정떨어지게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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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진짜 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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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서 먹자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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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뒹굴 돌려서 최이서 쪽을 쳐다본다. 어느새 겉옷까지 벗고 익숙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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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피곤해할 것 같아서. 그냥 저녁이나 차려주고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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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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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건 없고. 그냥 찌개 같은 거 끓일 건데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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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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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가기 엄청 귀찮았는데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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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버스 탈 때만 해도 알바 기념으로 밖에서 뭐 좋은 거라도 먹이자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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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렇게 찾아와 준 최이서가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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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는 어때? 이제 슬슬 들어가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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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본다고 하더라. 일주일 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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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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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돌아와서 그나마 여유로워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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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단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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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원에서 지낼 때는 거기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오니까 결국 내 일상은 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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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두른 채로 이것저것 조리 중인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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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뒤에서 멍하니 보고 있는 나는 스스로에게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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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애들이랑 3p를 하고 오늘 최이서랑 이러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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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회장 아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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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갑부들은 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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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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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울려온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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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 귀찮았기에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서 전화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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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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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진아,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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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활기찬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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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 아침까지 듣던 목소리인데도 반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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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집이지. 지금 누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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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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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안 먹었지. 근데 왜 전화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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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 저녁 먹으러 갈 건데. 화상통화 하면서 먹을까? 안 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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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외로워. 왜 전화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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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촉하는 것도 아니고 귀찮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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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어느새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위기감에 얼른 끊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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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쌀쌀맞아? 뭐, 나는 이미 할 거 다 했다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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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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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치? 아직 할 거 많이 남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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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으면 뭐가 남았는지 자세하게 물어봤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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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최이서가 찌개 끓이던 불도 끄고 이쪽으로 올 것 같은 기세라서 끊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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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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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가 왜 이렇게 급하지? 너 지금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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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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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그대로 끊은 후, 다시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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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의 시선을 못 본 척하면서 그냥 누워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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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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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려온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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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전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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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국자를 든 채로 내 옆에 서 있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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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아. 안 받아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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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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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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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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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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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켜 앉은 채로 전화를 받는다. 눈치껏 스피커폰으로 연결을 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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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이서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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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눈치 좋은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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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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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한 표정으로 최이서가 대꾸하자 유아린이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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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어디임? 김우진 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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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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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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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찾아온 잠깐의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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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제발 아린아. 제발.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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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쥔 채로 무표정하니 있었으나 속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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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유아린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언급할까 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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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돌아가면 다 같이 모여서 술이나 한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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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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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너도 알바했고. 우리도 알바했으니까 좀 좋은 곳에서 술이나 같이 마시면 좋잖아. 2학년 힘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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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그걸 유아린이 했다는 게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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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최이서도 느꼈는지 우리는 동시에 눈을 맞추면서 쓴 숨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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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 그냥 술만 마시기 좀 그러니까 어디 놀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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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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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진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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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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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가면 큰일 나서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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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없이 그냥 큰일난다고 말하는 게 살짝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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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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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옆에서 같이 듣고 있었는지 끼어든 서예린. 저건 이제 본인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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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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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냐고 최이서가 당황했으나, 유아린은 오히려 낄낄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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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우리 돌아가면 한 번 모이자. 해야 할 말도 있고. 그치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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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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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그래, 나중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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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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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3p를 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나고, 가장 이득을 많이 본 것도 나였고, 주도적으로 애들을 따먹은 것도 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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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론적으로 내가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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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던 것 같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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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으득 문 채로 나를 내려다보는 최이서. 따로 얘기는 없었지만 분위기 상 뭔가 사고가 터졌다는 건 알아챈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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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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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김우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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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원망을 담아 나를 내려다보단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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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끓였으니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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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외로 그냥 넘어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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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도 몇 점 구워주고 싶은데 여기 냄새 괜찮아? 원룸 중에는 고기 구우면 안 되는 곳도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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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상관없어. 환기만 잘 시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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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창문을 열고 식탁을 펼친 후, 착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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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투덜거리면서도 깔끔하게 상을 차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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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거니까. 알아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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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안 먹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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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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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음식들을 사 온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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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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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상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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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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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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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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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것에 꽂혔다. 아마 찬거리를 사 오면서 최이서가 같이 사 온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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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저건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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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옷을 입던 와중 어색하니 뻐끔거리며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는 최이서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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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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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일어나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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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친!? 갑자기 왜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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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외로웠으면 빨리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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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반 정도 벗은 채로 깽깽이 발로 다가가자 최이서가 호들갑을 떨면서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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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먹어! 그, 그리고 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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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좀 있다 먹으면 되잖아. 우선 너부터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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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트 진짜 구려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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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상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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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무슨 강시라도 되는 것처럼 최이서에게 뛰어갔고, 녀석은 도망치려 현관문까지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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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밥 먹어야 되잖아! 그리고 엄청 피곤한 거 딱 티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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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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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가능이야 미친놈아! 그냥 밥 먹고 자! 내, 내일……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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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컨디션을 신경 써서 물러나겠다며 떠나가는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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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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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이 앙큼한 최이서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는데 결국 풀어주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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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콘돔이나 주워서 어디 놔두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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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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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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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이서! 너도 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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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돌아왔다는 생각에 방긋 웃으면서 몸을 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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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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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있어선 안 될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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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웨이브 진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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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런 정장에 어울리는 굴곡 있는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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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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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핀 어깨와 꼿꼿하게 힘이 들어간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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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를 보는 애정 어린 시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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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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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서 멍하니 오윤지를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옛날이랑 하나도 다를 거 없이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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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이 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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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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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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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지가 반쯤 벗겨진 상태였고, 손에는 콘돔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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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오해를 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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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까 고기 냄새 뺀다고 열어뒀던 창문 밖으로 콘돔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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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엿 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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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특이한 면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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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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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오는 오윤지. 소리친 내가 무색하게도 녀석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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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가 왔다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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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최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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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가 밥도 차려줬고? 옛날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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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을 보더니 혀를 차며 고개를 저은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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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잘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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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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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기는 고기 구워 먹을 땐 된장찌개만 먹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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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라고 부르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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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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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도 ‘여보야’ 라고 부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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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김우진은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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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고 있다는 건 들었어. 내가 남긴 편지가 너한테 제대로 안 들어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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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떠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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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오윤지가 편지를 남겼다는 걸 최이서에게 듣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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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를 위해서 작은형이랑 일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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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별에 오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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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픔에는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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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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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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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감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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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 상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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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여러 여자들 가운데서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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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품고 가겠다는 쓰레기 같은 말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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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중 오윤지의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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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맞아. 네가 나 때문에 고생했던 것도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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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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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윤지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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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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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지의 검지가 내 입술에 닿는다. 더는 말할 필요 없다는 그녀의 도발적인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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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다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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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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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랑 서예린 그리고 유아린? 그런 애들이 너 두고 이것저것 눈치 싸움하고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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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지가 품고 있는 건 일종의 승부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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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남들보다 뛰어났으며, 남들보다 열정적이고, 남들보다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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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기 때, 우리 사귀던 시절엔 어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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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지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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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생활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우리에겐 서로만이 있었고, 늘 둘이서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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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가 벌려지는 건 자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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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최이서가 없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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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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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은? 유아린은? 그때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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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다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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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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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지는 미소는 강렬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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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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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네가 누굴 선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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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봐왔던 오윤지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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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다른 년들 눈에 들어오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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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했던 그대로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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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훗,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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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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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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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내 입술에서 손을 뗀 오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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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위해서 일한 거? 내가 남겨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편지가 사라진 거? 그사이에 다른 년들이 너한테 꼬리치는 거? 내가 너를 버리고 갔다가 오해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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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술에 닿아 있던 검지를 한 번 핥으며 당돌하니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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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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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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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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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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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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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꽃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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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던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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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린 다시 만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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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한 김우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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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지,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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