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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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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어우. 생각보다 피곤하네.”

힘없이 걸으며 도착한 집.

캐리어를 풀 생각도 없이 그냥 냅다 구석에 밀어둔 채로, 매트리스에 눕자 잠이 솔솔 왔으나.

‘최이서 만나러 가야지.

최이서랑 약속이 있었기에 이대로 집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매트리스가 이렇게 푹신했나.

골드원에서는 매일 거실에 이불을 깔거나, 소파에서만 잤다 보니 잊고 있던 푹신함.

그대로 얼굴을 꼬라박고 있자니 묘하게 익숙한 냄새가 났다.

‘……최이서 냄새인 것 같은데?

냄새 패티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 기억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매트리스에서 최이서의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중독성 있네.

음미하며 누운 채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늘어져 있었는데.

철컥.

“엥?”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만 슬쩍 들어 입구 쪽을 본다.

혹시 도둑인가 싶었으나, 거기에는 손에 봉투를 들고 있는 최이서가 있었다.

“하이.”

가볍게 건네 오는 인사.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문득, 내가 골드원 가기 전에 방 열쇠를 줬었던 걸 기억해 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매트리스에 최이서 냄새가 배어있는 거였어.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하루 몸을 섞었다고 거의 두 달이 지났는데 여기서 냄새가 날 리가 없지.

“여기서 좀 쉬다 가고 그랬니?”

다시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고 묻는다.

“응, 종종 일하다가 집 가기 귀찮으면 여기서 자고 가고 했지?”

“그래, 매트리스에서 네 냄새 난다.”

“……설마 그래서 거기 코 박고 있는 건 아니지?”

떨떠름해하며 물어왔기에 솔직하게 답해준다.

“반 정도는?”

“보자마자 정떨어지게 만드네.”

말 진짜 심하네.

“밖에 나가서 먹자고 했잖아.”

몸을 뒹굴 돌려서 최이서 쪽을 쳐다본다. 어느새 겉옷까지 벗고 익숙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너 피곤해할 것 같아서. 그냥 저녁이나 차려주고 가려고.”

“…….”

“대단한 건 없고. 그냥 찌개 같은 거 끓일 건데 괜찮지?”

“좋지.”

솔직히 나가기 엄청 귀찮았는데 잘 됐다.

아까 버스 탈 때만 해도 알바 기념으로 밖에서 뭐 좋은 거라도 먹이자 싶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찾아와 준 최이서가 너무 고마웠다.

“기숙사는 어때? 이제 슬슬 들어가야 하잖아.”

“면접 본다고 하더라. 일주일 뒤야.”

“금방이네?”

“빨리 돌아와서 그나마 여유로워진 거야.”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단 느낌을 받았다.

골드원에서 지낼 때는 거기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오니까 결국 내 일상은 여기였다.

앞치마를 두른 채로 이것저것 조리 중인 최이서.

그 모습을 뒤에서 멍하니 보고 있는 나는 스스로에게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애들이랑 3p를 하고 오늘 최이서랑 이러고 있냐.

이러니까 회장 아들 하지.

하여간 갑부들은 통이 크다.

우웅! 우웅!

그때 울려온 핸드폰.

일어나기 귀찮았기에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우진아, 집이야?

서예린의 활기찬 목소리.

분명 오늘 아침까지 듣던 목소리인데도 반갑게 느껴졌다.

“어, 집이지. 지금 누워 있어.”

  • 저녁 먹었어?

“아니. 안 먹었지. 근데 왜 전화했니.”

  • 우리는 지금 저녁 먹으러 갈 건데. 화상통화 하면서 먹을까? 안 외로워?

“안 외로워. 왜 전화했냐고.”

재촉하는 것도 아니고 귀찮은 것도 아니다.

최이서가 어느새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위기감에 얼른 끊고 싶은 거다.

  • 왜 이렇게 쌀쌀맞아? 뭐, 나는 이미 할 거 다 했다 이건가?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

  • 그치? 아직 할 거 많이 남긴 했지.

평소였으면 뭐가 남았는지 자세하게 물어봤을 텐데.

슬슬 최이서가 찌개 끓이던 불도 끄고 이쪽으로 올 것 같은 기세라서 끊어야 할 것 같다.

“나 끊는다.”

  • 얘가 왜 이렇게 급하지? 너 지금 누구랑-!

뚝.

전화를 그대로 끊은 후, 다시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는다.

최이서의 시선을 못 본 척하면서 그냥 누워있는데.

우웅!

다시 울려온 핸드폰.

“아린이 전화인데?”

어느새 국자를 든 채로 내 옆에 서 있는 최이서.

“아, 괜찮아. 안 받아도 됨.”

“받아.”

“…….”

“받으라고.”

왜 갑자기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세요.

몸을 일으켜 앉은 채로 전화를 받는다. 눈치껏 스피커폰으로 연결을 돌렸고.

  • 최이서 하이?

하여간 눈치 좋은 년.

“안녕.”

찝찝한 표정으로 최이서가 대꾸하자 유아린이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물어온다.

  • 지금 어디임? 김우진 집인가?

“……맞아.”

  • 아하.

그리고 찾아온 잠깐의 정적.

‘제발제발 아린아. 제발.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줘.

핸드폰을 쥔 채로 무표정하니 있었으나 속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혹시라도 유아린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언급할까 봐 무서웠다.

  • 우리 돌아가면 다 같이 모여서 술이나 한잔할까?

“술?”

  • 응, 너도 알바했고. 우리도 알바했으니까 좀 좋은 곳에서 술이나 같이 마시면 좋잖아. 2학년 힘내자고.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그걸 유아린이 했다는 게 묘했다.

그걸 최이서도 느꼈는지 우리는 동시에 눈을 맞추면서 쓴 숨을 흘렸다.

  • 아니면 그냥 술만 마시기 좀 그러니까 어디 놀러 갈까?

“어디?”

  • 우진이 집?

“…….”

  • 아, 가면 큰일 나서 안 되겠다.

설명은 없이 그냥 큰일난다고 말하는 게 살짝 서늘하다.

  • 섹x!

그때 옆에서 같이 듣고 있었는지 끼어든 서예린. 저건 이제 본인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하다.

“으, 음?”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냐고 최이서가 당황했으나, 유아린은 오히려 낄낄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 하여튼 우리 돌아가면 한 번 모이자. 해야 할 말도 있고. 그치 우진아?

“넵. 그럼요.”

  • 그래그래, 나중에 보자.

뚝.

분명 3p를 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나고, 가장 이득을 많이 본 것도 나였고, 주도적으로 애들을 따먹은 것도 나였는데.

왜 결론적으로 내가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뭔가 있던 것 같긴 하네.”

이를 으득 문 채로 나를 내려다보는 최이서. 따로 얘기는 없었지만 분위기 상 뭔가 사고가 터졌다는 건 알아챈 모양.

“…….”

“후우, 김우진 진짜.”

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원망을 담아 나를 내려다보단 최이서.

“김치찌개 끓였으니까 먹어.”

하지만 의외로 그냥 넘어가 준다.

“삼겹살도 몇 점 구워주고 싶은데 여기 냄새 괜찮아? 원룸 중에는 고기 구우면 안 되는 곳도 있다는데.”

“여긴 상관없어. 환기만 잘 시키면 돼.”

냉큼 창문을 열고 식탁을 펼친 후, 착석한다.

최이서는 투덜거리면서도 깔끔하게 상을 차려줬다.

“나는 갈 거니까. 알아서 먹어.”

“같이 안 먹고 가게?”

“어! 안 먹어!”

그러면서 음식들을 사 온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와중.

툭.

바닥에 떨어진 상자 하나.

콘돔이었다.

“…….”

“…….”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것에 꽂혔다. 아마 찬거리를 사 오면서 최이서가 같이 사 온 모양.

“아, 아니. 저건 그게…….”

겉옷을 입던 와중 어색하니 뻐끔거리며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는 최이서를 보면서.

“진즉 말하지.”

나는 바로 일어나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미, 미친!? 갑자기 왜 벗어!”

“아니, 외로웠으면 빨리 말하지.”

바지를 반 정도 벗은 채로 깽깽이 발로 다가가자 최이서가 호들갑을 떨면서 손짓한다.

“밥이나 먹어! 그, 그리고 안 할 거야!”

“밥은 좀 있다 먹으면 되잖아. 우선 너부터 먹을래!”

“멘트 진짜 구려 김우진!”

“좀 상처네…….”

어쨌든 나는 무슨 강시라도 되는 것처럼 최이서에게 뛰어갔고, 녀석은 도망치려 현관문까지 달려갔다.

“너 밥 먹어야 되잖아! 그리고 엄청 피곤한 거 딱 티나거든!”

“가능!”

“뭐가 가능이야 미친놈아! 그냥 밥 먹고 자! 내, 내일…… 올 테니까!”

내 컨디션을 신경 써서 물러나겠다며 떠나가는 최이서.

“아, 씨.”

하반신이 앙큼한 최이서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는데 결국 풀어주지도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콘돔이나 주워서 어디 놔두려는데.

끼익.

다시 열린 문.

“역시 최이서! 너도 하고 싶었-!”

최이서가 돌아왔다는 생각에 방긋 웃으면서 몸을 틀자.

“안녕.”

거기엔 있어선 안 될 사람이 있었다.

붉게 물든 웨이브 진 머리카락.

고급스런 정장에 어울리는 굴곡 있는 몸매.

언제나 그렇듯.

당당하게 핀 어깨와 꼿꼿하게 힘이 들어간 허리.

마지막으로 나를 보는 애정 어린 시선까지.

“오, 윤지?”

당황해서 멍하니 오윤지를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옛날이랑 하나도 다를 거 없이 물어왔다.

“환영이 격하네?”

“응?”

아차.

아직 바지가 반쯤 벗겨진 상태였고, 손에는 콘돔을 들고 있었다.

이상한 오해를 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아까 고기 냄새 뺀다고 열어뒀던 창문 밖으로 콘돔을 던졌다.

“후우, 엿 될 뻔.”

“……하여간 특이한 면이 있다니까.”

“들어오지 마!”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오는 오윤지. 소리친 내가 무색하게도 녀석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이서가 왔다 갔구나?”

미안 최이서.

“이서가 밥도 차려줬고? 옛날 나처럼.”

식탁을 보더니 혀를 차며 고개를 저은 오윤지.

“아직 잘 모르네.”

“…….”

“우리 자기는 고기 구워 먹을 땐 된장찌개만 먹잖아.”

“자기라고 부르지 말지?”

“그럼 내 남편?”

순간 나도 ‘여보야’ 라고 부를 뻔했다.

그 시절의 김우진은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오해하고 있다는 건 들었어. 내가 남긴 편지가 너한테 제대로 안 들어갔다고.”

나를 떠나기 전.

따로 오윤지가 편지를 남겼다는 걸 최이서에게 듣긴 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작은형이랑 일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이별에 오해가 있었다.

나의 아픔에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근데.”

나는 이미, 감정을 정리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장에 여러 여자들 가운데서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다 품고 가겠다는 쓰레기 같은 말도 했었다.

하지만 그중 오윤지의 자리는 없었다.

“너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맞아. 네가 나 때문에 고생했던 것도 맞겠지.”

“…….”

“근데 윤지야, 나는-!”

툭.

오윤지의 검지가 내 입술에 닿는다. 더는 말할 필요 없다는 그녀의 도발적인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우진아, 다 들었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이서랑 서예린 그리고 유아린? 그런 애들이 너 두고 이것저것 눈치 싸움하고 있다는 거.”

오윤지가 품고 있는 건 일종의 승부욕이었다.

언제나 남들보다 뛰어났으며, 남들보다 열정적이고, 남들보다 적극적이다.

“1학기 때, 우리 사귀던 시절엔 어땠니?”

오윤지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대학 생활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우리에겐 서로만이 있었고, 늘 둘이서만 지냈다.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가 벌려지는 건 자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이었다.

“그때는 최이서가 없었니?”

있었다.

“서예린은? 유아린은? 그때 없었어?”

아니, 다들 있었다.

“근데?”

지어지는 미소는 강렬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절대적인 자신감.

“그때 네가 누굴 선택했어?”

내가 봐왔던 오윤지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녀는.

“그때 다른 년들 눈에 들어오긴 했어?”

내가 사랑했던 그대로였기에.

“흐훗, 우진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다 상관없어.”

천천히 내 입술에서 손을 뗀 오윤지.

“내가 너를 위해서 일한 거? 내가 남겨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편지가 사라진 거? 그사이에 다른 년들이 너한테 꼬리치는 거? 내가 너를 버리고 갔다가 오해했던 거?”

내 입술에 닿아 있던 검지를 한 번 핥으며 당돌하니 선언했다.

“다 상관없어.”

“…….”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마치,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1학기 때.

화려한 불꽃과 같은.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던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결국, 우린 다시 만날 거니까.”

어리숙한 김우진으로.

“알았지, 내 남편?”